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키, 설마 네놈은 아니겠지, 응? 네가 한 짓은 아니겠지? 북고생이 북고를 더럽히는 짓은 하지 않겠지? 야자키, 대답해, 대답해! 아니라고 대답하란 말이야." 차가운 걸레가 목에 닿아 기분이 나빴다. 두들겨 패주고 싶었지만 소동을 일으키면 남의 이목을 끌 것 같아 참으면서, 이 손놔! 하고 노한 음성으로 외치며 학생회장을 노려보았다. 왜 내가 그렇게 화를 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안경을 끼고, 키가 작고, 뻐드렁니가 난 데다 열일곱 고등학생 주제에 흰머리가 듬성듬성 보이는 학생회장. 네놈은 모교 현관에 빨간 페인트로 글이 적혀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울먹인단 말이냐? 이 학교 건물이 너의 신전이라도 된단 말이냐? 그러나 이런 유의 인간이 정말 무서운 것이다. 무엇이든 한번 믿으면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한국이나 중국에서 학살과 고문과 강간을 일삼은 것도 이런 인간들이다. 이런 인간은 한낱 낙서 때문에 울지만, 중학교 동창 여학생이 졸업과 동시에 흑인 병사의 자지를 핥는 것에 대해서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 P105
내가 울면서 용서를 빌기를 바라는 놈들이다. 그놈들의 증오심 가득한 눈길을 의식하면서, 나는 끝도 없이 떠들어댔다. 퇴학을 당해도 좋다고 그놈들을 향해 중얼거렸다. 비록 퇴학당하는 일이 있어도 나는 네놈들에게 지지 않아. 평생, 나의 즐거운 웃음소리를 들려줄테다… . - P127
마쓰나가 선생은 매일 보충수업을 한 다음, 높은 언덕에 있는 우리 집과 아다마가 사는 탄광촌을 버스를 타고 오갔던 것이다. 내 방에서는 버스 정류장이 보인다. 버스 정류장에 내린 다음에 영원처럼 펼쳐진 좁다란 언덕길과 계단을 올라야 한다. 언제나 마쓰나가 선생은 그 언덕길을 걸어 우리 집으로 왔다. 도중에몇 번이나 멈추어 서서 휴식을 취하면서, 폐병 경력을 가진 선생이, 그것도 설교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온통 땀으로 젖은 얼굴로 들어서서는, 잘 지내고 있니?라는 단 한마디를 하기 위해이렇게 높은 우리 집까지 찾아온다…….. 내 마음속에서 마쓰나가 선생에 대한 경멸감이 사라져갔다. "야자키는 아직 이런 말을 이해 못할지 모르겠지만, 난 사범학교 시절에 큰 수술을 여섯 번이나 받았지. 내 가슴은 상처투성이라 쳐다보기도 싫을 정도야. 의식불명이 되기도 했어.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인간은 무슨 일에든 익숙해지게 마련이야. 수술에도, 마취에도, 의식불명에도 익숙해진 거야. 그래서 나는 무슨일에든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지. 이를테면 여름에는 해바라기와 칸나가 아름답게 피지 않니, 난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 괜찮다고 모든 것을 체념할 수 있게 되었어." - P145
초등학교 때 감기에 걸려 사흘간 쉰 적이 있었다. 그때는 친구들과 교실이 그리웠다. 119일 동안이나 결석을 했음에도 이 교실에 대해 아무런 감회가 없는 것은, 이곳이 선별과 경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개나 소, 돼지도 어릴 때는 그냥 놀면서 지낸다. 북경요리의 돼지새끼 통구이용 돼지새끼만 빼고. 동물이건 사람이건, 어른이 되기 일보 직전에 선별이 행해지고, 등급이 나눠진다. 고등학생도 마찬가지다. 고등학교는 가축이 되는 첫걸음인 것이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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