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은 수컷의 정자로 새로운 공작새를 만드는 그 거대한 일을 혼자 힘으로 해낸다는 약속을 수컷에게 하며, 수컷은 비록 근본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단지 정액 공급이라는 가장 작은 기여만을 할 뿐이다. 암것은 자신이 좋아하기만 하면 어떤 수컷이라도 선택할 수 있고, 한마리 이상을 선택할 필요도 없다. 극단적으로, 수컷은 잃는 것 하나없이 매번 짝짓기 상대로부터 많은 것을 얻게 된다. 반면에 암컷은 시시한 수확물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한다. 수컷이 새로운 암컷을 유혹할 때마다 수컷은 자신의 자손을 키우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암컷이라는 호박을 넝쿨째 얻게 되는 것이다. 암컷이 새로운 수컷을 유혹할 때마다, 암컷은 자신에게 별 보탬이 되지도 않는 약간의 더많은 정자를 얻을 뿐이다. 수컷이 짝짓기의 횟수에 열중하고 암컷은 짝짓기의 질에 열중한다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좀 더 인간적으로 표현하자면, 남자는 다른 여성과 성교할 때마다 또 다른 아이의 아버지가 될 수 있지만, 여자는 한 번에 단 한 남자의 아이밖에 가질 수 없을 뿐이다. 카사노바가 바빌론의 매춘부보다 더 많은 자손을 남겼을 것이라는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 간의 이러한 기본적인 불균형은 곧바로 정자와 난지의 크기 차이로 직결된다. 1948년 영국의 과학자 베이트먼 A.J.Bateman은 초파리를 자기들 마음대로 교미하도록 놔둔 후, 가장 교미를 많이 하는 암컷이 가장 교미를 적게 하는 암컷보다 알을 더 많이 낳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반면에 가장 자손을 많낳은 수컷은 가장 자손을 덜 낳은 수컷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암컷과교미하였다. 이러한 불균형 현상은 암컷이 지닌 자식 양육의 진화로 강화되어 왔으며, 포유류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포유류 암컷은 큰 새끼를 몸속에서 오랜 기간 키운 후에야 낳을 수 있지만, 수컷은 단 몇 초 만에 아버지가 될 수 있다. 암컷의 경우 짝짓기 상대를 많이 갖는다 해도 그것이 곧 다산성을 증가시키지는 않지만, 수컷의 경우는 곧바로 다산성과 연결된다. 초파리는 그런 법칙을 따르는 것이다. 현대의 일부일처제 사회에서조차도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더 많은 아이를 갖게 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두 번 결혼해서 두남편과의 사이에서 아이를 낳은 여자보다 두 번 결혼한 남자가 두명의 아내에게 더 많은 자식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다.
외도와 매춘은 파트너 간에 결혼이라는 유대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일부다처제의 색다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남자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쏟으려는 투자에 따라 아내와 정부는 서로 다른 범주에 속하게 된다. 두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는 돈과 기회와 시간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사업상 업무를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 남자는 흔하지 않다. 그는 분명 부유할 것이다. - P271

지느러미발도요새나 암컷이 구애하는 다른 새들은 법칙을 벗어난 예이다. 나는 한 떼의 암컷 지느러미발 도요새가 가련한 한 마리의 수컷이 거의 지쳐버릴 때까지 추근대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짝짓기 상대였던 수컷이 조용히 알을 품고 있기만 하기 때문에, 이 암컷들은 다른 짝짓기 상대를 찾는 일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다. 수컷이 어린 새들을 돌보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더 쏟아부을 경우에는 암컷이 구애하는 데 주도권을 쥐게 되고, 암컷이 어린 새를 돌보는 경우에는 수컷이 구애하는 데 주도권을 갖게 된다.
인간의 경우 이러한 불균형은 아주 명확하다. 아홉 달의 임신 기간과 5분간의 쾌락은 확실히 비교가 된다. 이를 감안하면 여자가 남자를 유혹하기보다는 남자가 여자를 유혹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사실에 따르면, 일부다처제가 고도로 발달된 사회는 남성의 승리를 상징하고, 반대로 일부일처제 사회는 여성의 승리를 의미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올바른 생각이 아니다. 일부다처제 사회도 본래는 모든 남성 중의 한 명 혹은 소수 남자의 승리를 의미한다. 일부다처제가 고도로 발달된 사회에 사는 남자는 대부분 독신생활을 선고받는 셈이 된다. 성비는 일정하기 때문이다.
어느 경우라도 진화를 통해서는 어떤 종류의 도덕적 결정도 끌어낼 수 없다. 출생 전의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성에 대한 투자의 불균형은 하나의 현실일 뿐이지 도덕적 불법 행위가 아니다. 성의 불균형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성의 불균형이라는 진화적 각본을 수용하는 일은 인간으로서는 어마어마한 유혹이다. 왜냐하면 성의 불균형은 남성의 외도를 호의적으로 여기는 편견을 ‘정당화‘ 해주기 때문이다. 혹은 그러한 진화적 각본을 거부하는 것도 상당히 끌리는 일인데, 그 이유는 성의 불균형이 성적 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압력을 약화시켜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어느 쪽도 맞는 이야기는 아니다. 성의 불균형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서 아무런 해답도 주지 않는다. 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서술하려는 것이지 인간의 도덕성을 규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천성적이라고 해서 꼭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 P273

