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을 구하기 위한 핵심적 노력의 하나는 유전적 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이다. 보호론자들이 유전자원은행genome resource banks을 개발하기 위해 애쓰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정자, 배아, 조직, 혈액, DNA의 보관소라고 할 수 있는 유전자원은행은 가능한 한 다양한 원천에서 충분한 유전물질을 확보하고 있다는 일종의 ‘보험증서‘가 될 것이며, 이 유전물질은 멸종 직전의 동물을 구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 P50

우리가 진화에 대해 생각할 때 A가 원인이 되어 B가 되었다는 식의 사고는 지나치게 단순한 것이라고 이스벨은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여러 선택압이에요." 그녀는 복수를 강조하기 위해여러‘에 힘을 주어 발음했다. "동물이 살고 진화하는 환경은 매우 복잡해서 늘 다수의 선택압이 한꺼번에 작용하고 있죠."
기린이 가장 키 큰 동물의 지위에 오르도록 해 준 많은 요인 중에는 나뭇잎에 닿기 위한 노력도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이스벨같은 과학자들은 많은 사람이 배워 온 바와는 달리 이것이 유일한 원인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주요 요인도 아니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들을 내놓았다.
요컨대 기린은 긴 목과 다리를 먹이를 먹을 때 사용할 뿐 아니라 싸울 때도 사용한다. 수컷은 두툼한 머리를 공성 망치(성문이나 성벽을두들겨 부수는 데 쓰던 나무 기둥같이 생긴 무기 옮긴이)처럼 이용하며 암컷을놓고 경쟁을 벌일 때 목이 길고 무거울수록 유리하다. 그리고 발로차고 달리는 데도 긴 다리를 이용하는데, 이는 지구상에서 가장 무자비한 육식동물들 사이에서 살아가야 하는 투쟁 도피 fight-or-flight의 현실에서 매우 핵심적인 두 가지 생존 기술이다. 기린이 가장 키 큰 동물이 된 것은 단순한 인과관계식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 여러 선택압이 한꺼번에 작용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이 선택압에는 당연히 먹이에 닿을 수 있는 능력은 물론, 이 밖에도 짝짓기 경쟁, 포식자보다 빨리 달릴 필요성, 그리고 자신과 새끼를 보호할 때 맞서 싸우는 능력 등이 포함된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의 과학자들은 기린보다 키가 작고 몸통 뒷부분이 얼룩말처럼 생긴 사촌 오카피의 유전체와 기린의 유전체를 비교했을 때, 두 계통이 분화된 비교적 짧은 1,100만 년 만에 70개의 각기 다른 유전자가 심각한 변화를 거쳤다는 것을 발견한 바있는데, 이 역시 위의 모든 사실로 설명될 것이다. - P53

적어도 유성생식을 하는 생명체에 관한 한 대다수 과학자는 분류학자 에른스트 마이어 Ernst May가 내린 정의를 사용하는데, 그의 주장에 따르면 종 분화는 생식적 격리 reproductive isolation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격리는 분명 생물학적 장벽으로 생길 수 있지만 이 밖에 지리적 장벽이나 행동상의 장벽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
- P55

이 모든 것이 기린 보존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에 근본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특정 동물을 멸종위기종으로 선언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수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치지만, 무엇보다 수치 자체가 계산법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2010년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는 멸종위기 가능성 측면에서 기린이 ‘관심 필요종least concern‘에 해당하는 (단일한) 종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남아 있는 10만 마리의 기린을 4개의 개별 종으로 분리하게 되면, 특히 이들 집단이 똑같은 비율로 분리되지는 않기에 상황은 훨씬 심각해 보인다. 예를 들어 북부기린 nothern girafte은 야생에 겨우 수천 마리가 남아 있을 뿐이고, 이마저도 아프리카의 수천 킬로미터에 각기 무리를 이루어 흩어져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어져 온 가정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아서, 국제자연보전연맹에서는 기린이 하나의 단일 종이며, 취약하기는 해도 멸종위기에 처해 있진 않다는 기존의 평가를 2018년까지도 여전히 바꾸지 않고 있다.  - P56

