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입장의 지혜로움은 진정한 교양은 완전성을 지향해야 하며 국소적인 지식의 축적으로 환원될 수 없다는 전제 하에, 전체라는 관념에중요성을 부여한다는 데 있다. 더욱이 그러한 전체성의 추구는 개개의책을 다른 눈으로 보게 한다. 책의 개별성을 넘어 그 책이 다른 책들과맺는 관계들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진정한 독자라면 바로 그 관계들을 파악하고자 해야 한다는 것을무질의 사서는 잘 이해했다. 그래서 그는 다른 많은 동료들처럼 책들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책들에 관한 책들에 관심을 갖는다. - P29

교양을 쌓은 사람들은 안다. 불행하게도 교양을 쌓지 않은 사람들은 모르고 있으나, 교양인들은 교양이란 무엇보다 우선 ‘오리엔테이션‘의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교양을 쌓았다는 것은 이런 저런 책을 읽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전체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줄 안다는 것, 즉 그것들이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고, 각각의 요소를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 속에 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내부는 외부보다 덜 중요하다. 혹은, 책의 내부는 바로 책의 외부요, 각각의 책에서 중요한 것은 나란히 있는 책들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P31

이런 식으로 해서 어떤 책은 우리 인식의 장으로 들어오는 즉시 낮선 책이 아니게 되며, 그 책의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해도 그 책을꿈꾸거나 그것에 대한 토론을 하는 데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 호기심과 교양을 갖춘 사람은 책을 펼쳐보기도 전에, 책의 제목이나 표지를 한 번 흘깃 보는 것만으로도 일련의 이미지와 인상들을 떠올리게되며, 이 이미지와 인상들은 일반 교양이 책들 전체에 부여하는 표상의 도움을 받아 곧 최초의 견해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책을그런 식으로 극히 일과적으로 만났을 뿐 영원히 그 책을 펼쳐보지 않는다 할지라도 비독서자에게 그 만남은 진정으로 그 책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단초가 될 수 있으며, 그렇게 볼 때 처음 만나는 순간 곧바로 낯선책이라는 지위를 잃게 되지 않는 책은 없는 것이라 할수 있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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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복잡성 이론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패러다임 중 하나인 ‘혼돈의 가장자리 (edge of chaos)‘에 대해 생각해 보자. 자연 세계에는 크리스털 결정과 같이 완벽한 내적 질서를 함유하고 있어서 더 이상의 변화가 생겨날 수 없는 체계들이 존재한다. 반면 끓고 있는 물과같이 질서를 찾아보기 힘든 혼돈계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가장 빠르게 진화할 체계는 양극단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하게 되는데 정확히말하면 혼돈의 가장자리에 위치하게 된다. 혼돈의 가장자리에 놓인이 체계는 질서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작은 집단 속에서나 단독으로 쉽게 변화될 수 있도록 느슨하게 연결된 부분들을 그 속에 포함하고 있다. - P171

그때가 되면(나는 그때가 오리라 믿는다.) 우리는 생물학에 관해 참된 이론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론은 현대 생물학에 넘쳐나는 상세한 묘사들과는 질적으로 다를 것이다. 그 원리들은 인간의 마음과 행동 그리고 생태계를 탐구하는 데 가속 페달의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그중 생태계는 개체들로 구성된 가장 복잡한 체계이기 때문에 연구자들을 꽤나 괴롭힐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분자와 원자를 일일이 시뮬레이션해 보지 않고도 살아 있는 개체를 완벽하게 재편할수 있는 일반적 조직 원리가 존재하는가? 둘째, 이 동일한 원리가 마음과 행동 그리고 생태계에도 적용될 것인가? 셋째, 물리학과 수학의 관계처럼 생물학의 자연 언어로 기능할 만한 수학이 존재하는가? 넷째, 올바른 원리가 발견된다 하더라도 원하는 모델에 그 원리를 적용하려면 얼마나 상세한 사실 정보가 필요한가? 이 모든 문제들에대해서 오늘날 우리는 마치 어둠 속에서 안경을 끼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성경적 예언이 성취되는 ‘그날‘이 오면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을 직접 대면하게 될 것이고 아마도 이 난제들에 대한 해답을 분명히보게 될 것이다. 어쨌든 대답을 찾기 위한 이런 시도는 인간 지력(知力)의 한계에 대한 일종의 시험이다. - P180

