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적이 드문 해변을 찾고 있었다. 모두가 더위를 피해 그늘로 물가로 도시 바깥으로 떠나는 계절에 한국에서 사람이 거의 없는 해변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딘가 모두의 시야를 벗어난 외딴곳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는데 그건 전적으로 나체로 바다에 뛰어들어보고 싶다는 나의 한가로운 소망 때문이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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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분명히 구식으로, 다시 말해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으로 썼습니다. (더 많은 항의가 일어났다.) 그러나 오늘 밤 이후로 내가 새로이 글쓰기를 시작한다면 나는 이전까지 해오던 방식은 꿈도 꾸지 않을 예정입니다. 새로운 스타일, 새로운 형식, 심리학의 새로운 발견, 독자에의 새로운 접근, 모든것을 새롭게 할 것입니다. 나는 매사에 항상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말씀드리면, 나는 가끔 나의 아만파 교도 친구들이터무니없을 정도로 구식의 생활 습관을 고집하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것들을 고집하는 그들의 자세가나를 기쁘게 합니다. 그래서 내 작품 속에서 나는 그들의 완고한 성격을 본받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밤 토론에서 나는 속박을 끊어 내는 젊은 예술가들의 용기를 진심으로 좋아합니다. 또한 예술가는 자신의 사회에 대한 의무를 지니고 있다고도 믿고 있습니다. 갈라진 부분을 상호 관심 속에 이어 주고 좋은 정부는 지지하며불행한 사람들을 보살피고 예술가가 되기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나는 그들과 함께 일할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표현의 자유를 추구한다고 해서 국가에 반역을 하고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들을 말살시켜도 괜찮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는 결단코 함께 할 수 없습니다.」 - P552

「그 말을 베넬리 양에게 다시한번 해줄래요?」「그러지요. 그녀에게 연필과 종이를 준비하라고 하세요.」원고의 안전을 확신하고 나서야 비로소 갈런드 부인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소식 듣고 큰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실신하는 바람에 경찰관이 저를 집에 데려다주었답니다.」참을 수가 없군요. 그 애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그렇게앞길이 창창한 애가」「그 창창했던 능력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을 공증해야 하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몇 년 후에는 사람들이 그가 이 작품을 쓰지 않았다고 주장할지 몰라요. 그가죽은 후에 우리가 만들어 냈다고 말이에요.」 - P561

