피부에 탄력을 주는 콜라겐과 머리카락의 주성분인 케라틴이 둘다 단백질의 일종이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단백질은 그 종류마다 성질이 크게 다르다. 단백질의 종류와 성질이 이렇게 다양할 수 있는 이유는, 단백질이 ‘아미노산‘이라는 비교적 작은 분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진 분자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단백질은 20가지 종류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져 있다(엄밀히 말하면 몇 종류의 아미노산이 더 있지만, 양이 매우 적기도 하고 20가지 아미노산에서 약간 변형된 형태에 불과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통 20가지 종류라고 이야기한다). 이 20가지의 아미노산이 어떤 순서로, 몇 개가 이어졌는지, 그리고 어떤 모양으로접혀 3차원 구조를 만드는지에 따라 말 그대로 무한한 종류의 단백질이 존재할 수 있다. - P136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해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혁신적인 방법이 등장했다. 바로 딥러닝을 통해 기존 단백질 구조를 학습하여 새로운 아미노산 서열에서도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파폴드(AlphaFold)이다. 이런 기술을 개발한 곳은 구글(Google)의자회사로 인공지능 개발을 담당하는 딥마인드(Deep Mind)이다. 딥마인드는 최정상급 바둑기사인 이세돌과의 바둑 대결에서 4:1 승리를 거두며 전 세계적으로 커다란 충격을 안긴 알파고(AlphaGo)를 만든 회사로 잘 알려져 있다.
알파폴드의 기본 원리는 알파고와 동일한 딥러닝(deep learning)이다. 딥러닝은 수많은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그 데이터에 드러나는 패턴을 인공지능이 인식하게 하는 기술이다. 알파고의 경우 프로 바둑 기사들이 두었던 바둑 기록 데이터를 입력받아 학습했다. 마찬가지로 알파폴드는 단백질 정보 은행(Protein Data Bank)에서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과 최종 구조에 대한 17만 개의 자료를 입력받았다. 그래서 아미노산 서열에 따라 단백질의 구조가 어떠할 것이라는 패턴을 파악하게 되고, 새로운 아미노산 서열이 입력됐을 때 그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거기에 더해 알파폴드에는 텐션 알고리듬(tension algorithm)이라는 기술도 사용됐다. 텐션 알고리듬은 작은 부분의 구조를 먼저 예측한 뒤 각 부분을 결합해 더 큰 부분의 구조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 P149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지구 기온 상승을 막아야 하고, 기온 상승을막으려면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탄소 배출을 충분한 수준으로 줄이고, 배출된 탄소는 흡수하거나 제거해 탄소의 영향을 최소화한 상태가이상적인 기후 미래라 할 수 있다. 이런 미래 모습을 명료하게 보여주고, 행동의 목표를 제시하는 개념이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이다.
탄소중립은 배출하는 만큼의 탄소를 흡수하거나 제거해 실질적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더하고 빼고 나면 모두 상쇄되어 0이 된다는 의미에서 ‘넷 제로(Net-Zero)‘라는 영어 표현을 쓰기도한다. 인간 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과 여러 방법을 통해 흡수되는 온실가스 양이 균형을 이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않는 상태를 말한다. - P157

탄소포집은 화석연료를 태운 후 나온 배기가스에 섞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연소 후 포집과 연료를 연소 전에 미리 처리해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연소 전 포집, 두 가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연소 후 포집에는 아민계 성분이나 탄산칼륨 등을 용액 형태의 흡수제로 사용하는 습식법, 고체 형태의 흡착제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방법, 멤브레인막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방법 등이 있다. 연소 전 포집은 연료를 가스화해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만들고, 수성가스 전환 반응을 통해 일산화탄소를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친다. 분리된 이산화탄소는 포집해 저장한다.
분리된 이산화탄소는 파이프라인을 타고 저장소로 옮겨져 저장된다. 또는 석유 시추공정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지반에 주입하거나 식음료 산업의 탄산제나 방부제로 사용하는 것처럼 다른 산업적 용도로 재활용할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은 산업 현장에서 새로 배출된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P171

