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박적골에선 우리 집이친일파 집으로 몰려 분풀이를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벌써 몇 마을째 돌고 있는 길이라고 했다. 청년들은 그렇게 이 마을 저 마을을 돌면서 세를 불렸고 자기 마을 친일파 집을 때려 부술 때는 그 마을 청년은 나서지 않고 뒤에서 구경만 했다. 몇십 년을 내리 한우물의 물을 먹으며 경조사를 같이해 온 의리였다.  - P203

오빠는 노한 청년들이 제풀에 물러날 때까지 속수무책으로 우리 집이 망가지는 걸 바라보면서 한편 내 어깨를 다독거리며 내 생각이 옳지 않다는 걸 알아듣게 하려고 애썼다. 내가 막무가내로 내 생각만 옳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오빠가 하도 여러 말을해서 자세한 것은 생각나지 않지만, 도쿠야마, 아라이 들이 당한건 박해요 수난이요 치욕이지만, 우리는 그동안 편안히 특혜를 누려 왔다는 요지였다. 오빠는 그게 너무도 부끄러워 얼굴을 들수가 없다고 했다. 저렇게라도 분풀이를 당했으니까 마을 청년보기가 좀 덜 부끄러울 것 같다고도 했다. - P204

그날 우리 집이 당한 것은 깊은 원한이 사무친 조직적인 폭력이라기보다는 갑자기 억압이 풀리면서 억눌렸던 힘들이 그렇게분출한 일종의 축제 행사였던 듯하다. 몇 마을을 더 돌고 나서 제풀에 진정이 되었고 망가진 문짝과 세간살이들이 다시 몸담고 살 수 있을 만큼 수습되기까지는 마을 사람들의 위로와 협조가 컸다. 청년단이니 자위대니 좌익이니 우익이니 하는 정치적인 색깔이 사람들의 심성을 혼란스럽게 하기 전의 일이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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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교통계획의 젠더 데이터 공백은 (대부분이 남자였던) 계획자들이 여자가 필요로 하는 바가 남자와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그런데 이보다 용서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단지 여성 데이터가 남성 데이터보다 집계하기 어려워 보여서 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복잡한 이동패턴을 보인다"라고, 여자들의 돌봄 이동을 집계할 수 있는 조사를 고안한 산체스데마다리아가가 말한다. 게다가 교통 당국은 대체로 여자들의 ‘이례적인‘ 이동 습관에 관심이 없다. UCLA 도시계획학과 교수애너스테이지아 루카이투시데리스 Anastasia Loukaitou-sideris는 말한다. "교통 관리자들은 모든 사람이 필요로 하는 바가 똑같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와 여자가 모든 면에서 똑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화가나서 헛웃음을 짓는다. "여성 승객들에게 물어보면 현 교통체계로는 해결되지 않는 수요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있다."
설상가상으로 교통 당국은 이미 보유한 데이터조차도 성별 구분 하지 않음으로써 젠더 데이터 공백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 P65

더 은밀한 데이터 공백은 각국의 교통 당국이 데이터를 제시하는방식에 의해 생겨난다. 대체로 유급 노동을 위한 모든 이동은 하나의 범주로 묶이는 데 반해 돌봄노동은 더 작은 범주들로 세분된다. 그중 일부는 (예를 들어 쇼핑은) 여가 활동과 구분되지 않는다. 이렇게 간접적으로 성별 구분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산체스데마다리아가는 마드리드의 돌봄 관련 이동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돌봄 목적의 이동 횟수와 노동 목적의 이동 횟수가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데이터를 다시 성별 구분 했더니 돌봄은 "여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동 목적이었다. 노동이 남성 이동의 주목적인 것처럼." 모든 이동 조사를 이런 식으로 한다면 교통계획자들은 돌봄 이동을 노동 이동만큼이나 심각하게 다뤄야하게 될 것이라고 산체스데마다리아가는 주장한다. - P66

