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Alfred NorthWhitehead 또한 이와 비슷한 논리를 역설했다. "많은 책들과 유명인사들의 연설에서 반복되는 문구 중에 한 가지 잘못된 것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 반대가 맞는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별다른 생각 없이 해낼 수 있는 주요 기능들이 늘어날수록 문명은 발전한다.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상징과 기호를 통해 다른 사람의 지식을 이용한다.
- P81

시장 신호(시장가격 체계 또는 가격 신호)가 나타나지 않으면, 사회는 희소 자원을 적절하게 분배하는 능력을 상실한다. 왜냐하면 앞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집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지 아무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실제로 의도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사회의 이익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 나는 공공연하게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사람들이 실제로 공공선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 또는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 P82

비록 스미스가 부를 증가시키는 비밀을 밝혀냈다고 자신했지만, 그것이 보편타당한 진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노동분업에 몇 가지 결함이 있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비용과 이익보다이 결함에 더 주위를 기울였다. 그의 첫사랑이 도덕 철학이었다는 것을 상기하자. 물리적 환경이 인간의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던 스미스는 일관 작업이 노동자들의 지능과 정신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평생을 몇 가지 단순 작업을 하며 보내는 사람은, 비록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지만 (•••) 자신의 지력(智力)을 발휘하거나, 어려운 작업을 손쉽게 하기 위한 방법을 고안하고자 하는 등의 기회를 갖지 못한다. (•••) 자연히 그는 머리를 쓰는 습관을 상실하게되고, 그리고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지능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렇게 노동자들에게 온정적이었던 스미스는 노동분업에 따른 대중의 우둔화 경향을 치료하기 위한 방편으로 공교육 public education 을 제안한다. 왜냐하면 노동자들이 교육을 받음으로써 육체노동을 하면서도 정신을 수양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이렇게 말했다. "공교육은 매우 적은 비용으로 거의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기본 교육을 받아야할 필요성을 이해시키고, 격려하며, 심지어는 강제할 수 있다."
- P85

그럼, 이제 <국부론>을 요약해보자. 애덤 스미스는 노동을 경제성장의 주요 엔진으로 보았고, (1) 노동력 공급이 증가할 때, (2) 노동이 분화될 때, (3) 새로운 기계의 도입으로 인해 노동의 질이 상승할 때 경제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 아이디어와 발명이 계속해서 상상력을 자극하고 자유로운 교역이 허용되는 한, 경제는 꾸준히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성장으로 일반 국민들이 높은 생계 수준을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태생의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 Paul S. Samuelson 은 스미스의 성장 이론을 현대 수리경제학의 수리 기법 mathermatical techniques 을 동원해 재조사했다. 밀턴 프리드먼과 걸핏하면 논쟁을 했던 그는 이 과정에서 만일 "계속해서 발명이 이뤄진다면 (•••) 이윤율과 실질 임금 수준은 평균적으로 생계 수준을 상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새뮤얼슨은 "애덤 스미스가 오늘날 시행된 사후 검사를 성공적으로 통과한 것이 기쁘다"고 선언했다. - P86

벤저민 프랭클린이 미국에서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맬서스는 인구가 25년마다 2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인구는 그가 예상한것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맬서스는 좀 더 급진적인 사례를 인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온건한 쪽을 선택했다. 프랭클린은 15년 만에 인구가 2배로 증가한 마을도 있다고 보고했다! 비록 프랭클린이 제공한 자료에는 식량 공급에 관한 자료는 들어있지 않았지만, 맬서스는 식량 생산이 결코 인구 증가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어렵지 않게 내렸다. 맬서스는 인구가 억제되지 않을 경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할뿐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 P111

맬서스는 이렇게 말했다.