인류가 화성에 정착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가장중요한 문제는 산소가 거의 없는 화성 대기에 산소를 공급해 숨 쉴 수있는 공기를 만드는 것이다. 또 암을 유발하는 강력한 우주선(宇宙線 우주에서 끊임없이 지구로 내려오는 매우 높은 에너지의 입자선)을 막아줄 기지를 건설하고 에너지와 물도 확보해야 한다.
다행히 화성은 물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물은 액체 상태가 아니라 지하나 지표에 얼음 상태로 존재한다. 화성 테라포밍의 관건은 극관과 지하의 물을 이용해 산소와 수소를 얻고, 미생물과 식물을 키워 화성의 환경을 바꾸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지금으로서는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는 수준이지만, 이 작업에는 수백 년 내지 1천 년의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예측도 있다.
에너지 문제 역시 극복하기 힘든 난관이다. 화성에서 식물을 재배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빛을 얻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화성이 지구보다 태양에서 1.5배나 더 멀고, 표면에서 빛의 세기가 지구의 6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균기온 영하 63℃인 화성에서 절대 부족한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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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 식구는 평상시에도 거의 말을 주고받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대화‘ 혹은 ‘담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르침을 주거나 명령을 내릴 뿐이다. 아버지가 말을 시작하면 나는 온 신경을 집중해서 듣는다.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할 때도 많은데, 그럴 때면 공포가 내 마음을 잡아먹는다. 내 눈이 아버지의 눈을 피하지 않고 버티는 동안에도, 내 정신은 겁에 질려 벽에 부딪치는 새처럼 내 뇌의 벽에 부딪쳐댄다. 식탁에서 내가 힘들게 용기를 내어 질문하면 아버지는 버럭 고함을 친다. "뭔가 현명한 말이거든 하고, 아니면 입 다물거라." 나는 ‘현명하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다. 결국 거의 언제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신 어머니가 나에 대해 말한다.  - P69

속삭임과 밀담으로 시작해 이내 강렬한 와글거림으로 터지는,
모두가 신나게 말을 쏟아내는 저 열정적인 대화는 무엇에 관한 이야기일까? 사육장에 새로 들어오는 동물을 맞이하는 중일까? 마구간에서 암말이 잃어버렸던 망아지를 되찾아 신이 났나? 그 순간 나는 창살에 갇혀 지내는 린다를 떠올린다. 린다 역시 저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텐데…… 하지만 아무리 귀를 쫑긋 세워보아도 개들의 합창 중에 린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린다도 나처럼 절대 입을 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을까?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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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936년, 루이 디디에는 서른네 살이다. 그는 사회적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 사람으로, 프랑스 북부 릴에서 사업을 하는 부자이다. 프리메이슨 비교의 교리를 받아들인 그는 이 세상이 타락했고 어두운 힘의 먹이가 되어버렸다는 영적 관점을 지니고 있다.
그해에 루이 디디에는 릴의 피브 지역에 사는 한 광부를 만난다. 그리고 많은 자식을 힘들게 부양하는 가장에게 아마 빛깔의 머리카락을 가진 여섯 살짜리 막내딸을 자기에게 맡기라고‘ 제안한다. "자닌은 부족한 것 없이 살게 될 거요. 제대로 교육받고, 아주 안락한 삶을 누리면서 단 하나, 당신이 다시는 그 아이와 만나지 않는다는 약속만 지켜준다면 말이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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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동물이 맞닥뜨리는 위기는 언제나 직선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위험을 예감하자마자 곧 실제 위험에 부딪치는 것이 보통이다. 트랙터는 먼 곳에서 눈토끼들 주위를 돌며 위험을 예고하지만 몸을 피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알리지는 못한다. 그래서 눈토끼들은 소리가 가까워지면 불과 몇 미터만 몸을 이동시킬 뿐이다. 우선 그들은 트랙터 소리에 반응할 만큼 학습이 되어 있지않다. 사실 이 정도의 소란에 도망친다면 홋카이도의 농촌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모르는 척 하며 소리가 가까워져도 겨우 몇 미터만 몸을 피할 뿐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토끼는 현실을 깨닫고 기겁을 한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숨을 데가 없는 허허벌판에 서 있게 된다. 그제야 눈토끼는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치지만,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토끼들은 넋을 잃고 서 있을 수밖에 없다. 비극은 그 직후에 일어난다. - P88

홋카이도는 개척사의 측면에서 보나, 기후와 풍토의 특수성으로 보나 일본의 다른 지역과는 아주 다른 곳이다. 1896년 5월, 일본 정부는 홋카이도에 관한 ‘식민지제정 및 구획시설규정‘이란 것을 만들어 방풍림, 풍치림, 수원함양림 등을 정해서 많은 숲을 보존했다. 그래서 원시림이 평야지대에서 그 생명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그 뒤 여러 번 규정이 바뀌기는 했으나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놀랄 만큼 넓은 면적의 숲을 이루게 되었다. 또한 이렇게까지 숲이잘 보존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풍토의 특수성, 즉 혹독한 추위라고하니 영하의 기후 조건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다른 지역보다 이르고 늦은 서리, 차가운 바다 안개 등에게 큰절이라도 하고 싶다.
방품림은 몇 가지 역할을 한다. 먼저 홋카이도를 둘러싸고 있는 차가운 바다에서 흘러 들어오는 냉기로부터 농작물을 지켜 주는 바람막이의 기능을 한다. 사실 요즘 우리 마을에서는 방풍림의 감소로 수박이나 참외를 재배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바닷바람 속의 소금기를 잡아 여과시키는 기능을 하는데, 조사 결과에 따르면숲의 폭이 넓으면 소금기의 90%가 제거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름그대로 강풍을 막아 누그러뜨려 준다. 나무의 높이, 잎이 무성한 정도,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그 풍속을 절반 이하로 줄여 준다고 한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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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우리 집의 한 해는새끼 바다표범 기르기로 시작된다

