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적정기술을 향해 나아가는 회사들은 더 많은 사람에게 이득을 주고 있다. 적정기술이란, 그 기술이 사용되는 사회의 필요와환경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기술을 말한다. 미래의 주요 첨단기술업체들은 대체로 이런 방향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꾸준히 사업을 키워 나가고 있다.
여전히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들어서 교통체증을 싫어하는억만장자들에게 팔겠다고 하는 회사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많은 회사가 염소 한 마리 값이면 살 수 있는 저렴하고 작은 전기 경운기를 만들어서 판다. 이런 전기 경운기는 농사를 짓지 못해 식량난에 시달리던 사람들에게 팔려 굶주림을 없애고 있다. 사람과 똑같이 움직이는 아름답고 정교한 안드로이드 로봇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업체도 있다. 그러나 초라하고 못생겼지만 나무에서 과일을 을딸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회사가 농가 일손을 도와 경제 발전에세우는 공이 더 크다. - P49

인간이 동물 없이 고기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한 이유는 여러가지다. 우선 동물을 길러서 고기를 얻는 일은 비용이 너무 비싸다.
따라서 적지 않은 사람이 인공으로 고기를 만드는 일에 도전했다.
가축을 기르는 일은 힘들고 번거로운 작업이다. 그에 비하면 농사를 짓는 일은 훨씬 수월하다. 똑같은 음식으로 배를 채운다면, 곡식으로 배를 채우는 편이 싸게 먹힌다. 만약 인공으로 고기를 값싸게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가난한 사람도 맛있는 고기를 먹고 싶은만큼 먹을 수 있다. 고기를 구하기 어려워 영양이 부족하던 어린이도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고기를 싼값에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만큼 가축을 기르지 않아도 된다. 가축에게 사료를 먹이기 위해서는 많은 곡식을써야 하고, 가축을 옮기고 키우고 씻기고 주변을 치우기 위해서도막대한 물, 전기, 연료가 필요하다. 식물을 기른 뒤에 그 식물을 재료로 인공 고기를 뽑아내면, 가축을 기르는 것보다 물과 전기, 연료를 아낄 수 있다. 소모되는 지원을 줄이고 기후변화를 일으키는온실기체도 줄일 수 있다. 가축에게 곡식을 먹이지 않아도 된다면,
그만큼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이 풍족해진다는 점도 장점이다.
그렇게 되면 굶주리고 있는 사람을 도울 곡식을 더 쉽게 구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동물을 가두어 놓고 기르다가 집아먹는 일 자체를싫어하고 꺼림칙하게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감성과 윤리를 이유로 가축을 잡아먹는 것보다 식물을 재료로 인공 고기를 만들어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심지어 인공 고기가 좀 더 비싸고 맛이 없더라도 기꺼이 돈을 내고 사 먹었다. 인공 고기를 만드는 회사들은 일단 이런 사람들을 목표로 인공 고기를 만들어 팔았고, 사업이 유지가 되면 기술을 발전시켜서 더 싸고 맛 좋은 고기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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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은 19개의 하위집단subpopulation 으로 분류된다. 그중 두 하위집단의 개체 수는 늘었고, 네 하위집단은 줄어들었고, 다섯 하위집단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나머지 여덟 하위집단은 전혀 파악이 되지않은 상태다. 전반적인 추세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북극의 얼음 면적이 줄어들어 북극곰의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을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해도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늘 존재한다. 가령 사냥이 그렇다. 1963년부터 2016년까지 사냥당한 북극곰은 약 5만 3500마리다. 오늘날 남아 있는 북극곰은132만 6000여 마리로 추산되는데 그 2배에 달하는 수치다.
- P501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를 비롯한 여러 과학 조직들은 언론 보도자료를 만들면서 중요한 사실들을 빼거나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대중의 인식을 호도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 피해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인류는 계속 변화한 환경에 적을해 나갈 것이며, 따라서 그 피해는 더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 역시 말하지 않는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화재의 발생빈도와 피해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기후 변화가 아니다. 그보다는 사람들이 숲 가까운 곳에 사는 것, 그리고 나무를 연료로 쓰는 것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다. 식량 생산량은 기후 변화가 아니라 비료, 농기계, 관개 시설에 좌우된다는 사실 역시 그들은 침묵으로 감추고 있을 뿐이다.
- P508

