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도교, 불교 모두 ‘조화‘, ‘부분보다는 전체‘, ‘사물들의 상호 관련성‘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있었다. 세 철학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종합주의 (holism)‘는 우주의 모든 요소들이 서로관련되어 있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종합주의라는 개념은 공명 (resonance) 현상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현악기의 한줄을 건드리면 공명에 의해 다른 줄이 울게 되듯이 인간, 하늘, 땅은 서로에게 이런 공명을 일으킨다. 만일 땅에서 군주가 나쁜 일을하면 우주의 상태 역시 나빠진다는 믿음이 바로 이러한 종합적 사고의 한 예이다.
반면 고대 그리스 철학의 중요한 특징인 ‘추상화(abstraction)에대한 관심‘은 고대 중국 철학에서 그리 쉽게 찾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중국어에는 영어의 ‘ness‘에 해당하는 접미사가 없기 때문에 영어의 ‘whiteness‘ 같은 추상적인 의미를 사용할 수 없다. 백조의 흰색이나 눈의 흰색처럼 오직 특정 대상과 관련된 형태로만 쓰인다.
중국인들의 기본적인 우주관은 우주가 상호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사물들의 단순한 조합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거대한 물질이라는 것이었다. 반면에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우주가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믿었다. 그리스 문화에서는 우주의구성 단위가 원자(atom)인지 아니면 파장(wave) 인지가 중요한 논쟁거리여였지만, 중국인들이 보기에 루주란 두말할 아위 없이 연속적인 파장르로 구성된 것이었다. - P43

그리스인들이 자연계‘의 개념을 발견하면서 과학이라는 것이생겨났다. 중국인들이 과학을 일찍 발전시키지 못한 것은, 호기심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이유는 ‘인간계와는 독립적인 실체로서의 자연계‘라는 개념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별 사물과 그것의 속성에 집착한 탓에 그리스인들은 아주 기본적인 인과 관계를 파악하는 데 실패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돌이 공중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것은 ‘그 돌‘이 ‘중력‘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나무 조각이 물 위에뜨는 것은 그 ‘나무 조각‘이 ‘부력‘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두 경우 모두 주 초점은 오로지 대상 자체이며, 그 대상을 둘러싼 외부의 힘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이와는 달리, 중국인들은 우주를 서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장陽)으로 보았기 때문에, 인과 관계를 설명할 때에도 장 전체의 복잡성에 주목했다. 그들은 어떤 일이든지 수많은 힘들이 상호 작용하는 장 안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하였다. 따라서 그들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것들 사이에서도 힘이 작용한다(action at a distance)‘라는 사실을 갈릴레오 훨씬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은 자석과 공명의 원리뿐만 아니라, 갈릴레오조차 깨닫지 못했던, 달의 운동과 조류 사이의 연관성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 P46

인류학자린 레드워드 홀(Edward Hall)은 이러한 차리를 ‘저맥락(low context)‘ 사회와 ‘고맥락(high context)‘ 사회의 구분을 통해 설명하였다. 저맥락 사회인 서양에서는 사람을 맥락에서 떼어내어서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개인은 맥락에 속박되지 않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행위자로서 이 집단에서 저 집단으로, 이 상황에서 저 상황으로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다. 그러나 고맥락 사회인 동양에서 인간이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유동적인 존재로서 주변 맥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철학자 도널드 먼로의 표현을 빌자면 동양인들은 인간을 "가족이나 사회 혹은 도의 원리와 같은 전체와의 관련성 속에서 파악한다." 인간은 ‘인간관계 속에서‘ 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하게 독립적인 행위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리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동양인에게 있어서 행위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의해 조정되고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 관계에서 조화를 유지하는 것이 사회 생활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된다.
동양인들은 자신들이 속한 내집단에 대해서는 강한 애정을 보이지만, 외집단이나 그저 아는 사이인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거리를둔다. 그들은 자신이 내집단의 다른 구성원들과 매우 유사하다고느끼고, 그들을 외집단 구성원보다 훨씬 더 신뢰한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자신과 내집단 사이에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싶어하며, 내집단원이나 외집단원을 크게 구분하지 않는 보편주의적 행동 원리를 따른다. - P55

