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까맣게 어두워지기 직전 움푹 들어간 시냇물 수면에서 짙은 암흑이 기어 올라오고 아직도 근처의 풀이 움직이는 모양이 어슴푸레하게 시각에 느껴졌을 때였다. 멀리멀리 이어지는 시내 끝까지 무수한 선을 그리면서 양쪽으로 뒤섞이며 점멸하고 있던 유령 같은 반딧불은 지금도 꿈속에까지 여운을 남기고 있는지 눈을 감아도 생생했다. 정말 오늘밤에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것을 맛보는 것만으로도 반딧불이를 보러 온 보람이 있었다. 역시 반딧불이잡이는 꽃놀이처럼 회화적인 것이 아니라 명상적인 것이라고 해야 좋을 것인가. 그런데도 옛날이야기 속 세계처럼 어린아이같은 면은 있지만 ...... 그 세계는 그림으로 그리기보다 음악으로 연주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고토나 피아노로 그런 느낌을 작곡한 것이 있어도 좋을 텐데… - P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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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여성이 과학자, CEO, 국가 지도자, 그리고 모든 분야의 최고전문가가 될 "능력"이 있는가라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이 문제는 여러해 전에, 남성의 경우와 똑같이 여성의 경우에도 일부는 능력이 있고 일부는 능력이 없다는 해답으로 완전히 해결되었다. 유일한 문제는 능력있는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동등해야 하는가이다.
- P619

성적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부인하는 것보다 더 인간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성공과 실패, 행복과 고통의 당사자는 전체 남성과 여성이아니라 구체적인 남자와 여자들이고, 그들에게 가치관과 선택의 능력을 부여하는 뇌(아마도 제각기 다른 뇌일 것이다.) 역시 개별 남녀들의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현대적 생활 양식을 다루는잡지에 규칙적으로 실리는 기사를 보면 자식들과 함께 집을 지키고 있는 여자들이 자신의 삶을 부끄럽게 여긴다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그들은 한결같이 "페미니즘(여성 운동)은 선택에 관한 문제라 생각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은 일을 선택한 여성들에게도, "가족을위해" 수입의 일부를 포기한 여성들에게도(그리고 물론 같은 선택을 한 남성들에게도) 맞는 말이다. 같은 수의 남녀가 법률 회사에서 8시간 근무제로 일해야 한다거나 혹한의 바다에서 시추 작업을 하기 위해 몇 달 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결코 진보적인 주장이 아니다. 그리고 (양성 동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사이언스>를 통해 요구했던것처럼) 보다 많은 젊은 여성들이 "공학 분야를 선택하도록 조건화되어야 한다."라고 요구하는 것도 괴이한 일이다. 여성들은 스키너의 상자에 갇힌 생쥐가 아니다. - P626

감정만 앞서고 도덕적으로는 무의미한 엉터리 지식 때문에 주제에서 벗어날 이유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 본성에 대한 과학들 덕분에 우리는 엉터리 정보와 정말로 중요한 목표를 구별함으로써 여성의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페미니즘은 정치적·사회적 평등을위한 운동으로서는 중요하지만, 인간 본성에 대한 괴벽스런 교의에 몰두하는 학문적 파벌로서는 중요하지 않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여성과 남성이 뒤바뀔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믿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선택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여성이 모든 직업의 50퍼센트를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성폭행을 근절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강간범이 전체 남성의 공모 하에 강간을 저지른다는 이론은 중요하지 않다. - P648

무엇이 어떻게 측정되는 결과는 거의 비슷하게 나온다. 떨어져 자란 일란성 쌍둥이는 아주 비슷하게 나오고, 떨어져 자란 일란성 쌍둥이는 함께 자란 이란성 쌍둥이보다 더 비슷하게 나오고, 친형제들은 입양 형제들보다 훨씬 더 비슷하게 나온다. 이 모든 것을 유전율로 환산하면 대개 0.25에서 0.75의 값이 나온다. 전통적인 요약에 따르면, 지능, 성격, 생활의 결과적 측면들에서 나타나는 차이의 절반 정도가 유전에 의한 것ㅡ유전자와 상관성이 있거나 유전자의 간접적 산물이라 한다. - P655