또한 진화에서 가장 본성적인 것은 어떤 본성은 다른 어떤본성과 적대관계에 놓이게 되리라는 것이다. 진화는 유토피아를 가져오지 않는다. 진화는 한 남자에게 가장 좋은 것이 다른 남자에게는 가장 나쁜 것일지도 모르는 세상을, 혹은 한 여자에게 가장 좋은 것이 한 남자에게는 가장 나쁜 것이 될지도 모르는 세상을 가져다준다. 어떤 사람들은 본성적이지 못한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붉은 여왕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정수이다. - P274

이에 대한 답은 존 메이너드 스미스가 처음 알게 되었다. 그는 경제학에서 빌려온 기술인 게임 이론으로 설명하였다. 게임 이론은 거래의 결과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인정한다는 점에서 다른 이론들과 다르다. 메이너드 스미스는 경제학자들이 서로 다른 경제 전략들을 대치시키는 것과 마찬가지 방법으로 서로 다른 유전적 전략들을 대치시켜 보았다. 이 방법에 의해 갑자기 해답을 찾게 된 질문의 하나는 왜 동물들마다 그처럼 서로다른 짝짓기 방법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수컷이 매우 일부다처적 성향을 지니며 새끼 기르는 것을 전혀 도와주지 않는 신천옹이 있다고 한번 상상해보자. 그리고 그 새끼 수컷은 하렘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상상해보자. 한 수컷이 일부다처주의의 여러 암컷을 거느리는 대신에 한 암컷과 짝을 이루어 그 암컷이 새끼 기르는 것을 도와주기 시작했다면, 그 수컷은 결코 일확천금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 수컷은 대부분의 야심 찬 자신의 형제들보다는 훨씬 더 잘한 것이다. 암컷이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수컷이 도와줌으로써 새끼가 살아날 확률이 엄청나게 높아지게 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집단 내의 암컷들이어느 날 갑자기 그 수컷과 같은 성실한 수컷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여러 암컷과 관계하는 일부다처주의 수컷을 택할 것인가 하는 두 가지 선택권을 갖게 되었다. 성실한 수컷을 고르는 암컷들은 더 많은 새끼를 낳게 되고, 따라서 세대가 지나감에 따라 첩이 되려는 숫자는 점점 줄어들어, 일부다처주의의 유리한 점은 그와 함께 줄어들것이다. 이 동물은 일부일처제로 전환 된다. - P279

그 반대의 경우도 역시 일어날 수 있다. 캐나다산 흰어깨멧새 수컷은 들판에 자기 구역을 확보하고 함께 살아갈 여러 마리의 암컷을 유인한다. 암컷이 이미 임자가 있는 수컷의 무리에 합류한다는 것은그 수컷에게 새끼들의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만약 그 영토가 다른 수컷의 영토보다 먹이가 풍부한곳이라면, 그것은 여전히 암컷에게 그 수컷을 선택하도록 하는 조건이 된다. 수컷의 영토나 유전형질을 위해 일부다처제를 선택했을 때의 장점이 수컷의 부모 역할을 노린 일부일처제를 선택하는 것보다클 경우, 일부다처제는 확립된다. 이러한 이른바 ‘일부다처 임계 모델 Polygyny-threshold model‘은 북아메리카의 많은 늪지에 사는 새들이 어떻게 일부다처성이 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 두 모델 모두 인간에게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가족을 부양하는평범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대장의 많은여자 가운데 하나가 되어 얻는 이득보다 크기 때문에, 인간은 일부일처성이 되었다. 혹은 남자들 간의 부의 불일치 때문에 일부다처성이 되었다.  - P280

