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점 수 이야기는 이쯤 하자. 반점 크기에 대한 이야기도 못지않게 흥미롭다. 강하든 약하든 포식자가 존재할 때, 굵은 자갈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반점들이 생겼고, 잔 자갈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반점들이 선호되었다. 반점 크기가 돌멩이 크기를 모방한 것이라고 쉽게 해석할 수 있다. 더 환상적인 점은, 포식자가 전혀 없는 두 연못에서는 정확하게 그 반대의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잔 자갈 연못에서는 반점이 큰 수컷 거피들이 선호되었고, 굵은 자갈 연못에서는 작은 반점이 선호되었다. 거피들이 배경에 깔린 돌을 모방하지않을 때에는 오히려 더 눈에 띄는 쪽으로 변한 것이다. 그것은 암컷을 끌기에 좋은 방법이다. 깔끔하지 않은가! - P190
진화적으로 논쟁되는 문제들 중에는 동물들이 사려 깊지 못하게시리 서로 다른 속도로 진화하기 때문에, 심지어 전혀 진화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문제가 많다. 진화적 변화의 정도가 흘러간 시간에반드시 정비례해야 한다는 자연법칙이 있다면, 생물들 간의 닮은 정도는 근연관계를 충실히 반영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조류 같은 진화적 달리기 선수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없다. 새들은 파충류였던 옛 기원을 중생대의 먼지 속에 남겨둔 채빠르게 진화했다. 게다가 진화 계통수에서 조류의 옆에 있던 이웃들이 우연히도 하늘에서 날아든 재앙 때문에 모두 죽어버렸으므로, 우리는 조류를 더욱 독특한 형태로 인식하게 되었다. 한편 반대쪽 극단에는 링굴라 같은 ‘살아 있는 화석‘들이 있다. 이들은 변한 데가너무 없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먼 선조들과 교배할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짝짓기용 타임머신을 발명해서 데이트를 주선한다면 말이다. 살아 있는 화석으로 유명한 것이 링굴라만은 아니다. ‘투구게‘ 라고 불리는 리물루스(Limulais)나 실러캔스도 그런 사례들인데, 이들을 다음 장에서 만나볼 것이다. - P194
편형동물이 물에서나 뭍에서나 흔한 것으로 보아, 그들은 아마 매우 오랜 기간 흔하게 존재해왔을 것이다. 따라서 풍부한 화석 역사를 기대해볼 법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록은 거의 하나도 없다. 모호한 한 줌의 흔적 화석들 말고는 여태까지 편형동물의 화석은 한점도 발견되지 않았다. 편형동물은 "맨 처음 등장하는 순간부터 이미 발전된 진화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벌레의 기준에서 발전된 모습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마치 아무런 진화 역사도 없이 그곳에 그냥 심어진 것만 같다. 하지만 이 경우에 맨 처음 등장하는 순간"은 캄브리아기가 아니라 현재다. 이것이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적어도 창조론자들에게무슨 뜻이어야 하는지 알겠는가? 창조론자들은 편형동물이 다른 모든 생물처럼 창세기〉의 일주일 안에 창조되었다고 믿는다. 따라서편형동물에게 주어진 화석화 시간도 다른 동물들과 똑같았을 것이다. 뼈나 껍질이 있는 동물들이 무더기로 묻혀 화석이 되는 기나긴세월 동안, 편형동물들도 곁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서도 자기들의자취를 전혀 바위에 남기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만약에 그렇다면, 실제로 화석화한 동물들의 기록에 존재하는 빈틈이 무슨 대수겠는가? 편형동물의 과거 역사가 통째로 하나의 커다란 빈틈인 마당에? 창조론자들이 스스로 내놓은 설명에 따르면, 편형동물도 똑같은 시간을 살아오지 않았는가? 대부분의 동물이 캄브리아기에 갑자기 등장했다고 주장하고, 캄브리아기 폭발 이전의빈틈이 그 증거라고 주장한다면, 정확하게 같은 ‘논리‘를 적용해서 편형동물은 어제 갑자기 등장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편형동물이 다른 동물들과 함께 그 창조적인 일주일 동안 만들어졌다는 창조론자들의 신념에 위배된다. 양쪽 다 옳을 수는 없는 것이다. 이 논증을 통해서 우리는 화석기록상의 선캄브리아기 빈틈이 진화의 증거를 약화시킨다는 창조론자들의 주장을 일거에 철저히 무너뜨렸다. - P203
