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미나 대릴 목사 같은 사람들이 보기에 러레인이 가난한 것은 돈을 막 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실에 가까운 건 그와 정반대였다.
러레인이 돈을 막 쓰는 것은 가난하기 때문이었다.
러레인이 퇴거당하기 전에는 월세를 내고 나면 164달러가 남았다. [유료] 케이블 텔레비전과 월마트를 멀리하면 이 가운데 일부는 모을수 있었다. 러레인이 월세를 내고 난 뒤 남는 소득의 3분의 1에 달하는 50달러를 어떻게든 남기면 1년이면 600달러를 모을 수 있었다. 이돈이면 한 달 치 임대료를 낼 수 있을 정도였다. 여기엔 상당한 희생이 뒤따랐다. 때로 그녀는 온수나 옷 같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케이블로 지출되는 돈을 아끼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수 있었다. 하지만 자가용도 없이 도시에서 외따로 고립된 이동주택단지에서 사는 나이 든 여자에게 인터넷 사용법도 모르고, 전화도가끔만 쓰고, 일은 없고, 때로 섬유근육통 발작과 군집형 편두통에 시달리는 나이 든 여자에게 케이블은 소중한 친구였다.
러레인 같은 사람들의 삶에는 복합적인 제약이 워낙 많아서 좋은 행동 혹은 자기통제를 얼마나 많이 해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헤어날 수 없는 가난과 어느 정도 안정된 가난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너무 멀어서, 어쩌면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자린고비처럼 굴어도 가난에서 헤어날 가망이 거의 없는지 모른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자린고비처럼 굴지 않기로 선택한다. 돈 한푼에 벌벌 떠느니 고통에 즐거움이라는 양념을 곁들여 화려한 생존을 시도한다. 마약에 약간 취하기도 하고 술을 마시거나 도박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사기도 한다. 식료품 구매권으로 랍스터를살 수도 있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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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운동과 피켓 시위, 시민불복종 같은 정치적 동원은 일정한 시각 변화를 요구했다. 사회학자 프랜시스 폭스 피븐 Frances Fox Fin과 리처드 클로워드:Richard Cloward는 이렇게 말했다. "저항운동이 일상생활의트라우마를 딛고 일어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정당하고 바꿀 수없는 것으로 인식되던 사회적 계층이 부당하면서도 변화 가능한 것으로 보여야 한다." 이런 일은 보통 거대한 사회변혁이나 경제적 혼란(가령 전후 주택 부족 같은)이 일어나 현 상태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비정상적인 시기에 발생한다. 하지만 부정의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대중 저항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변화를 일으킬 집단 역량이 있다고 믿을 때만 가능하다. 가난한 사람들의 경우는 스스로를 피억압자로 여겨야 하는데, 대부분의 이동주택단지 거주자들은 절대로 그럴 의사가 없었다. - P250

임대료 납부 거부 운동 기간 동안 세입자들은 서로에게 도덕적 의무감을 느꼈다. 세입자들이 과도한 임대료 인상이나 부당한 퇴거에 저항한 것은 이들이 자신의 집과 동네에 [물심양면으로] 투자를 했기때문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그곳에 속해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동주택단지에서 그런 정서는 거의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 대부분의거주자들에게, 그 가운데서도 특히 스콧에게 목표는 그곳을 뜨는 것이지 뿌리를 내리고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아니었다. 일부 거주자들은 스스로를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아무리 자신들이 거의 평생 동안 스쳐 지나기만 하고 있어도 말이다. 훔친 전기로 자신의 트레일러에 전력을 공급하는 실직한 세 아이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린 가족들이 여기 못 오게 해요. 이건 우리가아니거든요. 이건 하층계급의 삶이잖아요. 난 이런 곳 출신이 아니에요." 레니와 갈라서고 나서도 사실상 이동주택단지에 밀접하게 간여했던 레니의 전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당신은 내가오페라를 보러 다니던 사람이란 걸 잊었군." 임신한 마약중독자 탐은 이 이동주택단지를 ‘호텔‘로 여겼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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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상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단순하다. 이 인공지능이 미인을 판단하고자 학습했던 사진이 대부분 백인 미녀였던 것이다. 미인의 기준이 백인 미녀에 맞춰져 있어서 다른 미모와 매력을 가진 황인종, 흑인종 미녀가 판단에서 배제된 것이다. 이 인공지능은 자신도모르게 인종 차별을 했다.
