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대기가 주제로 다루는 기이한 사건들은 1947년 오랑에서 발생했다. 일반적인 의견에 따르면, 흔히 볼 수 있는 경우에서 좀 벗어나는 사건치고는, 그것이 일어난 장소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언뜻 보기에 오랑은 사실 하나의 ‘평범한 도시‘로서 알제리 해안에 면한 프랑스의 한 도청 소재지에 불과하다.
- P11

바로 같은 날 저녁, 베르나르 리유는 건물 복도에 서서 자기집으로 올라가려고 열쇠를 찾다가, 복도의 어둠침침한 저 안쪽에서 털이 젖은 큰 쥐 한 마리가 불안정한 걸음으로 불쑥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그 짐승은 멈춰 서서 몸의 균형을 잡는듯하더니 의사를 향해 달려오다가 또다시 멈추어 섰고 작게 소리를 내지르며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다가 마침내는 빠끔히
벌린 주둥이에서 피를 토하면서 쓰러져 버렸다. 의사는 한동안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자기 집으로 올라갔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쥐가 아니었다. 쥐가 피를 토하고 죽었다는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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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임기 막바지에 이르러 법원과 공병대의 승인을 무시하고 이 문제에 개입해 마지막 1,320피트 구간의 건설 중단을 명령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된 도널드 트럼프는 그 중단 명령을 취소하는 행정 명령을 다시 내렸다. 그러는 사이 추워진 날씨, 그리고 녹은 눈으로 인한 강물 범람의 위험 때문에 주정부는 시위대들의 야영지를 폐쇄했다. 1,172 마일짜리 송유관의 마지막1,320피트 구간은 그렇게 마침내 완성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전투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시위대와 활동가들, 그리고 법률 문제와 관련해 이들을 지원하는 동맹 세력은 새로 건설되는송유관이나 기존 송유관의 정비 작업 모두를 가로막고 싸울 것을 다짐했다. 한편 에너지 트랜스퍼는 부패 및 조직범죄 처벌법 (RackeleerInfluenced and Corrupl Organizations Act, RICO)에 따라 그린피스를 고소했다. 이 법은 원래 마피아를 겨냥한 것이었다). 노스다코타주에게 시위대가 남기고 간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을 포함한 4300만 달러의 비용 청구서가 남았다. 현장 수습을 맡은 한 공무원에따르면 "사람들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많은 쓰레기"가 남아있었다고 한다.
백악관의 행정 명령이 떨어진 후 4개월이 지난 2017년 5월 말, 이제 완성된 다코타 액세스 송유관을 따라 처음으로 석유가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송유관 문제는 미국의 새로운 에너지 기반 시설을 둘러싼 셰일 혁명과 환경 운동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툼의 중심에 계속해서 자리하게 되었다.
- P93

미국은 여전히 석유 수입국이니 석유 수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
는 것이 어쩌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세일오일의 품질, 그리고 미국 정유 산업의 본질과 관련이 있다.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이 둘 사이에는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미국의 정유 산업은대부분 매우 복잡하게 진행된다. 캐나다와 멕시코, 베네수엘라, 그리고 중동 지역에서 들여오는 저품질의 중질유를 대단히 복잡하고 튼튼한 설비를 통해 처리하는 것이다. 1990년대 초반 이후 멕시코 연안 지역과 중서부 지역에서는 이런 중질의 석유를 처리하기 위해 정유 시설정비 작업이 시작되었고 1,0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투입되었다.
그렇게 바뀐 정유 시설들은 고품질의 경질유인 세일오일을 처리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때문에 셰일오일의 생산이 계속해서 늘어날수록 기존 정유 시설들의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처리 비용 역시 그만큼 상승한다. 그러면 궁극적으로는 자동차 이용자와 다른 소비자들이 가격 측면에서 많은 부담을 지게 된다.
- P97