 <고마워. 나는 이 책을 쓰면서 큰희망이 하나 있지. 그게 뭔지 아오?> 그는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미소를 지었어요. <기억해 봐. 우리가 스트라이버트와 아무도 이해 못 하는 그의 잘난 《현대의 계명》을 어떻게 쫓아 냈는지를. 그런데, 그가 옳았어. 나는 그가 주장하는그 충동에 몰려가고 있는 거야. 나는 더 이상 나의 화려한 독일을 과거처럼 쓰고 싶지 않아. 오늘의 그들을 쓰고 싶은 거지. 그릇된 선택과 완고한 행동이 살인을 불러일으켰어.>나는 그가 또다시 작품 쓰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그가 확신에 차서 말을 하니까 기뻤답니다. 옛날에도 집필초기에는 그런 식으로 말을 했고 그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거든요. 나는 크리스마스 전날의 그 말다툼할 때만큼이나피곤함을 느꼈어요. 그러나 그의 외침은 기억한답니다. <글쓰기가 내가 할 일이야. 나는 그것을 해야만 해. 그가 침대에서 곯아떨어지자 나는 몸을 숙여 담요를 덮어 주었죠.」 - P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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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질환은 어린 시절의 촌충, 세균,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예방되고 감염은 형이나 누나와의 비위생적 접촉에 의해 전염된다." H가 세개 들어간 스트라찬의 논문 제목에서 두 번째가 특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의 논문통적인 감염병의 공격에은 결국 ‘위생 가설 hygiene hypothesis‘ 의 원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위생 가설은 문자 그대로 이렇게 주장한다. "선진국의 어린이들은 전통적인 감염병의 공격레 더이상 시달리지 않는데, 그 이유는 ‘경험 미숙으로 인해 걸핏하면 날뛰는 면역계‘를 갖고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선진국 어린이들은 단기적으로 건강하지만, 꽃가루처럼 무해한 촉발 요인에도 패닉에 빠져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이러한 개념은 감염병과 알레르기질환 간의 상충 관계라는 달갑잖은 현상을 설명한다. 즉, 우리는 선천적으로 둘 중 하나로 고통받을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후에 위생 가설은 병원균을 벗어나 착한 미생물, 환경 속의 미생물, 기생충에 방점을 두고 이 삼총사에게 ‘오랜 친구들‘이라는 세례명을 주었다. 착한 미생물은 우리의 면역계를 훈련시키고, 환경 속의 미생물은 진흙과 먼지 속에 숨어 있으며, 기생충은 장기적으로 지속되지만 참을 만한 감염을 일으킨다. 오랜 친구들은 유구한 진화사를 통해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는데, 최근들어 그들의 종신재직권이 위기를 맞고 있다.
위생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불필요한 선입관을 주지만 ‘오랜 친구들‘이 사라진 것은 단지 엄격한 개인위생만이 아니라, 도시화의 다양한 함정때문이기도 하다. 도시화의 함정으로는 핵가족화, 시골의 진흙땅에서 도시의 콘트리트 숲으로의 이동, 염소 처리된 수돗물 선호, 가축이나 반려동물 등과의 소원한 관계를 들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가 노출되는미생물의 범위를 줄여, 알레르기 및 염증 질환의 위험을 일관되게 상승시켜왔다.  - P198

과도한 위생 관리도 마이크로바이옴을 파괴할 수 있다. 철저한 위생은 공중보건에 유익하며 우리를 많은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으로 당연시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도가 지나쳤다. 테오도어 로즈버리는 1969년 이렇게 말했다." "청결은 단순한 경건함을 넘어 아예 종교가 되었다. 우리는 목욕, 문지르기, 악취 제거가 일상화된 노이로제 환자다." 오늘날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항균 물티슈, 항균 비누, 항균 샴푸, 항균 칫솔, 항균 빗, 항균 세제, 항균 그릇, 항균 침구류, 항균 양말이넘쳐난다. 그리고 치약, 화장품, 데오드란트 주방기구, 장난감, 의복 등의 소비재와 건축자재는 트리클로산triclosan이라는 항균물질이 첨가되어있다고 선전된다. 청결이라고 하면 ‘세균 없는 세상‘을 떠올리겠지만, 어쩌면 우리는 세균 없는 세상이 정말로 뭘 의미하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균이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도 모른 채, 세균에 적개심을 품고 너무나 오랫동안 세균을 공격해왔던 것은 아닐까? - P208

마이크로바이옴은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니다. 그것은 수천 종의 미생물들이 우글거리는 군집으로서 개별 구성들끼리 끊임없이 경쟁하고, 숙주와 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진화하고 변화한다. 24시간을 주기로 들쭉날쭉하므로 어떤 좋은 낮에 많고 어떤 좋은 밤에 많다. 당신의 유전체는 작년 이맘때와 거의 같지만, 당신의 마이크로바이옴은 아침에 일어나거나방금 전 식사를 한 뒤 바뀌었을 것이다.
우리가 목표로 삼을 수 있는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이 하나 있거나, 특정 미생물 군집을 ‘건강한 군집‘이나 건강하지 않은 군집‘으로 명쾌하게 분류하는 방법이 있다면 모든 것이 얼마나 수월할까? 그러나 그런 건없다. 생태계는 복잡하고 유동적이며 상황 의존적이기 때문에, 범주화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 P219

