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가 처음 판매된 1994년부터 피해자 보상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기까지는 20여 년이 걸렸다. 수많은 사람의 건강과 삶을 망가뜨린 직접적인 가해자는 기업이지만, 정부와 전문가 집단, 언론에게도 책임이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왜 신속히 해결되지 못했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3단계로 나누어 살펴보려 한다. 사전 예방 단계인 1단계에서는 가습기 살균제를 시판하기에 앞서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우리 몸에 어떤 해를 입힐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정부 부처가 그 성분을 점검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했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 CMIT/MIT가 이미 미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화학물질이라는 이유로 인체 유해성 심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하지만 미국에서 CMIT/MIT는 공업 또는 산림 분야에서 살균용 농약으로쓰이는, 인체 호흡기에 유해하고 독성이 강한 물질이었다. 또한 환경부는 카펫 항균제와 목재 항균제로 각각 제조 · 신고된 PHMG와 PGH가 유독물질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산림과 공업, 카펫 세정 · 살균용 화학물질이 어떻게 사람에게 직접 노출되는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될 수 있었을까? 세정·살균용으로 허가된 화학물질을 인체 호흡기로 들이마시는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하려면 동물을 이용한 흡입 독성시험 자료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그 자료도 없고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채 판매되기 시작했다. 생활용품의 안전을 담당하는산업통상자원부는 일부 가습기 살균제에 제품이 안전함을 국가가 인증한다는KC마크를 부여하기도 했다. - P99
정부의 제도적 허점과 전문성이 결여된 판단만 문제가 된 것은 아니었다. 소비자의 안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기업의 행태가 곳곳에서 드러났다. SK 케미컬은 영업 비밀이라며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애경과 유통을 담당했던 이마트에 성분명과 물질안전보건자료를 제공하지 않았고, 애경과 이마트는 원료가 된 물질이 무엇인지, 소비자에게 안전한 물질인지 확인하지 않고 제품을 판매했다. - P100
문제 해결 단계인 2단계에서는 폐질환 사망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는 사실이 하루라도 빨리 밝혀졌어야 했다. 2006년부터 원인을 알 수없는 폐질환으로 사망한 어린이가 있다는 사실이 국내 학계에 처음으로 보고되었다. 2007~2008년에도 유사한 증상으로 어린이가 사망한 사례가 질병관리본부에 잇달아 보고되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결국 5년이 지나도록 질병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고, 피해자는 계속 늘어만 갔다. 폐질환은 바이러스 같은 세균, 유해화학물질, 생리적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이다. 하지만 국내 질병관리본부에는 유해화학물질에 의한 질환을 다루는 전담 부서가 없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처럼 유해화학물질에 의한 질환을 다루는 전문 부서가 따로 있었다면, 단기간에 원인을 밝혀내 피해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 P101
사후 조치 단계인 3단계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과의 관련성에 관한 정확한 규명, 가해 기업과 책임자 처벌, 피해 보상, 법적·제도적 보완을 통한 향후 대책 수립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사건을 덮기에 급급했고, 해당부처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으며, 언론은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해야 할 전문가들은가습기 살균제가 어떻게 폐를 손상시키는지, 호흡기 이외의 다른 장기에 나타난 부작용은 없는지, 폐질환 치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대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 결과 옥시는 외국에 독성 시험을 의뢰하고 대형 로펌에 법률 지원을 받으면서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과의 관련성을 부정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 P102
이러한 동서양의 아편 교역은 아편전쟁으로 이어졌다. 19세기 초 영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생긴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인도의 동인도회사를 거점으로 아편을 재배, 가공하여 중국으로 팔기 시작했다. 영국 상인을 통해 밀수된 아편은 청나라 부유층에서 하층계급까지 퍼져나갔다. 아편 중독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관련 범죄가 발생하는 등심각한 사회문제가 이어졌다. 이에 청나라 황제는 정부 관리 린저쉬林則徐를 파견해 아편을 몰수한 뒤 모두 폐기 처분했고, 마약 밀매상들을 홍콩으로 추방했다. 그러자 청나라에 아편을 수출해 많은 수입을 벌어들이던 영국은 청나라가 자유무역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아편전쟁을 벌였다. 영국의 실제 속셈은 전쟁에 승리해 중국 연안에 항구를 개방하게 하여 더 많은 아편을 중국에 파는 것이었다. 제1차와 제2차 아편전쟁은 청나라 조정의 부패 및 사회적 혼란으로 이미 승패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청나라 조정은 린저쉬를 전쟁 도발 책임자로몰아 면직시켰고, 아편 무역의 합법화를 포함한 치욕적인 난징조약을 맺었으며 이후 패망의 길을 걸었다. - P104
헤로인이 진통제로 널리 쓰인 처음 몇 년간은 부작용이 드러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헤로인을 투여받은 환자들에게서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중독 현상이 나타났다. 환자들은 정신착란, 호흡곤란, 환각, 구토, 금단현상, 망상, 균형 감각 장애 등의 심각한 증상을 보였다. 의사들은 증상이 악화되자 더 많은 헤로인 주사를 놓았고, 그 결과 더욱 심하게 중독되는 환자들이 생겨났다. 병원에서 헤로인을 투여받다가 중독된 사람들은 통증이 없는데도 계속 헤로인을 찾았다. 약을 끊지 못한 사람들은 중독 증상에 고통스러워하며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르기도 했다. 19세기 말에 강력한 진통제로 각광 받던 합성 마약 헤로인은 우리몸에서 어떻게 작용하기에 심각한 중독을 초래하는 걸까? 헤로인은기침, 설사, 수면 장애 등에서 나타나는 심한 통증을 억제하는 데 가장 강력한 약이다. 헤로인은 뇌 신경세포 표면에 있는 특이한 단백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신경세포의 통증 신호를 차단한다. 다시 말해 단백 수용체는 뇌 신경세포 외부의 신호를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데, 헤로인이 통증 신호 전달을 차단함으로써 통증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반면에 헤로인을 지속적으로 투여받다가 투여를 중단하면 정신착란, 불안, 무기력, 현기증, 불면증, 기억력 상실, 느린 맥박과 같은 금단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금단현상은 인간의 판단력과 행동을 조절하는 뇌의 도파민 수용체가 감소되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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