이제 미국의 석유 수출 금지는 지나간 역사가 되었다. 2008년 미국의 석유 수입량은 전체 국내 공급량의 6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였으나2019년에는 3퍼센트로 뚝 떨어졌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미국의 석유수입은 계속되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에 들어갈 정도의 규모인 하루 3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면서 한편으론 하루에 500만 배럴 이상의 석유 제품을 수입했던 것이다.
이는 단순히 석유 공급이 늘어났다는 것 이상의 문제였다. 세계 석유 산업과 경제, 그리고 역학 관계 모두에는 이제 역사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 P99

푸틴 대통령이 이처럼 격하게 반응한 것은 당시 셰일가스가 지정학적 문제로 막 대두된 참이었기 때문이다. 세일가스의 개발은 천연가스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유럽에 대한 주요 공급지인 러시아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 예상치 못한 특별한 혁명은 전 세계적으로 단순한 에너지 자원 개발 이상의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각 국가들 사이의 역학 관계가 미묘하게 바뀌어가는 중이었던 것이다.
지난 40년간 미국의 에너지 정책을 지배하고 외교 정책의 발목을잡아온 건 다름 아닌 에너지 자원의 부족 및 취약성에 대한 염려였다.
1973년 일어났던 석유 파동, 혹은 국왕을 폐위시키고 아야톨라 루홀라호메이니(Ayatollah Ruhollah Khomeini)가 권력을 잡았던 1979년 이란 혁명 등을 떠올려보자.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토머스 도닐런(Thomas Donilon)은 셰일 혁명이 "미국이 국제적 안정이라는 목표를 추구하고 수행하는 데 있어 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하기도했다. 현 국무부 장관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는 나중에 조금 다른 식의 표현을 했다. 셰일 혁명을 통해 미국은 국제 문제에 대해 지난 수십 년 동안 갖추지 못했던 유연성을 갖게 되었다고 말이다.
- P103

그렇다면 세일 혁명은 지정학적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의 이란 핵협상이다. 2012년 미국은 이란의 석유 및 경제에 대한 제재를 시작했다. 이란의 석유 수출을 막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한 뒤 핵무기 개발의 철회를 종용하는 협상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그렇지만 이런 제재 조치가 과연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석유 공급이 줄어들면 유가가 오를 것이고, 이로 인해 석유 수입국들이 타격을 입으면 분명 이란이 아닌 다른 곳에서 미국의 제재 조치에 대한 반발이 터져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문제에 내해서는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어쨌든 자국에 대한 새로운 제재 조치가 완전히 실패할 것"이라며 이란이 자신 있게 선언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런 상황을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점차 증가하는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은 이란의 수출량 감소를 상쇄해주었고, 역시 뒤에서 다시 살펴보겠지만 경제 제재로 석유수출이 막히고 커다란 경제적 압박을 받게 된 이란은 마침내 오바마 행정부기 주도권을 잡고 있는 핵협상장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결국 제재조치 철회의 대가로 이란은 핵무기 개발 계획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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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점은 과연 엄지손가락만한 크기로 왼쪽 엉덩이 윗부분에 찍혀 있었다. 어떻게 저런 것이 저곳에 남아 있는 것일까.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약간 멍이 든 듯도 한, 연한 초록빛의, 분명한 몽고반점이었다. 그것이 태고의것, 진화 전의 것, 혹은 광합성의 흔적 같은 것을 연상시킨다는 것을, 뜻밖에도 성적인 느낌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식물적인 무엇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 P101

그녀는 계속해서 살아있다. 등뒤에 끈질긴 추문을 매단 채가게를 다니갔다. 시간은 가혹할 만 공정한 물결이어서,
인내로만 단단히 뭉쳐진 그의 삶도 함께 떠밀고 하류로 나아갔다.  - P169

