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과 마법의 의미가 구별되어 쓰인 것은 초자연적힘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 상실되어 가면서부터이다. 근대 과학이 초자연적이고 불가사의한 현상을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게 되면서 마술은 현란한 눈속임의 공연 예술로 축소되었고, 마법은 환상적인 상상 문학(동화, 판타지 소설 따위)에서나 가능한 허구의 술법이 되었다.
- P132

꽃은 만발할 수도, 만개할 수도 있다. ‘만발‘은 식물이 군락을 이룬 상태에서 꽃이 흐드러지게 핀 경우에 쓰이고, ‘만개‘는 식물의 군락 여부와 상관없이 꽃의 절정 상태를 나타내는 경우에 쓰인다. 곧 만발이 수많은 꽃이 너른 공간을 온통 뒤덮듯 피어 있는 상태인 데 비해, 만개는 꽃이 개화의 절정에 다다른 상태이다. 가령 벚꽃은 만발할 수도 만개할 수도 있는데, 이때 만발은 어느 곳이 수많은 벚꽃으로 뒤덮인 상태를 가리키고, 만개는 벚꽃의 개화가 최고조에 이른 상태를 가리킨다. 그런데 한 송이의 연꽃에 주목할 경우, 원추형의 꽃봉오리가 점차 벌어져 마침내 활짝 핀 상태는 만개라고 할 뿐 만발이라고 하지않는다. 이렇듯 만발은 꽃이 넓은 곳에 수량적으로 많이 피어 있음을 뜻한다는 점에서 공간적 분포에 초점이 있고, 만개는 개화의 진행이 정점에 도달한 상태를 뜻한다는 점에서 시간적 추이에 초점이 있다. 만발은 대상을 멀리 두고 바라볼 때 더 잘 감상할 수 있고, 만개는 대상을 가까이 두고 살펴볼 때 더 잘 포착할 수 있다.
- P136

무식‘無識은 배우지 못해서 아는 것이 없는 상태를 뜻한다. 배우지 못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제도 교육을 받지못했음을 뜻하지만, 넓게는 글(지난 시대에는 한문)을 깨치지 못했음을 가리키기도 한다. "낫 놓고 기역 자도 모른다."라는 속담은 문맹文盲이 곧 무식의 징표임을 간결하게보여 준다. 제도 교육을 받지 못했더라도 최소한 글을 깨친사람은 독서나 독학을 통해 무식을 면할 수 있다. 무식을 면한다는 것은 인문적 지식과 교양을 두루 쌓는 일이다.
‘무지無知‘는 아는 것이 없음을 뜻한다는 점에서 ‘무식‘
과 유사하나, 인문적 지식과 교양의 전반적 결여를 가리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식‘과 구별된다. 무지는 단지 특정한 분야나 영역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물리학 박사라도 음악에 대해 무지할 수 있고 철학자라도 경제에 무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무도 물리학 박사나 철학자에게 무식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 P141

과학 문명, 기계 문명, 공업 문명의 경우 문명을 문화로 바꾸기 어렵고, 전통 문화, 놀이 문화, 음식 문화의 경우 문화를 문명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문명‘이 인간 집단이 주로 기술적·물질적 토대 위에서 발전을 이룩한 상태를이른다면, ‘문화‘는 어떤 사회 집단이 오랜 시간 동안 형성하여 서로 공유하는 가치관과 행동 양식을 가리킨다고 할수 있다.
- P144

‘물건‘은 일상생활과 관련이 있는, 일정한 형태가 있는사물을 가리킨다. 필요에 따라 만들거나 가공하여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며, 일반적으로 혼자서 들거나 여럿이 옮길만한 크기의 것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물건은 어떤 용도인지, 누구의 소유인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등이 중요하다. 남의 물건을 훔친다는 말은 소유 관념이 투영된 표현으로, 남의 물체나 물질을 훔친다고 하지는 않는다.
또 가치 유무를 따져 귀중한 물건이라거나 값싼 물건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귀중하거나 값싼 물체나 물질이라고는 말하지 않으며 용도 여부를 따져 쓸모없는 물건이라거나 쓸 만한 물건이라고 하지만 쓸모없다거나 쓸 만한물체나 물질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이처럼 물건이라는 말 속에는 용도, 소유, 가치 등의 관념이 짙게 묻어있다.
- P149

