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는 이 없는 풍경 속, 우리는 마주선 채 한참 동안 눈동자에 서로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담고만 있었다. 스무 살. 나는 너무 빨리, 너무 잘못 철이 들어서, 가난과 상처의 껍질 속에 불안과 소심을 감춘 채 친구면 족하다고, 연인이 되면 불행하기만 할 뿐이라고 자신을 속였다. 시작도 전에 포기해버린 내게 은주는 조용히 다가와 살포시 안아주었다.
"대학 가서 잘해라이 파이팅"
고맙고 사랑스러운 이가 돌아섰다. 길었던 1학기의 끝이보였다. - P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