모든 특성은 유전적이다."는 약간은 과장되었지만 그리 크게 과장된말은 아니다. 물론 가정이나 문화가 제공하는 내용에 의존하는 구체적인 행동 특성들, 가령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가. 어떤 종교를 믿는가. 어떤 정당에 가입하는가 등은 유전과 전적으로 무관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재능과 기질에 반영되는 행동 특성들, 가령 언어에 얼마나 능숙한가. 얼마나 종교적인가, 얼마나 자유주의적인가 또는 보수주의적인가 등은 유전적이다. 일반 지능은 유전적이고, 사람들의 성격에 차이를 부여하는 다섯 가지 주요 특성 또한 유전적이다. 그 다섯 가지 주요 특성은 경험에 대한 개방성 (openness to experience), 성실성(conscientiousness), 외향성-내향성 (extroversion-introversion), 적대성-친화성 (antagonism-agreeableness), 정서 안정성(neuroticism)인데 이를 OCEAN이라는 약자로 지칭하기도 한다.  - P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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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인 부모 밑에서 종종 공격적인 아이가 나오지만, 공격성이 "폭력의 순환"을 통해 부모로부터 학습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폭력적 성향이 학습뿐 아니라 유전을 통해서도 발생할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않는다. 만약 입양아들이 친부모보다는 양부모와 더 비슷하게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 주지 않는다면 폭력의 순환은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여성보다 남성이 폭력적 행동을 더 많이 보인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그것을 남성성의 문화 탓으로 돌리는 심리학자들은,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사회적 역할에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생물학적 특성에도 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지적 눈가리개를 벗을 필요가 있다. 미국 어린이들은 물론 폭력적인 역할 모델들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또한 어릿광대, 전도사, 포크 가수, 여장 남자 등에도 노출되어 있다. 문제는 왜 아이들이 특정한 사람들을 더 많이 흉내내려고 하는가이다. - P542

인간의 폭력성이 말 그대로 질병이나 중독이 아니라 유전적 설계의일부라고 믿을 만한 이유는 매우 많다. 그 이유를 제시하기 전에 먼저두 가지 두려움을 해결하고자 한다.
첫 번째 두려움은, 폭력의 뿌리를 인간 본성에서 찾는다면 폭력성을 폭력적인 개인의 나쁜 유전자로 환원시킬 수 있으며 폭력의 비율이 높은 인종 집단은 그 유전자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고약한 의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P551

두 번째는, 만약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폭력적 동기를 부여받았다면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폭력적이거나, 지나가는 자리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루니 툰스」의 작은 악마 태즈처럼 항상 폭력적일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이 두려움은 살인마 원숭이, 피에 대한 굶주림, 죽음 소원, 텃세, 폭력적인 뇌 등의 케케묵은 관념들에서 비롯되는 반응이다. 실제로 뇌속에 폭력적인 전략이 갖추어져 있다 해도, 그것은 우발적 전략이며 언제 어디서 그 전략을 전개해야 하는지를 연산하는 복잡한 회로와 연결되어있다. 동물들의 경우에도 공격은 대단히 선택적으로 전개되는데, 하물며 변연계가 엄청나게 큰 전두엽과 연결되어 있는 인간의 경우에는 당연히 훨씬 더 계산적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성인들은 폭력성의 버튼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 잘 살아간다. - P552

경쟁은 폭력적일 수 있는데, 댈리와 윌슨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현재의 길로 달리면 완전한 번식의 실패로 끝날 것이라 느끼는생물은 종종 죽음을 무릅쓰더라도 어떻게든 현재의 생활 궤도를 개선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길에 놓인 가난한 젊은이들은 지위와 부와 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목숨이라도 걸려고 한다. 모든 사회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인구 통계학적 영역에는 파업 주동자, 범법자, 전사할 위험이 많은 병사들이 집중되어 있다. 1960년대 범죄율이 급증한 이유 중 하나는 당시가 베이비 붐으로 태어난 남자 아이들이 범죄 성향을 보이는 나이에 들어선 때였기 때문이다. 국가마다 폭력 사건의 발생 비율이 다른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한 가지 단순한 요인은 15~29세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 P559

둘째, "불신"의 원래 의미는 자신감 결여(diffidence)이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전쟁사』를 번역한 홉스는 "전쟁이 불가피해진 것은 성장하는 아테네의 힘과 그에 대해 스파르타가 느낀 두려움 때문이었다."라는 설명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만약 이웃이 내가 가진 것을 몹시 탐낸다면 나는 그들의 욕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따라서 나는 자신을 방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방어란 성벽, 마지노선, 대탄도 미사일 등의 첨단 기술을 망라해도 불확실한 방법이고, 그런 것이 없으면 더욱 미심쩍고 불확실하다. 자기 보호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잠재적으로 적대적인 이웃에게 선제 공격을 퍼부어 쓸어 버리는 것일 수 있다. 요기 베라의 충고대로 "최상의 수비는 최상의 공격이고, 또 최상의 공격은 최상의 수비이다." - P563

