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신 마님, 부자는 저세상에서도 잘 지내겠죠. 부자는 촛불도 밝히고, 헌금도 하고, 거지에게 동냥도 주지만, 농부들이 뭘 하겠어요? 이마에 성호를 그을 시간도 없고, 거지중에서도 상거지인데 어디서 구원받을 수 있겠어요. 가난 때문에 짓는 죄가 얼마나 많은데, 게다가 고통스러워서 좋은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고 마치 개처럼 짖어 댈 뿐인데, 언제나 그런 일뿐인데, 친절하신 마님, 그런 일은 당치도 않죠. 분명히 우리는 저세상에서도 이 세상에서도 행복하지 않을거예요. 행복이란 모두 부자들에게나 있는 거죠.
스쩨빠니다는 유쾌하게 말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의 어려운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했기 때문인 듯했다.  - P303

예전에 그는 슬플 때면, 머리에 떠오르는 온갖 논리로 자신을 위로했다. 하지만 이제는 논리를 따지지 않고 깊이 공감한다. 진실하고 솔직하고 싶을 따름이다••••••.
「그만 울어요, 내 사랑」 그가 말했다. 「그만 됐어요••••••. 이제 얘기 좀 합시다, 뭐든 생각해 봅시다.」 그들은 남의 눈을 피해야 하고 속여야 하며 서로 다른 도시에서 살며 자주 만날 수 없는 이런 처지에서 어떻게 벗어날수 있을까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어떻게 하면 이 견딜 수 없는 굴레에서 벗어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그는 머리를 감싸고 물었다.
「어떻게 하면?」좀 더 있으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그때는 새롭고 멋진 생활이 시작될 거라고 여겼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그 끝이 아직 멀고 멀어, 이제야 겨우 아주 복잡하고 어려운일이 시작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P3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머리에

병자호란 때 조선은 왜 전투다운 전투도 거의 없이 허무하게 패했을까? 한국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라도 마음에서 솟구치는 의문 가운데 하나이다. 나도 학창 시절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정신만 제대로 차리고 웅전했다면 항복까지는 피할 수 있지 않았겠는가. 라는 안타까움이 뒤섞인 마음이었다. 하지만 대학교 사학과에 진학하고 머지않아 생각이 변했다. 당시 양국의 군사력은 비교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워낙 차이가 컸다는 사실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질문도 자연스레 달라졌다. 어차피 상대가 안 되는 걸알면서, 그래서 질 줄 뻔히 알면서도 왜 굳이 전쟁을 불사하여 치욕을 당했을까? 당연한 의문이었다. 물론 이에 대한 설명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이를테면, 척화라는 헛된 명분론에 빠져서 끝내 나라를 망쳤다는 진단이다. 시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 척화론을 헛된 명분론으로 치부하여 부정적으로 보았으니, 당연히 주화론이야말로 현실을 직시한 현명한 선택이라는 양단 구도 같은 설명이 마치 정설처럼 회자하였다.
그런데 나로서는 그런 설명이 별로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일국을 다스리는 최고 위정자들이 바보일 리는 없다. 오히려 그들은 대체로 영리하고 상황 파악도 빠르며, 과단성이나 지도력도 남다른 편이다. 권력을 쥔 자들이야말로 이해관계에 따른 계산이 매우 빠른 법이다. ‘현실‘에서 권력을 쥔 자는 본능적으로 ‘현실적‘이기 마련이다. 척화·주화 논쟁 구도에서 대개 인조와 그 측근, 곧 최고위 공신 세력이 주화를 주장한 것도 그런 이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대간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일어나 척화를 외친 자들도 모두 조선의 최상위를 점한 최고 엘리트 기득권층이었다. 고위 공신 중에도 척화를 부르짖은 이가 적지 않았다. 당시의 논쟁을 공신 대 비非공신의 대립 구도로 단순화하여 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따라서 역사가라면 척화론을 표피적으로만 이해할 게 아니라, 그들이 무엇을 위해 (무엇을 지키려고) 승산도 없는 전쟁을 선택했는지 그진짜 속내를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P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못 가지고 간다! 그건 못 가지고 가. 이 망할 놈아!」 촌장이 빠르게 성큼성큼 걸었고, 등이 굽고 사나운 노파가그 뒤를 숨을 헐떡이며, 거의 넘어질 듯 말 듯하면서 쫓아갔다. 숄이 노파의 어깨에서 흘러내렸고, 군데군데 푸르스름한흰머리가 바람에 헝클어졌다. 갑자기 노파가 멈춰 서더니, 마치 진짜 폭도처럼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면서 더 큰소리로 리드미컬하게 울부짖었다.
하느님을 믿는 정교도 여러분! 놈이 날 모욕한다오! 마을사람들, 놈이 날 박해한다오! 오, 오, 제발, 나와 보시오!」「할멈, 할멈」 촌장이 엄격하게 말했다. 「정신이나 차리시오!」
사모바르가 없는 치낄제예프 농가는 아주 적적했다. 빼앗겼다는 게 어쩐지 수치스럽고 모욕적이어서 마치 집안의 명예가 갑자기 사라진 듯했다. 촌장이 차라리 탁자나 의자나그릇을 가져갔다면 이렇게까지 황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파는 소리를 질러 댔고, 마리야는 눈물을 흘렸으며, 아이들은 그런 마리야를 바라보며 울었다. 노인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느끼며 고개를 떨군 채 구석에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니꼴라이도 말이 없었다. 평소에 노파는 니꼴라이를 사랑하고 또 귀하게 여겼지만, 지금은 그런 마음을 잊고 그에게 갑자기 욕설과 잔소리를 퍼붓고 그의 얼굴 바로 밑에대고 주먹을 흔들어 댔다. 노파는 이 일이 다 니꼴라이의 탓이라고 악을 썼다. 편지로는 슬라뱐스끼바자르에서 한 달에 50루블을 번다고 자랑해 놓고 돈은 왜 그렇게 조금 부쳤냐? 뭣 때문에 이곳에 가족들까지 이끌고 왔느냐? 죽기라도 하면 무슨 돈으로 너의 장례를 치르겠느냐...? 노인은 니꼴라이와 올가와 사샤를 바라보기가 민망했다. - P278

