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안되는 케이스야."
내게 헛된 희망을 심어주지 않으려는 연하의 마음이 아프게 밀려왔지만 나는 지지 않고 밀어붙인다.
"안 돼도 해. 되는 것만 어떻게 하면서 살아. 안 돼도 해.
적어도 내가 장애인은 절대 안 된다는 엄마한테... 세상에나 하나밖에 없는 엄마한테 널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당당히 말할 수 있게! 엄마, 연하는 포기를 몰라요, 세상 누구보다강해요! 그렇게 당당히 말할 수 있게."
참으려 했지만 눈물이 쏟아졌다. 단단한 벽을 치고 나를밀어내던 연하의 눈빛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벽이었을 것이고, 내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배려였을 것이다. 이젠 그런 벽 뒤에 숨어 서로의 감정을 속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소모는 지난 삼 년으로 충분하다.
흔들림 없이 단단해진 내 마음을 알겠다는 듯 연하가 부드러운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그의 눈빛에 먹먹함이 담겨있다. 나는 냅킨으로 눈물, 콧물을 닦아냈다.
"소설 끝나는 날 올게. 엄마한테 책 선물로 주고 그게 엄마 소원이거든."
차를 마시며 잠깐 생각에 잠겼던 연하가 진짜 속마음을 꺼냈다.
"안 오면... 죽는다. 진짜." - P106

슬로베니아에 돌아와보니, 다시 오는 건 쉽고 가볍게 느껴졌다. 어떤 길이든 그 길에 들어서기 전이 가장 두려운 법이다. 한발 내디뎌 내 발자국으로 길을 내고 보면, 그 길 위엔 나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괴물이 숨어 있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괴물은 언제나 내 마음이 만들어내는 상상 속 두려움일 뿐이다. - P108

삶의 한 자리에 죽음이 들어와 탐욕스럽게 자신을 노려보고있는데, 그것과 싸울 무기조차 없다는 얘기를 들으면  살며 갈고닦은 긍정성조차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 P260

난희가 회자를 가만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언니 내가 암이래."
회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난희를 돌아보았다.
"많이 크대, 암이, 내일병원 들어가 진짜."
애써 웃어 보이는 난희를 회자가 와락 끌어안았다.
"어떡해 어떡해…."
희자가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을 달고 난희 얼굴을 두 손으로 쓰다듬는다. 이를 어쩌나, 이 젊고 예쁜 애를 어쩌나싶어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언니가 나보다 낫다 생각해라. 나는... 나는... 언니보다 내가 낫다 생각할게. 우리 그냥 그렇게 생각해버리자."
난희는 다시 회자를 안고 웃으려 애썼다.
"이제야 좀 위로가 된다. 병자끼리 있으니까."
난희와 희자는 그렇게 서로를 안았다. 서로의 따뜻한 체온이 전해지고, 하필 왜 나한테 이런 병이 온 건가 하는 분노와 아픔이 전해지고, 자기 품에 안긴 아픈 여인의 애틋함이 가슴속 깊이 전해져왔다. - P332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부모가 자식을 더 사랑한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그 말은 부모 된 입장에 선 사람이 한 말일 거다. 우리 자식들의 잘못은 단 하나. 당신들을 덜 사랑한 것이 아니라, 당신들이 영원히, 아니, 아주 오래 우리 곁에 있어줄 거라는 어리석은 착각. 아마도 그것이 아닐까. - P347

나는 얼마나 어리석은가. 왜 나는 지금껏 그들이 끝없이죽음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고 생각했을까. 그들은 다만지난날 자신들의 삶을 열심히 살아온 것처럼, 지금 이 순간을 너무도 치열하고 당당하게 살아내고 있는데…. 어차피 처음에 왔던 그곳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거라면 그 길도초라하지 않게 가기 위해 오늘도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가고있는데….
다만 소원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이 조금 더 오래가길,
아무런 미련이 남지 않게 조금 더 오래가길 기원할 뿐이다.
친애하는 나의 늙은 친구들이여!
‘Bravo your life!‘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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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이후 시작된 나와 내 가족 대상 수사에 대한 법적평가는 부분적으로 종결되었다. 배우자 정경심 교수는 유죄판결이확정되어 복역 중이다. 고통스럽다. 나에 대해 1심 법원은 유죄판결을 내렸지만,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두 재판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피고인 신세라 자제하며 겸허한 자세로 남은 재판에 임하고자 한다. 다만,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불가론‘의근거로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청와대 주요 관계자에게 역설했던 ‘조국 사모펀드‘ 건은 아무 근거가 없음이 확인되었음은 명기해 두고싶다. 그리고 나와 내 가족의 과오와 불찰이 윤 총장이 대권에 도전하는 명분과 빌미를 만들어줬던 점에 대해 깊이 자성 · 자책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밝히고 싶다. - P54