사회 심리학자 리처드니스벳과 도브 코언은 『명예의 문화(Culture of Honor)』에서, 폭력적인 문화는 법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가치 있는 재산들이 쉽게 도난당하는 사회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동물을키우는 사회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목축을 하는 사람들은, 작물을 재배하기에 부적합해서 정치의 중심지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 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주요 재산인 가축은 농부들의 주요 재산인 땅에 비해 쉽게 훔칠 수 있다. 목축 사회에서는 눈 깜짝할 새에 전 재산을(그와 함께 재산을 모으는 능력까지) 빼앗길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남자들은 여차하면 피의 보복을 감행하겠다는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데, 그 대상에는 가축 도둑 외에도, 그들을 가축 도둑에게 손쉬운제물처럼 보이게 만드는 무례한 행동을 함으로써 그들의 결단력을 시험하는 모든 사람이 포함된다. 스코틀랜드 고지인, 애팔래치아 산지인, 서부 개척시대의 카우보이, 마사이의 전사, 수인디언, 드루즈와 베두인부족, 발칸의 씨족사회, 인도차이나 산지인이 대표적인 예다. - P573

미국 남부에서는 오랫동안 북부에서보다 폭력 발생률이 높았고, 앤드루 잭슨처럼 "명예를 걸고" 남자들끼리 결투하는 전통이 남아 있었다. 니스벳과 코언은 남부의 대부분 지역에 맨 처음 정착한 사람은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출신의 목축민이었던 반면, 북부에는 영국 출신의농부들이 정착했음을 지적한다. 또한 남부 산악 지대의 개척지에는 오랫동안 법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 그 결과 남부에서 발전한 명예 문화는 21세기를 맞이한 지금까지도 법과 사회적 관습에 뚜렷이 살아 있다.
남부의 주들은 총기 소유를 거의 규제하지 않고, 공격자나 강도를 만났을 때 먼저 물러나지 않고 총으로 쏘는 것을 허락하고, 부모와 교사의체벌에 대해 관대하고, 국방 문제에 대해 보다 강경하고, 범죄자를 더많이 처형한다.
••••••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사는 도심의 주거지는 서구 민주주의 사회에서 상당히 폭력적인 환경에 속하는데, 그곳 역시 명예 문화가 뿌리깊은곳이다.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논문 「거리의 코드(The Code of the Streets)」에서 사회학자 일라이저 앤더슨은 존경에 대한 젊은이들의 집착, 터프하다는 명성을 얻기 위한 노력, 사소한 모욕에도 참지 못하고 폭력적 보복을 가하는 성향, 이러한 규범에 대한 보편적 승인 과정 등을 자세히 묘사했다. 그들만의 언어가 소개되지 않았다면 앤더슨의 설명은 남부 백인들의 명예 문화에 대한 설명과 구별될 수 없을 것이다. - P574

무장한 권위자에 의한 판결은 지금까지 선보인 폭력 감소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이고 일반적이다. 우리는 가령 사형 대 종신형 같은 범죄 정책의 차이에 따라 폭력이 몇 퍼센트 감소할 수 있는가를 놓고 논쟁을 벌이지만, 무정부 상태에서 사는 것보다는 사법 제도가 있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데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다른 사람의 손에 죽는 남자의 비율이 10퍼센트에서 60퍼센트에 달하는 국가 이전 사회의 놀라운 살인사건 발생률이 한 증거이다. 또 다른 증거는 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지역에서는 거의 항상 폭력적인 명예 문화가 출현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역사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중세와 그 밖의 여러 시대에 사람들이 중앙 집권적 권력에 동의한 것은 자신과 친족에게 해를 가하는 적에게 복수를 해야 하는 짐을 덜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리고 중앙 집권적 권력의 성장은 중세 이후 유럽 사회의 살인 사건 발생률을 100분의 1로 감소시킨 원인이었다. 미국에서는 19세기 전반에서 후반에 이르는 동안 도시의 범죄율이 급격히 감소했는데, 그것은 각 도시에 전문적인 경찰력이 편성된 시기와 일치한다. - P578