지식의 통일성 - 미로의 실재에 대한 믿음은 궁극적으로 모든 정신 과정이 물리적 기초를 가지고 있으며 그 과정이 자연과학에 잘 부합한다는 가설에 근거해 있다. 마음(mind)은 우리가 알고 있으며 알수 있는 모든 것들이 창조된 장소이다. 이런 기본적이면서도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심오한 사실 때문에 마음은 통섭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주제이기도 하다. - P183

‘진화적 진보‘를 언급하는 일은 작금의 학계에서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일이 되었다. 나도 인정한다.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그렇게 많은 잉크를 허비하게 한 딜레마는 다음과 같은 간단한 의미 구분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 만일 우리가 진보를 미리 정해진 목표를향해 전진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면 그런 목표가 없이 진행되는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는 진보가 아니다. 하지만 복잡성과 개체와 사회에 관한 통제력이 적어도 몇몇 계통들에서 점점 증가하는 것을 두고진보라고 한다면 퇴보의 가능성을 인정하더라도 진화는 엄연히 진보일 수 있다.  - P186

만일 인간이 신생아일 때 지금보다 훨씬 더 큰 뇌를 가졌더라면 산도를 통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산모와 신생아 모두에게 무척 위험한 것이었을 게다. 심지어 어른 뇌 크기조차도 공학적으로 보았을 때 위험하다. 왜냐하면 머리는 깨지기 쉽고 그 내부에는 뼈와 살이 복잡 미묘한 방식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게다가 그 사이에 액체가 차 있기때문이다. 따라서 그 속에 있는 뇌는 손상되기 쉬울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인간은 쉽게 정신을 잃기도 하고 뇌와 관련된 장애로 고통받기도 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물리적으로 폭력적인 접촉을 피하려고 한다. 우리 조상이 야만적인 힘과 지성을 맞바꾸었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송곳니로 무장한 적을 붙잡고 때려눕힐 필요가 없다.
뇌의 용량이 이렇게 본래부터 제한되어 있다면 의식적 사고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필요한 고차원의 통합 체계와 기억 은행을 두개골 속을 집어넣으려면 묘수가 있어야 한다. 실현 가능한 유일한 방법은 뇌의 표면적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넓은 종이에 세포들을 뿌려 놓고 그것을 구겨서 공 모양으로 만들어 보자. 인간의 대뇌 피질은 표면적이1,000제곱인치 정도의 종이와도 같다. 그 대뇌 피질은 1제곱인치당수백만 개의 세포체로 쌓여 있고 종이접기와 같이 꾸불꾸불하게 접히고 뭉쳐져서 1리터 정도의 두개골 공동 속에 쏙 들어간다. - P198

부분들뇌 안에서 누가 혹은 무엇이 이 모든 활동들을 감시하는가? 어떤이도, 어떤 것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뇌의 어떤 영역도 그 시나리오를 볼 수는 없다. 그것들은 그저 존재할 뿐이다. 의식은 이 시나리오들로 구성된 가상 세계이다. 대니얼 데닛(Daniel Dennett)의 용어를 빌리자면 "데카르트의 극장과 같은 것은 없다." 다시 말하면 뇌에는 그시나리오들이 정합적인 형태로 출연하는 뇌 부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 그것은 하나도 아니다. 대신에 전뇌의 구석구석 대뇌 피질에서부터 시상, 편도체 그리고 해마와 같은 특수화된 인지 중추에 이르기까지에서 벌어지는 신경 활동의 얽힘만이 존재할 뿐이다. 하나의 집행 자아가 모든 정보를 수집 · 통제하는 것 같은 단일한 의식의 흐름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의식적 사고에 순간적으로 기여했다가 사라져 버리는 뇌 활동의 다중 흐름이 존재한다. 의식은 정신 활동에 참여하는 회로가 대량으로 연결되어 있는 집합체이다. 마음은 스스로 조직하는 시나리오들의 공화국이며 이 시나리오들은 개별적으로 생겨나고 자라고 진화하며 사라진다. 그리고 때로는 새로운 사고와 물리적 행동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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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책이라곤 거의 읽지 않는 환경에 태어나서 독서에 그다지 취미를 들이지 못했고 독서할 시간도 별로 없었던 나는 살면서 겪게 되는 이런저런 사정에 엮여,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는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경우가 자주 있었다. - P11