‘군사쿠데타‘가 총, 칼, 탱크를 사용한다면, ‘검찰 쿠데타‘는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검찰권을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검찰 쿠데타‘의 완성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배출, 그리고 검찰의 권력장악이었다. 2014년 3월 브라질 세르지우 페르난두 모루 수사 판사(한국의 검사 권한까지 보유한 판사가 시작한 ‘세차 작전Operaçao LavaJato‘도 같은 맥락에서 ‘검찰·사법 쿠데타‘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대권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사람들이 ‘브라질 모델‘을 참조했을 가능성이 있다.
모루는 국영석유업체 페트로브라스가 계약 수주 대가로 대형건설사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한 수사를 시작으로 정치인수사를 전개했다. 그는 예비구금 제도를 활용해 집권 노동당 PT과정부 인사들을 부패 혐의로 구속시켰고, 언론 플레이를 통해 수사대상자에게 유죄의 낙인을 찍었다. 각 수사 단계마다 ‘돌체 비타‘, ‘카사블랑카, ‘최후의 심판‘ 등 호기심을 끄는 코드명을 붙여 홍보했다. 대중은 모루를 ‘슈퍼맨‘으로 형상화해 "슈퍼 모루super Moro"라고 부르며 열광했다. 시민들은 모루의 얼굴이 박힌 티셔츠를 입고, 그의 이름이 새겨진 스티커를 차에 붙이고 다녔다.
이렇게 반부패투쟁의 영웅이 된 모루는 2016년 3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Luiz Inácio Lula da Silva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브라질 빈농 출신 노동운동의 영웅으로 대통령이 된 룰라는 뇌물을 받은 부패 정치인의 낙인이 찍혀 추락했다.  - P55

룰라의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던 극우보수 정치인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대선 4일 후 모루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될 것이라고 발표되었다. 군사독재가 막을 내린 브라질에서 ‘검찰·사법 쿠데타‘를통해 군사독재 시절의 기득권 세력이 재집권한 것이다. 이 과정은2019년 하반기 이후 한국 상황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은한국판 ‘모루‘로 시작해 한국판 ‘보우소나루가 되었다.
그런데 2019년 6월 ‘더 인터셉트‘라는 온라인 매체가 모루와연방검사 사이에 이루어진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했는데, 금지된 수사 방향 조율을 양측이 논의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 큰 파장이 일어난다. 2019년 11월 연방대법원은 룰라를 구속 580일 만에석방했고, 2021년 3월 연방대법원은 모루의 수사와 판결이 편파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룰라에 대한 하급심 유죄판결을 파기한다. 그리고 룰라는 다시 대선에 출마해 보우소나루를 꺾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이 대선에서 모루는 출마를 준비했으나 지지율이 잘 나오지않자 중도 포기했다.) - P57

수구보수 진영은 정권을 되찾기 위해 자신들의 두 수장,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던 윤석열을 새로운 수장으로 내세우는선택을 한 것이다. 윤석열 개인의 맹렬한 권력욕망, 정치권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수구보수 진영의 절실함, 축소된 검찰권을 다시 확대해야 한다는 검찰 조직의 이해관계 등이 융합된 결과였다. - P59

