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만 소설의 등장인물 하나가 부르짖듯이, 국가사회주의와 스탈린주의의 핵심적인 공통점은 일정 집단의 사람들에게서 사람으로 여겨질 권리를 빼앗는 그들의 능력에 있었다. 따라서 유일한 답은 그것이 말도 안 된다고 외치는 일, 외치고 또 외치는 일뿐이었다. 유대인과 부농은 "사람이다. 그들도 사람인 것이다. 나는 이제 우리 모두가 사람임을 알았다." 이것은 아렌트가 ‘전체주의의 허구적 세계‘라고 불렀던 것에 저항하는 문학이었다. 그녀는 사람들이 떼지어 죽어간 까닭은 스탈린이나 히틀러 같은 지도자들이 부농이나 유대인이 없는 세상을 꿈꾸고, 실제의 세계를 자신들의 꿈에 맞춰 뜯어고치기로(완벽할 수는 없다 해도) 했던 데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이 죽는다는 일이그 도덕적 무게를 잃었다. 그 일이 비밀로 행해졌기 때문이라기보다, 그런 죽음은 마땅하다는 이야기에 오염되었기 때문이다. 죽은 자들도 인간으로서의 본질을 잃어버렸다. 그들은 진보라는 연극의 배우로 강제 동원되었고, 그 연극이 이념적 적의 저항을 받을 때도 아니 어쩌면 그런 때에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로스만은 이 세기의 시끄러운 소음에서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가려냈고, 끝없는 정치 논쟁 가운데 그들의 목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했다. - P681
소련과 나치 독일 모두에서, 유토피아는 비전으로 제시되고, 현실과 타협되고, 대량학살로 실행되었다. 1932년에는 스탈린이, 1941년에는 히틀러가 그렇게 했다. 스탈린의 유토피아는 9주에서 12주 동안 소련을 집단화하는 것이었다. 히틀러의 것은 그와 같은 시간에 소련을 정복하는 것이었다. 두 가지 모두 돌이켜보면 말도 안 되는 일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가지 다 큰 거짓말의 힘을 빌려 실행에 옮겨졌다. 심지어 실패가 명확해졌을 때조차 멈춰지지 않았다. 사람들의 시체는 정책의 견실함에 대한 증거물로 제시되었다. 따라서 히틀러와 스탈린은 둘 다 특정 형태의 폭군정치를 했다. 그들은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고, 자신들의 선택을 두고 적들에게 잘못을 뒤집어씌우며, 수백만 명의 목숨을 빼앗고는 자신들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또는 바람직하다고 입증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했다. 두 사람 다 유토피아를 뒤바꾼 형태를 제시했다. 다시 말해서, 원래의 유토피아가 실현 불가능하다고 판명되었을 때, 대량학살 정책을 ‘실질적인 승리‘로 대신 내세웠다. 집단화도 ‘마지막 해결책‘도, 무오류의 존재라고 내세워진 지도자를 지키기 위해 막대한 사람들의 희생을 요구한 것이라는 점에서 똑같았다. - P683
지역민 착취 도구가 비슷해 보이고 어떤 때는 아예 똑같기도 했지만, 두 체제는 서로 다른 미래 비전에 이들 도구가 복무하도록 했다. 국가사회주의 비전에서는 집단들 사이의 불평등이 본질적이고 바람직했다. 세상에 불평등은 당연히 존재한다. 부유한 독일과 가난한 소련이 그 예다. 그것은 더 늘어나야 한다. 한편 소련 시스템이 확장될때 다른 사람들도 소련식 평등을 얻도록 할 것이다. 그보다 더 극적인 계획이란 없고, 이미 충분히 극적이었다. 소련 시스템이 유목민을 만나면, 그들이 정착하도록 강제할 것이다. 농민을 만나면, 국가에 식량을 대도록 강제할 것이다. 여러 민족을 만나면, 그들 가운데 상층 계급을 제거할 것이다(흡수, 강제이주, 살육 등으로). 자족하고 있는 사회를 만나면, 소련 시스템을 모든 가능한 세상 중 최상으로 추구하게끔 강요할 것이다. 그 특별한 의미로 ‘내포적‘ 사회가 되도록, 독일이 그제국의 다수의 주민에게서 평등한 자격을 박탈했던 반면, 소련은 거의 모든 사람을 소련식 평등으로 끌어안았다. - P687
스탈린의 대계획에서, 농업 집단화는 소련을 공업국가로 바꾼다는의미가 있었다. 적어도 당시의 국경선 안에서 말이다. 집단화는 기근을 불러왔으며, 스탈린은 의도적으로 그것이 우크라이나에 집중되도록 했다. 이는 대공포에도 영향을 주었다. 대공포란 처음에는 외침 세력에 협조할 가능성이 있는 소외된 농민들을 대상으로 했던 것이다. 히틀러의 대계획은 다분히 정반대였다. 그는 국외 테러에서 시작했으며, 먼저 그가 소련 지도부에 속해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부터 치고, 그리하여 그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부터 하려 했다. 그리고 그는 집단농장을 활용해 독일에 잉여 농산물을 보급하려 했다. 장기적으로, 그는 독일인이 다스리고, 유대인은 없으며, 노예 상태가 된 슬라브인이 드문드문 있는 방대한 변방 제국을 건설하려 했다. 히틀러는 언제나 유대인 없는 유럽을 꿈꿨다. 그러나 그가 군사력으로 동방 식민 제국을 세우려는 꿈을 유지하는 이상 결코 수백만 명의 폴란드와 소련과 발트 삼국의 유대인들을 전멸시키지도, 통치하지도 못했다. - P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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