여름과 겨울동안 이 사람들이 사는 것이 돼지보다 못하며 이들과 지내는 것이 끔찍하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들은 거칠고 성실하지 못하고 더럽고 술에 취해 있었으며, 서로를 존중할 줄모르고 꺼려 하고 의심했기에 화합하지 못하고 언제나 다투기만 했다. 누가 술집에서 사람들을 취하게 하는가? 농부들이다. 누가 마을과 학교와 교회의 기금을 술을 마시는 데 탕진하는가? 농부들이다. 누가 보드까 한 병을 위해 이웃의 것을 도둑질하고 불을 지르며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하는가? 누가 자치 회의를 비롯한 여러 회의들에서 제일 먼저 농부들과 싸우는가? 농부들이다. 그렇다, 그들과 함께 지내는 것은 끔찍했다. 그렇지만 그들도 모두 사람이고, 고통당하고 우는 존재이다. 그들의 삶에서 해명될 수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힘든 노동, 그로 인해 밤마다 아픈 몸, 혹독한 겨울, 부족한수확, 협소한 집, 전혀 기대할 수 없는 도움. 그들보다 더 부유하고 힘 센 자들도 실은, 거칠고 성실하지 못하고 술에 취해 있으며 마찬가지로 혐오스럽게 욕지거리를 해대기 때문에 도울 수가 없다. 아주 하찮은 관리나 지주의 하인도 농부들을 마치 부랑자처럼 취급하여, 심지어 마을의 노인들과 교회의 집사들에게도 하대하면서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모욕하고 강탈하고 위협하려고 마을에 마차를 타고 오는 탐욕스럽고 음탕하며 게으른 사람들에게서 무슨 도움이나 좋은 모범을 바라겠는가? 올가는, 끼리약이 겨울에 태형을 받으러 끌려갈 때 노인들이 보인 애처롭고 굴욕적인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 이제 올가는 이 모든 사람들을 안타까워하고 애처롭게 여겼다. 올가는 걸어가면서 자꾸 농가를 뒤돌아보았다. - P28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샤와 모찌까를 포함한 모든 여자 애들이 뻬치까 위 구석, 니꼴라이 등 뒤로 숨어 두려움에 떨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아이들의 작은 심장이 뛰는 소리만 들렸다. 가족들 가운데 병자가 있으면, 그것도 이미 오랫동안 희망도 없이 앓고있는 병자가 있으면, 가까운 사람들일지라도 몰래 힐끔거리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그가 죽기를 바라는 그런 힘든 순간들이 있다. 아이들만이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두려워하며, 그런 생각만으로도 무서워한다. 지금 숨죽이고 있는 여자 애들은 슬픈 표정으로 니꼴라이를 쳐다보며 그가 곧 죽을지도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P26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민주주의 수호는 이타적인 영웅의 과제가 아니다. 민주주의를위해 일어선다는 말은 우리 자신을 위해 일어선다는 뜻이다. 우리가 이 책을 쓰기 시작한 1월 5일과 1월 6일의 상황을 다시 떠올려보자. 우리는 과연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고싶은가? 젊고, 나이들고, 종교적이고, 현실적인, 그리고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모든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미국인들이 2020년 여름에 정의의 이름으로 거리를 가득 메웠던 때를 떠올려보자. 그 여름에 행진에 참여한 젊은이들은 국가 시스템으로부터 외면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투표로 시선을 돌렸다. 새로운 세대의 미국인들이 불완전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일어섰다. 그리고 동시에 더 나은 민주주의, 즉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 비전을 보여줬다.
시민권 세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진정한 다인종 민주주의를 구축해야 할 과제는 이제 우리에게 남겨졌다. 미래 세대는 훗날 그 책임을 우리에게 물을 것이다. - P37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