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제너는 자신의 아들을 포함한 23명에게 우두접종법을 실험했고, 마침내 1798년 우두 접종법이 천연두를 예방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논문에서 제너는 처음으로 우두접종법을 ‘백신 vaccination‘으로 명명했다. 19세기 말까지 천연두 예방을 위해 우두접종법과 인두 접종법이 모두 사용되었다. 특히 의사들은 인두 접종을 위해 진료 가방에 천연두에 걸렸던 사람의 피부 딱지를 가지고 다녔다. 천연두에 걸린 가족을 구하기 위해 편지 봉투에 피부 딱지를 넣어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피부 딱지가 아버지에게 빨리 도착하기를. 어제 아기의 팔에서 떼어낸 신선한 천연두 피부 딱지라서 또다시 잃어버리면 안 돼요. 이 정도면 열댓명은 충분히 접종시킬 수 있어요." 1876년 대도시에 거주하던 아들이 시골 마을에 사는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제너는 우두 접종의 효과를 논문으로 입증했으며, 백신을 무상 공급하고 우두 접종법을 전파하는 데 기여했다. 그는 우두 접종법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백신을 개선하여 더 많은 사람이 접종받을수 있도록 노력했다. 1840년 영국 정부는 백신법을 제정해 위험 부담이더 높은 인두 접종을 금지하고 백신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의무적으로 백신을 사용하도록 법을 개정했고, 이로써 근대적 의미의 예방접종이 탄생했다. 제너의 업적은 100년 뒤 루이 파스퇴르가 광견병과 탄저병을 예방하는 진보된 개념의 백신을 개발하는 길을 열어주었다. - P146
역사 이래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천연두 바이러스의 마지막 운명은 어떻게 될까. 1980년 천연두 바이러스가 사라진 뒤, 세계보건기구는 1993년을 끝으로 세계 모든 연구소에 남아 있던 천연두 바이러스 물질을 폐기하고 미국 질병예방센터 cdc와 러시아 벡터 VECTOR 연구소, 두 곳에만 보관하도록 했다. 그러나 천연두 바이러스가 이 두 장소에만 존재할 것이라고믿는 과학자들은 거의 없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저온에서도 생존할수 있기 때문에 어느 실험실 냉동고에 숨어서 잠자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개발도상국들은 불의의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천연두 바이러스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없앨 것을 주장해왔다. 천연두 바이러스를보유한 두 나라 가운데 러시아는 천연두 바이러스를 대량으로 만들수 있는 시설을 갖췄고 탄도미사일에 바이러스를 실은 생물학 무기로 적을 공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미국은 바이러스 연구를 위해서라도 천연두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면 안 된다며 세계보건기구를 압박하고 있다. - P150
비엔나 병원 산부인과 의사 이그나츠 제멜바이스 Ignaz Semmelweis는13년 동안 산욕열로 사망한 산모의 사망률을 조사했는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의사들이 관리한 제1병동의 사망률은 16%였는데, 조산원들이 담당했던 제2병동의 사망률은 2%에 불과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무릎을 꿇고빌면서 의사들이 관리하는 제1병동으로 보내지 말아달라는 산모가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와는 별개로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출산한 여성은 산욕열 발생률 자체가 매우 낮았다. 제멜바이스는 왜 사망률에 차이가 나는지 면밀히 관찰했다. 그는제1병동 의사들이 매일 아침, 전날 사망한 출산 여성의 시체를 부검하는 반면에 제2병동의 조산원들은 시체 부검은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루는 동료 의사가 시체를 부검하던 중에 손에 상처를입고 패혈증으로 사망했는데 산욕열로 사망한 여성의 발병 원인, 경과와 놀랍도록 비슷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갑자기 산욕열에걸린 여성과 내 동료는 같은 이유로 사망했으리라는 생각이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의사들이 시체를 해부하고 절개했던 손과 손가락으로 분만을 도우면 죽음의 독소가 출산한 여성의 생식기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제멜바이스는 의사들이 병동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염소 액체 소독약으로 손을 소독하도록 했다. 그러자 사망률이 2%로낮아졌다. - P153
1955년 요오드 소독제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요오드와 다른 화학성분을 결합시킨 포비돈 요오드가 개발되었다. 포비돈 요오드는 요오드가 천천히 분해되어 피부나 점막에 자극이 적으며 피부에 착색되지도 않는다. 머큐로크롬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포비돈 요오드를 ‘빨간약‘이라고 부르지만 포비돈 요오드의 실제 색깔은 갈색이다. 베타딘이라는 상표로도 잘 알려진 이 약은 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를 죽이는 살균 작용이 뛰어나다. 손 소독제에는 7.5~10%의 포비돈 요오드 용액이 들어 있는데, 특이하게도 농도가 낮아질수록 살균 효과가 높아진다. 지난 180여 년 동안 많은 병원과 가정에서 요오드 소독제를 사용해왔지만 요오드에 죽지 않고 내성을 갖는 세균은 발견된 적이 없다. 여기서 소독제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좋은지 그 기준을 엿볼 수 있다. 소독제는 다양한 병원성 세균 및 바이러스를 빠르게 죽이는 반면에, 사람에게 해가 없어야 하며, 물에 잘 녹아야 한다. 특히 몸에 직접 바르는 소독제는 자극적이지 않고 악취가 없으며 사용법이 간단할수록 좋다. - P158
2015년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항생제 소비 수준은 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감기나 독감에 걸려 병원에 가면 흔히 항생제를 처방한다.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미국 질병관리본부 자료에따르면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미국에서도 3분의 2가 넘는 환자가 항생제를 불필요하게 처방받았다. 기침, 콧물, 목이 아픈 감기나 독감은 바이러스가 주요한 원인이기 때문에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가아니면 항생제는 필요하지 않다. 항생제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기 위한 약이지 감기나 독감 바이러스를 낫게 하는 약이 아니다. 병원은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을 줄이고, 정부는 항생제사용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 항생제 사용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세워 내성균이 나타날 위험을 줄여야 한다. 또한 매년 독감 백신을 맞고 손을 자주 씻으며 마스크를 써 독감을 예방하는 것도 불필요한 항생제사용을 줄이는 방법이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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