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성을 인종적 범주로 인식하지 못하는 백인평론가들과는 달리 나는 백인성이 보인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하얀 공간을 인지하는 내 습관이 다른 즐거움을전부 망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하는 중이다. 나는 자명한 것, 또는자명해야 하는 것을 끝없이 지적하는 잔소리꾼이 되고 말았다.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등장인물들의눈이 멀 때, 시야가 캄캄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눈을 뜬채로 우유의 바다에 빠진 것처럼" 하얗게 변한다. 나는 어디를가든 백색을 본다. 나는 그 백색의 간계를 감지한다. 심지어 내생각마저도 엑스선 찍을 때 쓰는 방사선 불투과성 조영제를 주입한 것마냥 백색으로 얼룩졌다는 것을 안다. 그 얼룩은 나의삶을 남한테 끊임없이 사과하도록 만든다. 나는 더 이상 내 삶을 기대에 못 미치는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전과 반대되는 상황에서도 나는 여전히 내 삶을 백인성과 결부시켜 바라본다. - P121

서투른 영어는 한때 부끄러움의 원천이었지만,
이제 나는 자랑스럽게 말한다. 서투른 영어는 나의 유산이다.
나는 완벽한 영어에서 일부러 멀어질 것을 외치는 작가들과-영어를 탈취해 도망자의 언어로 비듦으로써 영어를 어지럽히고,
뒤흔들고, 난도질하고, 괴랄하게 만들고, 타자화하는 작가들과ㅡ문학적 계보를 공유한다. 영어를 타자화하는 것은 듣는 사람이 그언어에 박힌 제국주의 권력을 알아차리도록 하는 것이며, 영어를절개하여 그 어두운 역사가 비어져 나오게 하는 것이다.
시인 너새니얼 매키는 에세이 타자 : 명사에서 동사로」에서 타자라는 명사는 사회적 의미를 띠고, 타자화하다라는 동사는 예술적 의미를 띠는 것으로 구분한다.
예술적 타자화는 문화적 건실성과 다양성 증진의 기반인 혁신, 발명, 변화와 관계 있다. 사회적 타자화는 권력,
배제, 특권과 관계 있다. 즉 한 명사를 중심에 놓고 그것을 기준으로 타자성을 측정, 배분, 주변화하는 것이다. 나는 후자에 예속되는 사람들에 의한 전자의 실천에 초점을둔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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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보스턴이나 시카고에서는 벨파스트나 데리에서보다 무장투쟁을 더욱 열렬하게 지지하는 모습을 때때로 볼 수 있었다. 혁명 운동에 대한 낭만적인 이야기는 식구 중한 명이 식료품점으로 가는 길에 폭탄에 맞아 사지가 날아갈 위험이 없을 때 지속하기가 더 수월한 법이다.  - P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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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서 일시 출소를 하는 것처럼, 마이클은 주말 휴가 대상에 뽑힐 자격을 갖추었기에 벨파스트를 다시 찾아가 아치나 헬렌과 함께 지냈다. 함께있는 동안 아이들은 어머니에게 일어났던 일에 관해 절대 말하지 않았다. 너무도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족이라는 느낌은 서서히 약화되기 시작했다. 점점 더, 저마다 혼자가 되면서, 용서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힘든 영역에서 혼자 힘으로 꾸려나갔다. 마이클은 열여섯 살로 접어들자마자 리즈네빈을 떠나 일자리와 살 곳을 찾아 나섰다. 삶을 찾아 나선 것이었다. 그는 생의 거의 3분 1을 시설에서 생활해왔다. 그러나 열여섯 살이 되자 그들은 문을 열었다. 그것이 그곳의 방식이었다. 그들은 그를 갑작스럽게 해방시키면서 아무런 대비도 시키지 않았다. 아무도 아파트를 빌리거나 일자리를 찾거나 달걀을 삶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냥 내보내기만 했다. - P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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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는 하나의 생존 형식이었다. 노예들은 유머를 통해서 노예제로부터 필연적으로 심리적 거리를 둘 수 있었다. 또한 유머는 지하 세계로 들어가는 암호였다. 그곳에서 주인님은 외부자이고 놀림의 대상이다. 랠프 엘리슨은 에세이 「웃음의 호사스러움」에서 백인은 흑인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놀림을 당했다는 전반적으로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낀다고 적고있다. - P80

