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소규모 사회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전쟁을 넓은 의미에서 다양하게 정의했다. 그 정의들은 서로 유사하며 대체로 세 가지 공통점을 띤다. 첫째는 개인이 아니라 규모를 불문하고 집단이 행하는 폭력이란 것이다(개인이 행한 살해 행위는 살인이지 전쟁 행위로 여겨지지 않는다). 둘째로 전쟁은 같은 정치적 단위에 속하지 않는 집단들, 즉 다른 정치적 단위에속한 두 집단이 충돌하는 폭력이다. 셋째로, 정치적 단위의 일부 구성원만이 폭력을 행하더라도 그 단위 전체가 인가하는 폭력만이 전쟁이다. •••••• 나는 위의 세 조건을 결합해서 전쟁을 간략하게 정의하고, 그 정의를 이 책에서 사용할 생각이다. 그 정의는 국가 사회만이 아니라 소규모 사회를 연구하는 다른 학자들이 정리한 정의와 유사하다. "전쟁은 경쟁 관계에 있는 정치적 단위에 속한 집단들이 반복적으로 행하고, 정치적 단위 전체가 인정한 폭력이다." - P196
전통적인 전쟁과 현대 국가의 전쟁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보면 그 이유가 분명해진다. 첫째, 국가의 전쟁은 간간이 일어나는 예외적인 현상인 반면에 부족전쟁은 사실상 끊임없이 계속된다. 20세기에 독일은 1914년부터 1918년까지, 또 1939년부터 1945년까지 10년 동안만 전쟁을 치렀다. 나머지 90년 동안에는 전쟁으로 인한 사망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다니족은 전통적으로 매년 매달 전쟁 중이었다. 둘째, 국가 전쟁에 따른 사망자는 수로18세에서 40세 사이의 남성 군인으로 좁혀지며, 그 연령층에서도 소수의직업군인들만이 전쟁에 참여한다. 세계전쟁 기간 중에 있었던 대대적인징병은 극히 예외적인 현상이다. 또 2차대전에 공중에서 융단폭격을 시도할 때까지 민간인들은 전쟁으로 인한 직접적인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다. 반면에 전통 사회에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표적이다. 셋째, 국가 전쟁에서 항복하거나 체포된 군인들은 일반적으로 살아남지만, 전통적인 전쟁에서는 가차없이 죽임을 당한다. 끝으로, 전통적인 전쟁에는 대량학살이 주기적으로 끼어든다. 1966년 6월 4일, 1930년대 말, 1952년, 1962년 6월, 1962년 9월에 다니족의 대학살처럼 한쪽의 주민 전부 혹은 대다수가 절멸되거나 다른 곳으로 이주한다. 반면에 국가 전쟁에서 승전국은 정복한 국민을 착취하기 위해서 그들을 절멸시키지 않고 살려둔다. - P209
현대 장거리 무시늬 하정거리가 이처럼 증가함으로써, 대부분의 군사적 살상이 ‘푸시 버튼‘ 기술(폭탄과 대포와 미사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군인들이 보이지 않는 적을 죽일 수 있어 얼굴을 마주보고 상대를 죽여야하는 심리적 억압에서 해방됐다는 심리적 효과까지 거론되는 지경이다. 반면에 모든 전통적인 전쟁에서는 근거리에서 단검으로 찌르는 10미터 밖에서 화살을 쏘든 간에 공격할 상대를 개별적으로 선택해서 얼굴을 봐야 한다. 전통 사회에서 남자는 어린시절부터 적을 죽여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으면서, 또 적을 죽이는 방법을 배우면서 성장한다. 그러나 현대 국가의 시민들은 18세 이후에 징집되거나 자진해서 군에 입대해서 총을 배급받고 적을 정확히 겨냥해 쏘라는 명령을 받을 때까지 살인은 못된 것이라 배우면서 성장한다. 1차대전과 2차대전에 참전한 대다수의 군인-일부 추정치에 따르면, 절반이적을 자신과 똑같은 인간이라 생각하며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는 기록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따라서 전통사회에는 얼굴을 마주보며 상대를 살해하는 데 도덕적 거부감이 없기 때문에 멀리서 적을 보지 않고 살해함으로써 그런 거부감을 우회하는 기술도 필요하지 않지만, 현대 국가사회들은 그런 거부감을 우회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심리적 거부감을 극복하는 방향을 취해왔다. - P212
부족 간의 전쟁이 흥분되고 중요하지만, 부족민들은 전쟁의 처참함, 피할 데가 없는 위험,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에 따른 고통을 누구보다잘 알고 있다. 부족 전쟁이 식민 정부의 강압적인 개입으로 마침내 종식되자, 부족민들은 그 결과로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중앙집권화된 정부가 없어 복수의 악순환을 끊지 못했던 까닭에 그들만의 힘으로는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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