새로운 숙주의 몸속에 처음 들어간 미생물들의 처지는 다양하다. 유능한 기생충이라면 큰 노력 없이도 자리를 꿰찰 수 있지만, 일부 미생물은숙주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자리를 보장받기도 한다. 심지어 숙주의 체내 환경에 별로 적응할 필요가 없는 미생물들도 있다. 세상이 온갓 미생물로 가득 차 있는데, 그중에 이미 공생에 적합한 특성을 보유한 종류가 없겠는가. 만약 초식동물이 미생물 하나를 삼키고 때마침 그 미생물이 복잡한 섬유질을 분해함으로써 초식동물이 다른 방법으로 구할 수없는 에너지원을 방출한다면, 곧바로 자리를 꿰찰 수 있을 것이다. 제 딴에는 순전히 이기적으로 행동했을 뿐인데 그게 공교롭게 숙주에게 보탬이 되는 경우도 있다. 숙주와 세균이 완벽한 팀을 이룬 최초의 사건은 아마도 이처럼 우연히 궁합이 맞아 일어났을 것이다. 양쪽 파트너가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고 서로에게서 뭔가를 얻을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숙주는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형질 두 가지를 진화시켰는데, 하나는 미세한 파트너를 수용할 수 있는 세포이고, 다른 하나는 파트너로 하여금 닻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분자 고정점 molecularanchor-point 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인이 있었으니, 바로 대물림 inheritance 이었다. 대물림이 없다면 공생 관계는 굳건히 유지되지 않았으리라.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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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스트라이버트의 주장은 바로 예술가는 그 시대의 주요 문제들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평가를 받아야한다는 거지요. 그 문제들에 대해서 글로 직접 표현할 필요는 없어요. 단지 문제들을 정확히 숙지하고 일관성 있게 암시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어요. 오늘을 이해하기 위해서 과거와의 관계를 단호히 끊는 게 필수적이라는 겁니다. 그래도과거의 잘못을 알고 또 적절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과거를 공부할 수는 있지요. 아니 사실은 반드시 그래야지요"
"일개 작가의 어깨 위에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 같은데"
"그래도 스트라이버트는 그것만이 유일하게 합당한 임무라고 설교하고 있습니다. 단어와 문장을 다듬는 것은 지난 세기의 일이라는 겁니다. 리얼리티를 붙드는 것이 오늘날의 의무라는 말이지요." - P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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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산호가 조류를 배출하는데, 조류를 내보낸 산호는 허약하고 흐물흐물해진다. 왜냐하면 조류는 산호의 세포 안에 살면서 숙주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산화탄소는 바다에직접 녹아 바닷물을 산성화시키는데, 바닷물이 산성화되면 산호초 건설에 필요한 광물질이 고갈되어 산호초가 차츰 마모되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허리케인 선박, 불가사리는 산호초를 더욱 침식시킨다. 그리하여굶주리고 창백하고, 집 잃고, 지지 기반을 상실한 가엾은 산호는 병치레가 잦아지고 병에 걸린 산호는 하양, 검정, 핑크, 빨강 등 다양한 빛깔을띤다. 산호가 앓는 질병에는 수십 가지가 있는데, 최근 수십 년 동안 발병빈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는 이례적인 경향이다. 자고로 인구밀도가 높을 때 병원균의 전염이 촉진되면서 감염병 환자도 늘어나기 마련인데, 산호의 질병은 개체 수가감소하는 상황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병원체가 초래하는 질병은 일부에 불과하고, 나머지 질병은 발병 원인이 복잡하기 때문인 듯하다. 예컨대 커다란 미생물 군집들이 단체 행동을 하거나 산호의정상세균총이 말썽을 일으키는 것인지도 모른다. 로워의 관심을 끈 것이 바로 이 부분이었다. - P172