인공지능 학습의 전제 조건은 엄청난 양의 ‘빅 데이터‘다. 인공지능은 이런 데이터를 토대로 얼굴 알아보기, 바둑, 번역 등 특정 능력을 학습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강화한다. 그런데 학습의 전제 조건이 되는 데이터에 문제가 있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예를 들어 보자.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신입 사원 채용 과정에서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활용하기로 했다. 일단은 지원서 확인에많은 시간이 걸렸던 서류전형부터 왓슨이 사람을 대신하기로 했다.
소프트뱅크는 왓슨의 도입으로 서류 전형에 소요되는 시간을 75퍼센트 정도 줄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고학수 서울 대학교 법학 전문 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인공지능이 채용을 할 때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한다. 예를 들어, "지난 30년간 국내 대기업의 여성 고용 및 승진 데이퍼를 훈련 데이터로 학습한 인공지능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인공지능은 "대기업에서 여성의 승진 비율이 높지 않은 것을 업무 성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학습할 수 있다. - P147

결과는 어땠을까? 우선 상황에 따라 답변이 크게 달랐다. 어느쪽이 좀 더 정답에 근접했을까? 흥미롭게도 다른 이의 예측 결과를알려 주었을 때 (사회적 영향력이 작용할 때) 144명의 집단은 더욱더 정답과는 거리가 먼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사회적 영향력이 집단지성의 힘을 무력화한 것이다.
이 실험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세 가지다. 첫째, 다른 이의 판단을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예측의 다양성이 감소했다. 그러니까 스위스의 2006년 살인 사건수(198건)를 처음에는 비교적 정확하게 약200건이라고 예측했던 사람도 다른 사람의 터무니없는 예측(약 800건)을 듣고서 자신의 의견을 바꿨다.
둘째, 이렇게 예측이 한두 가지로 좁혀지면서 집단 전체가 부정확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사회적 영향은 스위스의 2006년 살인 사건 수를 200건이 아니라 800건으로 예측하는 것처럼 틀린 결론으로 이끄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다수의 틀린 예측이 맞는 예측을 압도해 버린 것이다.
세 번째 대목이 제일 심각하다. 혼자서는 설사 정확하게 예측했더라도 자신의 것을 확신하지 않았다. ("200건 정도 아닌가요?" ) 그런데여럿이 비슷한 예측을 하자 그것이 틀렸더라도 확신하는 경향을 보였다. ("맞아요. 800건이 확실해요!") 부풀대로 부풀어 터지기 직전의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에 너도나도 수익을 ‘확신‘하며 뛰어드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사회적 영향력이 없을 때, 그러니까 144명이 독립적으로 판단할때는 어느 정도 집단 지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144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에서는 집단 지성이 나타나기는커녕, 오히려 개인의 판단보다도 못한 잘못된 결론을 내려놓고도 자신이 맞았다고 우기는 심각한 상황이 나타났다. - P162

 애초 비슷했던 사람이 똑같은 뉴스를 보면서 심각해하고, 똑같은 드라마나 동영상을 보면서 즐거워하면서, 점점 더 모든 것에 똑같이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집단은 똑똑한 지성이 되기보다는 어리석은 바보가 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우리는 과연 집단 지성을 구할 수 있을까? 미국의 법학자 캐스선스타인(Cass R. Sumstein)은 건강한 사회, 또는 건강한 조직을 위해서는 "다른 의견"이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다른 의견이야말로 집단이 잘못된 결론으로 폭주하는 불상사를 막을 브레이크라는것이다. 동화 속의 아이처럼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외치는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 P164

2018년 12월에는 상대적으로 추운 날이 많았다. 추운 날에는 어김없이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차가운 북서풍이 한반도를 덮친다. 이북서풍은 경로만 따져 보면 중국 대륙을 거세게 휩쓸고 날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북서풍이 심하게 분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한반도미세 먼지가 심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날씨는 춥지만 미세먼지는 ‘보통‘ 혹은 ‘좋음‘ 수준이다.
