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동물이 맞닥뜨리는 위기는 언제나 직선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위험을 예감하자마자 곧 실제 위험에 부딪치는 것이 보통이다. 트랙터는 먼 곳에서 눈토끼들 주위를 돌며 위험을 예고하지만 몸을 피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알리지는 못한다. 그래서 눈토끼들은 소리가 가까워지면 불과 몇 미터만 몸을 이동시킬 뿐이다. 우선 그들은 트랙터 소리에 반응할 만큼 학습이 되어 있지않다. 사실 이 정도의 소란에 도망친다면 홋카이도의 농촌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냥 모르는 척 하며 소리가 가까워져도 겨우 몇 미터만 몸을 피할 뿐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토끼는 현실을 깨닫고 기겁을 한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숨을 데가 없는 허허벌판에 서 있게 된다. 그제야 눈토끼는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치지만,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토끼들은 넋을 잃고 서 있을 수밖에 없다. 비극은 그 직후에 일어난다. - P88

홋카이도는 개척사의 측면에서 보나, 기후와 풍토의 특수성으로 보나 일본의 다른 지역과는 아주 다른 곳이다. 1896년 5월, 일본 정부는 홋카이도에 관한 ‘식민지제정 및 구획시설규정‘이란 것을 만들어 방풍림, 풍치림, 수원함양림 등을 정해서 많은 숲을 보존했다. 그래서 원시림이 평야지대에서 그 생명을 이어가게 된 것이다. 그 뒤 여러 번 규정이 바뀌기는 했으나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놀랄 만큼 넓은 면적의 숲을 이루게 되었다. 또한 이렇게까지 숲이잘 보존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풍토의 특수성, 즉 혹독한 추위라고하니 영하의 기후 조건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다른 지역보다 이르고 늦은 서리, 차가운 바다 안개 등에게 큰절이라도 하고 싶다.
방품림은 몇 가지 역할을 한다. 먼저 홋카이도를 둘러싸고 있는 차가운 바다에서 흘러 들어오는 냉기로부터 농작물을 지켜 주는 바람막이의 기능을 한다. 사실 요즘 우리 마을에서는 방풍림의 감소로 수박이나 참외를 재배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바닷바람 속의 소금기를 잡아 여과시키는 기능을 하는데, 조사 결과에 따르면숲의 폭이 넓으면 소금기의 90%가 제거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름그대로 강풍을 막아 누그러뜨려 준다. 나무의 높이, 잎이 무성한 정도,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그 풍속을 절반 이하로 줄여 준다고 한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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