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 식구는 평상시에도 거의 말을 주고받지 않는다. 아버지에게 ‘대화‘ 혹은 ‘담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르침을 주거나 명령을 내릴 뿐이다. 아버지가 말을 시작하면 나는 온 신경을 집중해서 듣는다. 무슨 말인지 전혀 알아듣지 못할 때도 많은데, 그럴 때면 공포가 내 마음을 잡아먹는다. 내 눈이 아버지의 눈을 피하지 않고 버티는 동안에도, 내 정신은 겁에 질려 벽에 부딪치는 새처럼 내 뇌의 벽에 부딪쳐댄다. 식탁에서 내가 힘들게 용기를 내어 질문하면 아버지는 버럭 고함을 친다. "뭔가 현명한 말이거든 하고, 아니면 입 다물거라." 나는 ‘현명하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다. 결국 거의 언제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대신 어머니가 나에 대해 말한다.  - P69

속삭임과 밀담으로 시작해 이내 강렬한 와글거림으로 터지는,
모두가 신나게 말을 쏟아내는 저 열정적인 대화는 무엇에 관한 이야기일까? 사육장에 새로 들어오는 동물을 맞이하는 중일까? 마구간에서 암말이 잃어버렸던 망아지를 되찾아 신이 났나? 그 순간 나는 창살에 갇혀 지내는 린다를 떠올린다. 린다 역시 저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텐데…… 하지만 아무리 귀를 쫑긋 세워보아도 개들의 합창 중에 린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린다도 나처럼 절대 입을 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을까?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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