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은 앞에서 날아오는 돌이고 숙명은 뒤에서 날아오는 돌입니다. 앞에서 날아오는 돌이라고 다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힘이 들지요."
- P106

<시저는 죽어야 한다>를 보고 나오면서 떠올린 것은 오래전에 한 연극연출가와 나눈 대화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연극 싫어하는 사람은 못 봤습니다. 보는 건 지루할 수도 있지요. 그러나 자신이 직접 하는 거 지루해하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 군인이든 학생이든 정신병원의 환자는 막상 연기에 들어가면 바로 몰입하거든요."
"사람마다 연극적 자아라는 게 따로 있는 건가요?"
내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인간에게 연극적 자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연극적 자아가 바로 인간의 본성입니다. 어렸을 때 소꿉놀이를 생각해보세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데도 아이들은 엄마, 아빠, 의사와 간호사를 연기합니다. 인간은 원래 연극적 본성을 타고납니다.
이 본성을 억누르면서 성인이 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되려는 욕망, 다른 사람인 척하려는 욕망을 억누르면서 사회화가 되는 겁니다. 연극은 사람들 내면에 숨어 있는 이 오래된 욕망, 억압된 연극적 본성을 일깨웁니다. 그래서 연기하면 신이 나는 거예요."
- P116

 폴 오스터가 영화와 소설을 각각 2차원과 3차원에 비유했던 아네트 인스도르프와의 인터뷰를 연상시킨다. 오스터는 "영화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문제가있다"고 말해 컬럼비아대학교 영화학과장인 인터뷰어를 도발한다. 무슨 문제가 있냐니까, 영화는 무엇보다도, 2차원‘이라고대답한다.

사람들은 영화를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벽에 비쳐지는 평범한 그림인 영화는 현실의 환영이지 실재하는 물건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이건 이미지의 문제가된다. 대개 처음에는 영화를 수동적으로 보게 된다. 그렇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이 되면 우리는 영화 속에 흠뻑 빠지고만다. 두 시간 동안 매혹당하고, 속임수에 넘어가고 즐거워하다가 극장 밖으로 걸어나오면 우리는 그동안 본 것을 거의 잊어버리고 만다. 소설은 전혀 다르다. 책을 읽을 때에는 단어들이 말하는 것에 대해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노력해야 하고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 그런 다음 상상력이 활짝 열리면 그 때는 책 안의 세계가 우리들 자신의 인생인 듯 느끼고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냄새를 맡고 물건들을 만져보고 복합적인 사고와 통찰력을 갖게되고 자신이 3차원의 세계에 들어와 있음을 알게 된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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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산호동물의 조직 안에 조류가 살고 있다는 앞서 이루어진발견을 염두에 두고서, 엽록체가 원래 자유 생활을 하던 남세균에서유래했다고 주장했다. 원생동물이 삼켰는데, 소화되어 사라지는 대신에 대사를 떠맡는 노예 신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메레시콥스키의개념은 조롱을 받다가 그냥 및히고 말았다. 과학에서 흔한 일이다. 그러나 결국 그가 옳다는 것이 드러냈다. 분자생물학의 시대가 오자, 새로운 도구를 써서 그의 가설을 재검토할 수 있게 되었다. 엽록체에는 DNA가 조금 들어 있는데, 그 안에 있는 유전자의 분자 서열을 분석하니 생명의 나무Tree of life 에서 남세균에 속한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 후속 연구들은 미토콘드리아도 세균에서 기원했음을 보여주었다. 진핵세포 자체가 오래전 호기성 호흡을 할 수 있는 세균과 고세균의 협력 관계로부터 출현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도 점점늘고 있다. 사실 과학자들은 진핵생물의 세포 내부 구조를 만드는 분자와 비슷한 분자를 지닌 고세균을 최근에 발견했다. 우리는 진화적 키메라이며, 식물은 남세균의 힘을 세포 내부에서 광합성을 하는 쪽으로 끌어들여서 협력자를 하나 더 확보했다.
- P134