합리성의 개방적 측면에 대한 강조는, 마음이 조합적 · 회귀적 체계라는 인지과학의 발견과 일맥 상통한다. 우리는 생각을 할 뿐 아니라, 생각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에 대한 생각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가 이장에서 살펴보았던 갈등 해결의 진보적 방법들―법치에 복종하는 것, 양편이 체면을 잃지 않고 양보하는 방법을 찾는 것, 자기 기만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 자신의 이익과 타인의 이익을 평등한 눈으로 보는 것―은 조합적 · 회귀적인 사고 능력에 달려 있다.
많은 지식인들이 폭력의 진화론적 논리를 외면한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그것을 수용하거나 승인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대신 그들은 고상한 야만인이 던져 주는 안락한 망상을 추구하면서, 폭력이 학습의 임의적 산물이거나 외부에서 침투한 병원균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폭력의 논리를 거부하면 폭력이 얼마나 쉽게 고개를 드는지를 잊기 쉽고, 폭력에 불을 붙이는 마음의 기능들을 무시하면 그 불을 끌 수 있는 마음의 기능들을 간과하기 쉽다. 우리의 많은 관심사들처럼 폭력의 경우에도 문제는 인간 본성에 있고, 해결책도 인간 본성에 있다. - P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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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보여준 독특한 시선의 원근법을 배운 동료, 후배 화가들은 신의 관점이 아닌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게 된다. 만테냐는 70세가 넘어 생의 마지막까지 작업을 이어갔고, 1506년 만토바 공국의 교회에서 영원히 잠든다. 16세기에 교회에 무덤을 가지는 영예를 얻은 화가는 만테냐가 유일했다. 그가 만토바와 후대사람들에게 얼마나 존경받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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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시먼스는 사람들이 자율성을 기초로 한 도덕성에서 공동체를 기초로 한 도덕성으로 넘어갈 때 그들의 판단이 어떻게 뒤집어지는가에 주목했다.

어떤 사람이, 공포에 사로잡혀 울부짖는 어린 소녀를 묶어 놓고 면도칼로 소녀의 외음부를 도려낸 다음 소변과 월경이 가능한 구멍만 남겨둔채 다시 꿰매어 놓는다면, 유일한 문제는 그 사람을 얼마나 가혹하게 응징해야 하는가, 그리고 사형이 과연 충분히 가혹한 처벌이 될 수 있느냐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수백만의 사람들이 이런 짓을 저지르면, 그 극악함이 수백만 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그것은 "문화"가 되고, 그래서 끔찍함이 더해지기보다는 오히려 줄어들고 심지어 페미니스트를비롯한 서양의 일부 "윤리 사상가들로부터 옹호를 받게 된다." - P478

한편 많은 행동들이 비도덕화를 거친 결과, (사람들 눈에) 도덕적 결점이 아니라 생활 방식의 차이로 비치게 되었다. 비도덕화를 거친 행동의 예로는 이혼, 사생(私生, 또는 서출(庶出)), 직업을 가진 어머니, 마리화나, 동성애, 자위, 남색, 오럴 섹스, 무신론, 비서구 문화의 모든 관습등이 있다. 이와 동시에 많은 고통들이 죄악의 대가에서 불운의 결과로재평가되었다. 과거에 노숙자들은 "부랑자"나 "떠돌이"로 불렸다. 성적접촉에 의한 질병 (sexually transmitted diseases)도 예전엔 "성병 (venereal diseases)"이라 불렀다. 오늘날 마약 중독을 치료하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마약 중독이 부도덕한 선택이 아니라 일종의 질환이라고 주장한다.
문화적 우익, 특히 자신을 도덕적 다수라 부르는 분파에게 이 모든현상은 도덕성이 문화 엘리트의 맹공에 처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반면에 좌익은 사적인 행동을 비난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억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청교도 정신을 "누군가가 어디에선가 행복할지 모른다는 지속적 두려움"으로 정의한 H. L. 멩컨이 좋은 예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양쪽 다 옳지 못하다. 최근 수십년동안 비도덕화를 거친 모든 행동들을 보상하기라도 하듯 우리는 새로운 행동들을 도덕화하는 운동을 열심히 전개하고 있다. 속물 같은 실업가와 극단적인 청교도는 사라지고 보모 국가를 위해 노력하는 운동가와 외교 정책까지 고민하는 대학가가 그 자리를 메웠지만, 과거나 현재나 도덕화의 심리는 똑같다.  - P483