‘물체‘는 일정한 형태가 있다는 점에서 물건과 같으나 일상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물건과 다르다. 물체에는 용도, 소유, 가치 등의 일상적 관념이 지워져 있다. 물체는 주로 관찰이나 실험 같은 가치 중립적 맥락에서 사용된다. 과학 탐구를 위한 관찰에서 정지해 있는(혹은 운동하는) 물체를 물건이나 물질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또 형태는 있으나 정체를 알 수 없거나 오직 시각이나 촉각 등의 대상이 되는 사물을 물체라고 부를 수 있다. 창밖으로 스쳐지나간 정체불명의 그림자는 검은 물체라고 부르고 흐릿하거나 또렷한 시각적 대상물과 차갑고 단단한 촉각의 대상물도 물체라 부른다.
••••••
‘물질‘은 공간을 차지하고 질량이 있다는 점에서 물건 · 물체와 같으나 특정한 형태가 없다는 점에서 그것과 다르다. 물질은 어떤 물건이나 물체의 재료나 원료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고, 원소나 화합물이라는 뜻으로 쓰이기도한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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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은 어머니의 장례식에 지각했다.
그는 침대에서 고개를 번찌 쳐들있다. 발에 침대 시트가 이리저리 감겨 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깨닫자 옆구리에서 땀이송송 솟았다. 해가 중천이었다. 가늘게 뜬 눈꺼풀 사이로 빛이 환했다. 온 세상이 분홍빛으로 타오르고 있다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먼저 가 있을 것이다. 안 돼, 이러지 마. 오늘은 안 된다고. 그는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쳤다.
"멕시코 사람은 이런 실수를 하는 법이 없는데……." 그가 중얼거렸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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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러닝셔츠 바람에 총을 들고 멍하게 앉아 있는 폴의 눈에 보이는 것은 발가벗은 채 트램펄린 위로 높이 뛰어오르는 샌디의 모습이다. 샌디는 점프를 하며 폴을 향해 웃는다. 뒷마당이 환해질 만큼 눈부신 웃음이다. 폴도 그녀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지만 그의 가슴에 어느새 슬픔이 가득 차오른다. 그는 울음을 참느라 이를 악물고있어 얼굴이 우스꽝스럽게 일그러진다. 점프를 하는 샌디의 등뒤론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고 그 너머로 평화로운 다운타운의 아침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점프를 할 때마다 샌디의 풍성한 금발은 바람에 나부끼고 커다란 두 개의 젖가슴이 그 사이에서 출렁인다.
- P238

그녀는 전남편이 왜 그렇게 머나먼 땅에서 외롭게 떠돌며 살았는지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게 혹시 자기 때문이었다면 이제는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둘이 함께한 시간들이 비록 고통스럽고 힘들었더라도, 그래서 함께 늙어가는 기쁨을 가지진 못했더라도, 팔짱을 끼고 산동네를 향해 올라가던 그 순간, 우리는 서로 사랑하지 않았었냐고, 그렇다면 결국 상대로 인해 인생을 낭비한 것만은 아니잖냐고 말하고 싶었다. 그녀는 미국에 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떠 찻잔을 자주 들었다놓곤 했다.
- P350