2장에서 서술하겠지만, ‘법의 지배rule of law‘는 사라지고 ‘법을 이용한 지배 rule by law‘가 판을 치고 있다. 군사독재 시대에서는 검찰권이 정치권력의 의도대로 운영되는 정도였다면, 이제 검찰 자체가 정치권력을 잡았다. "권력의 시녀"가 권력 자체가 된 것이다.
검찰청이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등 17개 청 위에 군림함은 물론 5정부 각 부서 요직에 전현직 검사를 배치해 "검찰 가족"이 지배하는나라가 만들어졌다. 전두환 정권 시절 육사 ‘하나회‘가 권력의 핵심역할을 했다면, 윤석열정권 아래에서는 전현직 검사들이 권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신군부대신 신부 집권이이루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은 검찰이 지배하는 ‘대한검檢국‘이 되어버렸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을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로 바꾸고, 제2항을 "대한민국의 주권은 검찰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검찰로부터 나온다"로 바꿔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 P67

권력의 소재를 알 수 있는 두 번째 질문은 "시민이 누구를 제일 두려워하는가?"이다. 권위주의 또는 군사독재정권하에서 시민은군부를 두려워했고, 중앙정보부 또는 안기부를 무서워했다. 그러나 현재 보통의 시민들은 군부나 국정원을 겁내지 않는다. 그 대신검찰의 압수·수색, 체포·구속 기소와 중형 구형을 겁낸다. 국가는원래 ‘합법적 폭력‘의 독점체다. 과거에는 총, 칼, 납치, 고문, 살해등 ‘비법률적·초법률적 폭력‘을 겁냈다면, 이제는 형벌권이라는 법률적 폭력을 겁낸다. 2021년 11월 2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대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이 만약 기소를 당해 법정에서 상당히 법률적으로 숙련된 검사를 만나서 몇 년 동안 재판을 받고 결국 대법원에가서 무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의 인생이 절단난다. 판사가 마지막에 무죄를 선고해서 여러분이 자유로워지는게아니다. 여러분은 법을 모르고 살아왔는데 형사법에 엄청나게 숙련된 검사와 법정에서 마주쳐야 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재앙이다. 검찰의 기소라는 게 굉장히 무서운 것이다." - P86

이러한 상황이 되니 김정희원 교수는 윤석열 정부를 "‘자유‘와
‘시장‘의 이름으로 개인을 소외시키고 원자화하며, 이와 동시에 다양한 처벌 기제와 공권력 수행을 통해 개인을 사회로부터 축출하고 범죄화"하는 "신자유주의 처벌국가"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김동춘 교수는 "구조적 부정부패나 부정의는 슬쩍 감추고, 피라미를 잡으면서 ‘순진한‘ 보통 사람들의 분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중하층의 위기와 불안을 정권에게 돌리지 못하도록 소외층을 때려잡는속임수 정책을 구사하는 형벌국가"라고 규정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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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는 왜 발생하는가? 지구에 들어오는 태양의 가시광선파장은 태양 표면의 온도 약 6000K에 대응한다. 반면에 지구에서 우주로 복사하는 적외선의 파장은 지구 표면의 온도 약 300K에 대응한다.
물체가 고온일수록 높은 에너지와 짧은 파장의 빛을 방출하는데, 태양빛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지구 표면 온도는 낮기에 복사하는 광선의 에너지가 작고 파장도 길다. 이 차이가 지구온난화를 만든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태양 빛이 지구로 들어오면서 약 30%가 대기와 지표면에서의 반사로 우주로 돌아가지만, 약 17%가 대기에 흡수되고 약 50%가 지표면에서 흡수되어 지표면을 데운다. 데워진 지표는 에너지를 우주로 돌려보내는 장파복사인 적외선 복사를 내놓는다. 그런데 장파복사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에 의해 흡수되어 약 70%만 우주로 나가고 30%는 지구 대기에 남게 된다. 따라서 대기 중에온실가스가 많으면 많을수록 지구 대기에 남는 에너지가 더 늘어나게되면서 더 심각한 지구온난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 P96