테틀록은 상대방에 대해 가격을 매기지 않는 것이 바로 그에 대한 충실함의 본질이라고 지적한다. "이 규범을 위반하는 것, 우정이나 자식이나 국가에 대한 충성심에 금전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자기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박탈하는 행위이며, 진실한 친구, 부모, 시민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이다.  금기를 지킬 것인가 위반할 것인가의 취사 선택은 신성한 가치와 세속적 가치(가령 돈)의 대립으로, 이런 취사 선택에는 "도덕적 부식성이란 특징이있다. 즉 추잡한 제안을 오래 숙고할수록 도덕적 정체성은 그만큼 녹이 슬게 된다."‘"
- P487

게다가 비극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종교, 가족, 사회적 관습, 성적 관습, 정치 제도 등과 같은 전통들은 오랜 시간동안 증류되고 남은 인간 본성의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그것들은 비록 누구도 그 이론적 근거를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 똑같이 인간에게 적합하다. 아무리 불완전한 사회라도 우리는 그 사회를 평가할 수 있는데 이때 평가의 기준은 미래의 가상적인 조화와 풍요가 아니라 과거에 실재했던 잔인성과 빈곤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다소나마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살고 있으며, 인간 본성은 언제든 우리를 야만인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주어진 최우선의 과제는 그 사회를 망가뜨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한 사회 안에서 상호 작용을 주고받는 수백만 명의 행동은 물론이고 단 한 명의 행동을 예측해 낼만큼 영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하향식으로 사회를 뜯어고치려는 어떤 공식에도 신뢰를 보내지 말아야 한다. 그런 공식은 대개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해서 사태를 처음보다 악화시킬 뿐이다.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의 총합에 대한 피드백을 반영하고 그에 따라 계획을 지속적으로 조정해 가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범죄나 가난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경쟁하는 개인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는 한 사람의 이익이 다른 사람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비용과 비용을 상쇄시키는 것이다.  - P505

유토피아적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전쟁을 명백한 낭비성과 잔인성을 들어, 전쟁을 오해, 근시안, 비합리적 열정에서 발생하는 병리적 현상으로 본다. 전쟁을 막는 방법은 평화적 감정의공개적 표현, 잠재적 적대국 간의 활발한 의사 소통, 무력 과시용 수사법의 축소, 무기 감축과 군사동맹의 축소, 애국심 조장의 자제, 전쟁을 피하기 위한 필사적인 협상 등이다. 반면에 인간 본성을 냉소적으로 보는 비극적 관점의 지지자들은 전쟁이 그들 자신이나 조국을 위해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계산은 어떤 경우에든 판단 착오일수 있고 패자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개탄할만하지만, 말 그대로 정신병적이거나 비합리적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이 관점에서 평화를 추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무기 개발, 애국심 고취, 용감한 행동에 대한 보상, 무력과 결단력의 과시, 협박을 막기 위한 힘의 협상 등을 통해 잠재적 공격자의 전쟁 비용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 P512

소웰은 마르크스주의가 두 관점의 혼혈이라고 지적한다." 과거를 해석할 때에는 비극적 관점에 의존한다. 과거의 생산 양식을 봉건제와 자본주의라는 두 가지 사회 형태로만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에 대해서는 유토피아적 관점에 의존한다. 우리는 물리적·사회적 환경과의 변증법적 상호 작용을 통해 우리의 본성을 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새로운 세계에서 사람들은 자기 이익보다는 자기 실현을 위해 움직이고, 따라서 능력에 따라 생산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 라는 이상이 실현된다. 마르크스는 공산주의 사회가 다음과 같을 것이라 말했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의 대립이 완전히 해소된다. 그것은 존재와 본질, 객관화와 자아 확인, 자유와 필연, 개인과 인류의 갈등이 진정으로해소되는 것이다. 그것은 역사의 수수께끼가 풀리는 것이다.

이보다 더 유토피아적인 그림은 불가능하다. 마르크스는 보편 의지를수행하는 사람은 이기심과 지배 성향 때문에 타락할 수밖에 없다는 걱정을 간단히 일축했다. 예를들어 그는 노동자가 관리직에 오르면 전제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무정부주의자 미하일 바쿠닌의 걱정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바쿠닌 씨가 노동자 협동 조합의 관리직을 잘 안다면 권위에 대한 모든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P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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