우연하게도 일부다처 임계 모델은 다음과 같은 물음을 제기하였다. 일부다처제가 우리 사회에서 비합법적이 된 것은 누구에게 이익이 될까? 우리는 여자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결혼을 강요당한다면 어떤 상황이든 그것은 비합법적인 것이 되므로, 일부다처제에서도 둘째 아내들은 자신의 몫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치자. 그럴 경우 직업을 원하는 여자는 3인 가정이 훨씬 더 편하다는것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그녀는 아이를 돌보는 일을 분담해줄두 명의 파트너를 갖게 된다. 모르몬 교의 한 변호사가 말하는 바와같이 현대 직장 여성에게는 사회적인 요인 때문에 일부다처제가 매력적일 수가 있다. 그러나 남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만약많은 여성들이 가난한 남성의 첫째 아내가 되는 것보다 부유한 남성의 둘째 아내가 되기를 선택한다면, 상대적으로 미혼 여성은 감소하고 많은 남성들은 불행하게도 독신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일부다처제 금지법은 여성을 보호하는 법이라기보다 실제로는 남성을 보호하는 법이다.  - P282

그 다음 100만여 년 동안, 사람들은 그다지 많은 변화를 겪지 않았다. 그들은 초원과 나무가 있는 사바나에서 살았는데, 처음엔 아프리카에서, 나중엔 유라시아에서, 그리고 마침내는 호주와 아메리카에서도 살게 되었다. 그들은 먹기 위해 동물을 사냥하고, 열매와 씨를 모았으며, 자기 부족 내에서는 고도로 사회적이 된 반면에 다른 부족의 구성원에게는 적대감을 갖게 되었다. 도널드 시먼스는 이러한 시간과 장소의 조합을 ‘진화적 적응의 환경進化的 適應의 環境 Environment ofEvolutionary Adaptedness‘ 혹은 EEA라 부르고, 그것이 인간 심리의중심에 있다고 믿었다. 사람들은 현재나 미래에 적응될 수 없다. 그들은 단지 과거에만 적용될 수 있다. - P290

야노마뫼 족만 특별히 이상한 것도 아니다. 국가나 정부가 사람들을 법으로 묶어놓기 전의 문맹 사회에 대해서 행해진 모든 연구 결과를 보면, 하나같이 높은 수위의 폭력이 존재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한 연구에 의하면, 그 같은 사회에서는 전체 남자의 4분의 1가량이 다른 남자에게 살해되었고 살해 동기로는 역시 성에 관한 것이압도적이다.
••••••
농경 사회 이전, 특히 혼란의 시대에는 폭력이 성적 성공을 이끄는 길이었다. 다른 많은 문화권에서도 전쟁 포로는 대개 남자보다 여자 쪽이 더 많았다. 이러한 사실의 반향은 현대 사회에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군인들은 종종 애국심이나 공포 못지않게 전쟁의 승리가 가져다줄 강간의 기회로 동기 유발되어왔다. 이러한 사실을 간파하고 있는 장군들은 사병들의 월권을 눈감아줌으로써 병력 보충에 확신을 갖게 된다. 심지어 요즘에도 창녀를 찾아가는 것이 해병들의 짧은 휴가의 다소 공인된 목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아직도 여전히 전쟁에는 강간이 수반된다. 동파키스탄(지금의 방글라데시)은 1971년에 서파키스탄 군대에 의해 9개월 동안 점령되어 있었는데, 그동안에 40만 명에 이르는 여성들이 군인들에게 강간을 당했다. 1992년 보스니아에서는 세르비아 군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강간 캠프가 세워졌다는 보고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자주 전해졌다. 산타바바라의 인류학자 돈 브라운Don Brown 박사는 그의 군대 시절을 다음과 같이 회상하였다. "남자들은 밤낮으로 섹스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그들은 권력에 대해서는 결코 이야기하는 법이 없었다. - P3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부산, 영도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20세기로 넘어갈 무렵, 늙은 어부와 아내는 가윗돈을 얻을 요량으로 하숙을 치기로 했다. 두 사람 모두 영도라는 어촌에서 나고 자랐다. 항구도시 부산 끄트머리에 있는 폭 8킬로미터 정도의 작은 섬이었다. 혼인하여 사는 세월동안 어부의 아내는 아들 셋을 낳았지만 몸이 가장 약한 큰아들 훈이만 살아남았다. 훈이는 윗입술이 세로로 갈라지고 한쪽 발이 뒤틀린 채로 태어났다. 그렇지만 어깨가 떡 벌어졌고 몸집이 다부졌으며 혈색이 좋았다. 어릴 적 온화하고 사려 깊던 성격은 청년이 돼서도 그대로였다. 훈이가 낯선 사람들 앞에서 습관적으로 갈라진 윗입술을 양손으로 가릴 때면 웃음을 띤 커다란 눈이 잘생긴 아버지와 꼭 닮아 보였다. 이마가 훤하고 눈썹이 먹처럼 진하며, 바깥일을 하는지라 늘 햇볕에 건강하게 그을려 있었다. 훈이는 과묵한 부모와 마찬가지로 말솜씨가 좋지는 않았는데, 느릿한 말투 때문에 어디가 좀 모자란 아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 P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삶이 나의 삶으로 끝난다면야 이 인생은 탄생이라는 절정에서 시작해 차츰 죽음이라는 암흑 속으로 몰락하는 과정이 되겠지. 사실, 인생에 그런 일면이 없지는 않아. 육체에 고립된 삶이바로 그렇지. 과학이 발달해 새 몸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그렇다면 비관 같은 건 없을 거야. 하지만 육체를 가진 우리는 필멸하지. 늙어서 몸이 삐걱대고 병에 걸리면 그 사실을 확실히알게 돼. 그러니 늙은 몸의 비관주의는 피할 길이 없어. 하지만 인간에게는 또한 정신의 삶이 있지 않은가?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들려줬던 루이 라벨의 말, 고립과 고독의 차이가 생각나는 가?"
"예, 여기 노트 맨 앞에 적어놓았어요. ‘고립은 자신에 대한 애착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타인을 멸시하기에 비극을 초래한다. 하지만 고독은 우리 자신으로부터도 이탈하는 것이다. 이 이탈을 통해 각 존재는 공통의 시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 - P260