그러나 설사 남자 화장실과 여자화장실에 동수의 칸막이가 있다고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여자의 화장실 사용 시간이 남자의 2.3배이기 때문이다. 노인과 장애인의 대다수가 여성인데 이 두 그룹은 화장실 사용 시간이 길다. 또 여자들은 아이나 장애인, 노인을 동반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여성 인구의 20~25%는 가임기 여성으로 언제든 생리 중일 수 있으며 그 경우 탐폰이나 생리대를 갈아야 한다.
또 여자는 남자보다 화장실에 자주 가야 할 가능성이 높다. 임신은 방광의 용량을 급격하게 감소하며 여자는 요로감염에 걸릴 확률이 남자의 8배나 된다. 이 또한 화장실에 가는 빈도를 증가시킨다. 이러한 신체적 차이를 알면서도 동일 면적 화장실이 공정하다고 계속 주장하는 사람은 형식적인 평등만 외치는 독불장군일 것이다. - P77

2015년 조사에 따르면 뭄바이 빈민가 거주 여성의 12.5%는 밤에 실외에서 대변을 본다. 그쪽을 "58m를 걸어가는 위험을 무릅쓰는 것보다 선호한다. 58m는 그들의 집과 공용 화장실 간의 평균 거리다." 그러나 실외에서 대변보는 것이 썩 안전하지는 않다. 여자들이 용변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구역 근처 또는 그곳으로 가는 길목에 숨어 있던 남자들에게 성폭행당할 위험이 있다. 폭력의 정도는 엿보기 - 엿보면서 자위하기 포함-에서부터 강간, 극단적인 경우에는 살인에까지 이른다.
여자들이 본디 일상적 행위여야 마땅한 용변을 해결하려 하는 동안직면하는 성희롱과 성폭행의 수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구하기 힘들다. 원인은 이 문제를 둘러싼 수치심 때문이다. "범죄를 부추긴다"라고 비난당할 가능성이 높은 문제에 대해 기꺼이 얘기하려는 여자는 거의 없다. 하지만 적으나마 존재하는 데이터를 살펴보면 적절한 위생시설의 부재가 페미니즘 문제임이 확실해진다. 2016년 연구에 따르면 야외에서 용변하는 인도 여자가 자기 파트너가 아닌 사람에게 성폭력을 당할 확률은 자기 집 화장실을 사용하는 여자의 2배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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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병통치약을 알고 있지. 바로 소금물이야."
내가 물었다. "소금물?"
"응." 그가 말했다.
"바로 땀, 눈물, 그리고 바다."
- 이자크 디네센 - P141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 자신이 입은 상처 때문에 또 다른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상처 덕분에 자기 자신과 타인, 세상을 이해할 수 있고 또한 치유할 수 있다. 시작은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하는 것이다. 다른 누구를 기다리거나 기대하지말고 내가 먼저 스스로를 보듬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려운 시절에 만난 붓다의 이 문구는 두고두고 위로가 되었다.
"영원한 피난처를 찾지 말고 스스로를 의지하라." - P173

그렇지만 우리는 아주 다양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짜증이 난다"고 두루뭉술하게 표현한다. 이러한 표현밑에 가라앉은 감정의 실체는 불안, 두려움, 자기비하, 지루함, 적대감, 죄책감, 고단함, 좌절 등이다. 스트레스라고 말할 때 분노한 것일 수도 있지만 불안하거나 겁먹은 것일 수도 혹은 지루한 것일 수도 있다. "짜증나!"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자기비하나 적대감, 죄책감, 고단함, 좌절 등에 타격받은 것일 수 있다. 이 지점을 찾아내 어휘로 정확하게 표현해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 P178

자신을 분노하게 만드는 요인을 인지해서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분노를 슬픔으로밖에 나타낼 수없는 마음, 그러다 결국 무기력해지고 마는 마음을 헤아리는 인간으로서의 품위가 더 절실하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모욕에 대한 감성(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이 부족하다.
모욕이야말로 분노와 적개심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심지어 허물없이 모욕을 주고받는 행위가 친밀함의 표시라는 착각에 빠진 이들도 적지 않다. 절대 그럴 수 없다. 사회적 관계뿐 아니라 부부, 부모-자식, 고부 간 등 대부분 갈등의 원인도 알고 보면 모욕에 있다. "모욕을 느꼈습니다."라고 표현하면 "뭐 그 정도를 모욕이라고 느끼느냐", "자존감이 너무 낮은 거 아니냐.", "혼자 유별나다." 등 2차가해를 날리면서 너의 잘못, 너의 부족, 너의 탓으로 돌리는 시선이 팽배하다.
그렇게 하는 게 가장 쉽기 때문이다. 늘 쉬운 방법만 택하는 이들에 둘러싸여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마음을 가졌다면 기꺼이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의 방식을 추천한다.