토레스는 자신의 연구가 이 만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도 있다. 가장 큰 것을 보호하면, 타라히키나붕장어 같은 희귀 물고기를 비롯하여 다른 많은 생명체도 전부 보호하게 된다. 이들 다른 생명체도 똑같이 위협받고 있지만, 이 만의 대왕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현재 트랜스 타스만 리소시즈에 맞서는 것과 같은 수준의 항의를 불러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다. 이 회사를 상대로 하는 고등법원 재판이 시작하기도 전에, 거의 1만 4,000명에 가까운 뉴질랜드인이 항의 서한을 보냈다.
"사람들은 거대 동물을 사랑해요. 그리고 많이 알면 알수록, 더욱 보호하려고 하지요." 토레스가 말했다.
- P64

공평하게 말하자면, 사실 이는 대답하기 어려운 물음이다. 사시나무가 클론이기 때문이다. 땅속에서 퍼져 나가는 사시나무는 서로 연결된 하나의 체계를 통해 지표면 바로 아래에서 뿌리를 뻗는 한편,
대다수 사람이 나무 몸통이라고 일컫는 줄기를 뻗어 물을 찾거나 더러는 햇빛에 닿으려고 한다. 두 줄기가 서로 가까이 있는 경우, 혹은 서로 거리가 가깝기만 하다면 3개, 4개, 심지어는 20개 줄기도, 실은하나로 연결된 단일한 유전적 군집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이 군집은 땅 위보다 땅 아래에서 훨씬 큰 덩어리를 이루고 있을 것이다.
••••••
반스가 발견한 클론은 크기가 클 뿐 아니라 이동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토양의 질이 더 좋고 하늘이 더 활짝 열려 있는 곳을찾아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할 수 있다. 또 땅속에서 이렇게 느린속도로 뻗어 가는 도중에 이따금 산사태나 불, 인간의 침범 등으로클론의 일부가 주된 클론에서 떨어져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떨어져나온 일부는 외과의사의 칼로 분리된 샴쌍둥이와 마찬가지로 유전적으로는 주된 클론과 여전히 동일하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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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자연이 보내 준 최고의 사절단

새끼 암컷 코끼리는 태어난 지 한 달 되었지만 이미 나보다 더 무거웠다. 게다가 나보다 빠르고 활력이 넘쳤다. 새끼 코끼리 주리가 엄마 옆구리를 떠나 흙먼지와 건초를 흩날리며 몇 번인가 발을 헛디디기도 하면서, 마침내 작은 코를 내 카메라 앞에 들이밀었을 때 나는기쁨의 환호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한마디로 내가 원한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으니까.
- P11


나는 지금도 코끼리 주리를 찾아간다. 요즘 주리는 몸집이 많이 커졌으며 20 전에 비해 제멋대로 날뛰는 일은 줄었다. 우리는 이따금 함께 점심을 먹는다. 나는 주리의 우리 옆에 앉고, 주리는 우리 안을 한가로이 거닐면서 함께 이
야기를 나눈다.
이야기는 대부분 내가 한다.
몇 년 전 나는 얼굴 오른쪽에 커다랗게 붕대를 두른 채 주리의 우리에 들렀다. 주리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오더니 평소보다 조금 길게 내 얼굴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암이야." 내가 주리에게 말했다. "걱정할 건 없어. 다 떼어 냈어.
의사가 다 잘라 냈고 이제 난 멋진 흉터를 갖게 될 거야."
주리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코를 높이 쳐들었다.
"알아, 알아. 너는 절대 암 같은 문제가 없겠지?"
주리는 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알았어, 설명해 줄게."
- P25

그러나 코프 법칙에서 단 하나 가장 커다란 동인으로 손꼽을 만한 것이 있는데 이는 너무도 당연해서 오히려 종종 간과되곤 한다.
"맨 꼭대기에는 늘 여유가 있어요." 진화생물학자 존 보너John Bonne가 예전에 내게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그의 지적에 따르면 작은 동물은 비슷한 생태적 지위에서 다른 많은 동물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그러나 자신이 속한 생물군계의 최상층에 오른 동물은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은 동물이 점차 커진다.
게다가 크기가 커질 뿐 아니라 종도 달라진다. 생명체가 점점 커짐에 따라 물질과 에너지를 지배하는 보편 법칙이 생명을 유지하는 힘에 영향을 미친다. 저서 『왜 크기가 중요한가 Why Size Matters』에서 보너는 크기야말로 진화를 비롯한 생물학의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코끼리가 왜 우리 인류의 공통 조상을 확대해놓은 모습이 아니라, 코끼리처럼 생기게 되었는지 설명해 준다. 기다란 코 같은 돌연변이 덕분에 훨씬 적합한 형태를 갖추게 되어 몸집이커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커지는 몸집을 수용하기 위해 그러한 돌연변이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 P36