물론 동양인들이 자신의 특성을 일부러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아니다. 그보다 동양인들에게는 자신이 ‘특별하다‘, ‘남들보다 탁월하다‘라고 믿게 하는 문화적 압력이 없다.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사회에서 개인의 과제는 ‘남들보다 더 뛰어나다‘ 혹은 ‘더 독특하다‘라는 평가를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화목을 유지하고 집단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몫을 다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기비판(self-criticism)이 필수적이다.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서는 다른 구성원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집단의 과제 달성을 방해하는 개인의 단점이나 특성을 반드시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양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남들과 마찰 없이 더불어 사는 법을 가르치지만, 서양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느끼도록 가르친다.
일본의 학생들은 인간 관계를 부드럽게 하고 자신의 능력을 더 개발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자기반성을 하도록 교육받는다. 동양인들에게는 우스워 보이겠지만, 얼마 전 내 고향에서는 교육의 목표로서 ‘지식을 전달하는 것‘과 ‘자존감(self-esteem)을 심어주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에 관한 논쟁이 일어난 적도 있었다. 동양인들에게 있어서 자존감을 심어주는 것이 교육의 목표가 된다는것은 어쩌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 P58

이처럼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사회와 상호의존적인 사회의 특징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다르며, 이러한 차이들은 크게 다음의 네 가지 사항으로 요약된다.

• 개인적 행위에 대한 자유 선호 대 집합적 행위에 대한 선호.
• 개인의 독특성 추구 대집단과의 조화로운 어울림 추구
• 평등과 성취 지위의 추구 대 위계 질서와 귀속 지위의 수용 • 보편적 행위 규범(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행동 원리)에 대한 선호 대 특수적 행위 규범(유형과 종류와 상황에 따른 융통성 있는 행동 원리)에 대한 선호

위의 네 가지 사항은 서로 관련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미미하다. 따라서 어떤 사회가 어느 사항에서 독립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다른 사항에서도 독립적인 것은 아니다. - P65

동양인들은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상호의존적 단서들을 통해 끊임없이 상호의존적인 사람이 되도록 유도(점화)되고 있고, 서양인들은 독립적 단서들을 통해 독립적인 사람이 되도록 늘 점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든지 독립적인 사회에서 살면 독립적 단서에 노출되기 때문에 독립적인 방법으로 사고하게 되고, 상호의존적인 사회에서 지내게 되면 상호의존적 단서에 점화(Priming)되어 상호의존적인 방법으로 사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 P71

일본도 물론 체면을 중시하지만 조직과 관련된 체면을 더 중시한다는 점에서 가족의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과는 다르다. 사회학자인 로버트 벨라(Robert Bellah), 철학자인 하지메 나카무라, 심리학자인 도라 디엔(Dora Dien), 사회철학자인 린위탕 등은 중국과일본의 또 다른 차이들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사회적 규제 면에서, 중국의 경우는 그 규제가 상사 혹은 윗사람 등 대개 권위자로부터 비롯되지만 일본의 경우는 대개 동료로부터 비롯된다. 학교내에서의 통제력도, 중국에서는 주로 교사로부터 나오지만 일본에서는 동료 학생으로부터 나온다.
도라 디엔은 "중국인들은 오륜으로 대표되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면서도 각 개인의 개성을 유지하는 데 반해, 일본에서는 집단 속으로의 개인의 완전한 융합을 강조한다"라고 적고 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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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마음속의 말들을 전부 쏟아놓고 싶었다. 딸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설명은 늘 변명에 불과했다. 모두가 자신을 설명하고 싶어 하지만 들어보면 변명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래, 머스탱에 문제 있으면 알려주고 보러가드가 말했다.
아리엘은 문제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다음에 봐." 그는 아리엘이 카운터로 걸어가 주스와 기름 값을 계산하고 마트를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아리엘이 주차장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동안 시간이 거꾸로 흘렀다. 아리엘은 열여섯이었다가, 열두 살이 되고, 이윽고 다섯 살 아이가 되었다. 그녀가 차에 탔을 때, 보러가드는 갓 태어난 아리엘을 안고 있는 상상을 했다. 조막만 한 손을꼭 쥐고 들어 올리는 모습은 마치 싸움을 준비하는 듯했다. 하지만그 싸움은 아리엘이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승부는 이미 조작되었고 점수는 중요하지 않았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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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수년 전에 나는 중국 출신의 한 대학원생과 함께 사회심리학적 주제와 인간의 사고 방식에 관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연구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학생은 "교수님, 교수님과 저의 차이점이라면, 저는 세상을 원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교수님은 세상을 직선으로 생각하신다는 점입니다"라고 내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당혹스러워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기의 생각을 계속해서 말했다. "중국 사람들은 사물은 늘 변화하며 언젠가는 다시 원점으로 회귀한다고 믿습니다. 그들은 아주많은 사건들에 동시에 주의를 기울이고 사물들 간의 관계성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중국 사람들은 전체를 고려하지 않고 부분만을 떼어내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서양 사람들은 훨씬 더 단순하고 기계적인 세상에 살고있습니다. 그들은 큰 그림보다는 부분적인 사물 그 자체, 혹은 사람 자체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물의 행위를 지배하는 규칙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 P13