 그럼에도 우리 정신의 삶이 백 년을 넘지 못하고 비관으로 빠져드는 까닭은 인간의 인식은 그 인식만은 대상으로 삼지못해 그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지. 눈이 자신을 보지 못하는 것과마찬가지로"
"그래서 거울이 있잖아요."
"그래, 거울을 보면 돼. 거울은 바깥으로 향하는 시선을 안쪽으로 되돌리지. 그럼 인간의 인식을 안쪽으로 되돌려 자신의 존재를드러내게 하는 거울은 뭐냐? 그걸 알려면 자신이 인식한 세계가 바로 자신의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려야만 해. 각자가 보는 세계가 바로 자신의 존재를 비춰주는 거울이니까 존재의 크기는 그가 인식하는 세계의 크기와 같아. 그렇다면 존재를 확장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이겠어?"
"세계를 더 많이 인식하는 것인가요?"
" 이질적인 다른 사람의 세계를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거지. 그게 바로 사랑의 정의야. 그렇다면 신의 정의는 모든 이를 받아들인 존재, 모든 이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한 존재일 수밖에없겠지. 가능한 모든 세계를 인식하는 게 바로 신일 테니까, 우리가 신이 되어 모든 세계를 인식할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의 기억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며 자신의 존재를 확장해나갈 수는 있어.
우리의 기억은 시공간적으로 겹쳐져 있으니까. 조부의 기억은 증조부의 삶으로 이어지고, 증조부의 기억은 어린 시절에 만난 신유박해를 기억하는 칠십 노인의 삶으로 이어지지. 그리고 증조부가 어릴 때 들은 바르바라 이야기가 내 막내 여동생의 세례명으로 이어진다는 것. 이런 식으로 육체가 죽은 뒤에도 정신의 삶은 계속되는 것이라네." - P235