또한 정치적인 문제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몇몇 이들은 펠키에 대한 인격 살인이 민주당, 진보 진영, 환경 운동 진영 지도자들 사이에 만연해 있던 신념에서 비롯되었다고 내게 말했다. 그들은 기후 변화가 지금 당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엄청난 재앙을 낳고 있다고 자신들이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야 신재생 에너지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화석 연료에 더 많은 세금을 매기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고, 부동층의 표심을 잡아 세를 규합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기를 직접 겪으면서 나는 키에게 가해진 부당한 박해가 돈과 정치 권력 문제를 훨씬 넘어서서 벌어지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그야말로 ‘마녀사냥‘을 연상케 했다. 1950년대에 조지프 매카시Joseph McCarthy 상원 의원이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을 빨갱이로 몰아 처벌한 광기 어린 사건처럼 말이다. 펠키를 희생양으로 몰아간 그 행위는 다분히 종교적이었다. 종말론적 환경주의에는 바로 그런 종교적 성격이 짙게 깔려 있다.
- P513

하지만 자연이 과연 그런 것일까? 자연은 자기 통제 시스템이 아니다. 실제 자연은 지속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다. 새로운 종이 탄생하고멸종한다. 단일하고 완전한 시스템"이 있지 않으므로 붕괴하지도 않는다. 자연은 그저 식물, 동물, 그리고 다른 온갖 유기체가 뒤섞여 있는 상황일 뿐이고, 계속 변화한다. 우리 인간은 가령 아마존 열대우림 같은 특정한 생물 조합을 다른 생물 조합보다 더 선호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생물 조합이 다른 생물 조합, 가령 농장이나 사막보다 더 낫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이는 우리가 "기후"라 부르는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가령 30년 같은 특정한 기간을 두고 어떤 지역이나 지구 전체 같은 범위를 설정한 후 그 시공간 속에서 어떤 날씨가 얼마나 많이 있었는가를 따지는 것이 기후의 전부일 뿐이다.
기후와 지구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대체로 점진적이고 순차적이다. 기온과 해수면이 높아지는 현상 또한 마찬가지다. 갑자기 빙하가 모두 녹아내리고 통제 불가능한 화재가 모든 숲을 태워 버리는 식으로, 0이 아니면 1이라는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종말론적 표현을 사용하는 과학자들과 활동가들은 빙하가 녹거나, 해양 조류의 순환이 바뀌거다. 돌이킬 수 없는 삼림 파괴가 일어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즐겨 한다. 그런 사건은 점진적으로 발생하는 변화의 합보다 훨씬 큰 종말론적 결과를 낳는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복잡한 불확실성 속에서 왜 하필 자신들이 제시하는 종말론적 시나리오가 벌어지게 되는지는 분명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한다.
- P518

내 경우가 딱 그랬다. 20여 년 전 나는 기후 변화의 종말론적 세계전에 푹 파여 있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해 내가 느끼던 과도한 불안은 사실 나 자신의 삶에 대한 불안과 불행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기후 변화에 대해 또는 자연환경의 현재 상황에 대해 내가 할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그런 불안을 더욱 증폭시켰다.
미국에서건 유럽에서건 주로 사춘기나 그 이후 연령대에서 환경 종말론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우연일 수 있지만 주목해 볼 만한가치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그 나이대는 불안, 우울, 자살 등이 전반적으로 솟구치는 연령대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10대 중 70퍼센트는 불안과 우울증을 주요 문제라고 답하고 있다. 베커에 따르면 우리 각자의 개인적 삶이 고통스럽고 어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외부의 악마를 찾아 전쟁을 벌이려 든다. 그런 싸움 속에서 우리는 영웅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남의 눈에 띄고, 인정을 받고, 사랑을 획득해 불멸에 도달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 P530