나를 포함한 보편주의자들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 인간은 누구나 동일한 인지 과정을 가지고 있다. 마오리족의 지도자이든지 현대의 벤처 사업가이든지 지각, 기억, 인과분석, 범주화, 그리고 추론과정에 있어서 동일하다.
• 만일 어떤 문화권의 사람이 다른 문화권의 사람과 신념 체계가 다르다면, 그것은 그들이 세상의 다른 측면을 보거나 아니면 단순히 다른 내용을 교육받았기 때문이지 서로 다른 인지 과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 고등 추론 과정은 논리학의 형식 논리에 따른다. 예를 들어, 모순된 것을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추론은 "어떤 명제가 참이면서 동시에 거짓일 수없다"라는 형식 논리에 따른다.
• 인간의 사고 과정 자체는 사고의 내용과는 독립적이다. 다시 말해 서로다른 대상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사고 과정이 작용한다. - P14

 이에 더하여 나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의 훈련을 통해서도 사람들의 추론 방법과 실제 행동이 바뀔 수 있음을 이 연구들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일종의 문화의 힘을 인식하게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현재 버클리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펑카이핑이라는 그 중국 학생의 주장을 검증해보기로 했다. 교육에 의해서 성인들의 추론 방식이 바뀔 수 있다면, 서로 다른 문화의 사람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특정한 사고의 습관을 가지도록 끊임없이 사회화될 것이고 그 결과 서로 다른 사고 습관을 가지게 될 것이다. - P15

동양과 서양의 사회 구조에서의 차이, 그리고 동양인들과 서양인들의 자기 개념에서의 차이는 그들이 사고 과정과 사고 내용에서 보이는 차이와 일치한다. 즉, 동양 사회의 집합주의적이고 상호의존적인 특성은 세상을 보다 넓게 종합적으로 보는 시각, 어떤 사건이든지 수없이 많은 요인들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으로 보는견해와 일맥상통한다. 같은 논리로, 서양 사회의 개인주의적이고독립적인 특성은 개별 사물을 전체 맥락에서 떼어내어 분석하는그들의 접근, 사물들을 다스리는 공통의 규칙을 발견할 수 있고 따라서  사물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그들의 신념과 통한다.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이 사고의 체계에서 정말로 다르다면, 태도, 신념, 가치, 선호와 같은 심리적 특성들에서 나타나는 문화간의 차이는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데 사용하는 생각의 도구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불가피한 결과일 것이다. - P17