많은 생명체, 특히 포유류의 몸집은 진화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커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한편 진화는 궁극적으로 몸집이 큰 동물을 멸종의 위기로 내몬다. 나는 이런 현상을 코프의 절벽 Cope‘s Cliff‘ 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몸집이 큰 동물일수록 매일매일 생존을 위해 더 많은 먹이와 물을 먹어야 하며 이로 인해 결핍의 시기에는 굶어 죽을 가능성이 커진다. 또 임신 기간도 길어지며 한 번에 한 마리 새끼만 낳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몸집이 작은 동물만큼 빠르게 수를 늘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개체 수를 그대로 유지하지도 못한다는 의미다. 그 결과, 변화하는 기후에 맞춰 신속하게 진화할수 없다.
- P38

그러나 만일 좀비가 당신 팔뚝을 베어 물려는 순간 당신으로서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게다가 총에 남은 총알이 한 개뿐이라면, 그리고죽지 않은 사람 군단의 일원으로서 동료 인간에게 무엇을 해 줄 수있을지 잠시 생각해 본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코끼리의 세포 역시 바로 그렇게 행동한다. p53의 명령하에 돌연변이 세포는 싸우지 않는다. 이 세포는 악성 돌연변이의 불가피성을 인식하는 순간, 이른바 세포 자살apoptosis이라고 알려진 과정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게다가 이 세포는 한 종류의 암에 대해서만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 p53 유전자는 코끼리에게 있는 모든 종류의 악성 돌연변이에 대응하여 세포가 이렇게 행동하도록 프로그램을 만든다. 이는 우리가 암이라고 일컫는 이상 증상 복합체에 대해 단일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가정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견이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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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남극
눈, 바람, 얼음…. 지금 내게 남아 있는 남극의 기억은 그것뿐이다. 그중에서도 바람에 대한 인상이 더욱 강하게 남아 있다. 남들은 남극 하면 추운 겨울을먼저 떠올릴지 모르지만 내가 받은 남극의 첫인상은 거센 바람이었다.
남미 최남단에서 세 시간 가량을 밖이 보이지 않는 C-130 수송기를 타고 날아온 우리들은 그저 퉁‘ 하는 둔탁한 충격음으로 착륙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후 비행기 뒤쪽의 화물칸 문이 먼저 열렸다.
멀리 펼쳐진 활주로와 너무나 화창한 날씨, ‘이거, 별거 아니잖아?‘ 눈보라에 추운 날씨를 생각했던 우리들에게는 실망감과 함께 안도감이 들었다. 앞문을통해서 순서대로 내리는 대원들. 그러나 활주로에 발을 내딛자마자 조금 전의 생각은 싹 달아났다. 바로 내 앞의 대원이 휘청거렸고, 나도 내리자마자 앞쪽에서부는 강한 바람에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아니, 이런 강풍에 어떻게 착륙을 한건가? 착륙하는 방향에서 불어오는 강풍을 뒷문 쪽에서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강풍은 활주로를 지나면서 흙먼지를 몰고 왔다. 얼떨결에 준비 없이 내린 우리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하얀 눈은 고사하고 흙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바람을마주보고 격납고로 걸어가는데 입과 눈으로 흙가루가 들어왔다. 침을 뱉었다.
아뿔싸…. 바람이 세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었다.
뱉은 침이 강풍에 날아가지 못하고 얼굴에 달라붙었다.
"젠장.…"
이렇게 남극과의 첫만남은 시작되었다.
- P11

이곳 지형은 모두 돌조각으로 이뤄진 악산(岳山)이다. 한국의 북한산 같은 기암의 돌산이 아니라 모조리 깨진 기왓장을 쌓아 놓은 것 같은 돌산이다. 대부분의 풍화가 기계적 풍화다. 추운 온도 변화와 물이 얼었다 녹았다 해서 생긴 것이다. 스스로 결대로 쪼개져 널브러진 것들이 태반이고, 지척의 거리를 두고 돌들 사이로 발이 빠지거나 겹질러지기 일쑤다. 혹 넘어지기라도 하면 생채기가 난다기보다는 돌에 베인다‘는 표현이 걸맞을지도 모른다. 사이사이에 흙들이 쌓이기도 하지만 이런 곳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한국의 늦겨울과 초봄의 눈녹은 산길을 생각하면 딱 맞다. 쌓인 눈은 질척거려 찍찍 미끄러지기 일쑤고, 그늘에 들어가면 한기가 밀려온다.
- P27

