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시로는 이제 막 서른이 된 참이었어. 말할 것도 없이 아직은 늙을 나이가 아니야. 나를 만났을 때 그 애는 아주 소박한 차림새였어. 머리카락을 뒤에서 하나로 묶고 화장기도 거의 없었어. 아니 그런 건 크게 상관없어. 표면적이고 사소한 거야. 중요한 건 시로는 그때 벌써 생명력이 가져다주는 자연스러운 광채를 잃어버렸다는 거야. 그 애가 성격적으로는 내향적인 타입이었지만 중심에는 본인의뜻과는 관계없이 활발히 움직이는 뭔가가 있었어. 그 빛과 열기가 여기저기 틈을 찾아서 마구 바깥으로 새어 나왔지.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렇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런 건 이미 사라지고 없었어. 마치 누군가가 뒤로 돌아들어가서 플러그를 뽑아 버린 것처럼, 예전에 그 애를 반짝반짝 빛나게 하고 싱싱한 물기를 머금게 했던 특유의 겉모습이 그땐 오히려 애처롭게 보였던 거야. 나이 문제가 아니야. 나이를 먹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고, 시로가 누군가에게 목을 졸려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난 정말로 안타까웠고 진심으로 불쌍했어. 어떤 사정이 있었든 그런 식으로 죽기를 바라지 않았어. 그렇지만 동시에 이런 느낌이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어. 그 애는 육체적으로 살해되기전에 어떤 의미에서 생명을 빼앗긴 상태였다고."
- P238

아카는 말했다. "잘 알겠지만, 나고야는 일본에서도 몇안 되는 대도시이지만 동시에 좁은 곳이기도 해, 사람은 많고 산업은 융성하고 물자는 풍부하지만 선택지는 의외로적어. 우리 같은 인간이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게 여기서는 간단한 일이 아니야. ..
…… 어이, 이런거 엄청난 패러독스라는 생각 안 들어? 우리는 삶의 과정에서 진실한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발견하게 돼, 그리고 발견할수록 자기 자신을 상실해 가는 거야."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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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으로서의 삶의 틀이 만들어지는.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이자 어떤 경험과 교육이 제공되느냐에 따라뇌 모양 자체가 달라지는 뇌의 골든타임에 속하고,
현실적으로 새로운 경험과 교육이 주어져도부담을 덜 느끼고 높은 교육적 효과를기대할 수 있는 중2, 15세.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하기에이보다 적합한 시기가 또 있을까.
- P17

우리가 만난 선생님들 역시 중2 때 사춘기 증상이 심화되는 이유 중 하나로 아이의 마음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가족의 문제를 꼽았다. 중1과 중3 사이에 끼어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소외감과외로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가정에서조차 위로받지 못하면서 사춘기 증상이 증폭된다는 것이다. 세상 모두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등을 돌려도 나를 응원하고 지지하며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존재가 가족이다. 그런데 지금의 아이들에게 가족은 여러 가지 이유로 속마음을 털어놓기 어려은 존재, 되레 소외감과 외로움을 부추기는 존재, 어느 누구보다도 마음에 가장 큰 상처를 주는 존재가 돼버렸다. 아이에게 부모는 용돈 주는 사람일 뿐이고, 엄마아빠가 아니라 ‘엄마카드‘, ‘아빠카드‘로 불린다고 개탄하기 이전에 아이의 마음과 이야기에 얼마나귀를 기울이고 고민을 함께 나누었는지를 먼저 생각해볼 일이다.

- P44

그야말로 ‘괴물 같은 아이가 됩니다. 그 이유는 이 시기가 바로 전두엽이 왕성한 가지치기 속에서 많은 뇌세포가 잘려 나가고 필요한 회로들이 완성되는 중간과정, 즉 발달 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때의 아이들은 정서조절이 잘 안 되고 충동을 쉽게 억제하지 못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겁니다. 결국 청소년의 뇌는 한창 발달 중이기 때문에15세 소년, 소녀들이 어른처럼 몸집이 커졌다고 해서 어른과 같은 사고를 하길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거죠.  - P55

성인은 전두엽을 이용하여 타인의 정서를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해석하는 데반해, 청소년들은 이러한 필터링 과정 없이 편도체를 통해 타인의 정서를 판단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청소년기에는 기쁨, 슬픔, 분노, 공포와 같은 감정을 담당하는 원초적인 감정 기관에서 감정 처리를 하기 때문에 돌발적이고 충동적으로 행동한다고 볼 수있고, 또한 같은 이유로 타인의 감정을 잘못 해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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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버스에 따르면 죄책감의 기능은 죄를 지은 사람의 속임수가 상대방에게 폭로되었을 때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속임수가 상대에게 알려졌을때 더 많은 죄책감을 느끼며, 그것에 따라 이타적인 배상의 몸짓을 취할 확률도 높아진다. 감정이란 인간이라는 사회적 동물이 서로 호혜성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기 위한 정교한 도구이다.  - P193