과학과 수학 
- 왜 고대 중국에서는 연산과 대수학은 발달했지만 기하학은 발달하지 못했을까? 어떻게 고대 그리스는 기하학에서 눈부신 진보를 보였을까? 현대의 동양인들이 서양인들보다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분야에서의 최첨단 발전은 왜 서양에서 더 두드러질까?
주의 과정과 지각 과정 
- 왜 동양인들은 서양인들보다 사건들 간의 관련성을 잘 파악하는 것일까? 반대로 주변 환경에서 개별 사물을 분리하는 과제에서는 왜 동양인들이 서양인들보다 더 어려워할까?
인과적 추리 
- 왜 서양인들은 사람의 행동을 설명할 때 상황적인 요인은 무시하고 그 사람의 내부 특성만을 강조할까? 왜 동양인들은어떤 일이 발생하고 나면 ‘내가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지‘라는 후견지명 효과를 강하게 보일까?
지식의 조직화 
- 왜 서양의 유아들은 동사보다는 명사를 더 빠른 속도로 배울까? 그 반대로 왜 동양의 유아들은 명사보다는 동사를 더 빨리 배울까?
추론 과정 
- 왜 서양인들은 일상적인 문제를 해결할 때에도 형식논리를 자주 사용할까? 왜 동양인들은 명백하게 모순되어 보이는 두주장들을 동시에 받아들일까? 동양인들과 서양인들이 각각 특징적으로 범하는 추론의 실수는 무엇일까? - P19

그리스인들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유독 강했다. 그 시대의 다른 문화권에서는 왕의 한마디가 곧 법이었고, 왕에게 대항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그러한 사회에서시민들이 자유롭게 여행을 한다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통치자의 입장에서도 개인에게 그러한 자유를 허용하는것은 매우 위협적인 일이었으므로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그리스인들은 다른 문화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즉, 자신의 삶은 스스로 주관하는 것이므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는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은 ‘행복‘에 대한 그들의 정의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그리스인들이 정의하는 행복이란 ‘아무런 제약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탁월성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개인의 자율성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강한 신념은 개인 정체성에대한 강한 인식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들은 인간을 ‘독특한특성과 목표를 가진 상호 개별적인 존재‘로 파악했다.  - P27

그리스에서 개인의 자율성이 중요했다면, 중국에서는 조화로운 인간 관계가 중요했다. 중국인들은 어릴때부터 자신이 어떤 집단의구성원, 특히 가족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가장 중요한 사실로 교육받는다. 그리스인들에게 있어서 개인이 특정 상황에 구속되어 있지 않은 독립적인 존재였다면,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개인은 ‘특정집단에 소속된 구성원‘이었다. 그리스인들이 연극이나 시 낭송을관람하는 것을 특별한 일로 생각한 반면, 동시대의 중국인들은 친구나 친척을 방문하는 것을 특별한 행사로 여겼다. 철학자 헨리 로즈먼트(Henry Rosemont)는 중국 사회의 특징을 이렇게 평했다.

초기 유교 신봉자들에게 ‘나‘라는 존재는 타인과의 관계 맺음과그 속에서 부여되는 역할들의 총체일 뿐, 결코 독립된 존재가 아니었다. 결국 그들의 정체성은 역할에 따라 결정되므로 역할이 바뀌면 정체성도 당연히 바뀐다. 즉, 완전히 ‘다른 나‘가 되는 것이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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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러가드는 커피를 끝까지 들이켜며 생각했다. 한때는 이런 집을 갖는 것이 소원이었다. 수도를 틀면 물이 나오고 지붕에서 비가 새지 않는 집. 각자 자신만의 방이 있고 물 새는 곳에 양동이를 받쳐놓지 않아도 되는 집 말이다. 그는 다 마신 커피 컵을 싱크대에 두면서 소박한 꿈과 예상 가능한 꿈을 꾸는 것 중 무엇이 더 슬픈가를 생각했다. 집에 대한 꿈은 아버지가 사라지기 전에 가졌던 꿈이었다. 아버지가 사라진 후에는 아버지를 다시 보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었다. 그러나 수년이 흐른 후, 그는 어떤 꿈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48