앞에서 80만 년 동안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살펴봤는데, 어떻게 이렇게 오래된 옛날의 기후요소들을 알 수 있는 것일까? 가장 많이 이용하는 방법이 빙하의 샘플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영화 ‘투모로우‘의 체장면이 극 빙하의 샘플을 채취하는 장면이다. 빙하는 기후학자들에게 엄청난 정보를 알려준다. 남극이나 그린란드 내륙에는 1년 내내 기온이 영하에 머문다. 그렇기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계속 쌓여 수천 m 두께의 빙하가 형성되어 있다. 빙하가 만들어질 때 눈 틈새 사이로 그 당시의 공기가 스며든다. 그 위로 더 많은 눈이 쌓이면 압축되어 얼음으로변한다. 스며들었던 공기는 공기 방울의 형태로 빙하 안에 갇힌다. 이런 방식으로 수만 년이나 수십만 년을 빙하에 갇혀 있던 공기 방울은 귀중한 화석자료가 된다. 빙하에 갇혀 있던 공기 방울을 통해 지구 대기의조성(이산화탄소 농도, 메탄 농도 등)을 알아낼 수 있다. 또 당시의 기온을 알아내기 위해 산소 동위원소 방법을 사용한다. 아울러 얼음 코어에 포함된 황산의 수치로 언제 강력한 화산이나 혜성 폭발이 언제 있었는지를 유추할 수 있다. - P98

두 번째로 빙하의 샘플보다 더 오랜 기후를 분석하는 도구가 퇴적물 분석이 있다. 고식물학과 고동물학의 힘을 빌리면 동식물의 퇴적층을 구별할 수 있는데, 화석 연구와 심해시추 기술의 발달도 퇴적물 분석에 힘을 실어 주었다. 심해시추 기술은 지각의 형성, 물의 성질, 생물 종처럼 매 시기의 기후에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지금으로부터 4~10만 년 전까지의 기후변동을 파악하기 위해 적용되는 수단들은 많다. 예컨대 퇴적층의 나이를 추정할 수 있는 점토층 분석, 퇴적된 식물의 꽃가루를 분석해 습지 퇴적층의 나이를 유추하는 화분학, 빙퇴석의 나이를 측정하는 지의류 분석 등은 연대 측정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방법이다. - P99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최종 행선지는 지구에서 태양의 반대 방향으로 150만km 떨어진 태양-지구 라그랑주 점 2(L2)이다. 라그랑주점이란 공전하는 두 개의 천체 사이에서 중력과 원심력이 상쇄되어 실질적으로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평형점을 말한다. 태양-지구 사이에는 5개의 라그랑주 점이 있는데, 이 가운데 제2 라그랑주 점은 질량이 큰 두 물체 중 작은 물체 너머에 자리한다. 즉 지구를 사이에 두고 태양을 등지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태양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힘과 지구의 원심력이 균형을 이뤄 별도의 동력 없이도 계속 태양을 공전할 수 있으며, 빛의 왜곡 현상이 없다. 또한 태양과 지구로부터 나오는 빛의 방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지구와 망원경의 거리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 P111

발사 3일 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거대한 태양 가림막을 고정하는 팔레트가 내려졌다. 이 가림막은 햇빛을 막아 적외선 망원경과 장비를 차갑게 유지하도록 설계된 5층의 시트 구조물로, 차곡차곡 접힌 상태로 로켓의 페이로드 페어링 내부에 탑재됐던 것이다. 이것을 펴는 과정은 엄청나게 복잡하다. 그 구조 속에는 140개의 이탈장치와 70개의힌지 조립체, 400개의 도르래 장치, 90개의 케이블 및 8개의 전개 모터가 있는데, 이 모두가 5장의 펼침막이 설계대로 전개되도록 정교하게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로 21m, 세로 14m에 머리카락 두께의 5개층으로 이루어진 다이아몬드 모양의 가림막은 전개된 후 팽팽하게 펼치는 데 문제점이 약간 있었지만,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팀의 엔지니어들이 이를 극복해낸 끝에 최고난도의 가림막 배치를 마침내 성공시켰다.
이 가림막은 한 면이 항상 태양, 지구 및 달을 향해 펼쳐져 열 · 빛이 망원경의 관측을 방해하는 것을 막아준다. JWST는 에너지가 극히낮은 적외선 파장으로 우주를 볼 수 있도록 최적화된 망원경인 만큼 광학장비와 기구는 이렇게 희미한 열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 극도로 차갑게 유지돼야 한다. 따라서 햇빛과 지구열의 완벽한 차단은 필수적이다. - P112