할아버지가 감옥에서 나온 그 남자를 마주친 건 1993년 서울에서 대구로 가는 새마을호 기차 안에서였다. 그때 할아버지는 옆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대화를 듣다가 그중 한 사람이 사십사 년 전 신부들을 체포하기 위해 수도원을 찾아왔던 정치보위부의 간부라는사실을 알게 됐다. 그 몇 년 전 할아버지는 신문에서 그가 1961년 박정희를 만나 남북통일을 이루겠다며 남파됐다가 이 년 뒤 체포되어 비전향장기수로 복역한 후 출소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이름만 보고 할아버지는 단번에 그를 알아봤지만 남한에서 그를, 그것도 그렇게 가까이에서 만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사람은 바르바라가 수도원 앞에서 발길을 돌려 떠난 뒤 할아버지에게 다가와 여동생이 수녀원에 있느냐고 물은 사람이었다. 할아버지가 그렇다고 하자, 게으르고 쓸모없는 수녀들이 인민을 위해 봉사하는 유일한 길은 수도복을 벗고 고향으로 돌아가 혼인하는일이라고 조롱한 사람이었다. 그는 권총을 꺼내들고 "나는 도 정치보위부장이다. 너희 반국가 행위자들을 모두 체포한다"고 외쳤다. 그 이후로 할아버지는 한 번도 그 목소리를, 그 얼굴을 잊은 적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객차와 객차 사이의 통로로 나갔다. 할아버지는 바르바라와 바르바라와… 그리고 또다른 바르바라를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다가 다시 객차 안으로 들어온 할아버지는 선반 위에 올려놓은 가방에서 책을 꺼내 자리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할아버지의 온 신경은 그 남자에게 가 있었다. 손만 뻗으면 닿을 수있는 곳에 그 남자가 있었다. 그때 할아버지는 미래의 우리를 생각했던 것이리라. 아마도 그랬으리라. 그렇게 기차는 세 시간을 달렸고, 할아버지는 대구에서 내렸다. - P2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제나 마음이 유죄지"
영원한 여름이란 환상이었고, 모든 것에는 끝이 있었다. 사랑이저물기 시작하자, 한창 사랑할 때는 잘 보이지도 않았던 마음이점점 길어졌다. 길어진 마음은 사랑한다고도 말하고, 미워한다고도 말하고, 알겠다고도 말하고, 모르겠다고도 말하고, 말하고 또말하고, 말만 하고.
마음은 언제나 늦되기 때문에 유죄다. - P1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의 성별을 고르는 것은 다른 사람과는 상관없는 개인적인 결정이다. 그런데 이 생각이 왜 본질적으로 인기가 없는 것일까? 이것은 공유지의 비극이다. 개인들의 자신 이익을 위한 합리적인 추구가 전체적인 해로움을 가져온다. 아들만을 낳으려는 사람 하나는 다른사람에게 아무런 해도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모두 이같이 행동한다면 모두가 고생할 것이다. 강간, 무법, 그리고 일반적인 개척 시대정신부터 권력과 영향력 있는 자리의 남성 독점의 증가에까지 다양하고 무서운 예측이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최소한 성적 불만 상태에 놓일 것이다.
개인의 희생을 요구하며 전체적인 이익을 강요하는 법률이 통과되고 있는데, 이는 무법자 유전자를 무력화하기 위해 교차가 개발된 것과 마찬가지이다. 만약 성별의 선택이 간단하다면, 유전자의 의회가 공평한 감수분열을 강요하듯, 의회는 사람에게 50대 50의 성비를 요구할 것이다. - P197

 1972년 로버트 트리버스는 동물계에 널리 퍼져 있는 이러한 불균형의 원인을 알게 되었다. 그의 법칙에 어긋나는 예외는 아주 드물기 때문에, 이 법칙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를 들면 배 속에 태아를 아홉 달이나 담고 다니는 등 자식 키우기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암컷은 또 다른 짝짓기에서 얻을 이익이 거의 없다. 투자를 더 적게 하는 수컷은 다른 암컷을 찾을 여가가 생긴다. 따라서 폭넓게 이야기하자면, 수컷은 자식 양육에 덜 투자하며 많은 암컷을 찾게 되고, 반면에 암컷은 자식 양육에 더 많이 투자하며 수컷의 질을 따지게 된다?
그 결과 수컷들은 암컷의 주목을 받기 위해 경쟁하게 된다. 수컷은 암컷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자식을 남길 기회가 있지만, 동시에 자식을 하나도 남기지 못할 위험 또한 더 크다. 수컷은 유전자를 거르는 역할을 한다. 최상의 수컷만이 자손을 남길 수 있으며, 나쁜 수컷의 생식적 멸종은 집단으로부터 나쁜 유전자를 끊임없이 솎아내는과정이다. 때때로 이 이론은 남성의 ‘목적‘을 설명해주는 듯했지만, 그럴 경우 진화가 모든 생물종에게 최상의 조건을 만들어준다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 P203

 이에 관해서 우리는 찰스 다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다윈은 처음 이 주제를 종의 기원에서 다루었지만 나중에는 이에 관해 통째로 한 권을 저술하였다. 그 책의 제목은 『인간의 계보와 성에 관한 선택 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이다.
다윈의 목적은 인종이 서로 다른 이유가 수세대를 거쳐오면서 각 종족의 여자들이 피부가 검게 보이거나, 하얗게 보이는 특별한 어떤종류의 남자들과 성교하기를 더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제안하려는것이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다윈은 하얀 피부나 검은 피부의 유익함을 설명하지 못하고, 그 대신에 흑인 여자는 흑인 남자를 더 좋아하고 백인 여자는 백인 남자를 더 좋아한다고 생각했으며, 이를결과라기보다는 원인이라고 단정하였다. 마치 비둘기 애호가가 오직 자신이 좋아하는 비둘기만 번식시킴으로써 그 품종을 개발해내는 것처럼, 동물들은 선택적인 짝 고르기를 통해 똑같은 방법으로 품종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다윈의 종족 이론 Racial theory은 사람들을 현혹하기에 충분하였지만, 선택적인 배우자 고르기에 대한 다윈의 생각은 그렇지 못했다. 다윈은 암컷이 수컷의 ‘품종‘을 고르기 때문에, 새나 다른 동물의 수컷들이 현란하고 화려한 몸치장을 하게 된다고 생각하였다. 화려한 몸치장은 생존에 도움을 주지 않으며, 오히려 적의 눈에 더욱잘 띄게 된다는 점에서 자연선택에 의한 것이라고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무지갯빛의 영롱한 눈처럼 치장한 긴 꼬리를 지닌 공작새의 수컷을 예로 들면서, 다윈은 수컷 공작새의 꼬리가 긴 것은 암컷 공작새가 꼬리가 긴 수컷하고만 짝짓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사실 공작새의 긴 꼬리는 꼬리가 아니고 꼬리 부분을 감싸고 있는 길게 늘어진 엉덩이 깃털이다). 어쨌거나 다윈은 수컷 공작새가 암컷에게 구애할 때 꼬리를 이용한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그 이후로 공작새 수컷은 성선택의 문장이자 마스코트로, 그리고 그 상징과 원천이 되었다. - P205