보러가드는 몇몇 영화에서 주인공이 ‘어두운 생활을 청산하기위해 수백 킬로그램의 콘크리트를 부어 무기를 묻었다가 적이 찾아오자마자 어렵게 묻은 무기를 파내는 장면이 너무도 클리셰라고생각했다.
영화에서 흔히 쓰는 상징이려니 넘어가려고 해도 극히 비현실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누구든 한번 입문하면 절대로 그 ‘어두운생활‘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한번 그 삶에 입문한 자들은 언제든그 삶을 어깨 너머로 살피게 된다. 총은 손이 닿는 곳에 두지 영화에서처럼 시멘트를 부어 파묻지 않는다. 총을 옆에 두어야만 안심하는척이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러가드는 집의 모든 방에 총을 숨겨두었다. 총은 좋은 친구지만 종국에는 나쁜 짓을 일삼고야 만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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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통찰력에 의존하여 빠른 학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우리는 지루한 훈련을 거치지 않고도 문제가 되는 지식의 적절한 상징적 표상만 떠올리면 당장 알 수 있다. 쥐, 고양이, 원숭이, 돌고래 같은 비인간적 대상을 연구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 환경이나 틀을 고안한 심리학자는 각 동물에게 새로운 과제를 훈련시키는 데에 오랜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러나 인간 피험자에게는필요한 사항을 말로 전달하면 된다. 짤막한 질문과 답변, 몇 차례의 연습만 거치면 인간 피험자는 새로운 환경에서도 어떤 행위자도 못 따라올 정도의 탁월한 학습 능력을 보인다. 물론 우리는 이런 실험에서 제시되는 표상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른다. 즉 어떻게 ABC 학습이 인간의 학습으로 이행되는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자유롭게 떠다니는 전략을 행위자안에 강하게 묶어 두어 그 행위자 자신의 이성이 되게 하려면 행위자는 무언가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이성의 표상은 구성되고설계되고 편집되고 수정되고 조작되며 승인받을 수 있다. 한 행위자가 어떻게 그런 놀라운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을까? 뇌에서 새로운 기관을 발전시킨 것일까? 아니면 이미 자신이 숙지하고 있던 외부 세계의 조작을 통해 이런 능력을 쌓은 것일까? - P218

행위자는 지각과 행동의 양면에서 자신이 지금 보유한 기술을 가지고 환경에 대처한다. 이런 기술로 극복하기에 환경이 너무복잡할 경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환경을 단순화시키지 않으면 행위자는 난관에 봉착한다. 대부분의 좋은 자연 표지에 의존하여 길을 찾아 나서지만 일부 좋은 인위적인 표지를 해 두었다가 나중에 이용하는 재주를 고안했다. 예를 들어 개미는 집과 먹이를오가는 길에 페로몬 흔적 (냄새 흔적을 남기며 텃세를 부리는 종들의 개체들은 자기 오줌에 함유된 독특한 향기가 나는 화합물로 영역의 경계를 표시한다. 우리가집 주변에 울타리를 세우는 것도 마찬가지로 무단 침입자를 막기 위해서다. 그것은 또 우리 자신을 위한편리한 인식 수단이기도 하다. 자원을 관리하기 위해, 혹은 경작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투자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구분해주는 경계선을 따로 기억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연속의 중요한 마디들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정보의 일부를 쉽게감지할 수 있는 형태로 외부 세계에 저장함으로써 뇌의 한정된 자원을 다른 활동에 쓸 수 있도록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훌륭한 관리 방법이다. 가장 중요한 특성을 식별하는 데 쓸 수 있도록정교한 표지를 환경에 남기는 것은 지각과 기억에 가해지는 과도한 인지 부하를 줄이는 뛰어난 방법이다. 그것은 가장 요긴한 곳에발신 장치를 설치하는 탁월한 진화 전략의 변형이자 개선이라 할수 있을 것이다. - P221

 자주 관찰되는 현상은 아니지만 집을 떠나 병원에서 지내게 된 노인들은육체적으로는 더없이 편한 대우를 받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수가 있다. 심지어 그들은 노망기를 보이기도 한다. 음식을 먹고 옷을 입고 몸을 씻는 기본적인활동조차 제대로 해 내지 못한다. 그러니 더 큰 흥미를 낳는 활동은 아예 엄두도 못 낸다. 그런데 막상 집으로 돌아가면 혼자서 그럭저럭 생활을 꾸려 나간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은 집이라는 환경 안에 너무도 낯익은 표지, 몸에 밴행동을 유발하는 자극제, 무엇을 해야 하고 어디에 음식이 있고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하며 전화기는 어디에 있는지 등을 일깨워 주는 신호를 투여해 온 것이다. 새로운 종류의 학습을 하기에는 뇌의 기능이 둔화되었지만 노인은 그처럼 지겹도록 낯이 익은 세계에서라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 그런 노인을 집 밖으로내모는 것은 사실상 마음의 주된 영역에서 그를 단절시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잠재적 충격파는 뇌수술에 버금갈 것이다. - P226

