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종업원 여자가 가고 나서 올리브가 앤드리아에게 말했다. "투명인간이 돼.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한편으론 그게 자유를 주지."
앤드리아가 궁금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게 어떻게 자유를 주는지 말씀해주세요."
"음." 올리브는 약간 당황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없었다. "더이상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된다는 말이야. 거기에 뭔가 자유를 주는 측면이 있지."
"잘 모르겠어요." 여자가 말했다. 그 순간 올리브의 마음을 관통한 것은 이런 생각이었다. 너는 솔직하구나.
올리브가 말했다. "내가 그걸 잘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살다보면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잖아. 그건 좋은 의미도, 나쁜 의미도 아니야. 하지만 어쨌든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돼.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되는 거지" -올리브는 아까 커피를 가져온 여자가 있는 쪽을 향해 어깨를 으쓱했다 "자기가 더이상 아무 존재가 아니라는 걸 엉덩이가 큰 종업원에게 투명인간이 되는 거지. 그런데 그게 자유를줘." 그녀는 앤드리아의 얼굴을 계속 살폈는데, 뭔가와 싸우고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침내 젊은 여자가 말했다. "음, 부러워요."  - P324

어둑한 침실에서 올리브는 작은 노트북을 꺼냈다. 그리고 앤드리아의 페이스북에 들어갔다. 댓글을 써본 적이 없어서 처음에는 어떻게 하는 건지 좀 헤맸다. 하지만 알아냈다. 그리고 이렇게 썼다. "새로 쓴 시 읽었어. 잘 썼더라." 그녀는 앉아서 창밖으로 들판의 어둠을 내다보았다. 여기서는 멀리 떨어진 가로등하나만 보였다. 그녀가 다시 노트북을 보며 한 행을 덧붙였다.
"네가 죽지 않아 다행이야."
올리브는 오랫동안 침대에 앉아 있었다. 그저 유리창을 통해 어두운 들판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지금껏 인간의 경험이 서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제대로 알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았다. 올리브는 앤드리아 르리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고, 앤드리아도 올리브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앤드리아는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경험을 그녀보다 더 잘해냈다. 얼마나 재미있는가. 얼마나 흥미로운가. 올리브는 자신이 늘 다른 사람이 모르는 모든 것을 안다고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헨리, 창문을 통해 어둠을 내다보면서 그 이름이 올리브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잭 그들은 누구지? 누구였지? 그리고 그녀는 누구도대체 누구지?
올리브는 생각에 빠져든 채 한 손을 입에 갖다댔다.
이어 그녀는 노트북을 치우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부드럽게 말했다. "그래, 앤드리아 잘됐어. 네가 죽지 않아 다행이야." - P345

 리사는 말했다. "그러니까 그저 이말을 하고 싶어요. 키터리지 선생님이 오래전 수학 수업 시간에하신 말씀인데 ・・・・・・ 절대 잊히지 않았어요. 선생님은 어느 날 칠판에 수학 문제를 풀다 말고 우리를 돌아보며 전체 학생을 향해
‘너희 모두 너희가 누군지 안다. 그저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에게귀를 기울이면 자신이 누군지 정확히 알 수 있어. 그걸 잊지 마‘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저는 절대 잊지 않았어요. 그 말은지금까지 제게 용기를 줬어요. 선생님이 맞았으니까요. 저는 제가 누군지 알았어요." - P368

Tekcal올리브는 계속 중환자실에 있었다. 삽관 때문에 폐렴이 왔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던 그 시기에 그녀는 자신이 크고 냄새나는 치즈 덩어리가 된 것 같았고,
이따금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이쪽저쪽 돌리며 닦아주는 게 느껴졌다. 설핏 잠이 들었다 다시 깼고, 그런 뒤에는 아예 잠을 이룰 수 없는 듯했다. 깊은 슬픔이 그녀를 덮쳤다.  - P388

베티가 이야기를 끝냈을 때 올리브는 침묵했다.
베티가 가슴속에 제리 스카일러에 대한 사랑을 품고 있었다는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올리브는 그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사랑은, 자신이 의사에 대해 품었던 그 짧은 사랑을 포함해,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베티는 이 사랑을 오래오래 심장 가까이 품고 있었다. 그 사랑이 그만큼 필요했던 것이다.
올리브가 마침내 몸을 앞으로 숙이며 말했다. "난 이렇게 생각해, 이 사람아. 넌 아주 잘하고 있어." 그러고는 뒤로 기대앉았다.
사랑이라는 건 참.
트럭에 붙인 그 범퍼 스티커에도 불구하고, 올리브는 베티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다. - P421