하역 마지막 날에는 다행히 날씨가 점점 좋아져서 바람도 잦아들고, 구름도울어 간간이 내리던 눈발도 그쳤다. 하지만 자외선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내가남극에 갈 때만 하더라도 햇빛 걱정은 안했었다. 해가 아무리 내려와도 지구 기준으로 남위 2.3.5도 이상 내려오지 않고, 더구나 극지방이면 해가 비스듬히 비출것이고, 따라서 오존 구멍이 있어도 별 상관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정말로 어설프게 알고 추측을 한 것이라 무식한 추정일 수밖에 없었다. 태양은 의외로 직접적으로 작열했고, 공기가 워낙 맑아 태양과 나 사이에는 거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대로 내리꽂혔다. ‘꽂혔다‘란 표현이 너무나 적절하다.
어디 그뿐인가. 어딜 둘러봐도 태양빛을 흡수할 만한 것이 없었다. 앞으로는 바다. 뒤로는 눈과 얼음뿐, 하늘에서 내리꽂힐 뿐만 아니라 바닥에서도, 멀리 바다에서도 햇빛이 대원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빛이 너무 강했다. 더구나 해가 좀 길어야 말이지. 우스운 얘기이긴 하지만 한국의 공해가 그립기(?)까지 했다. 적어도 자외선은 막아 주니까. 여기서는 구름 낀 날씨에도 밖에 하루 종일 있으면 얼굴이 탄다. 아침에 본 대원이 저녁 먹을 때면 얼굴이 까맣게 타서 들어온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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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집에 들어가자 아내가 달력을 보고 있었다. 아내가 말했다.
"크리스마스가 삼 주밖에 남지 않았어요. 그런데 일꾼들은 코빼기도 보이질 않네요."그리고 아내는 여자만이 생각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이대로 수수방관하면 예수님의 생일에도 공사가 끝날 것 같지않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크리스마스는 하루하루 다가와 지나가버릴 것이고, 우리 모두가 새해의 숙취와 휴가에서 회복할 때쯤이면 벌써 2월이 되어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따라서 작업을 끝낸 걸 축하하는 파티를 열어 일꾼들을 초대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꾼들만 아니라 그 부인들도 반드시 함께 초대하자는 것이었다.
이 아이디어에 숨어 있는 계교는 두 가지 가정에 근거하고 있었다. 첫째로는 남편들이 남의 집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한 번도보지 못한 부인들이 호기심 때문에라도 이 초대를 거절하지 못할것이란 점이었다. 둘째로는 어떤 부인도 자기 남편이 일을 마무리짓지 못하는 사람이길 원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었다. 만약 그렇다면 그 부인은 다른 부인들 앞에서 체면을 잃고 많은 사람 앞에서낭패를 당할 것이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남편에게 심한 바가지를 긁어대지 않겠는가! - P336

 주로 집과 주변 골짜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리에게만 빠져 살았던 해였다. 그래도 하루하루가 우리에게는 즐거웠다. 물론 때로는 좌절을 맛보고 종종 불편하기는 했지만 결코 지루하거나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었다.
모리스가 마르를 잔에 따라 가져왔다. 그리고 의자를 끌어다앉으며 말했다.
"아피 크리스마스"
그것으로 그의 영어는 끝이었다.
"보나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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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총소리를 들었다. 나는 뒤푸르의 총알이 빗나갔길 바랐다. 여기서 오래도록 살아도 나는 진짜 시골 사람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접시에 올려진 맛있는 요리보다 살아 있는 야생 멧돼지를 더 좋아하는 한 진짜 프랑스 사람도 될 수 없을 것같았다. 그래, 프랑스인들은 그들의 배를 위해 살라고 내버려두자.
나는 잔인한 피의 잔치에서 멀리 떨어져 문명인으로 살 테니까.
이런 고상한 자존심은 저녁식사 시간이 되면서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앙리에트가 산토끼 한 마리를 가져와, 내 아내와 향료와 겨자를 넣어 맛있게 요리한 것이었다. 나는 두 그릇이나 먹어치웠다. 피가 걸쭉하게 섞인 육즙은 황홀할 지경이었다.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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