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대기가 주제로 다루는 기이한 사건들은 1947년 오랑에서 발생했다. 일반적인 의견에 따르면, 흔히 볼 수 있는 경우에서 좀 벗어나는 사건치고는, 그것이 일어난 장소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언뜻 보기에 오랑은 사실 하나의 ‘평범한 도시‘로서 알제리 해안에 면한 프랑스의 한 도청 소재지에 불과하다.
- P11

바로 같은 날 저녁, 베르나르 리유는 건물 복도에 서서 자기집으로 올라가려고 열쇠를 찾다가, 복도의 어둠침침한 저 안쪽에서 털이 젖은 큰 쥐 한 마리가 불안정한 걸음으로 불쑥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그 짐승은 멈춰 서서 몸의 균형을 잡는듯하더니 의사를 향해 달려오다가 또다시 멈추어 섰고 작게 소리를 내지르며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다가 마침내는 빠끔히
벌린 주둥이에서 피를 토하면서 쓰러져 버렸다. 의사는 한동안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자기 집으로 올라갔다.
그가 생각하는 것은 쥐가 아니었다. 쥐가 피를 토하고 죽었다는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던 것이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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