내가 쓰는 "소수적 감정"이라는 표현은 문화이론가 시앤나이에게 깊이 빚지고 있다. 그는 오늘날 후기자본주의 ‘긱 경제‘ (gig economy: 전통적인 고용 관계 대신에 필요에 따라 사람을 구해 임시로 계약을 맺고 일을 맡기는 고용형태 -옮긴이)의 증상인 못난 감정(ugly feelings) - 부러움, 짜증,
지루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 - 이라는 정서적 속성에 관해 폭넓게 저술했다. 못난 감정과 마찬가지로 소수적 감정 역시 "놀라운 지속력"을 지닌 "카타르시스가 없는 감정 상태"이다. - P85

연기 나는 건물 가까이로 날아가자. 모로 쓰러진 자동차의 새까맣게 그을린 차체, 상점 입구에서 뜯어낸 철문 셔터가 바닥에 아코디언처럼 구겨져 있는 모습이 또렷이 보일 만큼 가까이 가자. 온갖 경보기가 일제히 울리는 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이 가자. 불타는 가게에서 한 왜소한 여자가 나와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든다. 무엇을 원하는 걸까? 뭐라고 하는 거지?
여자가 말한다. "멈춰요!" 여자가 말한다. "도와주세요! 911에 전화해도 반응이 없어요. 소방관, 구급대원은 어디 있죠? 경찰은 어디 있죠?" 여자에게 말해주자. 경찰은 웨스트사이드에 가있다고. 경찰 병력이 거기서 조용한 거리를 지키고 있다고. - P96

딸에게 책을 읽어주노라면, 내 어린 시절은 서서히 물러가고 딸의 어린 시절이 이 나라에 단단히 연결되는 것이 보인다.
나는 딸에게 나의 행복한 기억을 물려준다기보다 딸을 위해 행복한 기억을 연출해주고 있다. 부모님도 나를 위해 똑같이 그렇게 하셨지만, 부모님에게 돌봄의 개념은 먹이고 재우고 학교나 보내는 정도의 훨씬 기본적인 것들이었다.  - P100

나는 어린 시절을 뒤돌아보지 않고 항상 옆으로 곁눈질했다. 어린 시절을 뒤돌아보는 일에 달콤한 영화같은 향수가 어린다면, 어린 시절을 곁눈질하는 일에는 희뿌연 부러움의 실안개가 서린다. 그 부러움은 백인 친구의 집에서 그 집 식구들과 저녁을 먹을 때, 온갖 광고와 TV 방송에서 아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어떤 가정에서 자라야 하는지 선명하게 보여줄 때 내 속을 갉아먹었다. - P101

인종주의의 한 가지 특징은 아동을 성인처럼 취급하고 성인을 아동처럼 취급한다는 점이다. 부모가 아이처럼굴욕당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깊은 수치심을 유발한다. 우리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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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치 서로 밀어내는 두 개의 음이온과도 같았다. 소년이 나를 함부로 대한 것은 그가 자신을 혐오했기 때문이다. 내가 소년을 함부로 대한 것은 내가 나를 혐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자신을 혐오한다는 증거가있나? 왜 나는 그의 수치심이 그 네일숍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나는 피해망상이라 할 정도로 과도하게 예민해져 나 자신의 불안을 몽땅 소년에게 투사해버린, 신뢰할 수 없는 서술자다. 정말 아팠는지 아니면 아프다고 상상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그 기억을 너무나 여러 번 곱씹은 나머지 형체가 없어지도록 짓이겨 놓았고, 그리하여 소년은 분개의 얼룩이 되고 나는 특권의 얼룩이 되고 결국 우리가 하나의 얼룩으로 번져 그냥 나 하나로 합쳐질 때까지 소년의 존재를 지워 없앴다. 그러나 그는 나와 달랐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석사 학위를 취득하는 특권을 누렸다. 방과 후 시간을 모두 네일숍에서 보내는 베트남 10대 소년에 대해 내가 뭘 알았겠는가? 당시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 P30

