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늘 신비로운 존재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래의 진화 과정에 대한 정보가 꽤 풍성해졌다. 분자유전학적 증거를 볼 때, 고래와 가장 가까운 친척은 하마고, 다음은 돼지, 다음은 반추동물들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역시 분자적 증거를 볼 때 하마는 다른 우제류(돼지나 반추동물들) 보다는 고래와 더 가깝다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 근연관계와 외형적 유사성이 때로 합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또 한 사례다. 어류 중에도 다른 어류보다 인간과 더 가까운 녀석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앞에서 했다. 인간의 계통은 물을 떠나 땅에 오름으로써 진화의 급물살에 휩쓸려 멀리 떠내려간 반면에, 우리가 뒤에 남겨둔 친척인 폐어와 실러캔스는 계속 물에만 머물러 있음으로써 먼 선조를 닮은 모습을 지켜왔다. 지금 하려는 이야기도 같은 현상이되, 상황이 역전되었다. 하마는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아직 땅에 발을 붙이고 있기 때문에 먼 친척인 육상 반추동물들과 닮은 모습을 유지했다. 반면에 고래는 바다로 떠남으로써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그래서 분자생물학자들 말고는 생물학자들조차 고래와 하마의 근연성을 놓쳤던 것이다. - P233
머나먼 선조어류들이 원래 그 반대 방향으로 갔을 때처럼, 고래의 선조들이 바다로 돌아간 것도 대역사였을 것이다. 공중으로 이륙하거나 풍선을띄우는 것과 좀 비슷하지 않았을까? 중력의 무거운 짐을 벗고 육지에 내렸던 닻을 잘라 둥둥 뜨게 되었으니 말이다. - P234
1. 프로가노켈리스와 팔레오케르시스는 원래 땅에 살았던 동물들이 남긴 후대의 생존자인지도 모른다. 그 조상 동물들이 이들에 앞서 일부를 바다로 보냈고, 그리하여 오돈토켈리스 등의선조가 되었다. 이 가설에 따르면 껍질은 일찍이 땅에서 진화했고, 오돈토켈리스는 물로 간 뒤에 등딱지를 잃고 배딱지만남은 것이다. 2. 중국인 저자들이 제시한 대로, 껍질이 물에서 진화했을지도 모른다. 배를 보호하는 배딱지가 먼저 진화하고, 등딱지는 나중에 진화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절반의 껍질을 지니고 물에서산 오돈토켈리스보다 후대에 땅에서 산 프로가노켈리스와 팔 레오케르시스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들은 독자적으로 껍질을 진화시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다른 가능성도 있다. 3. 즉, 프로가노켈리스와 팔레오케르시스가 더 일찍 물에서 뭍으로 돌아간 사례라는 가능성이다. 깜짝 놀랄 만큼 흥분되는 생각 아닌가?
거북들이 진화 역사에서 땅으로의 진출 과정을 두 번이나 밟았다는것은 이제 충분한 증거로 거의 확인된 사실이다. 처음에 땅에 살았던 거북들이 그들의 어류 선조가 살았던 물 환경으로 돌아가서 바다거북이 되었다. 그 바다거북들이 다시 땅으로 올라와서 새로운 종류의 땅거북들로 재탄생했다. 그것이 땅거북과다. 이것은 사실이다. 혹은 거의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 이 왔다갔다 하는 과정이두 번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현대 거북을낳은 과정이 아니라, 훨씬 이전 트라이아스기에 프로가노켈리스와 팔레오케르시스를 낳은 과정이 또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 P246
루시와 그 친족들을 연구한 결론은 이렇다. 그들의 뇌는 침팬지만한 크기였지만, 그들은 침팬지와 달리 우리처럼 똑바로 서서 뒷다리로 걸었다. 앞에서 언급한 세 시나리오 가운데 두 번째에 해당하는셈이다. ‘루시들‘은 직립보행하는 침팬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이 이족보행했다는 사실은 메리 리키(Mairy Leakey)가 화산재 화석에서 발견해낸, 사무치게 감동적인 발자국 증거를 통해 극적으로 확인되었다. 그 발자국 화석은 더 남쪽인 탄자니아의 라에톨리에서 발견되었고, 루시나 AL 444-2보다 좀 더 오래되어 약 360만 년 전의 것이었다. 보통 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나란히 걸어간 자국이라고 해석된다(손을 맞잡고?). 어쨌든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360만 년 전 지구에는 직립보행하는 유인원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뇌는 침팬지만 하지만 우리와 거의 비슷하게 두 발로 걷는 존재들이 있었던 것이다. - P259
문제는 ‘현대의 호모 사피엔스와 상당히 다르다‘는 것과 ‘최초의호모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이 사례에서 최초의 호모는 호모 하빌리스다. 그렇다면 최초의 호모 하빌리스 표본이 태어났을 때를 생각해보자. 그 부모는 오스트랄로피테쿠쿠스였다. 자식이 부모와 다른 속에 속한다는 말인가?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다. 현실이 잘못된 게 아니라, 모든 생물을 이름표 달린 분류체계에 밀어넣으려고 하는 인간의 고집이 잘못된 것이다. 현실에서는 최초의 호모 하빌리스 표본이라는 생물 따위는 없었다. 어떤 종이든, 어떤 속이든, 어떤 목이든, 어떤 강이든, 어떤 문이든 최초의 표본이라는 것은 없었다. 세상에 살았던 모든 생물은 (당시에 동물학자기 돌아다니면서 분류를 했다면) 제 부모자식과 정확하게 같은 종으로 분류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현대에 와서 ‘돌아본다‘는 시점 때문에, 그리고 대부분의 고리를 잃어버렸다는 유익한 사실 덕분에 (그렇다. 이런 역설적인 의미에서는 유익하다), 우리가 이산적인 종 · 속과 · 목 ·강 · 문으로 분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 P268
우리가 후대에 과거를 돌아보기 때문에, 그리고 법적인 용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여러 이유 때문에, 현대 분류학자들은 화석 하나하나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니 호모니 꼬리표를 매달려고 고집하는것이다. 박물관 안내문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와 호모하빌리스의 중간쯤‘ 이라고 쓰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역사 부인주의자들은 이런 명명상의 관행을 현실에서 중간 형태들이 없다는 증거로 해석한다. 그런 식이라면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은 투표권이있는 성인(18세 이상) 아니면 투표권이 없는 아이(18세 미만) 둘 중 하나니까, 세상에 청소년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법적으로 투표 연령기준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근거해 칭소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증명하는 꼴이다. - P279
좀 더 건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성체와 유아의 머리 모양이 극명하게 다른것을 볼 때, 주둥이 돌출 같은 특징이 사람을 더 닮는 방향으로 (혹은 덜 닮는 방향으로) 변하는 것은 극히 쉬운 일일지도 모른다. 침팬지의 발생 과정은 사람을 닮은 머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알고 있다. 모든 유년기 침팬지에 대해서 실제 그 일을 수행하고 있지 않은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다양한 중간 형태들을 거치며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했을 때, 그러면서 줄곧 주둥이 돌출부를 줄여왔을 때, 어쩌면 유년기의 특징들을 성년기까지 존속시키는 방법을 사용했을가능성이 충분하다 (2장에서 언급한 유형성숙이다). 진화적 변화의 상당부분은 특정 신체 부위의 상대적 성장 속도를 바꿈으로써 이루어진것이다. 이것을 의시성(서로 다른 시기의) 성장이라고 한다. -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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