창밖에 보이는 고로쇠나무가 찻집 문을 닫기로 정한 것 같다. 문을 연 것이 2월이니까 두 달 동안의 아주 짧은 영업이었다.
개점 당일의 날씨는 따뜻했다. 오색딱따구리가 찻집을 열었다.
아니 그보다는 오색딱따구리가 나무껍질의 갈라진 작은 틈새에서배어 나오는 수액을 찾았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이겠다. 그뒤에 찾아든 다른 한 마리가 수액의 양이 적다며 날카로운 주둥이로 그곳을 톡톡 쏘아서 생채기를 크게 만들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수액이 너무 많이 나와서 그 밑으로 나무껍질을 40센티미터나거무죽죽하게 물들이며 한동안 계속 흘러내렸다. 같은 날 오후에는 동고비, 북방쇠박새까지 찾아와서 찻집 손님이 되었다. 곤줄박이 부부도 왔다. - P10

그리고 가끔 골판지 사건이 벌어진다. 유빙 위에서 태어난 새끼바다표범이 밤중에 대만 말썽꾸러기 때문에 폭풍의 바다에서 풍랑을 맞고 어미와 떨어져 해변에 내던져진다. 제대로 된 어미라면 무슨 수라도 썼겠지만, 이런 우둔함은 사람도 마찬가지기 때문에 바다표범 어미만을 탓할 수는 없다. 아마 새끼가 해변에서 울부짖고있을 즈음, 어미는 저 먼 바다에서 새끼를 찾아 헤맬 것이다. "아기야, 어디 있니?"라고 외치면서 몇 시간 뒤 새끼는 어찌 된 일인지우리 집 현관문을 두드린다.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내가 수의사라고 해서 다 살려 낼수 있는 것도 아니니, 나는 이럴 때마다 곤혹스럽다. ‘어떻게 거절할까?‘ 하고 있는데 상대방의 머리는 나보다 몇 배 더 빨리 돌아간다. "선생님, 귀엽죠? 봐요, 웃었죠? 그럼 부탁해요!" 하며 손을 흔들고는 내 말이 나오기도 전에 돌아가 버린다. 나는 중얼거린다.
"맙소사! 바다표범이 웃는다고?" - P17

그런데 증기기관차가 다니지 않게 되고 15년이 지난 뒤 야생화원에서도 꽃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을 알게 되었다. 시 당국은 유일한 관광자원인 꽃밭의 변화에 당황했고 대학에서 연구원을 불러다가원인을 조사하게 했다. 결론은 간단했다. 원인은 불이 없어진 데있었다. 그 소리를 듣고 "역시" 하며 머리를 끄덕인 사람도 많았다.
어쨌든 불이 없어지자 초원은 지난해, 전전 해, 아니 그 이전의 마른 풀들이 쌓여서 서로 얽히다 보니 야생화의 씨가 발아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 가운데에 백합이나 날개하늘나리 등이 포함된다고 하니 관계자는 속으로 증기기관차가 다시 등장해서 가끔 들불이 일어나면 좋겠다고까지 바라는 기색이었다. - P40

내가 그 이야기를 하자 아내가 "송어든 연어든 가게에 1년 내내있잖아요"라고 대꾸했다. 하기는 수협이나 슈퍼에는 북태평양에서잡힌 것뿐 아니라 알래스카나 캐나다의 근해에서 잡혀 수입된 송어와 연어가 얼마든지 있다. 한편으로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형냉동 창고가 생선 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래서 우리들은 계절을 잃고 말았다. 봄의 바다가 잊혀져 가는것이다. 이러다가는 얼마 안 가서 항구를 떠나는 고기잡이배를 한척도 못 보는데도 생선은 여전히 가게에 쌓이는 날이 올지 모른다.
송어나 연어란 원래 토막 난 몸으로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그렇다면 요리하기 전에 태어날 손자 손녀들을 위해 옹근 생선과 토막 난 생선을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어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록으로 남겨두기 위해 찍는 사진이 요즘 부쩍 늘었다. 그걸 생각하면 울적하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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