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번역자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큰 틀에서 글쓰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관한 은유 또한 자연스레 번역에서 얻게 된다. 모든 의사소통 행위는 번역이라는 기적이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서, 내 신경 세포 속의 변화하는 활동 전위들은 특정한 배열과 유형과 사유로 분출한다. 그들은 내 척수를타고 흘러내려 내 팔과 손가락으로 갈라져 들어가고, 결국에는 근유들이 움찔거리면서 사유가 동작으로 번역된다. 키보드의 조그마한 지렛대들이 눌리고, 전자들의 배열이 바뀌고, 종이 위에 기호들이 찍힌다. 다른 시간대의 다른 장소에서 그 기호들에 부딪혀 반사된 빛은, 자연이 수십억 년에 걸친 무작위적 변이 끝에 빚어낸 초정밀 광학기관 한 쌍으로 들어간다. 거꾸로 뒤집힌 영상이 광감지 세포 수백만 개로 이루어진 막 한 쌍에 맺히고, 이 막을 통해 전기적 파장으로 번역된 빛은 시각 신경을 거슬러 올라가 시각 교차를 지나 시각로를 따라 시각 겉질로 들어가며, 이곳에서 파장은 다시 조립되어 글자, 구두점, 단어, 문장, 보조관념, 원관념, 사유가 된다. 이 모든 과정은 위태롭고 불합리하고 SF처럼 보인다. - P8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은 울고 있는 내 모습에서 시작한다. 기억속의 나는 엄마와 아빠가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 아빠는 달래기를 포기하고 방에서 나가 버렸지만, 엄마는 나를 안고 부엌으로 가서 식탁 앞에 앉혔다. "칸, 칸 (자, 보렴.)" - P13
"내가 사랑(love)‘이라고 말할 때, 난 그 말을 여기서 느껴요." 엄마는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켰다. "하지만 ‘아이 [愛]‘라고 말하면, 여기서 느껴요." 엄마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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