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머니의 영혼은 어디 있을까요? - 어느 영혼들처럼 자신을 위해 기도해 주는 자들을 찾아 떠돌고 있겠지. 어쩌면 나는 내가 지은 죄 때문에 미움을 샀는지 모르지만, 어쨌거나 이제 그런 걱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뭔지도 모르는 양심의 가책을 찾다가 지칠 대로 지쳤거든. 나는 끼니도 거른 채 괴로워했지. 내게 쏟아지던 욕설과 저주를 송두리째 감수했던 기억 때문에 밤새 지독한 고통에 시달렸어. 그러면 됐지, 이제 뭘 더………. 죽는날을 기다리며 주저앉아 있는데, 내 영혼이 간청하더구먼. 일어나라고, 질질 끌려 다닐망정 억척스럽게 살라고. 순간 나의 죄업을 씻어줄 수 있는 기적이 일어날 것 같기도 했지. 하지만 이미 삶을 포기했던 나는 "모든 것은 여기서 끝난 거야. 나는 더 이상 이런 삶을 끌고 갈 힘이 없어."라고 말한 뒤에 입을 열어주었지. 나의 영혼이 떠나는 순간, 나는 느꼈어. 심장에서 흘러나온 피가 손바닥에 떨어지는것을. - P93
그 여자가 죽고 난 후에 땅이란 땅은 죄다 황무지로 변했지. 돌보지 않고 내버려 둔 땅을 바라보는 것처럼 안타깝고 고통스러운 일도 없더구먼. 마을에 불길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지. 남자들은 목구멍에 풀칠할 만한 곳을 찾아 하나 둘씩 떠나가기 시작했어. 나는 꼬말라가 온통 "잘 있어요!"라는 작별의 인사말로 넘쳐나던 날들을 잊을 수 없을 거야. 사람들이 서로 헤어지는 모습이 꼭 무슨 잔치를 치르는 것 같았으니까. 남자들은 다시 돌아온다며 처자식은 물론이고 세간까지 맡기고 떠났지. 어쩌다 처자식을 데려가는 남자들도 있었지만, 돌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 다들 처자식은 고사하고 고향마저 잊어버린 것 같았고, 나처럼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은 뻬드로 빠라모가 죽는 날만 기다렸어. 그 양반이 죽게 되면 재산을 나눠준다는 약속 때문에 간혹 돌아오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지만, 해가 바뀌고 또 바뀌어도 그 양반은 죽지 않고 팔걸이의자에 앉아 있었어. 마치 광활한 메디아 루나 앞에 버티고 서 있는 허수아비처럼. - P113
‘당신은 마치 뚜깐 같아.‘ 그 사람이 나에게 말했어. ‘또 한 마리의 뚜깐 말이야. 당신은 밤의 어둠 속에서, 침실의 모포 속에서 나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잖아.‘ 하지만 그 사람은 떠나버렸지. 나는 다시 돌아왔어. 늘 다시 돌아오던 그 바다로, 바다가 밀려나고 있어. 내 발목을 적시던 바다가 저만치 밀려나고 있어. 나의 무릎과 나의 허벅지를 적시던 바다가, 보드라운 두 팔로 나의 허리를 안고 가슴을 어루만지던 바다가. 어깨까지 차오르며 목을 휘감던 그 바다가 멀리 밀려나고 있어. 나는 그 사람의 품속에 안겨 있어. 영원히, 나는 격렬한 소용돌이에 휩싸인 채, 온몸을 내맡긴 채 격랑의 물결 위를 떠다니고 있어. 나는 그 사람에게 말했지. ‘바다로 나가고 싶어요.‘ 그러나 그 사람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 나는 다음 날에도 바다에 있었어. 그 물결에 온몸을 내맡긴 채." - P134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다들 종소리에 홀린 듯 도처에서 몰려들고 있었다. 꼰뜰라, 아니 더 먼 곳에서 모여드는 사람들의 대열이 흡사 성지 순례 행렬 같았다. 그들중에는 곡마단이나 거리의 악사들도 끼어 있었다. 조문객이든 구경꾼이든, 하나 둘씩 모여든 사람들이 가까워지면서 무리를 지어 어울렸다. 그사이 장례식은 축제로 변하고 있었다.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축제로 이어지고 있었다. 종소리가 그쳤지만 축제는 계속되었다. 그들에게는 한여인의 죽음과 그녀가 죽는 순간까지 고통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납득시킬 수 없었다. 몰려든 사람들을 떠나도록 만들 방법 역시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 삶과 죽음은 별개 문제였다. 죽음은 이미 다른 일이었다. 오히려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들고 있었다. - P161
‘이제 새로운 밤은 찾아오지 않아. 그는 유령들로 가득찬 밤의 세계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유령들과 함께 땅속으로 묻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이제 곧 아분디오가 나를 찾아오겠지. 피투성이가 된 두 손으로 내가 거부했던 돈을 달라고 할 거야. 하지만 나는 그자를 피해 눈을 가릴 손이 없어. 그래서 그자가 하는말을 듣고만 있을 수밖에 날이 새면서 그자의 목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그자의 목소리마저 죽을 때까지.‘ 그는 누군가의 손길이 자신의 어깨를 어루만지고, 몸을ㅜ일으켜 세우는 느낌을 받았다. - 저예요.돈 뻬드로. 다미아나가 말했다. 점심을 이곳으로 가져올까요? - 아냐, 내가 가지. 지금 가고 있어. 뻬드로 빠라모는 그녀의 팔에 기댄 채 몸을 움직이려고 기를 썼지만, 몇 걸음도 걷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지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무슨 말을 중얼거렸지만, 입 밖으로 토해 내지 못한 채 쓰러지고 있었다. 땅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돌무더기처럼 허물어지고 있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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