문제는 분개가 특정한 목표를 잃고 사회 전체로 향할 때"라고 스크루턴은 주장한다. 그 시점에서 분개는 "실존적 태도"가 되어 버린다. 이는 ‘현존하는 구조 내에서 협상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권력을거머됨으로써 구조 자체를 파괴하기 위한 것이다. .… 내가 볼 때 그러한태도는 심각한 사회적 무질서를 초래하는 핵심 요인이다. 스크루턴이 말하는 이런 태도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허무주의 (염세주의)다.
 러넌이나 툰베리 같은 사람으로부터 처음 기후 변화라는 주제를 접하게 된 청소년이나 젊은이가 있다고 해 보자. 그들은 아마 기후 변화가어떤 의도적인 사악한 행위의 결과라고 여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정반대다. 탄소 배출은 에너지 소비의 부산물이다. 그리고 에너지 소비는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을 부양하고, 사회를 가난에서 구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성취하는 데 필수적이다. 이런 현실과 무관하게 환경 종말론자에게 배운 대로 누군가 악의로 기후를 망가뜨린다고 믿는다면 분노에 가득 차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 P535

왜 인간이 마운틴고릴라 같은 멸종 위기종에 신경을 써야 할까. 과학자들은 그러한 관심이 인간 스스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식으로 설명해왔다. 하지만 그건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 마운틴고릴라가 멸종한다 한들 인류에게 물질적 손해는 없다. 다만 우리는 영적으로 더욱 빈곤한 존재가 될 것이다.
다행히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우리가 마운틴고릴라를 노란눈펭귄을, 바다거북을 구하려는 건 인류 문명이 그 일에 달려 있다고 믿기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더 단순한 이유로 동물들을 살리고자 한다. 바로우리가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 P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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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텅 빈 거대한 하늘 속에서 피어오른다. 이들은 어딘지 모를 곳에서 와, 어딘지 모를 곳으로 간다.
그 어딘지 모를 곳은 구름 창고 속에 존재한다.
사람 마음속에서 생각이 나고 지듯,
구름은 하늘의 텅 빈 공간 속에서 생겨나고,
그 안에서 사라져간다.
-- 존 아처의 「물의 지혜」에 인용된 부처의 말.
- P76

오로라인 북극광과 남극광은 대입에서 물어본 전하를 띤 입자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지구 자기장에 붙잡혀 있는 입자들과 호작용한 때, 고위도 지역에서 나타난다. 입자가 자기장에 의해 상품대기로 끌려 들어보면서 산화 질소 원지를 들뜨게 만들면 이 원자들이빛을 방출한다. 태양에서 불어오는 전차를 편 입지의 흐름은 태양품이라고 하며, 이것이 지구의 자기장을 보이지 않는 바람자루 공황제처럼 늘려놓는다, 오로라 활동은 태함의 크로나 질량 방출로 나본 태양풍이 자기장을 무주 공관으로 멀리 펼처놓있다가 그 자기장이 다시 뛰어 들어오면서 그 안에 하전 입자들을 물밀듯이 끌고 들어온 때 절정을 이룬다.  - P84

구름은 꼭 물이 아니어도 많은 것으로부터 생겨날 수 있다. 이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수십억 마리의 작은 광합성플랑크톤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수용돌이 구름이 흑해의 해류와 소용돌이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곡은 수생 생물체들이이런 거대한 녹조를 형성할 때는 그저 대기의 구름을 흉내 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구름의 협정을 돕기도 한다. 남빙양에서 이루어진 과학연구에서는 해 광합성 플랑구톤이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 기체와 입자가 구름의 물방울이 응결할수 있는 ‘씨‘로 작용해서 구름의 형성에 크게 기여
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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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제화공이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어떤 농부의 집에 얹혀살고 있었다. 그는 자기 집도, 자기 땅도 한 뙈기 없이 그저 구두 만드는 일로 생계를 유지했다. 그런데 빵 값은 비싸고, 품삯은 저렴해서 버는 족족 식비에 들어가고 있었다. 제화공에게는 아내와 함께 쓰던 모피 외투가 한 벌있었는데, 그것도 넝마가 될 정도로 낡아 도저히 입을 수가 없었다. 그는 2년째 되는 해에 새 외투를 지으려고 양모피를 살 계획이었다.
- P11