그러나 수공작새의 펼친 꼬리를 보면, 그 꼬리가 암공작새를 유혹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믿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다윈도 이렇게 해서 맨 처음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다윈은 수컷 새의 현란한 깃털은 다른 어떤 목적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암컷에게 구애하기 위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마리 수공작새가 서로 싸울 때나 포식 동물로부터 도망칠 때 수공작새의 꼬리는 조심스럽게 접혀 들어가 있다. - P208

수컷의 몸치장에 대한 암컷의 선호는 수컷에게는 생존의 위협이된다. 주홍색 깃털을 지닌 태양새는 현란한 녹색을 띤 새로, 케냐 산높은 기슭에서 꽃의 꿀이나 날개를 쳐서 잡은 곤충을 먹고 산다. 수컷은 두 개의 긴 꼬리깃을 가지고 있는데, 암컷은 가장 긴 꼬리깃을가진 수컷을 좋아한다. 그래서 첫 번째 수컷은 꼬리깃을 길게 해주고, 두 번째 수컷은 꼬리깃을 짧게 해주며, 세 번째 수컷에게는 꼬리깃에 무게를 더해주고, 네번째 새에게는 비슷한 무게의 고리를 다리에 맨 후 실험해본 결과, 두 과학자는 암컷이 선호하는 꼬리깃이 수컷에게는 짐이 된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다. 꼬리깃을 길게해준 수컷이나 꼬리깃에 무게를 더해준 수컷은 벌레를 잡아먹는 데 서툴렀으며, 꼬리깃이 짧아진 수컷은 벌레를 훨씬 더 잘 잡아먹었고, 다리에 고리를 매단 새는 정상의 새와 다름이 없었다.
암컷이 짝짓기 상대를 선택하고, 암컷의 선택 성향은 유전되며, 암컷이 과장된 몸치장을 선호하고, 과장된 몸치장은 수컷에게 짐이된다는 이러한 사실들은 이제 더 이상 논쟁거리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다윈은 옳았다. - P211

 암공작새는 싸워서 얻은 것이 아니라 단지 유혹을 받았을뿐이다. 암공작새는 무슨 생각을 한 뒤가 아니라 최강의 수컷이 보여주는 외모에 반해 유혹을 받게 된 것이다. 이때 암공작새가 보여준 행동을 ‘선택選擇‘이라고 해두자. 사람들은 선택이 의식적이고 능동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반복적으로 저지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암컷들이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짝을 선택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경우에 비유해서 생각해보자. 동굴에 벽화를 그렸던 두 원시인이 죽을 때까지 서로 싸우다가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의 아내를 어깨에 걸쳐메고 갔다는 것이 한쪽 끝의 예라면, 사랑하는 여인을 능숙한 글솜씨로 유혹하려 한 코주부 시라노 (프랑스 극작가 로스탕의 동명 운문 희곡의 주인공으로, 코가 크고 못생긴 호걸의 대명사-옮긴이)의 이야기는 다른 쪽 끝의 예가 된다. 그러나 이 둘 사이에는 수천 가지의 경우가 있다. 남자가 여자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남자와 경쟁하거나, 여자에게 사랑을 호소하거나 혹은 두 가지 방법을 다 쓸 수 있다.
사랑을 호소하거나 싸워 이기는 이 두 가지 방법은 똑같이 ‘가장 훌륭한‘ 수컷을 골라낼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처음 방법은 멋쟁이를 골라내겠지만, 두 번째 방법은 싸움꾼을 골라낸다는 정도이다. 그러므로 코쟁이바다표범이나 엘크사슴의 수컷은 덩치가 크고위협적으로 생겼으며, 공작새나 나이팅게일은 미모를 뽐내며 잘난체한다. - P209

