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아무 소용도 없는 기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모든 죄수들과 모든 유형수들의 깊은 고통을 그들은 맛보고 있었다. 그들이 끊임없이 되씹곤 하는 그 과거조차도, 후회의 쓴맛밖에는 남은 것이 없었다. 사실 그들은 지금 자기들이 기다리고 있는 그 남자, 또는 그 여자와 아직은 할 수 있었을 때하지 못했던 것이 애석하게만 여겨지는 모든 것을, 가능하다면그 과거에 덧붙여 보고만 싶었을 것이다. 또한 감옥이나 다름없는 자신들의 모든 생활환경, 상대적으로 보면 즐거운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 환경에다가도, 그들은 현재 자기 곁에 없는 사람들을 섞어 넣어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그대로의 상태로는 아무래도 만족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기 자신들의 현상에 진저리가 나고, 과거와도 원수가 되고, 미래마저 박탈당한 우리들은, 마치 인간적인 정의나 증오 때문에 철창 속에 갇힌 신세가 되어 버린 사람들과 똑같았다. 결국 그 견딜 수 없는 휴가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상상을 통해서 다시 기차를 달리게 하고, 악착같이 침묵만 지키고 있는 초인종을 연거푸 울림으로써 기간을 가득 채우는 길뿐이었다. - P100
여기서, 신부는 더한층 풍부한 표현을 빌려서 재앙의 비장한 이미지를 계속 소개했다. 그는 거대한 나무토막이 이 도시의 하늘에서 소용돌이치다가 닥치는 대로 후려갈기고 피투성이가 되어 다시 솟아올라, 마침내 ‘진리의 수확을 준비하는 파종을 위하여‘ 인류의 피와 고통을 뿌리는 광경을 상기시켰다. 파늘루 신부는 그 기나긴 이야기를 끝마치자, 머리카락을 이마 위에 내려뜨리고 그의 양손을 통해 설교대 위까지 전달될 정도로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말을 멈추었다가 더 낮은 음성으로, 그러나 힐책하는 어조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반성할 때가 온 것입니다. - P131
랑베르가 그에게, 자기는 새벽 4시에 잠에서 깨어나 자기의 도시를 생각하기를 좋아한다고 말하던 날, 의사는 이내 그가 두고 온 여자 생각에 잠기기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자기 경험에 비추어서 어렵지 않게 해석할 수 있었다. 그것은 과연 그가 그 여자를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었다. 보통 새벽 4시까지 사람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비록 배반의 밤이라 하더라도 그때는 모두들 잠을 잔다. 그렇다. 그 시간에는 모두들 잠을 잔다. 그리고 그것은 안도감을 준다. 왜냐하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끝없이 소유하고 싶다거나, 또는 한동안 헤어져있어야만 될 경우 다시 만나는 날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결코 깨어나지 않을 꿈도 없는 깊은 잠 속에 빠뜨려 놓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는 것이 안심 못 하는 마음의 가당찮은 욕망이기 때문이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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