왜일까? 그렇다. 미세먼지 같은 오염 물질이 공기 중에 쌓이지않고 강한 북서풍에 날아가기 때문이다. 2019년 1월의 상황은 달랐다. 시베리아의 차가운 북서풍이 주춤하면서 날씨가 풀렸다. 그 대신에 한반도에서는 1월 12~15일까지 공기의 이동이 잦아든 대기 정체가 시작되었다. 쉽게 말하면 바람이 불지 않았다.
그 결과, 발전소나 공장 굴뚝,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온 미세먼지를 비롯한 오염 물질이 날아가지 않고 쌓이기 시작했다. 대기 정체만 시작되어도 미세 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이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대기정체와 함께 증가하는 미세 먼지 대부분은 ‘국내산‘이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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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고쿠엔틴이 세리나에게 전화를 걸어 타이니가 일을 안 하겠다고 한다고 알리자 셰리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 녀석 자리에 다른 사람을 넣으면 되지 뭐." 일할 사람은 그런 식으로 찾고 또 대체할 수도있었다. 크랙을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셰리나의 남동생도 있었고, 몇시간을 일해서 맥주 값만 벌어도 행복한, 잇몸이 드러나는 얼굴의 알코올중독자인 쿠엔틴의 삼촌 번도 있었다. 세입자들은 종종 일을 시켜달라고 부탁해왔다. 심지어는 외다리 리키마저 연락을 하곤 했다.
게다가 세리나에게는 "땅콩 한 접시면 일하겠다"라며 달려드는 약쟁이들 한 무더기가 항시 대기 중이었다(그녀는 이들을 "땜빵용 크랙중독자들"이라고 불렀다). 쿠엔틴은 급할 때는 길거리에서 일할 사람을 바로 모으기도 했다. 빈민가에서는 실직한 남자들을 많이 모으는 게 별로 어렵지 않았다. 셰리나와 쿠엔틴은 연장과 자재, 이동 수단을제공했다. 일꾼들에게는 건당이나 일당으로 돈을 줬다. 액수는 보통일에 따라 시급 6달러에서 10달러 사이였다. 셰리나는 한번은 이렇게말하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한테는 액수가 많든 적든 간에 돈은 돈이야. 그래서 이 사람들은 일을 할 거야. 액수가 적더라도 말야."
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흑인 남성들의 실업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이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공식 노동시장이 아닌 곳에서나마 정기적으로 일을 했다.  - P197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곤궁한 가정들은 종종 확장된 친족 네트워크에 의지해서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가곤 했다. 인류학자 캐롤 스택Caral Stack 은 《모두가 우리의 피붙이 All Our Kin》에서 가난한 흑인 가정들은 "의지할 수 있는 많은 피붙이와 친구들로 구성된 가정이라는망에 발을 깊이 담그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그물망에 엮인 사람들은 하루하루 물건과 서비스를 교환했다. 이는 이런 가정들이 빈곤에서 빠져나오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빚을 지지 않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사회 변화(크랙의 창궐, 흑인 중산층의 등장, 그 가운데서도 특히 투옥 붐)는 가난한 동네에서 가정의 안전망을 해체시켰다. 친척과 함께 사는 엄마들보다는 혼자 살거나 친척이 아닌 룸메이트와 함께 사는 엄마들에게 더 많은 수당을줌으로써 ‘친족 의존성‘을 제한하고자 했던 부양아동 가족부조 같은국가 정책들도 같은 기능을 했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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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뤼천이 이렇게 주장하면서 내놓은 근거는 상당히 설득력이있다. 우선 인간 활동으로 지구 육지의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가 변형되었다. 지난 100년간 인류는 세계 주요 강의 대부분을 댐으로 막거나 그 방향을 바꿨다. 최근의 사례만 놓고 보면, 중국 정부가 양쯔강에 세운 싼샤 댐이나 이명박 정부가 4대강 곳곳에 세운 보가 그 유력한 증거다.