기근은 자연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마지막이자 가장 치명적인 수단처럼 보인다. 인구 성장률은 지구상의 인구를 부양하는 데필요한 식량을 생산하는 지력(地), 즉 생산력을 뛰어넘기 때문에 인류는 어떤 식으로 든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자체적으로 인구를 조절할 수 없는 인류의 결함이 인구를 감소시키는 최적의 수단이 된다. 그것은 인구 감소의 특명을 받은 대규모 학살 부대의 선봉장이며, 자체적으로 이런 무시무시한 임무를 완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이것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다음으로 유행병, 페스트, 그리고 역병 등 지원 부대가 맹렬한 속도로 진격해 수천수만의 목숨을 일순간에 앗아간다. 이것으로도 임무가 완수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기근이 불가피하게 뒤따라 일어나고, 따라서 인구는 단번에 식량 생산량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 P116

맬서스는 자연의 엄격한 견제에 의해통제되는 인구 성장이 임금을 최저 생계 수준으로 유지시킬 것이라는 예견했다. 만일 임금이 상승하면, 노동자들은 더 많은 아이를 낳을 것이고, 그 결과 식량 부족이 뒤따르면서 생계 수준이 자연적으로 하락할것이다. 물론 임금도 다시 최저 생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는 이런 악순환이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P117

맬서스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몇 가지 흐름을 놓쳤을 뿐만 아니라 몇가지 분명한 통계학적 실수를 범했다. 사소한 실수이기는 하지만, 맬서스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제공한 인구통계조사 자료에서 미국의 인구 증가율이 해외에서 유입되는 이민자 수와 본토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수를 구분한 것인지 사전에 확인하지 않았다. 다른 말로, 맬서스는 이 둘을 분명하게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뭉뚱그려 계산함으로써 이미 미국 본토에 정착한 영국의 어머니들이 뉴욕 항을 통해 입국하는 네덜란드계 이민자들의 자식까지 낳고 있는 치명적인 계산상의 실수를 범했다. 자신이 범한 이런 통계학적 실수는 까마득히 모른 채, 프랭클린이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미국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영국 어머니들이 엄청난 속도로 아이들을 낳고 있다고 간주했던 것이다. 아마 그는 영국 어머니들이 다른 일은 하지 않은 채 별다른 고통 없이 평생 아이만 낳는 기계 장치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보다 더 결정적인 실수는 맬서스가 의학의 발전, 농업 혁명, 그리고 산업혁명의 시작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이런 실수는 그를 족집게 예언가에서 거짓말쟁이 점쟁이로 추락시켜버렸다. - P125

그렇다면 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 않았을까? 경제학자들은 ‘인구 변천 demographic transition‘(또는 인구학적 추이에 네 가지 단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첫 번째 단계인 전산업 사회에서는 높은 사망률이 높은 출산율을 상쇄함으로써 인구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했다. 두 번째 단계, 즉 초기 산업 사회에서는 보건 위생의 발전으로 사망률이 감소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출산율이 높아졌으며, 그 결과 인구가 빠르게 증가했다. 맬서스가 바로 이 시기에 인구 자료를 수집했고, 그것을 토대로 인구 변화를 예측했기 때문에 잘못된 예측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도시화와 교육이 출산율을 낮추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했다. 이렇게 사망률도 계속 떨어지고 출산율도 떨어지면서 인구는 완만한 성장 곡선을 그렸다.
마지막으로 사회가 완숙 단계에 이른 네 번째 단계에서는 성공적인 산아 제한과 맞벌이 부부의 등장으로 자녀를 많이 두려고 하지 않으면서 인구가 안정된 수준을 유지한다. 마르크스는 역사라는 기차가 굽은길을 돌때마다 모든 지식인들이 차장 밖으로 튕겨져 나간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맬서스는 첫 번째 단계와 두 번째 단계는 직접 목격했지만, 세번째 단계와 네 번째 단계는 보지 못했다. 그가 그려 놓은 인구 예측 도표에서 수치가 떨어졌을 때, 그는 벌써 기차 밖으로 튕겨져 나온 상태였다. - P127