저는 하나님의 첫 마디가 생각났습니다. ‘사람 속에 무엇이 있는지 깨닫게 되리라.‘ 저는 사람 속에 사랑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하나님이 약속하신 것을 벌써 제게 보여주셨다는 게 기뻤고, 그래서 첫번째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모든 것을 깨달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사람에게 무엇이 주어지지 않았는지,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알 수 없었습니다.
- P38

저는 사람 안에 무엇이 있는지 이미 알았습니다. 이제 사람에게 무엇이 주어지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에게는 자기 육체를 위해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것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 번째미소를 지었습니다. 천사 친구를 본 것과 하나님께서 두 번째 말씀을 제게 열어 보이신 것이 기뻤습니다.
- P38

하지만 그래도 저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 아직 몰랐으니까요. 저는 계속 살면서 하나님께서 제게 마지막 말씀을 열어주시기를 기다렸습니다. 6년째 되는 해에 쌍둥이 소녀가여인과 함께 왔을 때, 저는 두 아이를 바로 알아보았고, 아이들이 어떻게살아남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어머니가 아이들을살려달라고 애원했을 때, 부모 없이는 아이들이 살 수 없다는 그녀의 말을 믿어주었지. 그런데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여자가 아이들을 먹이고키웠구나." 여인이 다른 사람의 아이를 보고 감격해 울기 시작할 때, 저는 여인에게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보았고,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마지막 말씀을 열어주셨고, 저를 용서하신 것을 알았기 때문에 세 번째 미소를 지은 겁니다."
- P39

하나님이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셨고 그들이 잘 살아가기를 원하시는것은 알았습니다. 이제 저는 또 다른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사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각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시지 않으셨음을, 그리고 사람들이 협력하며 살기를 원하시기 때문에 모두에게 그들 자신과 모두를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심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염려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랑 하나만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이제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랑 안에 있는 사람은 하나님 안에 있고, 그 안에 하나님께서 계십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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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이 절반쯤 지나간 즈음 대화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확실해지면서 사람들도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친구들과 대통령 경호원들만 끝까지 남았다. 대통령이 딸들에게 떠날 것을 명해서 사람들이 강제로 딸들을 데리고 나갔다. 아버지의 이름을 외치는 딸들의 절규 소리가 길가에서부터 들려 왔다. 건물 안에는 대략 서른명의 사람들이 남아 2층 거실에 진을 치고 있었다. 하이메도 그들 중에 끼어 있었다. 그는 악몽을 꾸고 있는 것만같았다. 그는 한 손에 총을 든 채 빨간 벨벳 의자에 앉아멍하니 총만 바라보았다. 그는 총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몰랐다. 시간이 아주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시계를들여다 보니 그 끔찍한 악몽 속에서 겨우 세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대통령의 목소리를 들었다. 대통령의 마지막 작별 인사였다.
"앞으로 박해받을 사람들을 위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나 역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나는 민중의 중심에 내 목숨 다 바쳐 보답할 것입니다. 나는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 있을 것입니다. 나는 우리 조국과 조국의 운명을 믿습니다. 이 순간을 잘 극복하십시오. 그러면 조만간 보다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위해 자유인이 지나갈 수 있는 드넓은 가로수 길이 열릴것입니다. 민중 만세! 노동자 만세! 이것이 내가 여러분에게 전하는 마지막 말입니다. 나는 내 희생이 헛되지만은않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하늘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산발적인 총소리가 드문드문 멀리서 들려왔다. 바로 그 순간 대통령은 반란군 지도자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가 대통령에게 가족과 함께 국외로 떠날 수 있도록 군 비행기를 제공하겠다고 제의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먼 나라로 망명을 떠나, 야밤 도주하듯 쫓겨난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 노닥거리며 여생을 마치고 싶지 않았다.
"사람 잘못 됐소, 배신자들. 민중이 나를 이 자리에 앉힌 이상 나는 죽어서나 이곳을 나갈 것이오."
- P216