특히 크뤼천은 인간이 대기의 구성 요소를 변화시킨 데 주목한다. 자연에서 식물이 고정하는 질소보다 훨씬 더 많은 질소 비료가사용되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질소가 늘어나고 있다. 화석 연료, 삼림 파괴 때문에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200년간 40퍼센트 증가했다.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더 강력한 온실 기체인 메테인(CH)의 농도도 같은 기간 동안 2배나 뛰었다. - P89

2만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라시아, 북아메리카에는 거대한 포유류가 가득했다. 지금은 화석을 토대로 그린 상상도를 통해서나 그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매머드, 털코뿔소, 검치호, 동굴곰 등이다. 하지만 1만 년 전 정도가 되면 거대한 포유류는 지구에서 대부분 자취를감춘다.
흥미롭게도 거대한 포유류의 멸종은 한순간에 일어나지 않았약 1만3000년 전부터 대형 포유류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뉴질랜드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약 5만 년 전부터, 아메리카 대륙에서는에 달하는 날지 못하는 모아새가 있었다. 하지만 모아새를 비롯한같은 곳에는 (포유류는 아니지만) 키가 3.7미터에 몸무게가 230킬로그램뉴질랜드의 대형 생물은 400년 전에 멸종했다.
눈치 빠른 이라면 알아챘겠지만, 대륙별로 순차적으로 진행된거대한 포유류의 멸종 시기는 인류의 이동 시기와 겹친다. 오스트레일리아, 아메리카 등으로 진출한 인류의 작은 발걸음이 그곳에 살던거대한 포유류에게는 멸종을 알리는 커다란 재앙이었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마스토돈은 인류가 아메리카에 정착하자마자 사라지기 시작해 1만 년 전에 멸종했다.
지난 1,000년간의 기록은 더욱더 극적이다. 오늘날 육지에 사는동물 가운데 야생 동물은 3퍼센트에 불과하다. 인간, 가축, 애완 동물이 육지에 사는 동물의 97퍼센트를 차지한다. 흔히 육상 동물 먹이 사슬의 정점에 위치해 ‘동물의 왕‘이라 불렸던 사자의 신세가 전형적이다. 2,000년 전에 100만 마리에 달하던 사자는 오늘날 2만 마리로 줄었다.
바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1950년대 이후 불과 50년 만에 다랑어, 상어, 대구 등 바다의 대형 동물 90퍼센트가 사라졌다. 바다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서식 공간인 산호초는 1980년대와 비교해도 3분의 1로 감소했다.  - P94

 플랑크톤보다는 작은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보다는 큰 물고기가 큰 물고기보다는 고래의 몸속에 더 많은 오염 물질이 쌓인다.
예를 들어, 우리가 바다로 배출한 오염 물질 중에는 PCB라는이름으로 익숙한 폴리염화바이페닐(polychlorinated biphenyl)이 있다. 과학자는 동물의 몸속에서 분해되지 않는 이 오염 물질이 고래의 몸속에 고농도로 쌓여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고래 중에서 새끼를 낳은 암컷 고래만 몸속의 PCB 농도가 낮았다. 바로 새끼한테 준 젖 때문이었다.