그럼, 이것이 경제학자들은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면서 환경오염이나 저개발 국가들의 식량 부족 문제를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 두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까? 그렇지 않다.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일단 경제학자들이 인정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오염문제가 애덤 스미스의 단순 모델(자유시장 또는 보이지 않는 손에서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경오염을 기업의 생산 활동, 즉 생산비용의 일부라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기업의 생산 활동에서 초래되는오염이 노동 비용(임금)이나 기계의 감가상각 또는 지대와는 어떻게 다를까? 기업은 이들 비용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지불한다. 즉, 그것들은 기업의 생산 활동에서 ‘본질적 internal‘이다.
하지만 기업은 자신의 생산 활동에서 비롯하는 오염에 대해서는 어떠한 비용도 지불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 전체가 오염된 공기를 들여마심으로써 지불하는 ‘비본질적인 external‘ 요소다. 그럼 이로 인해 초래되는 결과는 무엇일까? 환경오염이 생산비용으로 산정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보다 낮게 책정되고, 따라서 기업은 같은 비용으로 더 많은재품을 생산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이 적정량의 제품을 생산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통상적인 생산비용외에 환경오염 비용까지 그것에 포함시켜 환경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도록 강제해야 한다. 이것을 위해 경제학자들은 자주 환경세 taxes on pollution (공해세라고도 함)를 도입할 것을 주장한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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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속에서는 기억하고 싶은 마음과 잊고 싶은 마음이 이미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몇 달 후 루카는 슬픔에 잠겼던 처음 며칠을 낭비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가끔씩 후회할 것이다. 슬픔이 자신을 관통해서 더 철저히 무너졌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잊어버리는 일이 고정되고 습관이 되면서 자신이 아빠를 배반했다는 기분이 들기때문이다. 아빠의 왼쪽 눈썹 위에 있던 사마귀, 거칠고 작은 컬로 이뤄진 곱슬머리, 웃음소리, 밤에 루카의 침대에서 함께 책을 읽을때 머리에 닿던 까끌까끌한 턱, 나중에 루카는 아빠와 관련된 이런 세세한 기억이 지워진 이유는 자신이 비겁해서라고 오해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은 이런 미래를 전혀 모른다. 지금 무슨 일을 하든 점점 기억이 상실되는 것을 피할 수 없으며 이는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도 모른다. 지친 루카는 기억을 밀쳐내고 쫓아버린다.
그러고는 마음속으로 나이로비, 토론토, 홍콩의 지리학적 특성을다가 이내 엄마의 무릎 위에서 부드럽게 코를 곤다.
- P256

레베카가 털어놓은 사연을 들으면서 루카는 이것이 모든 난민의 공통점이고 그들을 연대하게 만드는 요소임을 깨달았다. 비록 떠나온 나라와 환경은 다 달라서 누구는 도시에서 살았고, 누구는시골에서 살았고, 누구는 중산층이고, 누구는 가난하고, 누구는 고학력이고, 누구는 문맹이고, 누구는 살바도르인이고, 온두라스인이고, 과테말라인이고, 멕시코인이고, 마야인일지라도 다들 힘든 사연을 기차 위에 실은 채 엘 노르테로 향한다. 레베카처럼 믿어도 될만한 사람을 만나 자기 사연을 조심스럽게, 한두 명에게만 털어놓으며 기도하듯이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터진 수류탄처럼 사람을 만날 때마다 자신의 괴로운 사연을 털어놓고 고통을 파편처럼 날리는 사람도 있다. 그리하여 어느 날에는 불현듯 자신의 짐이 가벼워졌음을 깨달을 수도 있다. 루카는 그렇게 터지면 어떤기분일지 궁금하지만 지금은 불발탄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공포는 마음속에 단단히 밀봉하고 안전핀은 제자리에 꽉 고정한 채로. - P275

"너희들에게 과달라하라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구나." 남자는 미소를 짓고, 자신을 바라보는 루카와 눈이 마주친다.
덩치가 어찌나 큰지 저 마체테를 이쑤시개로 쓸 수 있을 듯하다.
루카는 겁을 먹고 다시 엄마 옆으로 간다. "아저씨 이름은 다닐로야. 너희들 목적지가 어디든 거기 도착해서 일자리와 좋은 집을 구하고, 잘생긴 미국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아서 살다가어느 날 할머니가 되어서 손자를 재우려고 침대에 눕혔을 때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렴. 옛날 옛날에 과달라하라에서 다닐로라는 좋은 아저씨를 만났고, 아저씨가 너와 함께 걸어주었고, 얼간이들이 얼씬도 못 하도록 마체테를 휘둘렀다고."
그 말에 레베카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린다. - P307

