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불을 보듯 빤한 일이지만) 만약 그 회사의 채용 기준에서 트위터 팔로어 수가 최우선 고려 사항이라는 말이 새어나간다면 어떻게될까? 얼마 지나지 않아 지원자들은 팔로어 수를 늘리기 위해 갖은노력을 다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수천 명의 팔로어를 만들어준다는19.95달러짜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할지도 모른다. 그런 팔로어들은대부분 로봇이 자동으로 생성시킨 가짜다. 이렇듯 사람들이 시스템을 악용함에 따라 대리 데이터는 고유한 효과성을 잃고, 속임수를 쓰는 사람들은 긍정 오류false positive 의 이득을 얻게 된다.
- P1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사이가 딴 데 정신이 팔리면서 대화는 공백 상태에 빠졌다. 둘은마주 보고 빙그레 웃으며 침묵을 음미하려 했다.
그 순간, 귓속의 이어폰에서 틸리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엘렌한테 요즘 유행하는 일본식 디저트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는건 어때요? 제가 적당한 가게를 알아요."
사이는 갑자기 달고 예쁘게 생긴 음식이 먹고 싶어 견디기가 힘들었다. 방금 전까지는 아예 생각도 못했는데.
틸리는 단순히 알고 싶은 것만 가르쳐 주지 않아요. 뭘 생각해야할지까지 가르쳐 준단 말이에요.
사이는 곰곰이 생각했다.
당신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지금도 알아요?
사이는 자신의 감정을 정리해 보려고 했다. 방금 틸리가 한 짓은 뭐였을까, 사이 본인도 모르는 욕구를 추측으로 알아맞힌 걸까? 아니면 사이의 머릿속에 그 욕구를 심어 놓은 걸까?
지금도 아냐고요.
- P4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는 번역자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큰 틀에서 글쓰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한 은유 또한 자연스레 번역에서 얻게 된다.
모든 의사소통 행위는 번역이라는 기적이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서, 내 신경 세포 속의 변화하는 활동 전위들은 특정한 배열과 유형과 사유로 분출한다. 그들은 내 척수를타고 흘러내려 내 팔과 손가락으로 갈라져 들어가고, 결국에는 근유들이 움찔거리면서 사유가 동작으로 번역된다. 키보드의 조그마한 지렛대들이 눌리고, 전자들의 배열이 바뀌고, 종이 위에 기호들이 찍힌다.
다른 시간대의 다른 장소에서 그 기호들에 부딪혀 반사된 빛은,
자연이 수십억 년에 걸친 무작위적 변이 끝에 빚어낸 초정밀 광학기관 한 쌍으로 들어간다. 거꾸로 뒤집힌 영상이 광감지 세포 수백만 개로 이루어진 막 한 쌍에 맺히고, 이 막을 통해 전기적 파장으로 번역된 빛은 시각 신경을 거슬러 올라가 시각 교차를 지나 시각로를 따라 시각 겉질로 들어가며, 이곳에서 파장은 다시 조립되어 글자, 구두점, 단어, 문장, 보조관념, 원관념, 사유가 된다.
이 모든 과정은 위태롭고 불합리하고 SF처럼 보인다.
- P8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울고 있는 내 모습에서 시작한다. 기억속의 나는 엄마와 아빠가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아빠는 달래기를 포기하고 방에서 나가 버렸지만, 엄마는 나를 안고 부엌으로 가서 식탁 앞에 앉혔다.
"칸, 칸 (자, 보렴.)"
- P13

"내가 사랑(love)‘이라고 말할 때, 난 그 말을 여기서 느껴요." 엄마는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켰다. "하지만 ‘아이 [愛]‘라고 말하면, 여기서 느껴요." 엄마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 P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아침에 서는 축제‘에 협력을 아끼지 않았던 닭들은 아다마의손에 의해 폐광 후의 탄광촌 산에 방사되었고, 한번은 지방 신문에 기사로 실린 적이 있다.
"건강합니다. 야성화한 닭 10미터 점프!"
- P251