‘시인‘은 바닷가에 있는 그의 집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원래 지병을 앓고 있었는데 근래의 사건들로 살아갈 의욕마저 상실한 것이다. 군인들이 시인의 집을 급습해 달팽이나 조개껍데기, 나비, 병 등을 수집해 놓은 것을 다 헤집어놓았고, 여러 군데 바다에서 건져온 선박 장식품과 책, 그림, 미완성 시를 모조리 뒤졌다. 반란용 무기와 도망친 공산주의자들을 찾겠다며 벌인 수색이었지만 결국은 시인의 늙은 심장에 타격만 주었다. 시인은 수도로 옮겨진 뒤 나흘 후에 세상을 하직했다. 삶을 노래했던 시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그들을 쏴 죽일 거야! 그들을 쏴 죽일 거야!"였다.
- P248

사십팔 시간 후에 페드로 테르세로 가르시아의 방문이 활짝 열렸다. 하지만 블랑카가 아니라 에스테반 트루에바가 문 입구에 서 있었다. 페드로 테르세로는 이제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평온했다.
"자네를 여기서 내보내려고 왔네."
트루에바 상원의원이 말했다.
"왜요?"
페드로 테르세로가 물었다.
"블랑카가 부탁해서지."
트루에바가 대답했다.
"지옥에나 가십시오."
페드로 테르세로가 더듬거렸다.
"좋아, 바로 거기에 가려던 참이었네. 나랑 같이 가지."
둘은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 P258

나는 개집에 있었을 때 언젠가는 가르시아 대령을 내 앞에 무릎 물리고, 당연히 복수받아 마땅한 사람들 모두에게복수하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그렇지만 이제는 그런 증오심마저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와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몇 주가 지나면서 증오심이 많이 희석되었고 날카롭고 또렷하던 면들도 많이 무뎌지고 뭉뚱그려졌다. 그 어느 것도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은 없었다. 그 모든 일이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짜여진 운명에 상응하는 것이었으며,
에스테반 가르시아도 그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거칠고 삐뚤어진 부분이었지만, 그 어느 것도 괜히 존재하는것은 없었다. 외할아버지가 강가의 갈대밭에서 그의 할머니인 판차 가르시아를 넘어뜨렸을 때 또 다른 업의 고리가 연결된 것이었다. 그 후 강간당한 여자의 손자는 강간한 남자의 손녀에게 똑같은 짓을 되풀이했고, 아마도 사십 년쯤 후에는 내 손자가 가르시아의 손녀딸을 갈대밭 사이로 넘어뜨리고, 또 다른 고통과 피와 사랑의 역사가 앞으로도 몇 세기 동안 계속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개집에 있었을때 나는 각기 정확한 자리를 지닌 퍼즐을 맞추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완성하기 전까지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지만 조각들이 다 제자리를 찾고 나면, 각 부분들이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니고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게 될 거라 확신했다. 조각 하나하나가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가르시아 대령 역시 나름대로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 P326

외할머니는 삶을 증언하는 노트를 오십 년 동안 써왔다.
공범이 되어준 몇몇 영혼들이 빼돌린 덕분에, 그 노트들은 식구들의 다른 글을 모두 사라지게 한 그 치욕스러운 불길을 기적적으로 피할 수 있었다. 노트들은 클라라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배열해 놓은 그대로, 연대순이 아닌 사건별로 분류되어 색색깔의 리본에 묶여 지금 내 발치에 놓여 있다. 클라라 외할머니는 내가 과거를 되살리고, 스스로 공포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그 노트들을 기록한 것이었다. 첫 번째 노트는 어린아이의 섬세한 필체로 쓰여진 평범한 스무 장짜리 학교 노트였다. 그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바라바스가 바다를 건너 우리에게 왔다…."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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