"삶이 이대로라면 복수할 수밖에." - P190

마음의 눈이 저만 쳐다보고 있어서 다양한 삶과 인간군상을 간접경험하고 깨치지 못하면 지능지수 IQ와 관계없이 감성지수EQ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렁에 빠졌을 때 위에서 잡아 올리는 힘과 아래에서 끌어내리는 힘, 어느 쪽이 셀까. ‘잘난체‘라는 수렁에 빠져 타인의 감정을 끌어내리는 이의 손을 잡지 말라. 특히 예민한 사람은 방어하는 데 지나치게 기운이 빠져서 본인도 수렁에 빠지고 만다. 무시하고 그 수렁을 폴짝 뛰어넘자. 이때의 ‘무시하다‘는 ‘사람을 깔보거나 업신여기다가 아니라 ‘사물의 존재 의의나 가치를 알아주지 아니하다‘이다.
그의 잘난 체를 알아주지 말자.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고 믿는 그의 곁을 무심하게 지나치라. - P198

분노나 불안이 감정을 압도할 때 거대한 자연이나 위대한 예술을 찾아 그 안에 깃들이면 안정감을 찾을 수 있다. 아주 오래 산, 나무와 돌, 우주의 별을 바라보면 내 머리를 쓰다듬고 어깨를 토닥이는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그 앞에 자신의 분노나 걱정거리 등을 내려놓으면 사소하게 만들어 날려버릴 수 있는 힘을 준다. 관점이 자신보다 더 크고 높은 것으로 이동함으로써 생각의 그릇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내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은 내가 처음 겪는 것도 아니고 나혼자 겪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묵묵하고 담담하며 고요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 P208

더불어 예술의 힘에 대해서는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했던 이 말이 크게 와닿았기에 그의 말을 전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려 한다.

문화예술 작품을 자주 접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는 다른 사람을이해할 수 있는 눈이 생기기 때문이다. 단지 예술에 의해서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외부에서 벗어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이 우주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물론 그들의 우주는 우리 것과는 다르고, 그 풍경은 달의 풍경만큼이나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로 있었던 것이다. 예술 때문에 자신만의 세계를 보는 대신, 우리는 세계가 다양하다는 사실, 그리고 독창적인 예술가들의 수만큼이나 많은 세계들이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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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꽃도 처음 보는 꽃이려닝와 서울 아이들도 자연에서 곧장 먹을 걸 취한다는 걸 알게 된 것도 그 꽃을 통해서였다. 잘 먹는 아이는 송이째 들고 포도송이에서 포도를 따 먹듯이 차례차례 맛있게 먹어 들어갔다. 나도 누가 볼세라 몰래 그 꽃을 한 송이 먹어 보았더니 비릿하고 들척지근했다. 그리고는 헛구역질이 났다. 무언가로 입가심을 해야 들뜬 비위가 가라앉을 것같았다.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우리 시골에서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 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입안에 군침이 돌게 신맛이, 아카시아꽃으로 상한 비위를 가라앉히는 데는 그만일 것 같았다.
나는 마치 상처 난 몸에 붙일 약초를 찾는 짐승처럼 조급하고도 간절하게 산속을 찾아 헤맸지만 싱아는 한 포기도 없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헛구역질을 하느라 그곳과 우리 고향 뒷동산을 헷갈리고 있었다. - P89

그러나 만약 그때 엄마가 내 도벽을 알아내어 유난히 민감한 내 수치심이 보호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민감하다는건 깨어지기가 쉽다는 뜻도 된다. 나는 걷잡을 수 없이 못된 애가 되었을 것이다. 하여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사는 동안에 수없는 선악의 갈림길에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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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밖에는 전송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그중에서도 할머니는 제일 작고 초라해 보였다. 그 초라함이 나를 잡아당기는것 같았다. 유리창이란 얼마나 신기한가할머니 눈에 눈물이 고이는 걸 말갛게 바라볼 수가 있었다. 나는 할머니에게 안겨 ‘아이고 내 새끼. 하고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며 따라 울고 싶었다.
나는 온몸으로 유리창에 달라붙었다. 얼굴만 얼음장에 눌리듯 사정없이 퍼졌을 뿐 한 치도 할머니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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