주의 깊게 읽은 책과 한 번도 손에 잡아본 적이 없는 얘기조차 들어본 적이 없는 책 사이에는 여러 수준의 독서가 있으며 이에 관해서는 세밀하게 검토해보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므로 소위 책을 읽었다고하는 경우, 사람들이 독서라는 말을 정확히 어떤 뜻으로 사용하는지에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사실 이 독서라는 말은 아주 상이한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일 수 있다. 반대로, 분명히 읽지 않은 책이라고 해서 그책들이 우리에게 이런 저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런 책들도 메아리를 통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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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무수한 사례들은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는 여기서 인간 조건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물 진화의 규칙 하나를 이끌어낼 수 있다. 만일 환경으로부터 어떤 신호를 포착하는 어떤 유기체감지기를 상상할 수 있다면 그 감지기를 가진 종이 어딘가에는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생명의 다양성이다. 이러한 생명의 풍부한 능력은 인간 오감의 무기력함을 일깨워 준다. 창조의 최고봉이라는 우리 종이 왜 다른 종들보다도 못한가? 왜 우리는 물리적인 장애가 있는 세상에 던져졌는가?
진화생물학은 이에 대해 단순한 대답을 내놓는다. 상이한 유전 형태의 차별적 생존과 번식으로 정의되는 자연선택은 필요에 따라서만 개체를 만든다. 개체의 능력은 니치(niche, 원래의 뜻은 벽감, 어떤 종이 소비하는 자원들의 집합과 그 종이 점유하고 있는 서식지. 옮긴이)에서 자신들의 적응도를 극대화하는 선까지만 진화한다.  - P103

간단히 말해 자연선택은 미래의 필요를 내다보지 못한다. 그러나이 원리는 설명력이 있기는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만일 이 원리가 보편적으로 사실이라면 자연선택은 어떻게 문명이 있기도 전에 문명을 위한 인간의 마음(정신)을 준비할 수 있었는가? 이것이야말로 인간 진화의 커다란 수수께끼이다. 도대체 미적분학과 모차르트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P104

세 번째는 물리학자인 유진 위그너 (Eugene Wigner)가 언젠가 말했듯이 수학이 자연과학에 놀랍도록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아직도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이 그 이유를 분명하게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수학 이론과 물리학 실험 자료의 대응은 신비로울 정도이다. 이런의미에서 수학이 과학의 자연 언어라는 믿음은 지당해 보인다. 위그너는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자연과학에서 수학의 엄청난 유용성은 신비에 가까운 어떤 것이며 합리적 설명이 잘 안 되는 영역이다. ‘자연법칙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지만 인간이 그런 법칙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더 부자연스럽다. 물리 법칙을 공식화하는 데 수학 언어가 너무나 적절하다는 이 기적 같은 사실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할 만한 수준도 못 된다는 의미에서 너무나 멋진 선물이다. - P105