그때 디제이 형의 입에서 흘러나온 취향 이란 단어가 어찌나 우아하고 향기롭게 느껴졌던지! 우리는 모두 비싼 중국음식점에서 차려낸, 듣도 보도 못한 청요리 앞에 교련복을 입고 나란히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취향을 갖는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것은 여러 보기 가운데 반드시 하나의 정답만을 골라야하는 사지선다의 세계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였다. 그것은 틀릴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공평하고 무사(無私)한 세계였으며 믿기에 따라선 내가 찍은 게 다 정답이 될 수도 있는 너그럽고 당당한 세계였다. - P356

사실, 스무 살 나이엔 아무것도 절실한 게 없다. 그것은 젊음이라는 빛나는 재산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욕망이 구체화된 나이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젊음은 그저 무지와 암흑의 카오스에 갇혀 있는 어설픈 가능태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 당시 내게 필요한 건 심심함을 달래줄 만화책과 담뱃값, 그리고 아무 데고 내키는 대로 쏘다닐 수 있는 자전거……… 그 외에 또 뭐가 있었을까? 훗날, 그때 누군가 좋은 책을 추천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었더라면 내 인생이 좀더 나아졌을까?
하지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만난 수많은 스승들가운데 그런 스승은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이 가르쳐준 거라곤 그저 ‘대학 못 가면 사람 노릇 못 한다‘는 무시무시한 명제뿐이었다.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지만.
- P372

-잘가.
나는 돌아서서 기차를 향해 뛰어갔다.
승강대에 오르자마자 기차는 곧 출발하기 시작했다. 기차가 움직이는 순간, 울컥 목이 메었다. 나는 승강대에서 머리를 내밀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언제나 그렇게 서 있을 것처럼 나를 향해 말없이 서있었다. 우리의 초라한 방을 밝혀주었던 스탠드도 여전히 그녀의 트렁크 위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나는 그 스탠드가 언제까지고 그녀의 방을 따뜻하게 비춰주길 바랐다. 기차역이 멀어지며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가장 슬프고 아름다웠던, 하지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내 인생의 어느 한 지점과 영원히 작별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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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는 전기나 가스를 이용하거나 의료 목적 등으로사용되는 물건을 가리킨다. 가전 기구, 광학 기구, 난방 기구, 실험 기구, 요리 기구, 운동 기구, 의료 기구, 전기 기구, 조명 기구, 주방 기구, 피임 기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운동 기구‘나 ‘피임 기구‘는 기구의 특성에 딱 들어맞지 않으나 관습적으로 굳어져 쓰이는 말이다.
‘도구‘는 어떤 작업을 손쉽게 하려고 사용하는 물건을가리킨다. 가재도구, 낚시 도구, 살림 도구, 세면도구, 응원 도구, 청소 도구, 취사도구, 필기도구 등을 예로 들 수있다.
‘연장‘은 손으로 잡고 무엇을 자르거나 박거나 캐거나 뚫거나 파거나 할 때 사용하는 물건을 가리킨다. 

가)옛일을 기억하다/추억하다.
나)지금 내가 한 말 꼭 기억해 두세요..

기억은 과거나 현재의 일을 모두 보존하거나 되살릴수 있으나(㉮와 ㉯의 경우), 추억은 오직 과거의 일을 되살릴수만 있다, 기억이 입력과 출력이 다 가능한 데 반해, 추억은 이미 입력된 것의 출력만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기억이 단순히 과거의 어떤 사실을 떠올리는 것이라면, 추억은 과거의 사건을 감성적으로 반추하는 것이다.

다)그는 추억에 잠겨 한동안 말이 없었다.
라) 아름다운 기억/추억, 소중한 기억/추억, 전쟁의 참혹한 기억 

추억에 잠긴다는 것은 과거의 사건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일이고 그때의 감성에 촉촉이 젖는 일이다 - P103