공작새는 레크 lek를 통해서 유혹하는 기술을 마음껏 발휘하는 몇안 되는 새 종류들 가운데 하나이다. 레크는 스웨덴어로 놀이를 뜻한다. 몇 종류의 뇌조, 풍조와 마나킨 새, 그리고 많은 수의 영양, 사슴, 박쥐, 물고기, 나방, 나비와 다른 곤충들도 레크를 한다. 레크는 특정 장소를 말하는데, 짝짓기 시기가 되면 수컷들은 그곳에 모여 각각 자그마한 영역을 정해놓고 그곳을 찾는 암컷들에게 자신의 상품을 선보인다. 레크의 특성은 대개 그 중심에 있는 한두 마리의 수컷이 짝짓기를 대부분 독차지한다는 것이다. 짝짓기에 성공적인 수컷이 레크의 가운데에 위치한다는 것이, 결과에서 보는 것처럼 성공의이유는 아니다. 다른 수컷들이 바로 그 주변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레크를 하는 새들 가운데 가장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새는 미국서부에 사는 뇌조이다. 동트기 전에 와이오밍 주의 한가운데로 차를몰아 어디를 둘러보아도 나무 한 그루 서 있지 않은 광활한 평원에서서 춤추는 뇌조를 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뇌조들은 자신의 자리를 안다. 늘 그렇듯이 뇌조는 가슴속 허파에 공기를 가득 채우고 도도히 걸어나가며, 폴리 베르제르 (파리에 있는 뮤직홀-옮긴이)에 등장한 무용수처럼 깃털을 펄럭이며 몸을 튕겨올린다. 암컷은 짝짓기 시장을 둘러보고 다니며, 며칠 동안 상품을 찬찬히 살펴보고 난 뒤에 그중 한 마리의 수컷과 짝짓기를 한다. 암컷이 선택을 강요당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암컷이 수컷 앞에서 땅에 엎드린 후에야 수컷은 암컷에 올라탄다. 교미가끝나고 나면 암컷의 길고도 외로운 새끼 돌보기가 시작된다. 암컷이 수컷에게 받은 것은 유전자뿐이다. 암컷은 마치 차지할 수 있는 최상의 유전자를 차지하려고 애써온 것처럼 보인다. - P215

그러나 선택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동물에게도 가장 큰 선택의 문제는 다시 나타난다. 한 마리의 수컷 뇌조가 한 번의 레크 안에서 일어나는 짝짓기의 반을 차지할 수도 있다. 이러한 우두머리 수컷이 하루 아침에만 30번 이상 교미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 다. 그 결과, 제1세대에서는 집단이 지닌 유전자의 정수가 마치 우유에서 크림이 뽑히듯이 빠져나가게 된다. 그 다음 세대에서는 정수의 정수가 빠져나가며, 제3세대에서는 정수의 정수의 정수가 빠져나간다. 낙농을 하는 농부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이 이런 방법은 아주 빨리 빈털터리가 되는 방법이다. 즉, 우유에는 두껍게 걷어낼만큼 충분한 양의 크림이 있는 것이 아니다. 뇌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수컷의 10퍼센트만이 다음 세대의 아버지가 될 수있다면 얼마 가지 않아 모든 수컷과 암컷들은 유전적으로 서로 같게될 것이고, 모든 수컷이 서로 같으므로 다른 수컷과 비교해서 어느한 수컷을 선택한다는 일은 의미가 없어지고 만다. 이런 현상을 ‘레크 역설 Lek paradox‘ 이라고 하는데, 바로 성선택에 관한 현대의 모든 이론들이 뛰어넘어야 할 장애이다.  - P217

피셔 이론(‘성적 매력이 있는 아들 이론‘, ‘좋은 취향 이론)의 지지자들은 암공작새들이 잘생긴 수공작새를 선호하는 이유는 암컷들이 자신의 아들들에게 바로 전수될 아름다움 자체를 찾음으로써 자신의 아들들 역시 암컷들을 잘 불러들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좋은 유전자 이론(‘건강한 자손 이론‘, ‘좋은 감각 이론‘)의 지지자들은 암공작새들이 아름다운 수공작새를 선호하는 이유가 아름다움이 곧 좋은 유전적 자질, 즉 질병에 대한 저항성, 정력, 강인함의 상징이므로, 자식들에게 이러한 자질들을 남겨주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 P218

