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이후 시작된 나와 내 가족 대상 수사에 대한 법적평가는 부분적으로 종결되었다. 배우자 정경심 교수는 유죄판결이확정되어 복역 중이다. 고통스럽다. 나에 대해 1심 법원은 유죄판결을 내렸지만,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두 재판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피고인 신세라 자제하며 겸허한 자세로 남은 재판에 임하고자 한다. 다만,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조국 불가론‘의근거로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청와대 주요 관계자에게 역설했던 ‘조국 사모펀드‘ 건은 아무 근거가 없음이 확인되었음은 명기해 두고싶다. 그리고 나와 내 가족의 과오와 불찰이 윤 총장이 대권에 도전하는 명분과 빌미를 만들어줬던 점에 대해 깊이 자성 · 자책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밝히고 싶다. - P54
‘군사쿠데타‘가 총, 칼, 탱크를 사용한다면, ‘검찰 쿠데타‘는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검찰권을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다. ‘검찰 쿠데타‘의 완성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배출, 그리고 검찰의 권력장악이었다. 2014년 3월 브라질 세르지우 페르난두 모루 수사 판사(한국의 검사 권한까지 보유한 판사가 시작한 ‘세차 작전Operaçao LavaJato‘도 같은 맥락에서 ‘검찰·사법 쿠데타‘라고 할 수 있다. ‘윤석열 대권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사람들이 ‘브라질 모델‘을 참조했을 가능성이 있다. 모루는 국영석유업체 페트로브라스가 계약 수주 대가로 대형건설사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한 수사를 시작으로 정치인수사를 전개했다. 그는 예비구금 제도를 활용해 집권 노동당 PT과정부 인사들을 부패 혐의로 구속시켰고, 언론 플레이를 통해 수사대상자에게 유죄의 낙인을 찍었다. 각 수사 단계마다 ‘돌체 비타‘, ‘카사블랑카, ‘최후의 심판‘ 등 호기심을 끄는 코드명을 붙여 홍보했다. 대중은 모루를 ‘슈퍼맨‘으로 형상화해 "슈퍼 모루super Moro"라고 부르며 열광했다. 시민들은 모루의 얼굴이 박힌 티셔츠를 입고, 그의 이름이 새겨진 스티커를 차에 붙이고 다녔다. 이렇게 반부패투쟁의 영웅이 된 모루는 2016년 3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Luiz Inácio Lula da Silva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브라질 빈농 출신 노동운동의 영웅으로 대통령이 된 룰라는 뇌물을 받은 부패 정치인의 낙인이 찍혀 추락했다. - P55
룰라의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진 상태에서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던 극우보수 정치인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대선 4일 후 모루가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될 것이라고 발표되었다. 군사독재가 막을 내린 브라질에서 ‘검찰·사법 쿠데타‘를통해 군사독재 시절의 기득권 세력이 재집권한 것이다. 이 과정은2019년 하반기 이후 한국 상황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은한국판 ‘모루‘로 시작해 한국판 ‘보우소나루가 되었다. 그런데 2019년 6월 ‘더 인터셉트‘라는 온라인 매체가 모루와연방검사 사이에 이루어진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했는데, 금지된 수사 방향 조율을 양측이 논의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 큰 파장이 일어난다. 2019년 11월 연방대법원은 룰라를 구속 580일 만에석방했고, 2021년 3월 연방대법원은 모루의 수사와 판결이 편파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이유로 룰라에 대한 하급심 유죄판결을 파기한다. 그리고 룰라는 다시 대선에 출마해 보우소나루를 꺾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이 대선에서 모루는 출마를 준비했으나 지지율이 잘 나오지않자 중도 포기했다.) - P57
수구보수 진영은 정권을 되찾기 위해 자신들의 두 수장,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구속기소했던 윤석열을 새로운 수장으로 내세우는선택을 한 것이다. 윤석열 개인의 맹렬한 권력욕망, 정치권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수구보수 진영의 절실함, 축소된 검찰권을 다시 확대해야 한다는 검찰 조직의 이해관계 등이 융합된 결과였다. - P59
2장에서 서술하겠지만, ‘법의 지배rule of law‘는 사라지고 ‘법을 이용한 지배 rule by law‘가 판을 치고 있다. 군사독재 시대에서는 검찰권이 정치권력의 의도대로 운영되는 정도였다면, 이제 검찰 자체가 정치권력을 잡았다. "권력의 시녀"가 권력 자체가 된 것이다. 검찰청이 경찰청, 국세청, 관세청 등 17개 청 위에 군림함은 물론 5정부 각 부서 요직에 전현직 검사를 배치해 "검찰 가족"이 지배하는나라가 만들어졌다. 전두환 정권 시절 육사 ‘하나회‘가 권력의 핵심역할을 했다면, 윤석열정권 아래에서는 전현직 검사들이 권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신군부대신 신부 집권이이루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대한민국은 검찰이 지배하는 ‘대한검檢국‘이 되어버렸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을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로 바꾸고, 제2항을 "대한민국의 주권은 검찰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검찰로부터 나온다"로 바꿔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 P67
권력의 소재를 알 수 있는 두 번째 질문은 "시민이 누구를 제일 두려워하는가?"이다. 권위주의 또는 군사독재정권하에서 시민은군부를 두려워했고, 중앙정보부 또는 안기부를 무서워했다. 그러나 현재 보통의 시민들은 군부나 국정원을 겁내지 않는다. 그 대신검찰의 압수·수색, 체포·구속 기소와 중형 구형을 겁낸다. 국가는원래 ‘합법적 폭력‘의 독점체다. 과거에는 총, 칼, 납치, 고문, 살해등 ‘비법률적·초법률적 폭력‘을 겁냈다면, 이제는 형벌권이라는 법률적 폭력을 겁낸다. 2021년 11월 2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대학생들과의 대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이 만약 기소를 당해 법정에서 상당히 법률적으로 숙련된 검사를 만나서 몇 년 동안 재판을 받고 결국 대법원에가서 무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의 인생이 절단난다. 판사가 마지막에 무죄를 선고해서 여러분이 자유로워지는게아니다. 여러분은 법을 모르고 살아왔는데 형사법에 엄청나게 숙련된 검사와 법정에서 마주쳐야 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재앙이다. 검찰의 기소라는 게 굉장히 무서운 것이다." - P86
이러한 상황이 되니 김정희원 교수는 윤석열 정부를 "‘자유‘와 ‘시장‘의 이름으로 개인을 소외시키고 원자화하며, 이와 동시에 다양한 처벌 기제와 공권력 수행을 통해 개인을 사회로부터 축출하고 범죄화"하는 "신자유주의 처벌국가"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김동춘 교수는 "구조적 부정부패나 부정의는 슬쩍 감추고, 피라미를 잡으면서 ‘순진한‘ 보통 사람들의 분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중하층의 위기와 불안을 정권에게 돌리지 못하도록 소외층을 때려잡는속임수 정책을 구사하는 형벌국가"라고 규정했다. - P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