오늘날 당신은 입말보다 글말에서 더 많이 쓰인다. 시구나 대중가요의 노랫말 속 당신은 주로 연인을 가리킨다.
연인끼리 편지글에서 상대를 가리켜 당신이라 정답게 이르기도 한다. 현대 국어에서 당신은 윗사람을 가리키지 못하지만 시에서는 가능하다. 입말에서는 물론이고 일반적인 글에서도 어머니를 당신이라고 부를 수 없지만 시에서는 높이는 뜻으로 쓸 수 있다. 기도문에서 경외의 대상인 절대자를 높이는 뜻으로 당신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경우에도 당신을 쓸 수 있다. 책에서 독자를 상대로 말하거나 광고에서 소비자를 상대로 말할 때("침대, 당신의 인생과 함께합니다"), 대중 캠페인에서("당신의 소중한 한표가 세상을 바꿉니다) 당신은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가리킨다.
- P108

‘논쟁‘이란 어떤 문제에 대하여 논리를 무기로 하여 말이나 글로 싸우는 행위를 가리키고, ‘설전‘이란 어떤 문제에 대하여 자기주장이 옳다고 내세우며 말로 싸우는 행위를 가리킨다. 둘의 공통점은 말로 싸우는 것을 가리킨다는 점이고, 차이점은 글로도 싸울 수 있는 논쟁과 달리 설전은 말로만 싸울 수 있다는 점이다. 논쟁다운 논쟁은 말보다는글에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는데, 글로 논리를 더 정교하게 펼 수 있기 때문이다.
- P111

‘도덕‘은 개인에게 초점이 있다. 개인의 가치관이나 양심에 토대를 둔 규범이 도덕이다. 물건을 훔치지 말아야 한다거나 정직해야 한다거나 예절을 지켜야 한다거나 하는도덕관념이나 태도는 가정과 학교, 문화와 습속에서 싹트며 개인의 마음속에 내면화한다. 내면화한 도덕관념은 어떤 행동을 하거나 무엇을 판단할 때 즉각적 · 자동적으로 작동한다.
‘윤리‘는 사회나 집단에 초절이 있다. 사회적 · 집단적행위에 대한 규범이나 준칙이 윤리이다. ‘기업 윤리, 방송윤리, 윤리 강령‘ 등에서 보듯 윤리는 어떤 사회 영역이나 직업 등에서 요구되는 보편적 규범이라 할 수 있다. 윤리도 도덕처럼 내면화할 수는 있으나 내면화의 정도는 훨씬 약하고 느슨하다. 하지만 위반했을 때 받는 처벌은 ‘도덕‘보다 ‘윤리‘가 더 엄격하다.(물론 가장 엄격한 것은 ‘법‘이다.)도덕과 윤리는 때로 충돌한다. 도덕적 행위와 윤리적행위는 종종 서로 불화를 빚는다. 가령 군인은 전쟁터에서 도덕과 윤리 사이에서 갈등을 겪을 수 있다.  - P116

동감: 어떤 견해나 의견에 같은 생각을 가짐. 또는 그생각.
공감: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
••••••
 동감은 이다와 결합할 수 있지만 공감은 그럴 수 없다. 공감은 느끼다‘, ‘가다‘, ‘얻다‘, ‘불러일으키다‘ 와 호응할 수 있으나 동감은 그럴 수 없다. 기껏해야 두 단어는 ‘표하다‘, ‘표시하다‘ 등과 공통으로 결합할수 있을 뿐이다. 의미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가? 의미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동감의 의미가 단선적이라면, 공감의 의미는 복합적이다. 동감은 단순히 상대와 의견이 일치하는 것을 가리키고, 공감은 의견 일치에 그치지 않고 상대를 깊이 이해하고 상대와 같은 마음이 되는 상태를 가리킨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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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갈수록 여자들의 화장은 짙어졌다. 닭들은 밤에도 자지 않고 홰에서 내려와 모이를 찾아다녔고 개들은 자주 사람을 물었다. 개울가 빨래터에 이끼가 끼고 계곡에서 가재가 사라지면서, 한없이 다정하고 유순하기만 했던 앞산은 어느새 마을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괴물로 변해버리고 만 것이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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