"음, 나는 뒤쪽이 새요. 그게 훨씬 나쁜 것같네요."
정말 난감하겠다는 표정과 함께 이자벨의 입이 벌어졌다. "오.
이런 세상에, 올리브 정말로 그게 더 나쁘네요."
"그렇고말고요. 그리고 뭔가 먹은 뒤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정말이지, 이제벨, 앞으론 이 바보 같은 똥기저귀를 꼭 입고다녀야겠어요. 내 손녀도 그걸 입을 때가 지났는데, 오래전에!"
이저벨은 그 농담을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눈에서 눈물이나올 때까지 웃었다. 그리고 다른 노인들과 같이 밴을 타고 가서그것을 사올 때면 늘 창피했다고 말했다(이저벨은 차가 없었다).
늘 몰래 가서 집어오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올리브가 말했다. "저런, 필요한 게 있으면 내가 다 사다줄게요. 내가 하는 일이 월마트가 문을 여는 아침 여섯시에 맞춰 거기 가는 거거든요."
"올리브."이저벨이 숨을 내쉬었다. "당신을 만나서 정말로다행이에요."

그날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왔을 때 올리브는 어떤 기억도 기록하지 않았다. 그저 의자에 앉아 창밖 모이통에 모여든 새들을지켜보았고, 자신은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 P446

이야기를 더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저벨은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처럼 턱에 손을 갖다댔다. "음, 손주들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에겐 지루할 것 같아서, 그리고 또....……"이저벨은 이쯤에서 한숨을 쉬고 올리브의 거실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번갈아가며 서로의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또 손자를 그리 잘 알지는 못해요. 사실 올리브, 에이미는 나한테 잘해주지만 아이오와에 살고, 나는 이따금 자식이 그렇게 멀리에 가서 산다는 건 정말로 뭔가로부터 떨어져 있으려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이 경우에 그 뭔가는 내가 아닐까 하고요."
그제야 올리브는 크리스토퍼가 왜 뉴욕에 사는지를 어느 면에서는 완전히 이해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녀가 천천히 말했고, 고통이 그녀 안에서 그물을 짜듯 퍼져나갔다. 그리고 올리브는 에이미를 생각했다. 약간 차갑게 느껴졌던 이유가이것이었다. 에이미는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어머니와 가깝지는않은 것이다. 어린 시절에 일어난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 P450

 장미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우와, 피어난꽃 뒤로 또 한 봉오리가 막 피어나려 하는 게 아닌가! 오, 그것을바라보니 행복해졌다. 새로 맺은 싱싱한 봉오리의 모습. 그리고그녀는 뒤로 기대앉아 자신의 죽음을 생각했다. 놀라움과 두려움의 감정이 되돌아왔다.
그것은 올 것이다.
"그래, 그래."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거기 꽤 오래, 심지어 정말로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 채 앉아 있었다.
마침내 올리브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며 천천히 일어섰고,
테이블로 이동했다. 의자에 앉았고, 안경을 쓰고 타자기에 새 종이를 끼웠다. 몸을 앞으로 숙이고 자판을 톡톡 쳐서 한 문장을타자했다. 그리고 한 문장을 더 타자했다. 종이를 빼내 쌓인 기억 위에 조심스럽게 올렸다. 방금 쓴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내게는 내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어떤 단서도 없다. 진실로 나는 한가지도 알지 못한다.

올리브는 지팡이로 땅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이저벨에게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할 시간이었다. - P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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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이나 성소수자에 관한 역차별 주장 역시, 이주민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없다‘ 혹은 ‘있더라도 불합리한 차별은 아니다‘라는 전제 위에 성립한다. 소수자 정책은 다수자가 차별을 하고 있음을 전제하는 것이기에 다수자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다수자가 차별하지도 않는데 소수자가 차별받는다며 시정을요구하는 정책들이 불합리하고 부당하게 느껴진다. 여성이 안전을외칠 때 남성을 모두 성범죄자로 몰아세운다고 느껴지는 것처럼,
자신을 차별주의자로 몰아세우는 것 같아 불편하다. 내가 속한 집단은 차별하지 않는 사람들이고 소수자가 차별받지 않는 사회라고생각해야 안심이 된다.
사람들은 대체로 평등을 지향하고 차별에 반대한다. 관념적으로그렇다는 말이다. 다수자 차별론도 결국은 차별은 옳지 않다는 기본 전제 위에 성립한다. 사람들은 적어도 평등이라는 원칙을 도덕적으로 옳고 정의로운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대부분의 선량한 시민에게 차별을 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차별에 가담한다는 건 도덕적으로 허락되지 않는다. 차별이 없다는 생각은 어쩌면 내가 차별하는 사람이 아니길 바란다는 간절한 희망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히려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이 역설적으로 차별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높다. - P25