리디아와 루카 그리고 솔레다드와 레베카는 앞으로 가능한 한 함께 여행하자고 입 밖으로 내어 말한 적은 없지만, 네 사람 모두본능적으로 그렇게 합의했다고 받아들인다. 이번 여행에서는 어찌나 많은 일이 터지는지 1시간이 1년 같지만 단지 그래서만은 아니다. 트라우마에서 비롯되는 유대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을 함께한다는 연대감 때문이다. 시련과도 같은 이 여정과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 늘 그들을 따라다니는 공포, 그들을 잠식하는 슬픔과 피로를 다른 사람은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들에게는 계속 북쪽으로 가야 한다는 공동의 결의가 있고, 그것이 그들을 하나로납땜해버려서 이제는 가족이나 다름없다.  - P341

기차에서 내린 그들은 무작정 달린다.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생각해서가 아니라 도망쳐도 소용없다는 생각과 싸우기 위해서다.
공포심에 내몰려 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잡히면 여기까지 힘들게 계속해온 전진이 급격히 끝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했던 모든 고생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이제 최선의 결과는 직분에 충실한 요원에게 잡히는 것이다. 그들을 억류하고 조사한 다음, 그들의 여행 전부를 지워버리고 원점으로 돌려보낼 사람. 그것이 최선의 결과다. 반면 이 체포는 행정 업무가 아닐 수도 있다. 그들을 조사하고 지문을 채취하고 집에 돌려보내려고 대기 중인 요원은 아무도 없을지 모른다. 대신 이 체포는 훨씬더 악랄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납치나 고문, 금품 강탈, 손가락을 자르고 사진을 찍어서 미국에 있는 가족에게 협박 문자를 보내는 범죄로 가족이 돈을 보내지 않으면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어갈것이다. 이런 사연은 들판의 바위처럼 흔하다. 이걸 모르는 난민은없다. 그래서 모두 달린다. -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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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가끔 짧게 정차하기도 하고 가끔은 한 시간 혹은 그 이상 정차하기도 한다. 그동안 난민들은 숨을 죽인 채 몸은 잔뜩 긴장하고 감각을 활짝 열어둔다. 그들 밑의 빈 차량에서 화물을 싣고 내리는 일꾼들 너머로 다른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지 주위를 샅샅이 살핀다. 가끔은 일꾼들이 기차가 떠나기 전에 기차 지붕으로 간식거리를 던져주거나 근처 호스로 물통을 채워준다. 또 가끔은 난민들을 도와주지 말라는 경고라도 받았는지 기차 위에 있는 난민들이 안 보인다는 듯이 행동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마치 미리 연습이라도 한 듯이 다들 안 보고 안 보이는 척한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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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시대에 신학자들은 구원 이외에도 세속적인 경제 문제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가톨릭 교단의 스콜라 신학자들은 시장의 정의와 도덕 문제를 두고 고민했다. 특히 그들은 ‘공정 가격just price‘이라는개념을 고안했고, 고리대금업에 대해 교회의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구약이 같은 동족끼리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금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세의 신학자들은 이자를 위험, 기회비용, 인플레이션, 불편 등 여러 다른 요소로 세분화하면서 고리대금업을 금지하는 계율에 흠집을 내고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어 내기 위해 애썼다.  - P41

†공정 가격 또는 가격의 공정이라는 개념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이것을 체계화 한 것은 토마스 아퀴나스 Thoma Aquinas 다. 아퀴나스는 신학대전 Summa Theologica)에서 인간 관계를 지배하는 것은 정의(正義) 또는 공정 이므로 교환에 있어서도 중용에 의한 정의의 가격, 즉 공정 가격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정의 또는 공정이란 ‘분배적 정의‘와 ‘유통적 정의‘를 뜻하며,
교환에 있어서 공정 가격을 지배하는 것은 유통적 정의다. 정의의 일반적 형태는 균등이며, 따라서 교환은 등가 원칙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가치 이상으로 판매하거나 혹은그 이하로 매입하는 것은 부정이자 불법이며, 가치와 일치하는 경우에만 공정한 가격이다.
그러나 이것이 이윤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윤은 필요하고 도덕적인 목적을 위해 쓰이면 무방하다. 또, 이윤은 노동과 비용을 보상하는 경우에만 정당한 것이다. 공정 가격은 이윤 추구만을 목적으로 한 투기를 막고 상거래를 정착시키기 위해 자연법적 사상에서 도출된 가격 이론이다. - P41