<설명이 필요한 것은 왜 일부의 사람들이 범죄자가 되는가가 아니라 왜 대다수의 사람들이 범죄자가 되지않는가라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윌슨은 도덕성이란 일련의 목적 지향적인 본능이며 감정 위에 자리한다는 제안을 철학자들이 진지하게 고찰해 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철학자들은 도덕성이란 사회에 의해 사람들 위에 세워진 실용적인 또는 작위적인일련의 속성이자 관습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에 대해 윌슨은 도덕성이 육욕이나 탐욕처럼 감정에 속하는 것이며 관습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어떤 사람이 부정이나 학대를 목격하고 진저리를 치는이유는, 그가 감성의 효용성을 합리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아니라 본능에 이끌리기 때문이다. 물론 일시적으로 유행하는 관습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우리가 자선 행위를 궁극적으로 이기적인 행위라고 치부한다고해서 — 사람들은 평판을 높이기 위해 자선을 한다 ㅡ는 문제가전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우리는자선 행위가 왜 평판을 좋게 하는지를 다시 해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왜 자선 행위를 칭찬하는가? 인간은 도덕적인 가정들의 바다에 너무 깊이 빠져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세상을 상상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호혜적인 보답을 할 의무, 공평하게 거래할 의무, 타인을 신뢰할 의무가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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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진실을 알고 싶지 않다는 건 아냐. 하지만 지금 와서 그런 건 그냥 잊어버리는 게 좋을 거라는 느낌이들어, 아주 오래전에 일어난 일인 데다 벌써 깊이 묻어 버린 거니까."
사라는 얇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는 건 분명히 위험한 일이야."
"위험하다고, 어떻게?"
"기억을 어딘가에 잘 감추었다 해도, 깊은 곳에 잘 가라앉혔다 해도, 거기서 비롯한 역사를 지울 수는 없어."  - P51

도쿄로 돌아오고서 다섯 달, 쓰쿠루는 죽음의 입구에서 살았다. 바닥없는 시커먼 구멍의 테두리에 아주 작은공간을 마련하고 거기서 혼자 살았다. 잠을 자다 몸을 뒤척이면 그냥 허무의 심연으로 떨어져 내리고 말 것 같은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장소였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공포도 느끼지 않았다. 떨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간단한 일인지를 느꼈을 따름이었다.
- P52

아마도 그때 꿈이라는 형태로 그의 내부를 통과하던 그 타는 듯한 삶의 감각이 그 순간까지 그를 집요하게 지배하던 죽음에 대한 동경을 죽여 없애고 지워 버린 것이 아닐까. 세찬 서풍이 두꺼운 구름을 날려 버리듯이. 쓰쿠루는그렇게 추측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체념을 닮은 조용한 사색뿐이었다. 그것은 색채가 없는 잔잔한 바다처럼 중립적인 감정이었다. 그는 텅 비어 버린 오래되고 큰 집에 혼자 동그마니 앉아 오래되고 거대한 괘종시계가 시간을 새기는 울적한 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었다. 입을 다물고 눈길 한번 떼지 않고 시곗바늘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얇은 막 같은 것으로 감정을 몇 겹이나 감싸고 마음을 텅 비워 낸 채 한시간마다 착실하게 늙어 갔다.
- P62

"어떨까요? 난 모르죠. 그렇지만 아마도 그때 아버지에게는 믿느냐 안 믿느냐 문제가 아니었을 거예요. 아버지는그 이상한 이야기를 이상한 이야기 그대로 그냥 받아들였을 거예요. 뱀이 입에 문 먹이를 씹지도 않고 통째로 천천히 삼킨 다음 시간을 들여 천천히 소화시키듯이."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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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도 사회적 거래를 적용한다. 예컨대 초자연적 존재와의 관계조차 우리는 사회적 거래관계로 인식한다. 자연 세계를 사회적인 거래 관계로 의인화하는것은 세계의 공통된 현상이다. 우리는 트로이 전쟁에서의 패전, 고대 이집트의 메뚜기 재해, 나미브 사막의 가뭄, 주말에 교외로 나갔다가 겪게 된 재수없는 일 따위를 우리가 저지른 잘못때문에 신이 화를 내셨다〉라는 식으로 논리적 정당화를 한다. 고장이 잦은 기계를 발로 걷어차면서 그 무생물이 품고 있는 앙심에대해 욕설을 퍼붓는 우리의 일상 행동에서도 의인화의 습성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우리는 제물과 음식을 바치고 정성껏 기도를하면 신이 흡족해 그 대가로 군사적 승리나 풍년 또는 천당 입장권 따위를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 종교가 있든 없든 간에 불운이나 행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데대한 처벌이나 선행에 대한 보답으로 해석하려고 애쓰는 한결같은 태도는 인간의 고유한 특징이다.) 우리는 사회적 거래 기관 social-exchange organ 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어떤 기전으로 작동하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것이 뇌의 어딘가에 있으리라는 것은 뇌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모든 확실한 사실들만큼이나 분명하다. 최근 심리학과 경제학 두 학문의 경계 영역에서 놀라운 가설 하나가 나타났다.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의 뇌보다 뛰어나기단 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무엇이 다른가? 인간의 뇌에는 호혜주의를 구사해 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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