이 과정을 국가 단위로 확대해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장애인을 위해 국가가 예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별 감정이 없다가,막상 장애인이 당연한 권리로서 국가 예산을 요구하면 기분이 상한다.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예산을 늘리라고요구하며 시위를 했더니, 지나가는 사람이 "나라에 고마워하며 살아야 해요"라고 충고한다. 고마워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베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며 시위 방식을 문제삼는다. 나는 호의를 베풀 수 있지만 당신에게는 그것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호의와 권리에 대한 이 이른바 ‘명언‘은 불평등한 권력관계를선명하게 보여준다. 무언가 베풀 수 있는 자원을 가진 사람은 호의로서 일을 하고 싶다. 자신이 우위에 있는 권력관계를 흔들지 않으면서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호의성(시혜성) 자선사업이나 정책은 그저 선한 행동이 아니다. 내가 당신을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주고 말고를 결정할 수 있는, 통제권이온전히 나에게 있는 일종의 권력행위이다. 만일 당신이 권리로서무언가 요구한다면 선을 넘었다고 비난할 수 있는 권력까지 포함한다. - P27

사람들 사이에는 권력관계가 있다. 사회 안에서 나의 위치에 따라 특권을 가지기도 한다. 돈이나 정치적 권력을 가진 사람의 특권은 비교적 쉽게 드러나기 때문에 보통 특권이란 말이 일부 재벌이나 고위층의 권력으로 좁게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특권을일부 사람들만 향유하는 것은 아니다. 특권privilege 이란 주어진 사회적 조건이 자신에게 유리해서 누리게 되는 온갖 혜택을 말한다.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학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특권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발견‘인 이유가 있다. 일상적으로 누리는 이런 특권은 대개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조건이라서 많은 경우 눈치채지못하기 때문이다. 특권은 말하자면 ‘가진 자의 여유‘로서, 가지고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하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한번쯤 시외버스를 타보았을 것이다. 비행기를 타거나 그것도 비즈니스석을 타지않는 이상,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교통수단 탑승을 특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외버스 좌석에 앉아서 자신이 특권을 누리고있다고 의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누군가가 시외버스 탑승을 요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 P28

물고기에 비유해 생각해보자. 흐르는 물결을 따라서 헤엄치는물고기는 그 물결을 가로지르거나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보다 편하다." 하지만 물결을 따라가며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고 그저 편하다고만 할 수 없다. 삶은 어떤 모습으로든 우리를 힘들게 한다.
게다가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과업이 따르고,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책임이 무거워지는 법이다.
그러니 누구의 삶이 더 힘드냐 하는 논쟁은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모두가 똑같이 힘들다"는 말도 맞지 않다. 그보다는 서로 다르게 힘들다고 봐야 한다. 불평등한 구조에서는 기회와 권리가 다르게 분배되고, 그래서 다르게 힘들다. 여기서 초점은 서로 다른 종류의 삶을 만드는 이 구조적 불평등이다. 그렇기에 불평등에 관한 대화가 "나는 힘들고 너는 편하다"는 싸움이 되어서는 해결점을 찾기 어렵다."너와 나를 다르게 힘들게 만드는 이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공통의 주제로 이어져야 한다. - P33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개선되었는가에 대한 설문에, 백인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고, 흑인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고 응답하는 경향이 꾸준히 나타난다. 대니얼 카너Daniel Kat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tmos Tregnaly는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전망이론 prespect theory 을 통해, 사람들이 손실의 가능성과이익의 가능성 가운데 손실의 가능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loss aversion bia 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이론을 반영하손실회피편향lass16듯, 미국사회의 인종차별 개선은 특권을 잃는 백인의 입장에서 흑인보다 더욱 크게 체감한다.
기존에 특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사회가 평등해지는 것이 손실로 느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평등을 제로섬 게임zero-sumgame 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상대의 이익이 곧 나의 손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성평등을 둘러싼 논쟁에서 비슷한 긴장이 감지된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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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디가 물었다. "결혼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이년이 거의 다 돼가는 것 같네. 내 나이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걸 한번 상상해봐."올리브가 수건을 무릎에 올려놓고 아무것도 들지 않은 한 손을 살짝 들어올렸다. "하지만 절대 다시시작하는 게 아니야, 신디 계속 이어가는 거지."
한동안 그들은 말없이 앉아 있었고, 지붕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올리브가 말했다. "톰이 다시 시작한다는 건 생각하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신디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 키터리지 선생님. 그이가혼자 산다는 생각도 견딜 수 없어요. 못견디겠어요. 정말로 못견디겠어요. 그이는 그저..……… 오, 혼자 두기엔 덩치만 큰 아기같아요. 그래서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파요. 하지만 그이가 다른누군가와 같이 있는 걸 상상하면 마음이 더 아파요."
올리브는 그 말을 이해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신디. 너하고 톰은 같이 자랐어. 헨리하고 나도 그랬고, 우리는열여덟에 만나서 스물한살에 결혼했지. 진실은・・・・・・ 네가 그 사람하고 같이 살았다는 거야. 그 사실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 올리브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사라지지 않아." - P212