스미스는 사람들이 이기적이라면, 각각의 마을과도시, 즉 사회 전체는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 이론가인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 가 (리바이어던 Leviathan>에서 묘사한 사악한 자연 상태와왜 닮지 않았는지, 왜 혼란스러운 상태에 놓여있지 않은지 스스로 물으면서 이런 역설과 씨름했다. 홉스는 인간의 삶은 정부가 출현할 때까지는 "고독하고, 가엽고, 역하고, 잔인하며, 짧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마침내, 스미스는 한 가지 그럴듯한 대답을 찾아냈다. 그는사람들이 도덕적 선택의 순간에 맞닥뜨렸을 때, 그들은 그것에 대해 주의 깊게 생각하고 충고하는 ‘공평한 관찰자 impartial spectator‘를 마음속으로 상정한다고 생각했다. 즉, 그들은 단지 자신의 사리만을 추구하는것이 아니라 관찰자를 상정하고, 그의 의견을 묻고, 충고를 받아들인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은 이기심이 아닌 동정심에 기초해 도덕적 선택과 판단을 내린다. - P56

애덤 스미스가 인간의 본성에서 발견한 중요한 자연적인 충동 또는
‘성향propensities‘이 그의 분석 토대이자 고전파 경제학의 기초를 이룬다. 첫 번째, 스미스가 발견한 인간의 자연적 충동 또는 성향은 모든 인간은 지금보다 더 잘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인간이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하는 욕구. 다시 말해, 비록 공공연하게 들어 내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를 줄곧따라다니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어떤 변화나 발전을 바라지 않을 만큼, 자신의 주어진 상황에 한 순간이라도 완전하고 완벽하게 만족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두번째, 스미스가 발견한 인간의 자연적 충동 또는 성향은 "인간의 본성이 갖는 분명한 성향은 (•••) 자신이 가진 것을 다른 사람의 것과 교환하고, 교역하고, 거래하고자 하는 것이다. (•••) 이것은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인 성향이다."
스미스는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인간의 자연적인충동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이기적인 인간들 또는 인간의 이기심을 억압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기심은 풍부한 천연자원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인간의 자비나 이타심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다보면, 사람들은 바보가 되고, 국가는 빈곤해질 수있다. 스미스는 인간은 항상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무작정 타인의 자비만을 기대하는 것은 헛된 바람이라고 주장한다.  - P65

스미스는 <국부론>의 한 유명한 구절에서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사회 전체가 번영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얼핏 들으면 다소 모순되게 들리지만, 잘 들어보면 정말 그럴듯한 말이다. 즉, "그는(•••) 공익을 증진시키려는 의도도, 자신이 그것을 얼마나 증진시킬 수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 그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할 뿐이며, 그리고 이런 경우에, 다른 많은 경우에서처럼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목표를증진시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린다." 이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은 애덤 스미스 경제학의 뚜렷한 상징이 된다.
그렇다고 스미스가 자신의 주장을 모두 이런 보이지 않는 유령에게 맡긴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손은 사회적 조화를 이끌어내는 진정한 지휘자, 즉 자유시장을 상징한다. 20세기에 그 누구보다 자유시장 질서를 옹호했던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철학자인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 Friedrich von Hayek 는, 만일 시장 제도가 자연스럽게 등장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아마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으로 칭송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시장 경쟁은 한 이기적인 인간이 아침에 일어나 창밖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원료를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이 원하는 것을 생산하도록 인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만큼이 아니라 이웃이 원하는 만큼 생산하고, 자신이 꿈꾸는 가격이 아니라 이웃이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가격에 판매한다. 즉, 자유시장에서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동으로 사회 전체가 번성할 수 있다. 애덤 스미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 P67

 다행히 그는 단 두 글자, 즉 ‘노동분업division of Labor‘이라는 명쾌한 답을 제시했다. 스미스는 노동분업에 대해 매우 논리적이고 경험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핀pin‘ 공장을 예로 들어 경험적인 분석과접근을 시도했는데, 이것은 경제사상사에서 가장 유명한 비유 중 하나로 남아 있다.