1917년 미국 정부는 이민 금지를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 적용했으며, 필리핀은 한때 미국의 식민지였는데도 필리핀 사람들의 이민마저 제한했다.
기본적으로 그런 이민 금지 조치는 전 세계적 규모의 인종 분리정책이었다. 1965년에 미국이 "하급 인종"을 다시 받아들이게된 것은 소련과 이념 경쟁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미국은 홍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가난한 비서구권 국가에서 일렁이는 공산주의의 물결을 막아내려면 인종차별적인 짐 크로법의 이미지를 지우고 재부팅해 미국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증명해야했다. 해결책은 비백인의 미국 유입을 허락해 직접 실상을 보도록 하는 것이었다. 바로 이 시기에 모범 소수자 신화가 대중화되어 공산주의자들-그리고 흑인을 견제하는 작업에 이용되었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성공 신화를 퍼뜨려 자본주의를 선전하고 흑인 민권 운동을 깎아내렸다. 우리 아시아인은 뭘 요구하지도 않고, 근면하고, 절대로 정부에 손을 내밀지 않는
"착한" 사람들이었다. 고분고분하게 일만 열심히 하면 차별은 없다며, 저들은 우리를 안심시켰다. - P42

그의 전과 기록이 유나이티드 항공 사건과 아무 상관도 없다는 변호에는 동의하지만, 덕분에 다오라는 인물을 좀 더 복잡하고 현실적인 견지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내게는 상관이 있다. 다오는 범죄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국의 재난을 피해 달아났다가 기적적인 회복력을 발휘해 존경받는 의사가 되고 자녀들 역시 의사가 된, 어떤 근면한 기계 인간도 아니다. 트라우마를 겪고 이곳으로 이민 온 많은 이민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어떤 일이든 감수한다. 사람을 속인다. 아내를 구타한다. 노름을 한다. 그들은생존자이고, 대다수의 생존자가 그렇듯, 지독한 부모가 된다.
나는 다오를 보면서, 당신의 아버지가 집에서 질질 끌려 나오는 모습을 목격하던 우리 아버지를 생각했다. 역사를 통틀어 강제로 질질 끌려가던 아시아 사람들을 생각했다. 태어난 고향 집에서,
제2의 고향 집에서, 태어난 고국에서, 제2의 고국에서 쫓겨나고 내쳐지고, 퇴출, 퇴거, 추방되던 그들을 생각했다. - P57

그 시절 나는 심하게 외로웠고 별로 활기도 없었다. 나는 미술을 할 때, 나중에는 시를 짓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생기를 되찾았고, 그 속에서 자유를 발견했다. 왜냐하면 내 육체가 비물질화되고, 내 정체성이 떨구어지고, 내가 다른 삶을 사는것을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읽은 모든 글이 이 자유를 인증했다. 존 키츠에 따르면 시인은 "정체성이 없다- 시인은 끊임없이 어떤 다른사람을 대신하고 그 사람의 역할을 한다".
롤랑 바르트에 따르면 "문학은 모든 주체가 피해 가는 그 중립자,
그 합성물, 그 모호성이며, 글을 쓰는 사람의 정체성을 비롯하여모든 정체성이 실종되는 덫이다". - P67

문학이 문화적 간격을 잇는 이른바 가교역할을 한다지만, 출판업계에 존재하는 불평등을 이해하고나자 그 공리가 거짓으로 들렸다. 출판업자들은 소수민족의이야기를 "단일한 이야기" (single story)로 취급했다. 치마만다응고지 아디치에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하나의단일한 이야기를 지어내, 한민족을 한 가지 존재, 오로지 한가지 존재로만 계속 반복해서 보여주면, 그들은 정말 그런존재로 둔갑한다." 작가 매슈 샐러시스가 ‘리트 허브‘(LitHub:에세이, 작가 인터뷰, 책 발췌문 등을 싣는 문학 전문 웹사이트리터러리 허브 [Literary Hub]의 약칭 - 옮긴이)에 게재한 2015년에세이에서 자세히 설명한 대로 출판업계는 그 단일한 이야기를두 가지 방식으로 확립했다. (1) 출판사는 중국계 미국인 작가는단 한 명의 작품만 출간할 수 있다는 할당 비율이 있었다.
(2) 중국계 작가가 여러 명 있을 경우에도 그들은 중국계미국인의 경험과 관련해 시장성이 입증된 똑같은 이야기만되풀이해야 했다. -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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