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이나 성소수자에 관한 역차별 주장 역시, 이주민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없다‘ 혹은 ‘있더라도 불합리한 차별은 아니다‘라는 전제 위에 성립한다. 소수자 정책은 다수자가 차별을 하고 있음을 전제하는 것이기에 다수자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다수자가 차별하지도 않는데 소수자가 차별받는다며 시정을요구하는 정책들이 불합리하고 부당하게 느껴진다. 여성이 안전을외칠 때 남성을 모두 성범죄자로 몰아세운다고 느껴지는 것처럼,
자신을 차별주의자로 몰아세우는 것 같아 불편하다. 내가 속한 집단은 차별하지 않는 사람들이고 소수자가 차별받지 않는 사회라고생각해야 안심이 된다.
사람들은 대체로 평등을 지향하고 차별에 반대한다. 관념적으로그렇다는 말이다. 다수자 차별론도 결국은 차별은 옳지 않다는 기본 전제 위에 성립한다. 사람들은 적어도 평등이라는 원칙을 도덕적으로 옳고 정의로운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대부분의 선량한 시민에게 차별을 하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차별에 가담한다는 건 도덕적으로 허락되지 않는다. 차별이 없다는 생각은 어쩌면 내가 차별하는 사람이 아니길 바란다는 간절한 희망일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히려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이 역설적으로 차별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높다. - P25

이 과정을 국가 단위로 확대해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장애인을 위해 국가가 예산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별 감정이 없다가,막상 장애인이 당연한 권리로서 국가 예산을 요구하면 기분이 상한다.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예산을 늘리라고요구하며 시위를 했더니, 지나가는 사람이 "나라에 고마워하며 살아야 해요"라고 충고한다. 고마워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베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며 시위 방식을 문제삼는다. 나는 호의를 베풀 수 있지만 당신에게는 그것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호의와 권리에 대한 이 이른바 ‘명언‘은 불평등한 권력관계를선명하게 보여준다. 무언가 베풀 수 있는 자원을 가진 사람은 호의로서 일을 하고 싶다. 자신이 우위에 있는 권력관계를 흔들지 않으면서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호의성(시혜성) 자선사업이나 정책은 그저 선한 행동이 아니다. 내가 당신을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주고 말고를 결정할 수 있는, 통제권이온전히 나에게 있는 일종의 권력행위이다. 만일 당신이 권리로서무언가 요구한다면 선을 넘었다고 비난할 수 있는 권력까지 포함한다. - P27

사람들 사이에는 권력관계가 있다. 사회 안에서 나의 위치에 따라 특권을 가지기도 한다. 돈이나 정치적 권력을 가진 사람의 특권은 비교적 쉽게 드러나기 때문에 보통 특권이란 말이 일부 재벌이나 고위층의 권력으로 좁게 이해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특권을일부 사람들만 향유하는 것은 아니다. 특권privilege 이란 주어진 사회적 조건이 자신에게 유리해서 누리게 되는 온갖 혜택을 말한다.
불평등과 차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학자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가진 특권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발견‘인 이유가 있다. 일상적으로 누리는 이런 특권은 대개 의식적으로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조건이라서 많은 경우 눈치채지못하기 때문이다. 특권은 말하자면 ‘가진 자의 여유‘로서, 가지고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하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한번쯤 시외버스를 타보았을 것이다. 비행기를 타거나 그것도 비즈니스석을 타지않는 이상,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교통수단 탑승을 특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외버스 좌석에 앉아서 자신이 특권을 누리고있다고 의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누군가가 시외버스 탑승을 요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 P28

물고기에 비유해 생각해보자. 흐르는 물결을 따라서 헤엄치는물고기는 그 물결을 가로지르거나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보다 편하다." 하지만 물결을 따라가며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고 그저 편하다고만 할 수 없다. 삶은 어떤 모습으로든 우리를 힘들게 한다.
게다가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과업이 따르고,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책임이 무거워지는 법이다.
그러니 누구의 삶이 더 힘드냐 하는 논쟁은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모두가 똑같이 힘들다"는 말도 맞지 않다. 그보다는 서로 다르게 힘들다고 봐야 한다. 불평등한 구조에서는 기회와 권리가 다르게 분배되고, 그래서 다르게 힘들다. 여기서 초점은 서로 다른 종류의 삶을 만드는 이 구조적 불평등이다. 그렇기에 불평등에 관한 대화가 "나는 힘들고 너는 편하다"는 싸움이 되어서는 해결점을 찾기 어렵다."너와 나를 다르게 힘들게 만드는 이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공통의 주제로 이어져야 한다. - P33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개선되었는가에 대한 설문에, 백인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고, 흑인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고 응답하는 경향이 꾸준히 나타난다. 대니얼 카너Daniel Kat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tmos Tregnaly는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전망이론 prespect theory 을 통해, 사람들이 손실의 가능성과이익의 가능성 가운데 손실의 가능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loss aversion bia 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이론을 반영하손실회피편향lass16듯, 미국사회의 인종차별 개선은 특권을 잃는 백인의 입장에서 흑인보다 더욱 크게 체감한다.
기존에 특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사회가 평등해지는 것이 손실로 느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평등을 제로섬 게임zero-sumgame 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상대의 이익이 곧 나의 손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성평등을 둘러싼 논쟁에서 비슷한 긴장이 감지된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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