핀 제조업에 관해 (•••) 교육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 아무리 노력해도 하루에 핀 20개는커녕 단 1개도 만들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핀 제조업이 운영되는 방식을 보면, 작업 전체가 하나의 특수한 직업일뿐만 아니라 그것이 다수의 부문으로 나뉘어 있고, 그것이 또한 각각 특수한 직업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한 사람은 철사를 잡아 늘리고, 다른사람은 그것을 곧게 편다. 그러면 세 번째 사람은 그것을 자르고, 네 번째 사람은 끝을 뾰족하게 만들고, 다섯 번째 사람은 핀 머리를 붙이기 쉽게 다른 쪽 끝을 갈아낸다. 핀 머리를 만드는 데도 두세 가지 다른 공정이 필요하다. 핀 머리를 핀에 올려놓는 것과 이렇게 만들어진 핀을 표백하는 것도 각각 특수한 작업이다. 심지어 완성된 핀을 포장하는 것도 하나의 직업이다. 이런 식으로 핀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약 18개의 공정을거쳐야 한다. 어떤 공장에서는 이 세분화된 공정을 한 사람씩 각각 분담해서 하는 곳이 있다. (•••) 나는 이런 공정을 열 사람이 나누어서 하는 작은 공장을 견학한 적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한 사람이 (•••) 하루에 [평균]4,800개의 핀을 생산했다. 그런데 만일 그들이 이 모든 공정을 혼자서 독자적으로 한다면, 그리고 핀 제조업에 대해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하루에 핀 20개는커녕 단 한 개도 만들지 못할 것이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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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실에서 가치가 나올 수 없다‘라는 지적은 의미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동물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해도 그런 이해가 나를 자동적으로 채식주의자로 변하게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로 살아가겠다는 결정은 어떤 결단을 필요로 하는 것이며, 이는 사실의 영역이 아니라 당위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사실이 100퍼센트 당위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실을 알게 되면 일단 바뀔 수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사실이나 가치가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보는것은 우리의 일상과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 사실과 가치는 그 연결이 느슨하거나 팽팽한 정도의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우리의 삶 속에서, 마치 동맥과 정맥이 모세혈관을 통해 연결되어 있듯이 미세한 연결망들을 통해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사실만의 세상에서 살아가지 않듯이, 가치만의 세상에서 살고 있지도 않다. - P323

저항이 없는 그 공간은 갈릴레오의 머릿속에 있었다. 그의 위대함은 그가 이러한 공간을 창조해냈다는 데 있다. ‘우리 주변엔 없지만 우주에 있을 수 있다. 지구가 태양을 계속 도는데 왜 계속 돌까? 저항이 없기 때문이다. 우주엔 저항이 없기 때문에 계속 도는 것이다. 멈추지 않고, 그래서 지구엔 없을지 몰라도 저항이 없는 공간이 우주엔 존재한다. 우리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추상화된 공간을 먼저 이해하고, 그곳에서 만족하는 법칙을 만들어내고, 일상에서는 그 법칙을 변형하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식의 논증이 갈릴레오식의 논증이다.
정리해보자. 갈릴레오는 관성의 법칙이나 자유낙하의 법칙을 발견한 것이 아니다. 이런 법칙은 자연에서 찾아질수 없다. 그는 마찰이 없는 평면, 저항이 없는 공간을 상상함으로써 이런 법칙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갈릴레오는 자신의 법칙이 만족되는 상황을 창조해낸 것이다. 이 부분에서 갈릴레오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다. 그의 물리학은 자연에 있는 법칙을 그냥 반영한 것이 아니라, 자연의 규칙이나 법칙이 드러날 수 있는 공간을 창의적으로만든 결과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의 일이 예술가들이 하는일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P333

과학 논문이 과학적으로 얼마나 옳은가를 검증하는 것은 과학자들이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대중문화에 나타난 과학이 얼마나 옳은가, 그것만을 지적하는 것은 문화를 마치과학에 종속된 것인 양 생각하는 잘못된 태도이다. 괴물이라는 새 생명을 만들어내는 일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프랑켄슈타인 같은작품은 과학적으로 틀렸고 따라서 가치가 없다고여기는 것은 실로 오만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그보다는 과학의 일부가 녹아든 대중문화가 대체 세상에 대해서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작가는 이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했는지, 이것이 세상에 대한 우리의 통찰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는일이다. 더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할 때, 과학은 우리의 문화에 더 튼튼하게 뿌리내릴 것이다.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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