우리의 두뇌와 감각체계는 인간의 유전자를 보존하고 배가시키는 생물학적 장치로서 진화했다. 그러나 우리는 물리 세계 중 아주 작은 영역에서만 돌아다닐수 있도록 진화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처해 있던 니치는 모든 종류의감각을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험 과학은 이런 장애를 제거해 주었다. 하지만 과학은 기구를 통한 감각 능력의 확장 그 이상이다. 과학은 자료를 해석하는 이론을 개발함으로써 실험 도구를 통해 향상된 감각 경험을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 P110

최대한으로 정확하게 말하자면 과학은 세상에 대한 지식을 모아서 그 지식을 시험 가능한 법칙과 원리로 응축하는 체계적이고 조직화된 탐구이다. 과학과 사이비 과학을 구분하는 첫째 기준은 반복 가능성이다. 즉 다른사람들이 독립적으로 수행해도 같은 현상이 나와야 하고 그런 현상에 대한 해석이 새로운 분석과 실험을 통해 입증되거나 반증되어야한다. 둘째 기준은 경제성이다. 과학자들은 가장 많은 정보를 가장적은 노력으로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미적으로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정보를 추상화하고자 한다. 이것을 우아함의 추구라고 말할 수 있다. 셋째 기준은 측정이다. 만일 어떤 것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척도에 따라 적절히 측정될 수 있다면 그에 대한 일반화는 명확해진다. 넷째 기준은 발견 기법이다. 최고의 과학은 종종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방향으로 후속 발견들을 자극한다. 그리고 새로운 지식은 원래 원칙의 진위를 다시 시험해 보게끔 한다. 마지막으로 과학과 사이비 과학을 가르는 다섯째 기준은 통섭이다. 즉다양한 현상들에 대한 여러 설명들을 서로 연결하고 일치시킬 수 있을 때 가장 경쟁력 있는 설명이 된다. - P112

500만 년 전 무렵 호모 사피엔스 이전의 존재와 공통조상을 공유했으리라고 믿어지는 침팬지는 뱀의 출현을 유별나게 두려워한다. 사전에 뱀을 만나 본 경험이 전혀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뱀을 만나면 "와!" 하는 경고음을 내면서 뒤로 물러나 안전한 장소로 피한 후 뱀이 어디로 가는지 뚫어져라 응시한다. 이런 반응은 침팬지의 청년기 내내 점진적으로 강화된다.
인간에게도 뱀에 대한 혐오는 선천적이며 침팬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청년기에 그 혐오의 강도가 점점 강해진다. 이것은 ‘준비된학습‘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발달상 편향이다.  - P155

뱀과 몽사는 어떻게 자연의 주체들이 문화의 상징들로 변환될 수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준비된 학습의 알고리듬을 두뇌 속에 프로그램하기 위해서는 유전적 변화가 필요한데 그런 변화를 위해서는 수천수만 년의 긴 기간이 흘러야 한다. 이런 장구한 세월 동안 독사는 인간에게 상처를 입히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었을 것이다. 이런 위협에 대한 반응으로는 마치 독이 든 딸기를 고통스러운 시행착오를 통해 피하듯이 그저 피해 버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뱀이 나타나면 일종의 두려움과 무엇인가에 병적으로 홀린 상태와 같은 감정들이 표출된다. 뱀의 이미지는 학습을 통해 축적된 이질적 요인들도 매료시켜서 그 결과로 뱀의 이미지로부터 이끌리는 강렬한 감정은 전 세계의 문화를 풍요롭게 만든다. 황홀경과 꿈에서 몽사가 갑자기 출현하는 경향, 몽사의 꾸불꾸불한 형태 그리고 몽사의 힘과 신비는 신화와 종교의 자연스러운 재료들이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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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과학을 프로메테우스적인 것이 아니라 파우스트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두려워한 사람들은 계몽사상의 프로그램을 정신의자유와 생명 자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보았다. 그러한 위협에 대한 해답은 무엇인가? 경멸하는 것이다!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개인적상상력의 탁월함과 불멸에 대한 자신감을 다시 주장하는 것이다. 예술을 통하여 더욱 고차원적인 영역으로 탈출하여 낭만주의 혁명을 진행시키는 것이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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