허블 우주망원경이 138억 년 전의 빅뱅 이후 불과 10억 년이 지난시점의 우주 모습을 제공했지만, 천문학계는 훨씬 더 초기의 우주를 조사하기를 원했다. 이상적으로는 우주가 태어난 직후 몇억 년 이내에 형성된 최초의 별과 은하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허블, 스피처 우주망원경의 뒤를 이어 우주 관측의 새로운 역사를쓸 것으로 기대되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사용했던 가시광선이 아니라 적외선을 통해 태양과 같은 별을 관측한다. 적외선을 이용하면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훨씬 더 멀고 더 차가운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최대 1000광년 떨어진 행성의 산소분자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우주망원경에는 4개의 적외선 관측장비가 탑재됐는데, 이 장비들은 영하 233~266℃의 극저온을 유지하며, 우주 초기의 별에서 방출돼 지금은 아주 미세해진 빛까지 감지해낸다. - P115

JWST는 허블 우주망원경과는 전혀 다른 형태와 특징을 취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단일 주경을 사용하지 않고 얇은 금을 코팅한 베릴륨으로 만든 육각형 거울 18개를 벌집 꼴로 이어붙여 만든 주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거울이금으로 코팅된 이유는 금의 빛 반사율이98%로 가장 높기 때문이다. 금 코팅은 내구성 때문에 얇은 유리막으로 덮여 있다.
18개의 낱개 거울은 차곡차곡 접힌 채 탑재되어 우주로 나간 후 차례대로 펼쳐진다. 이는 로켓에 실어 우주로나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18개의 낱개 거울은 차곡차곡 접힌 채 탑재되어 우주로 나간 후 차례대로 펼쳐진다. 이는 로켓에 실어 우주로나가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18개의 낱개 거울을 다 펼치면 주경의 지름이 6.5m로, 2.4m인 허블 우주망원경 주경보다 2배 이상 크다. 이런 방식을 취한 덕분에 제임스 우주망원경의 집광력은 허블우주망원경의 7배가 넘고 시야는 15배 이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게는 허블 우주망원경의 반 정도밖에 안 되는 6500kg에 지나지 않는다.
또 다른 특징의 하나는 허블 우주망원경이 가시광선 영역의 파장으로 관측하는 데 비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적외선 관측에 특화된 망원경이라는 점이다. 긴 파장의 적외선으로 관측할 경우 우주 먼지 뒤에 숨은 대상까지 뚜렷하게 볼 수 있다. 또한 빛은 먼 거리에서 올수록 적외선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장거리 관측 능력도 좋아진다. - P116

이런 도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싱가포르 정부는 2014년 ‘스마트 네이션 프로젝트(Smart Nation Project)‘를 선포한 뒤 도시이자 나라 전체인 싱가포르를 지속 가능한 스마트시티로탈바꿈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리고 가상현실에 싱가포르 나라 전체를 그대로 옮겨 놓는(복제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로 버추얼 싱가포르(VirtualSingapore)를 구현했다. 빌딩과 주택, 도로, 공장 등 주요 시설을 그대로 가상 공간에 옮겼다. 가상현실로 구현한 버추얼 싱가포르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같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교통과 환경뿐 아니라 도시 계획, 발전 등에 관련된 다양한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IoT로 수립한 실제 도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이를 시뮬레이션하고 분석해 예측한 뒤 통제에 활용한다. 이처럼 싱가포르는 AI와 빅데이터, IoT 같은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트원으로 도시와 국가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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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게도
아픔이었어

"왜 나 죽이려 그랬어? 들판에서…"
완이 그날 일을 추궁하고 있다.
"들판은 무슨... 지, 지랄 너 미쳤냐? 별 그지 같은... 말같지도 않은 소릴 해대고."
살다 보면 늪에 빠진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세상에 버림받고 배신당해 외로움에 치를 떨며 늪의 바닥까지 가라앉는 순간, 자신에게 남은 건 죽음밖에 없다는 체념이 밀려오는 그런 순간이 있다. 난희에게는 그날이 그랬다. 그래서 평생 없었던 일처럼 묻어두고 싶었는데, 완이 그걸 파헤치고 있다. - P11