그런데 미생물들이 산호의 몸에서 하는 일은 뭘까? 로워는 이렇게 말한다. "우선, 그들은 공간을 점령해요." 산호의 몸에는 미생물이 서식할틈새가 많고, 식량원도 풍부하다. 만약 ‘얌전한 종‘이 그 틈새들을 채운다면 ‘위험한 종들은 발붙일 틈이 없으므로,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이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질병을 차단할 수 있다. 이것을 생물학자들은 집락화 저항colonization resistance 이라고 부르는데, 이 효과가 약해질 경우 감염이 더욱 빈번히 발생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로워는 수많은 산호초들이 사라진 사건의 밑바탕에 이러한 원인이 도사리고 있으리라생각했다. 바닷물의 온도 상승이나 산성화, 부영양화처럼 산호를 약화시키는 스트레스 인자들은 산호와 미생물 간의 동반자 관계를 교란함으로써 빈곤하고 왜곡된 미생물 군집을 만드는데, 이렇게 생긴 미생물 군집은 질병에 취약하며 심지어 질병을 초래하기까지 한다 - P173

인간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이러한 악순환에 시동을 걸었다. 2007년길이 26미터짜리 어선이 킹맨환초에 좌초되었는데, 원인은 아마도 엔진에 일어난 화재었던 것 같다. 그 어선의 국적과 이름, 선원들의 운명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 영향은 놀라울 정도로 뚜렷하다. 어선이 완전히 망가지면서 파편이 바닷속의 산호초에 우박처럼 쏟아져 장장 1킬로미터에걸친 데드존dead zone" 을 형성했다. 이는 통상적인 백화현상과는 차원이다르다. 산호들은 매우 탁한 물속에서 시커먼 조류에 뒤덮이는데, 검은암초black reet 라 불리는 이 광경은 톨킨이 쓴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죽음의 땅 모르도르Mordor를 연상시킨다. 검은 암초는 어선 하나 분량의 쇳덩어리가 척박한(영양분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생태계에 가라앉으면서 생겨났다. 철분이 비료로 작용하여 다육성 조류가 맹렬히 증식하는 바람에 풀뜯는 물고기조차 벌초 작업을 신속히 진행할 수 없었다. 뒤이어 다육성조류는 로워의 악순환에 시동을 걸어 ‘DOC 증가→ 미생물 증가→ 병원균 증가→ 질병 증가→ 산호의 시체 증가‘라는 일련의 사태를 초래했다.
로워의 연구팀은 라인제도의 다른 부분에서도 검은 암초를 몇 개 발견했는데,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모두 선박이 난파하여 부서진 파편이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는 점이다. - P178

그러나 산호의 경우는 다르다. 로워의 연구에 따르면 "산호들의 세균성 질병은 인간의 질병과 성질이 달라, 하나의 주범이 하나의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한다. 산호가 않는 질병은 미생물 군집에 의해 발병하는데, 평소에는 얌전하던 미생물들이 어느새 대형을 갖추어 숙주를 해치는 것이 특징이다. 다시 말해, 어느 미생물도 그 자체로서는 병원균이 아니지만 특정한 배열을 통해 병원성 상태 pathogenic state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런 상태를 지칭하는 용어가 하나 있으니, 미생물 불균형 dysbiosis이바로 그것이다. 이 용어는 ‘공생 symbiosis의 어두운 그림자‘로서 우리가지금껏 봐왔던 조화와 협동 대신 불균형과 불일치를 떠올리게 한다.
인간이든 산호, 모든 개체들은 단독자가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라는 사실을 상기하라. 모든 동물들은 미생물들의 영향하에 성장하며그들과의 활발한 협상이 평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펼쳐진다. 또한 숙주와 미생물의 이해관계가 종종 상충하므로 숙주는 미생물들을 제대로 먹이고, 특정한 조직에 국한시키고, 면역계의 감시하에 둠으로써 통제하고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명심하라. 그런 통제 활동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해보자. 그것은 마이크로바이옴을 들쑤셔 그 속에 포함된 미생물들의 비율을 변화시킬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활성화되는 미생물의 유전자도 달라지고 생성되는 화학물질도 달라진다. 변형된 미생물 군집은 여전히 숙주와 대화를 계속하지만, 대화의 취지와 내용이 달라지는것이다. 그리하여 미생물이 통제구역에 발을 들여놓거나 면역계를 과도하게 자극하게 되면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를 유식한 말로 기회감염opportunistic infection이라고 한다. - P180