문학 비평가인 수전 손택 (Susan Sontag)은 사진에 관하여 (Onphotography) (1977)에서 고속 촬영 사진의 등장은 과학 기술을 혁명적으로 발전시켰다고 주장했다. 이 기술 덕분에 인간은 역사상 처음으로 복잡한 시간 현상을 실시간이 아니라 자기에게 편리한 시간틀에서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인간은복잡한 사건이 낳은 흔적에 대한 정연한 분석을 느긋하게 즐길 수있게 되었다. 3장에서 언급했듯이 자연 상태에서 우리의 마음은오직 특정한 속도로 일어나는 변화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더 빠르거나 더 느리게 진행되는 사건은 아예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사진 분야에서 이루어진 기술의 진보는 인지 능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덕분에 우리는 흥미를 품은 사건을 우리의 특정한 감각에 맞게 주문 제작된 맞춤형 틀 안에 재현할 수 있게되었다. - P233

우리가 문화에서 얻는 마음의 도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언어다. 처음에는 입으로 말하는 언어, 그 다음에는 손으로쓰는 언어가 등장했다. 언어는 발신 장치와 표지판이 구조가 단순한 생물의 세계를 원활하게 탐색하게 해 주듯이 인식을 도와 우리의 지능을 끌어올린다. 추상적이며 다층적인 관념 세계로의 항해는 공유하고 비판하고 기록되고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으며 이동과 기억이 가능한 막대한 분량의 표지판이 없다면 애당초 불가능하다. 우리는 말하기와 글쓰기가 수십만 년(혹은 수백만 년)의 격차를 두고 나타났으며 각각의 고유한 힘을 가진 확연히 구별되는혁신이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히 뇌나 마음을 이론화할 때 우리는 이 두 가지 현상을 하나로 묶는 경향이 있다. 인지 작용의 매질로서 사고 언어‘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글은 대부분 우리가 씌어진 사고 언어를 생각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런 경향을 몇 해 전에 나는 "뇌는 쓰고 마음은 읽는 식이라고 꼬집은 바있다. 언어의 등장이 우리의 인지력을 어떻게 확장시켰는가를 파악하기 위해서 우리는 씌어진 사고 언어보다는 말해진 사고 언어가 왜, 그리고 어떻게 유익한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중점적으로 고찰해야 한다. - P238

발전을 거듭하면서 우리의 딱지는 점점 정교해지고 명료해지고 분절되어서 종국에 가서는 거의 마술에 가까운 경지에 이른다. 표상에 대한 단순한 성찰만으로 그에 관련된 모든 앎을 떠올릴 수있는 단계에 도달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대상의 이해자가 된다. 기억 속에 들어 있는 이 인공의 교점, 들리고 말해지던 단어들의 이 어슴푸레한 그림자를 개념이라고 부를 수 있으리라. 그렇다면 개념은 자신의 수많은 연상물 중에 단어 (공적이건 사적이건)의 청음적, 조음적 특성을 담을 수도 담지 않을 수도 있는 내부 딱지다. 단어는 개념의 원형 또는 조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최초의 개념은 내가 보기에는 ‘발성된 개념이다. 다룰 수 있는 개념만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 P245

이 책은 수많은 질문 공세로 시작되었지만 철학자가 쓴 책인지라 속 시원한 답변이 제시되면서 마무리되지는 않는다. 그러나나는 이 질문들이 더 나은 질문을 제기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적어도 이 책을 통해 마음의 다양한 갈래를 지속적으로 탐구할 때 따라가도 좋을 길과 피해야 할함정을 지혜롭게 분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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