유일한 복수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다. 즐겁게 살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싸움이다. 나는 그 싸움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지겨운 사람들에게 나의 웃음소리를 들려주기 위한 싸움을, 나는 죽을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무라카미 류 - P2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야자키, 설마 네놈은 아니겠지, 응? 네가 한 짓은 아니겠지?
북고생이 북고를 더럽히는 짓은 하지 않겠지? 야자키, 대답해,
대답해! 아니라고 대답하란 말이야."
차가운 걸레가 목에 닿아 기분이 나빴다. 두들겨 패주고 싶었지만 소동을 일으키면 남의 이목을 끌 것 같아 참으면서, 이 손놔! 하고 노한 음성으로 외치며 학생회장을 노려보았다. 왜 내가 그렇게 화를 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안경을 끼고, 키가 작고, 뻐드렁니가 난 데다 열일곱 고등학생 주제에 흰머리가 듬성듬성 보이는 학생회장. 네놈은 모교 현관에 빨간 페인트로 글이 적혀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울먹인단 말이냐? 이 학교 건물이 너의 신전이라도 된단 말이냐? 그러나 이런 유의 인간이 정말 무서운 것이다. 무엇이든 한번 믿으면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한국이나 중국에서 학살과 고문과 강간을 일삼은 것도 이런 인간들이다. 이런 인간은 한낱 낙서 때문에 울지만, 중학교 동창 여학생이 졸업과 동시에 흑인 병사의 자지를 핥는 것에 대해서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 P105

내가 울면서 용서를 빌기를 바라는 놈들이다. 그놈들의 증오심 가득한 눈길을 의식하면서, 나는 끝도 없이 떠들어댔다. 퇴학을 당해도 좋다고 그놈들을 향해 중얼거렸다. 비록 퇴학당하는 일이 있어도 나는 네놈들에게 지지 않아. 평생, 나의 즐거운 웃음소리를 들려줄테다… . - P127

마쓰나가 선생은 매일 보충수업을 한 다음, 높은 언덕에 있는 우리 집과 아다마가 사는 탄광촌을 버스를 타고 오갔던 것이다.
내 방에서는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버스 정류장에 내린 다음에 영원처럼 펼쳐진 좁다란 언덕길과 계단을 올라야 한다. 언제나 마쓰나가 선생은 그 언덕길을 걸어 우리 집으로 왔다. 도중에몇 번이나 멈추어 서서 휴식을 취하면서, 폐병 경력을 가진 선생이, 그것도 설교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온통 땀으로 젖은 얼굴로 들어서서는, 잘 지내고 있니?라는 단 한마디를 하기 위해이렇게 높은 우리 집까지 찾아온다…….. 내 마음속에서 마쓰나가 선생에 대한 경멸감이 사라져갔다.
"야자키는 아직 이런 말을 이해 못할지 모르겠지만, 난 사범학교 시절에 큰 수술을 여섯 번이나 받았지. 내 가슴은 상처투성이라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야. 의식불명이 되기도 했어.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인간은 무슨 일에든 익숙해지게 마련이야. 수술에도, 마취에도, 의식불명에도 익숙해진 거야. 그래서 나는 무슨일에든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지. 이를테면 여름에는 해바라기와 칸나가 아름답게 피지 않니, 난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 괜찮다고 모든 것을 체념할 수 있게 되었어."
- P145

초등학교 때 감기에 걸려 사흘간 쉰 적이 있었다. 그때는 친구들과 교실이 그리웠다. 119일 동안이나 결석을 했음에도 이 교실에 대해 아무런 감회가 없는 것은, 이곳이 선별과 경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개나 소, 돼지도 어릴 때는 그냥 놀면서 지낸다. 북경요리의 돼지새끼 통구이용 돼지새끼만 빼고. 동물이건 사람이건, 어른이 되기 일보 직전에 선별이 행해지고, 등급이 나눠진다. 고등학생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는 가축이 되는 첫걸음인 것이다.
- P16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