•••••• 이건 말이야.
그녀는 문득 입을 열어 영혜에게 속삭인다. 덜컹, 도로가 파인 자리를 지나며 차체가 흔들린다. 그녀는 두 손에 힘을 주어 영혜의 어깨를 붙든다.
•••••• 어쩌면 꿈인지 몰라.
그녀는 고개를 수그린다. 무언가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영혜의 귓바퀴에 입을 바짝 대고 한마디씩 말을 잇는다.
꿈속에선, 꿈이 전부인 것 같잖아. 하지만 깨고 나면 그게 전부가 아니란 걸 알지•••••• 그러니까, 언젠가 우리가 깨어나면, 그때는•••••• 그녀는 고개를 든다. 구급차는 축성산을 벗어나는 마지막 굽잇길을 달려나가고 있다. 솔개로 보이는 검은 새가 먹구름장을 향해 날아오르는 것이 보인다, 쏘는 듯한 여름햇살이 눈을 찔러, 그녀의 시선은 그 날갯짓을 더 따라가지 못한다.
조용히, 그녀는 숨을 들이마신다. 활활 타오르는 도로변의 나무들을, 무수한 짐승들처럼 몸을 일으켜 일렁이는 초록빛의 불꽃들을 쏘아본다. 대답을 기다리듯, 아니, 무엇인가에 항의하듯 그녀의 눈길은 어둡고 끈질기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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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무역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지위에 셰일 혁명이 미친 영향력 역시 놀라울 정도다. 셰일 혁명이 일어난 덕분에 2019년 미국의 무역 적자는 2007년 대비 3,090억 달러나 줄어들었다. 이 혁명이 없었다면 미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 수입국 자리를 계속 유지함은 물론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여타 국가들과 물량 확보 경쟁을 하며 LNG 역시 막대한양을 수입해 더 큰 무역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다.
- P64

셰일 혁명은 경제 분야에서 미국이 갖는 경쟁력 역시 극적으로 끌어올렸다. 낮은 임금 덕에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는 다른 국가들에선 지난 수년 동안 산업 투자가 많이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새롭게 확장된 미국의 화학 관련 설비에만 2,00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투입되었다. 뿐만 아니라 철골 제작과 여타 제조 및 처리 시설, 그리고 정유 설비와 기반 시설 등에도 수백억 달러가 더 투자될 예정이다. 이렇게 상황이 달라진 주된 이유는 바로 풍부하게 공급되는 값싼 천연가스 때문이다.  - P64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LNG는 무역 갈등을 둘러싼 협상의 도구이자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트럼프와 미국 정부는 개별 국가들과의교역에서 발생하는 적자에 대해 특히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중국과의 적자 규모가 가장 크다. 미국은 자국의 에너지 자원수출, 특히 LNG 수출을 무역적자 감소 방편으로 보고 있다. 이런 모습은 과거 다른 행정부들이 여객기나 농산물 판매를 통해 적자 문제를해소하려 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미국 최고의 LNG 영업사원을 자처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다. 
••••••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는 물론 일부 당혹감을 자아낼 수 있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에너지 자원 교역을 정치적 관점에서 보지 말자며 러시아나 중국과 논쟁을 벌여왔다." 어느 대형 석유 회사 최고경영자의 말이다. "그렇지만 이젠 미국 대통령이 앞장서서 그런 일들을 하고 있다. 그럼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에게 말하지 않겠는가. 자신들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말이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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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이 이미지는 그에게로 왔다. 일년여의 고갈상태가 어떻게든 끝나리라는 것을 예감할 수 있었던, 에너지가 조금씩 뱃속에서부터 꿈들거리며 올라오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던 지난 겨울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이렇게 파격적인 이미지이리라고 그는 짐작하지 못했다. 그전까지 그가 해왔던 작업은 다분히 현실적인 것이었다. 후기자본주의 사회에서 마모되고 찢긴 인간의 일상을 3D 그래픽과 사실적 다큐 화면으로 구성했던 그에게, 관능적인, 다만 관능적일 뿐인 이 이미지는 흡사 괴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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