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무수한 사례들은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는 여기서 인간 조건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물 진화의 규칙 하나를 이끌어낼 수 있다. 만일 환경으로부터 어떤 신호를 포착하는 어떤 유기체감지기를 상상할 수 있다면 그 감지기를 가진 종이 어딘가에는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생명의 다양성이다. 이러한 생명의 풍부한 능력은 인간 오감의 무기력함을 일깨워 준다. 창조의 최고봉이라는 우리 종이 왜 다른 종들보다도 못한가? 왜 우리는 물리적인 장애가 있는 세상에 던져졌는가?
진화생물학은 이에 대해 단순한 대답을 내놓는다. 상이한 유전 형태의 차별적 생존과 번식으로 정의되는 자연선택은 필요에 따라서만 개체를 만든다. 개체의 능력은 니치(niche, 원래의 뜻은 벽감, 어떤 종이 소비하는 자원들의 집합과 그 종이 점유하고 있는 서식지. 옮긴이)에서 자신들의 적응도를 극대화하는 선까지만 진화한다.  - P103

간단히 말해 자연선택은 미래의 필요를 내다보지 못한다. 그러나이 원리는 설명력이 있기는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만일 이 원리가 보편적으로 사실이라면 자연선택은 어떻게 문명이 있기도 전에 문명을 위한 인간의 마음(정신)을 준비할 수 있었는가? 이것이야말로 인간 진화의 커다란 수수께끼이다. 도대체 미적분학과 모차르트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 P104

세 번째는 물리학자인 유진 위그너 (Eugene Wigner)가 언젠가 말했듯이 수학이 자연과학에 놀랍도록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아직도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이 그 이유를 분명하게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수학 이론과 물리학 실험 자료의 대응은 신비로울 정도이다. 이런의미에서 수학이 과학의 자연 언어라는 믿음은 지당해 보인다. 위그너는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자연과학에서 수학의 엄청난 유용성은 신비에 가까운 어떤 것이며 합리적 설명이 잘 안 되는 영역이다. ‘자연법칙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지만 인간이 그런 법칙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은 더 부자연스럽다. 물리 법칙을 공식화하는 데 수학 언어가 너무나 적절하다는 이 기적 같은 사실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할 만한 수준도 못 된다는 의미에서 너무나 멋진 선물이다. - P105

우리의 두뇌와 감각체계는 인간의 유전자를 보존하고 배가시키는 생물학적 장치로서 진화했다. 그러나 우리는 물리 세계 중 아주 작은 영역에서만 돌아다닐수 있도록 진화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처해 있던 니치는 모든 종류의감각을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험 과학은 이런 장애를 제거해 주었다. 하지만 과학은 기구를 통한 감각 능력의 확장 그 이상이다. 과학은 자료를 해석하는 이론을 개발함으로써 실험 도구를 통해 향상된 감각 경험을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 P110

최대한으로 정확하게 말하자면 과학은 세상에 대한 지식을 모아서 그 지식을 시험 가능한 법칙과 원리로 응축하는 체계적이고 조직화된 탐구이다. 과학과 사이비 과학을 구분하는 첫째 기준은 반복 가능성이다. 즉 다른사람들이 독립적으로 수행해도 같은 현상이 나와야 하고 그런 현상에 대한 해석이 새로운 분석과 실험을 통해 입증되거나 반증되어야한다. 둘째 기준은 경제성이다. 과학자들은 가장 많은 정보를 가장적은 노력으로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미적으로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정보를 추상화하고자 한다. 이것을 우아함의 추구라고 말할 수 있다. 셋째 기준은 측정이다. 만일 어떤 것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척도에 따라 적절히 측정될 수 있다면 그에 대한 일반화는 명확해진다. 넷째 기준은 발견 기법이다. 최고의 과학은 종종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방향으로 후속 발견들을 자극한다. 그리고 새로운 지식은 원래 원칙의 진위를 다시 시험해 보게끔 한다. 마지막으로 과학과 사이비 과학을 가르는 다섯째 기준은 통섭이다. 즉다양한 현상들에 대한 여러 설명들을 서로 연결하고 일치시킬 수 있을 때 가장 경쟁력 있는 설명이 된다. - P112

500만 년 전 무렵 호모 사피엔스 이전의 존재와 공통조상을 공유했으리라고 믿어지는 침팬지는 뱀의 출현을 유별나게 두려워한다. 사전에 뱀을 만나 본 경험이 전혀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뱀을 만나면 "와!" 하는 경고음을 내면서 뒤로 물러나 안전한 장소로 피한 후 뱀이 어디로 가는지 뚫어져라 응시한다. 이런 반응은 침팬지의 청년기 내내 점진적으로 강화된다.
인간에게도 뱀에 대한 혐오는 선천적이며 침팬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청년기에 그 혐오의 강도가 점점 강해진다. 이것은 ‘준비된학습‘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발달상 편향이다.  - P155

뱀과 몽사는 어떻게 자연의 주체들이 문화의 상징들로 변환될 수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준비된 학습의 알고리듬을 두뇌 속에 프로그램하기 위해서는 유전적 변화가 필요한데 그런 변화를 위해서는 수천수만 년의 긴 기간이 흘러야 한다. 이런 장구한 세월 동안 독사는 인간에게 상처를 입히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었을 것이다. 이런 위협에 대한 반응으로는 마치 독이 든 딸기를 고통스러운 시행착오를 통해 피하듯이 그저 피해 버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뱀이 나타나면 일종의 두려움과 무엇인가에 병적으로 홀린 상태와 같은 감정들이 표출된다. 뱀의 이미지는 학습을 통해 축적된 이질적 요인들도 매료시켜서 그 결과로 뱀의 이미지로부터 이끌리는 강렬한 감정은 전 세계의 문화를 풍요롭게 만든다. 황홀경과 꿈에서 몽사가 갑자기 출현하는 경향, 몽사의 꾸불꾸불한 형태 그리고 몽사의 힘과 신비는 신화와 종교의 자연스러운 재료들이다.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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