 1969년 러시아 기후학자 미하일 부디코 Mikhall Budyko 는 빙하가 극지에서 적도로뻗어 나갈 때 더 많은 태양 복사선이 얼음에 반사되어 다시 우주로돌아가면서 지구가 더욱 차가워졌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가워지니 빙원은 더욱 늘어났고, 그 결과 반사되어 우주로 돌아가는 햇빛도 더욱 많아졌다. 이 고삐 풀린 빙하 작용으로, 시간이 흐르자 지구 전체가 빙하로 덮였다는 것이다. 부디코는 이런 일이 수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지구가 눈덩이 상태가 되면, 결코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추론했기때문이다. 지질학적 증거는 에디아카라기 직전에 지구 전체가 하얗게 변했다고 시사한다. 극지에서 적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륙이 두꺼운 병원에 뒤덮였고, 대양도 얼음으로 뒤덮였다. 남극대륙의 풍경이 카리브해까지 뒤덮었다고 생각해보라. 그러나 우리는 지구가 이 얼음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주는 실아 있는 증거다.
암석 증거는 수백만 년 뒤 얼음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빙하는 극지방과 산꼭대기로 물러났다가 이윽고 사라졌다고 말한다. 이 거대한 빙원을 무너뜨린 것이 정확히 무엇이었을까? 여기서 다시 우리는 탄소순환으로 돌아간다. 얼음이 지구 전체를 뒤덮을 때,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과정들 -주로 대륙 풍화와 광합성 - 은 미미한 수준으로 줄어든 반면, 대기에 이산화탄소를 추가하는 과정들 -주로 화산 활동-은 계속되었다. 대기 이산화탄소는 계속 늘어났고,
이윽고 온실 효과로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임계점에 다다랐다. 이 빙하기가 끝나면서 시작된 것이 에디아카라기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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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신기하다. 아주 작은 다른 문을 열어 버린 그 여름날의 사건이 자신을 이런 데까지 데려온 것이다.
도모코는 재즈와 만난 것에 감사했다.
보물을 발견했다. 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이대로 연주를 계속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것은 청중도 마찬가지였다.
스윙걸스도 청중들도 다들 스윙하고 있었다.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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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모두는 한때 부모의 사랑과 보살핌이 절실한 나약한어린아이였다. 그 사실이 변한 적은 없다. 한때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 정면에는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라는 네루다.
의 시구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그 어린아이는영원히 우리 안에 있다. 성장은 끝나지 않는다. 모든 비극과 희극이 여기에서 시작된다. 배를 타고 고향을 떠나는 것, 술을 만들어 먹는 것만으로 온전한 성인이 될 수 있었다면 아마 문학과 연극, 영화 같은 것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P76

남의 위험은 더 커 보인다. 반면 자기가 처한 위험은 무시한다. 그게 인간이다. 나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쏠지도 모르니 이에 대비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로마인들은 화려한 연회를 열 때마다 노예에게 은쟁반에 해골바가지를 받쳐들고 손님들사이를 지나다니게 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 즉, 죽음을 기억하라‘ 같은 깊은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게 연회의 흥을 더 돋우었기 때문이다. 해골바가지를 보면 술맛이더 났던 것이다. 로마인들은 변태였나? 아니다. 지금도 그 전통은 핼러윈으로 면면히 이어져내려오고 있다. 그날이 되면 해골과 좀비 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죽은 자의 가면을 쓴 사람들이밤새 술을 마셔댄다. 핼러윈의 상징, 속을 파내고 불을 밝힌 호박은 즉각적으로 해골바가지를 연상시킨다. 죽음과 종말을 떠올리면 현재의 삶은 더 진하고 달콤해진다. 로마인들은 이천 년 전에 이미 그걸 알고 있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의 파국을 상상해보는 것은 지금의 삶을 더 각별하게 만든다. 그게 바로 카르페 디엠이다.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은 그렇게 결합돼 있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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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숨 쉬는 공기에 든 산소가 생명 활동을 통해 나온다는 것이다. 지구 대기에 산소를 불어 넣을 수 있는 과정은 오로시 산소를 생성하는 광합성 뿐이다. 광합성은 물에서 전자를 추출하는데, 이때 부산물로 산소가 나온다. 지구 대산소화 사건 Fireat Oxygenerion Event, GOE 은 대변혁이었고, 이 혁명을 일으킨 주인공은 바로 남세균이었다. 남세균은 산소성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세균이다. 이 점을 생각하면, 가능성 있는 단순한 해답이 저절로 떠오르게 된다. 남세균이 진화함으로써 GOE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 P127

 남세균이 생산하는 산소는 햇빛이 드는 물에서 다른 전자의 원천들을 다 제거함으로써, 생물권을 산소성 광합성과 산소가 풍부한 공기 쪽으로 영구히 돌려놓았다.
게다가 퇴적물이 남세균이 생산한 유기물을 뒤덮어서 호흡을 통해분해되는 것을 차단하면서, 지구의 산소 축적 엔진은 본궤도에 올랐다. 상황은 이제 돌이킬 수 없었다.
이 견해에 따르면, 대산소화 사건은 단순히 지구의 물리적 발달의 산물이 아니었다. 진화적 혁신만을 반영한 것도 아니었다. 지표면을 변모시킨 것은 지구와 생명의 상호작용이었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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