우아한 장식이나 긴 꼬리를 나타나게 한 유전자들에 무작위적으로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몸치장이 더 우아할수록 그 몸치장을 덜 우아하게 할 무작위적인 돌연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커진다. 더욱더 우아하게 만드는 돌연변이는 일어나기가 어렵다. 왜그러한가? 돌연변이는 유전적 작업에 던져진 스패너와 같다. 양동이와 같은 간단한 도구에 스패너를 던진다 해도 양동이의 쓰임새가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전거와 같이 좀 더 복잡한 기계에 스패너를 던지면 자전거는 거의 확실히 망가질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유전자에 생기는 어떤 변화도 몸치장을 작게, 균형이 덜 잡혀게 덜 화려하게 만들려는 경향을 나타낼 것이다. 수학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돌연변이적 편향‘은 암컷으로 하여금 몸치장이 화려한 수컷을 선택할 가치가 있도록 해주고도 남는다. 왜냐하면 몸치장에 나타나는 결함이 아들에게 유전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가장 우아한 몸치장을 한 수컷을 선택함으로써 암컷은 가장 적은 돌연변이를 지닌 수컷을 고르는 것이다. 아마도 돌연변이적 편향은 예전에 세워놓은 이론에 의한 가장 어려운 수수께끼를 충분히 풀어낼지도 모른다. 우리는 각 세대마다 유전적 크림 중의 최상의 크림을 거둬내면, 크림에는 더 이상 거둬낼 좋은 크림이 남지 않게 될까 걱정했다. 돌연변이적 편향은 이러한 크림의 일부를 다시 우유로 바꾸어놓는 일을 쉬지 않고 해낸다.  - P221

화려한 몸색깔이나 수공작새의 꼬리도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해답을 쥐고 있는데, 그 이유는 기생생물과 숙주가 서로 이기기 위해서 계속 유전적 특성을 변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세대에서 특정 성질을 지닌 숙주의 개체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다음 세대에서는 이들의 방어 메커니즘을 무력화할 수 있는 기생생물들이 더 많이 나타나게 된다. 이것의 반대현상도 역시 성립한다. 가장 널리 퍼져 있는 기생생물에 대해 내성이 가장 강한 숙주들이 다음 세대에서 가장 수가 많은 숙주가 될 것이다. 따라서 병에 대한 내성이 가장 강한 수컷이 앞 세대에서 가장 내성이 약한 개체의 후손인 경우가 종종 있다. 이로써 레크의 역설은 단번에 해결된다. 각 세대에서 가장 건강한 수컷을 선택함으로써, 암컷들은 매번 색다른 유전자의 조합을 선택하게 되고, 선택해야 하는 유전자들의 다양성은 결코 감소하지 않게 된다. - P231

테스토스테론의 면역 효과가 여성보다 남성이 감염성 질병에 쉽게 걸리는 이유이다. 이것은 또한 동물계 전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시들은 다른 남성들보다 장수하며, 수컷은 일반적으로 치사율이 높고 긴장도많이 느낀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작은 동물인 유대류 쥐는 모든 수컷이 광적인 교미 시기에 치명적인 병에 감염되어 죽는다. 이것은 마치 수컷들이 정해진 양의 에너지만 지녀서 이를 테스토스테론이나병에 대한 면역 중 하나에만 쓸 수 있을 뿐 동시에 두 가지 모두에 사용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성선택은 거짓말이 결코 이롭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상태에 비해 성호르몬의 농도가 너무 높으면 장식용 기관의 크기는 커지겠지만 기생충에 더 쉽게 감염되며, 이것은 장식용 기관의 상태에 반영된다. 그 반대도 성립되는 것으로 보인다. 면역체계는 테스토스테론의 생산을 억누른다. 주크의 말을 인용하면 "따라서 수컷은 수컷으로서의 몸치장을 획득하면서 병균에 더 쉽게 노출되는 것이다" " - P240

 한 예로, 레크를 하는 동물들은 암컷이 모든 수컷을 한곳에서볼 수 있으므로 피셔 효과의 감소가 적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형질들은 사라지지 않는데, 그 이유는 그 형질이 소유자가 건강하다는것을 나타내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수컷이 기생생물에 감염되면 그런 형질은 수컷의 몸색깔을 바꾼다. 그렇기 때문에 암컷들은 최고의 수컷을 고르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암컷은 계속해서 가장 멋있는 수컷을 고르는데 (아니면 가장 멋있는 수컷에게 유혹당하거나), 그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질병에 대해 면역성을 지닌 자손을 낳을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면, 상태를 반영하는 형질은 과장된 몸치장을 하게 하는 형질일 뿐 아니라 가장 오래 유지되는 형질이기도 하다. 그리고 레크를 하는 동물들에게도 피셔 효과로 부각된 형질이 유지되는데, 이는 선택에 따른 희생이나 대가가 아주 작기 때문이다. 가장 문란하게 짝을 짓는 동물들은 여러 장애, 장식, 그리고 화려한 반점들이 혼합된 모습을 지니게 된다. - P25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