인간 - 유인원 화석의 첫 후보자가 가짜로 판명되었기 때문에, 역사 부인주의자들에게는 가짜가 아닌 수많은 화석도 무시할 핑계가생겼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그 문제를 목청 높여 지적한다. 그러나역사 부인주의자들이 실제 사실들을 살펴본다면, 인간과 침팬지의공통선조에서 현생 인류까지 이어주는 중간 단계 화석들이 이제 풍부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당장 알 수 있을 것이다. 단, 분기점에서 인간으로 이어지는 쪽만 그렇다. 공통선조(침팬지도 인간도 아니었다)에서 현생 침팬지까지 이어지는 화석들은 흥미롭게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어쩌면 침팬지가 숲에서 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숲은 화석화에 알맞은 조건이 되지 못한다. ‘잃어버린 고리‘ 라는 것이 정말로있더라도, 그것을 불평할 권리는 사람이 아니라 침팬지에게 있는 것이다. - P206
"왜 화석기록에 개구리원숭이가 없나요?" 그야 물론 원숭이는 개구리에서 유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정신이 있는 진화론자치고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없다. 혹은 오리가 악어에서 유래했다거나 그 거꾸로라거나 하는 말을 한 사람도 없다. 원숭이와 개구리가 선조를 공유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공통선조는 개구리처럼 생기지도, 원숭이처럼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도롱뇽을 살짝 닮았을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적절한 연대에서 도롱뇽을 닮은 화석들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요점이 아니다. 수백만 가지의 동물종 각각이 다른모든 동물종과 선조를 공유한다. 진화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왜곡된 나머지, 개구리원숭이나 악어오리를 기대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개하마나 코끼리침팬지 따위가 없는 것에 대해서도 또한 냉소해야 하리라. 사실 포유류로만 국한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캥거루바퀴벌레나 문어표범이라고 해서 안 될 게 뭔가? 이런 식으로 바뀔 수 있는 동물 이름은 무한히 많다. 물론 하마는 개에서 유래하지 않았고, 거꾸로도 아니다. 침팬지는 코끼리에서 유래하지 않았고, 거꾸로도 아니다. 원숭이가 개구리에서 유래하지 않았듯이, 어떤 현생 종도 다른 현생 중에서 유래하지 않았다 (극히 최근에 갈라진 종들은 예외다),
- P208
동물계에 위계가 있다는 이 개념은 진화라는 발상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 배경을 엄청나게 흐려놓았다. ‘하등‘ 동물이 ‘고등‘ 동물로 진화한다는 가정은 언뜻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사다리 위쪽으로든 아래쪽으로든 연결고리들을 볼 수 있어야한다. 발판이 수두룩하게 빠진 사다리는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고리‘를 언급하는 회의론의 이면에는 발판이 빠진 사다리 이미지가 숨어 있다. 그러나 실은 사다리 신화라는 것 자체가 몹시 잘못되고 반진화적인 개념이다. - P213
게다가 동물의 몸은 모든 부분이 다 같은 속도로 진화하지 않는다. 허리 아래로는 원시적이지만 허리 위로는 고등하게 진화할 수도있다. 좀 더 진지한 예를 들면, 어떤 동물은 신경계가 보다 원시적이지만 다른 동물은 골격계가 보다 원시적일 수도 있다. 여기서 잠깐! ‘원시적‘ 이라는 단어는 ‘선조를 닮았다‘는 뜻일 뿐 ‘단순하다(덜 복잡하다)‘는 뜻은 아님을 명심하자. 말의 발은 사람의 발보다 단순하지만(말은 발가락이 다섯 개가 아니라 한 개다), 사람의 발이 더 원시적이다(우리와 말의 공통선조는 우리처럼 발가락이 다섯 개였으므로, 말이 우리보다 더 많이 변했다고 할 수 있다). - P215
그런데 우리는 왜 새들을 파충류에서 떼어낼 생각을 했을까? 진화적으로 조류가 파충류의 한 가지일 뿐인데, 왜 새들에게 ‘강‘의 명예를 안겨줘도 좋다고 판단했을까? 생명의 계통수에서 조류의 가까운 이웃이었던 녀석들, 조류의 바로 옆을 둘러쌌던 파충류들이 우연히도 멸종해버렸기 때문이다. 그 종류에서는 새들만 남아서 행진해왔기 때문이다. 새의 가까운 친척들은 모두 오래전에 멸종한 공룡들이었다. 만약 공룡 계통이 폭넓게 생존해왔다면, 새들이 두드러져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새들이 척추동물문에서 별개의 강으로 격상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고, 우리가 "파충류와 조류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는 어디에 있나요?" 같은 질문을 받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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