"난 엄마 거니까. 엄마가 하지 말란 짓은 못 하지. 엄마가장애인 싫댔지. 그래서 다친 애 놔두고 한국 왔어. 당시에 엄마가 쓰러졌고 핑계도 좋았지. 여섯 살 때, 할머니 집 앞 들판에서 약 먹을 때 분명히 알았거든. 나는 엄마 거구나.
그러니까 무서워도 약을 먹으라면 먹어야 하는구나. 내가 연하를 버린 건 다 엄마 탓이야. 미치게 사랑한 남자 아프다고 버리고 나니까, 내 안의 내가 그러더라. ‘나쁜 년, 막살아버려! 양심도 버리고 막살아, 그냥!‘ 그래서 막살려고 내가 동진 선배 꼬셨어. 그러니까... 모든 게 다 엄마 탓이지!"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나는 엄마가 던진 쿠션을 집어 엄마를 향해 힘껏 내던졌다. 여태 엄마한테 툴툴대기는 했어도 이런 짓은 처음이다.  - P33

"너 어려선 똘망똘망 예뻤는데..… 나도 예뻤지?"
"지금도 나이 칠십 먹은 노인 중엔 단연 갑이지."
충남이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자 희자가 킥킥 웃었다.
희자가 수줍게 웃는 모습을 보며 충남은 생각했다. 여자에게 늙는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몸이 늙어 기저귀를 차도 예쁘다는 말에 기분 좋아지고, 사랑 앞에 여전히 가슴이 설레고, 그런 감정은 젊으나 늙으나 똑같았다. 하지만 한 가지, 여자가 늙어 좋은 게 있다면 친구를 위해 사랑도 접을수 있는 여유와 배포를 갖게 된 것 아닐까. - P45

"근데... 정말 내가 보고 싶었어?"
"문득문득 잘 사나 궁금했지."
"솔직하네. 쭉이라 그럼 안 믿을 건데."
그녀도 그랬다. 문득문득 그가 잘 살고 있나 궁금할 때가있었다. 문득 외로움이 밀려올 때나 나이 드는 게 서글퍼질때면, 사랑 하나로 세상을 다 품을 것 같던 젊은 시절과 그 시절  사랑했던 그가 떠오르곤 했다.
"근데 늙는 게 참 그렇다. 젊어서 같으면 너한테 뺨을 맞더라도, 도끼에 찍히더라도, 한번 갈비뼈가 으스러지게 꽉안아라도 볼 건데.... 크크... 졸려서 못 안겠다."
성재가 겸연쩍게 웃자 그녀도 따라 웃는다. 회자는 나이들어 조곤조곤 말동무 같은 사랑도 좋겠구나 싶은 생각이들었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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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모두들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이 혼자만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러며 생각했다.
‘경험 없는 내 자신이 조개껍질처럼 작고 초라하게 느껴지고, 온갖 세상일을 겪은 늙은 어른들이 거대하고 대단해보일 때가 있다. 죽은 자는 죽은 자, 그래도 산 자는 살아야한다고 분명한 선을 그을 때,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확실히 분간할 때, 어쩔 수 없는 모든 것을 순리라고 받아들일 때, 나는 어른들이 산처럼 거대하고위대하고 대단해 보인다.‘ - P272

‘어, 엄마... 안, 안 먹으면 안 돼?‘
나는 그때 엄마를 거부하지 못했다. 농약 냄새가 끼치는요구르트를 받아든 나는 온몸으로 느꼈다. 나는 엄마에게속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의 생각, 나의 결정, 나의 목숨까지도 엄마의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날 이후 깊은 체념이 내 안에 커다란 똬리를 틀어 나를엄마에게로 묶어버렸다. 달리는 아빠 등에 업혀 축 늘어진어린 내가 떠올랐다. 어린 내가 내 안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나는 무기력했던 어린 나를 대신해 이제야 엄마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기억 안 나? 나는 너무나 또렷이 기억나는데, 그때 일.
엄마, 그때 왜 나 죽이려 그랬어? 들판에서."
엄마는 충격을 받은 듯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설마 내가 그때 일을 기억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모양이었다. 지금껏 한 번도 내 입에서 그때 일을 떠올린 적이없었으니까 그건 내게 무시무시한 비밀이었다. 말을 해서는 안 되는 엄마의 그림자, 암묵적으로 엄마가 내 안에 봉인해버린 비밀. 나는 오늘 그날의 엄마 그림자를 그녀 앞에 끌어냈다. - P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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