고래의 몸속에 들어 있는 오염 물질 PCB가 밖으로 나가는 유일한 방법이 수유다. 젖을 통해서 어미 몸속에 있는 PCB가 새끼에게옮겨지는 것이다. 그렇게 오염된 젖을 먹은 새끼 가운데 일부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만약에 이런 고래 고기를 사람이 먹는다면 어떨까? PCB 같은 오염 물질은 고래 고기를 먹은 사람의 몸속에 농축된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 고래 고기는 여전히 고단백의 고급 음식으로 선호되고 있다. 몸이 허약해진 임산부의 원기 회복을 위해서 고래고기를 먹는 경우도 많다. 고래 고기를 먹은 어머니가 아이를 낳고나면 고래와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오염 물질 PCB의 상당수가 수유를 통해서 아기에게 그대로 전해진다. 고래의 비극은 우리의 비극이다. - P111

한 가지 더 생각해 볼 일도 있다. 국회 의원이 기초 과학 연구비를 삭감하면서 염두에 뒀던 과학 기술의 역할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과학기술의 쓸모 가운데 으뜸은 돈벌이에 도움이 되느냐 여부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과학 기술이 꼭 돈벌이 혹은 국방 같은 당장의 쏠모로만 그 유용성이 평가되어야 할까? 해파리의 빛을 연구하던 과학자가 그 쓸모를 의식했더라면 지속적인 탐구가 가능했을까?
물질을 구성하는 미지의 입자를 찾으려는 가속기 프로젝트의예산을 따려고 동분서주하던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윌슨(RobertWilson)은 동서 냉전이 한창이던 1969년 가속기의 쓸모를 놓고서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이렇게 답했다. ‘가속기‘를 ‘기초 과학‘ 혹은 ‘해파리‘로 바꿔서 기초과학연구비 삭감을 결정한 국회 의원에게 들려주고 싶다.
"가속기는 이런 것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좋은 화가인가 좋은 조각가인가, 훌륭한 시인인가와 같은 것들. 이 나라에서 우리가 진정 존중하고 명예롭게 여기는 것, 그것을 위해 나라를 사랑하게 하는 것들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새로운 지식은 전적으로국가의 명예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를 지키는 일과 관련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를 지킬 만한 가치가 있도록 만드는 일과 관련이 있습니다." - P138

공유경제는 바로 이렇게 노동시장 바깥으로 밀려난 사람의 노동력을 시간 단위로 쪼개서 헐값에 부리는 일이다. 일찌감치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히 (Robert Reich)가 공유 경제의 진짜 이름이 "부스러기를 나눠 갖는 경제 (share-the-scraps cconomy)"라고 꼬집은 것도이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런 노동을 통해서 그들이 얻는 대가가 고작 "부스러기"에 불과하니까."
새로운 과학기술의 탈을 쓴 오래된 욕망한 가지 기억해야 할 사실이 또 있다. 그렇게 부스러기를 나눠 주는일에 기꺼이 동참하는 대다수는 (현재) 비교적 괜찮은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중산층이다. 이들은 그 일자리를 잃지 않고자, 즉 노동 시장바깥으로 밀려나지 않고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1시간도 허투루쓰면 안되는 처지니 가사노동 같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등은 골칫거리다.
그 결과로 요리, 청소, 육아 같은 노동은 쪼개져서 노동 시장바곁에서 스마트폰을 켜놓고 대기 중이던 ‘작은 노동자‘에게 전가된다. 물론, 자신의 괜찮은 일자리를 보장하고자 하는 마음에 덥석 내놓은 대가 가운데 상당액은 정작 노동의 당사자(작은 노동자)가 아니라거간꾼(플랫폼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된다.
당대의 과학 기술에는 어쩔 수없이 우리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때로는 공동체의 안녕을 해치고, 더 나아가 개인의 행복까지 좀먹는 추악한 욕망이 과학 기술로 변신해서 삶을 좌지우지한다.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공유 경제 안에는 과연 어떤 욕망이 똬리를 틀고 있을까? 글머리의 30대 여성은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돈을 많이 벌었어요. 하지만 계속 이렇게 할 수는 없을것 같아요."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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