 이 연구 결과는 한가지 명확한 의문을 제기했다. "과도한 체지방이 박테로이데테스/피르미쿠테스 시소를 한쪽으로기울이는 걸까, 아니면 시소가 기울어서 사람이 뚱뚱해지는 걸까?" 단순비교를 통해서는 이 질문에 답변할 수 없었으므로 연구진에게는 후속 실힘이 필요했다.
이 대목에서 등장한 인물이 피터 턴보Peter Turnbaugh 였다. 당시 연구실에 머물던 대학원생 턴보는 살찐 생쥐와 날씬한 생쥐로부터 미생물을 수확한 다음 두 그룹의 무균생쥐에게 각각 투입했다. 그 결과 뚱뚱한 생쥐의 미생물을 받은 무균생쥐는 체지방이 27퍼센트 증가했고, 날씬한 생쥐의 미생물을 주입받은 무균생쥐는 체지방이 47퍼센트 감소했다. 단지 미생물을 한 동물에서 다른 동물에게로 이동시킴으로써 비만을 이식하다니, 너무나 충격적인 결과였다. "우리는 ‘오 마이 갓!‘을 연발했어요. 머릿속에서는 스릴과 영감이 교차했죠"라고 고든은 회상한다. 턴보의 연구결과는 최소한 일부 상황에서 변형된 마이크로바이옴이 비만을 초래할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그 메커니즘은 뭘까? 변형된 마이크로바이옴은 섭취된 음식물에서 칼로리를 더 많이 추출하거나 지방이 저장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미생물은 승용차에 편승하여 건성으로 드라이브만 하는 게 아니라 간혹 운전대를 잡기도 한다는 게 분명해진 셈이다.
- P186

계곡 한복판에 공이 하나 놓여 있고 양쪽에는 가파른 산비탈이 버티고있다고 상상해보자. 만약 당신이 공을 한쪽으로 힘차게 굴린다면, 산비탈을 올라가면서 속도가 점점 감소하다가 멈출 것이고, 결국에는 방향을 바꿔 출발점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공이 정상을 통과하여 옆 계곡으로 넘어가게 하려면 한 번 세게 걷어차거나 굴리는 힘을 조금씩 증가시켜야 한다. 생태계의 작동 원리도 마찬가지다. 생태계는 일정한 회복력을 갖고있기에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넘기려면 그 회복력을 극복해야 한다. 건강한 산호초를 공이라고 생각해보자. 수온이 상승하면 공이 살짝 밀려간다. 조류가 급증하면 공은 더 높이 올라가고, 쇳덩어리로 때리면 훨씬더 높이 올라간다. 마지막으로, 상어가 사라지면 공은 정상을 넘어 옆 계곡으로 굴러떨어진다. 그곳은 조류가 지배하는 생태계로서, 미생물의 균형이 깨져 건강에 해로운 곳이다. 그곳에도 나름의 회복력이 있어서 물고기가 풍부한 건강한 산호초로 돌아가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인체 내에서도 똑같은 변화가 일어난다. 이제 공이 어린이의 소화관속에 있다고 생각해보자. 부실한 식사는 장내 미생물을 변화시키고, 어린이의 면역계를 손상시킨다. 면역계가 손상되면 장내 미생물을 통제하는능력이 약해져 유해한 감염병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준다. 감염병은 미생물 군집을 더욱 교란시킨다. 그리고 미생물 군집이 소화관을 파괴하기시작하면 소화관은 영양분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없다. 그러면 영양실조가 악화되고, 면역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마이크로바이옴이 더욱 왜곡되는 등의 일이 벌어진다. 그러는 과정에서 공은 계속 높이 올라가 정상을 넘어 생물 불균형 계곡으로 굴러 내려간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일단 그 계곡으로 들어가면 원상태로 되돌리기란 매우 어렵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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