신디가 고개를 돌렸다. 햇빛이 장엄했다. 한낮의 빛이 끝을 향하면서 입 벌린 모습을 한 태양이 연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황홀한 노란색을 쏟아냈고, 그 빛은 헐벗은 나뭇가지들 사이로 내리비쳤다.
그리고 그다음 일어난 일은 이것이다-신디는 이 일을 앞으로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올리브 키터리지가 말했다. "어쩜, 나는 늘 2월의 햇빛을 사랑했어."올리브가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어쩜." 그녀는 경외감이 깃든 목소리로한번 더 말했다. "2월의 저 햇빛 좀 봐."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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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한참 동안 그렇게 앉아 그들이 나눈 대화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을 결코 잊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머리 위에서아주 큰 창문이 산산조각나ㅡ소방관들이 그녀가 어린 시절 살았던 집을 그렇게 부쉈을 것이다-이제 드넓은 세계 전체가 바로 거기, 그녀의 머리 위와 주변을 둘러싼 모든 공간에 존재하며그녀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선사하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엄마와 어린 아들이 뭐가 재미있는지 함께 웃으면서 다시 차에 타는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 앞에는 우듬지 꼭대기부터 바닥까지분홍색 잎을 매단 작은 단풍나무가 있었다. "오, 버니." 그녀가속삭이듯 말했다. "와우" - P189

 하지만 신디에게 2월의 햇빛은 늘비밀 같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2월에는 낮이 점점 길어졌는데, 잘 관찰하면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루의 끝마다 세상이 조금씩 더 열렸고, 더 많은 햇빛이 황량한 나무를 가로질렀다. 그리고 약속했다. 그 햇빛이 약속했다. 그건 얼마나 굉장한일인가. 침대에 누워 신디는 지금도 볼 수 있었다. 하루의 마지막 금빛이 세상을 여는 것을.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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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당신은 차별이 보이나요?

‘결정장애.‘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우물쭈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너무 많이 고민하는 나의 부족함을 꼬집는 간명한 말 같았다. 나 스스로를 비하하는 의미를 담아 많은 대화에서 수없이 사용했다. 그리고 이 말이 어느날 사고를쳤다.
혐오표현에 관한 토론회가 있던 날이었다. 사람들의 관심이 많아 장소를 급하게 큰 곳으로 바꿔가며 열린 토론회였다. 토론자로함께한 나는 토론 중에 이 결정장애라는 말을 썼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 모두 결단을 내리자는 말을 하던 와중이었다. 토론회가 끝나고 식사를 하러 가는 버스 안에서, 참석자 중한분이 나에게 조용히 물었다.
"그런데 왜 결정장애라는 말을 쓰셨어요?" - P5

생각해보면 차별은 거의 언제나 그렇다. 차별을 당하는 사람은있는데 차별을 한다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차별은 차별로 인해 불이익을 입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차별 덕분에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나서서 차별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차별은 분명양쪽의 불균형에서 일어나는 일이며 모두에게 부정의함에도, 희한하게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만의 일처럼 이야기된다. 이게 어떻게된 걸까? 산술적으로 생각해도 내가 차별을 당할 때가 있다면, 할때도 있는 게 아닐까? - P7

 토크니즘tokenism 이란 이렇게 역사적으로 배제된 집단구성원 가운데 소수만을 받아들이는 명목상의 차별시정정책을 말한다.‘ 토크니즘은 차별받는 집단의 극소수만 받아들이고서도 차별에 대한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기회가 열려 있는 것처럼 보이고, 노력하여 능력을 갖추면 누구나 성취할 수 있다는 기대를 주기 때문이다. 결국 현실은 이상적인 평등의상황과는 꽤 먼 상태임에도 평등이 달성되었다고 여기는 착시를일으킨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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