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패어놓은 얼마 안 되는 장작 부스러기에 굶주림은 달라붙었다. 굶주림은 연기 없는 굴뚝에도, 아무리 뒤져도 먹을 만한 동물 내장조차 찾아보기 힘든쓰레기 더미에서 시작했다. 궁기는 빵집 주인의 옷소매에도 새겨져 있고 질 나쁘고 빈약한 작은 빵 덩이에도 쓰여 있었다. 소시지 가게에서 파는 죽은 개로 만든 소시지에서도 새겨져 있었다. 밤을 굽는 원통 화로에서도 달그닥 달그닥 바싹 마른 뼈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마지못해 기름 몇 방울을 넣어 튀긴 꺼칠한, 잘게 썬 감자튀김 접시에도 굶주림은 담겨 있었다.
굶주림이 어울리는 곳 어디에나 굶주림은 풍겼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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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하라, 한겨울에 내를 건너듯이, 두려워하라, 사방에서 에워싸인듯이(여혜 약동섭천 유혜 약외사린 與兮 若冬涉川 猶兮  若畏四隣), 다산은 이 구절에서앞의 두 글자를 따서 당호(여유당)로 삼았다. 다산은 직접 쓴 <여유당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병은 내가 잘 안다. 나는 용감하지만 지모가 없고 선을 좋아하지만 가릴줄을 모르며, 맘 내키는 대로 즉시 행해 의심할 줄을 모르고 두려워할 줄도 모른다. 그만둘 수도 있는 일이지만 기쁠 수 있다면 그만두지 못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꺼림칙해 참을 수 없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멋대로 돌아다니면서도 의심이 없었고, 장성해서는 과거 공부에 빠져 돌아설줄 몰랐고, 나이 서른이 되어서는 지난날을 깊이 뉘우치면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선을 끝없이 좋아했으나, 비방은 홀로 많이 받고 있다. 아. 이것이또한 운명이란 말인가? 이것은 나의 본성 때문이니, 내가 또 어찌 감히 운명을 말하겠는가? 노자의 말을 보건대, "신중하라, 한겨울에 내를 건너듯이, 두려워하라 사방에서 에워싼 듯이"라고 했으니, 이 두 마디 말은 내 병을 고치는 약이 아닌가? 대체로 겨울에 시내를 건너는 사람은 차가움이 뼈를 에듯 하므로 부득이한 일이 아니면 건너지 않는다. 사방에서 이웃이 엿보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시선이 자기 몸에 이를까 염려하기 때문에 부득이한 경우라도하지 않는다. - P98

‘선우후락 先憂後樂‘ 이라는 말이 있다. "선비는 마땅히 천하 사람의 근심에 앞서서 근심해야 하고, 천하 사람들이 다 즐거운 뒤에 즐거워해야 한다"는 뜻으로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말한다. 하지만 오늘날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계급 질서는 더 견고해지고, 심지어 비열하기까지 한 세태다.
높은 지위, 많은 재산은 마치 그 어떤 나쁜 행동도 저질러도 되는 권리처럼 받아들여지고, 높은 지위에 이르면 사람들을 위해 근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위에 군림해도 된다는 착각이 상식처럼 되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계급을 막론하고 서로 간의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 어떤 지위나 부, 권력을 가졌어도 마찬가지다. 눈앞의 사람을 존중할 줄 모르면 존중받을 자격이 없다. 그 옛날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ㅠ임금에게도 신하를 존경하고 신하에게 진심으로 존경받을 것을 요구했다. 오늘날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 P110

 첫머리에 나온 용모를 바르게 하고 반드시 공손하게 들어야 한다‘는 배움에 충실한 사람이 겉으로 드러내는 자세다. 다산은 두 아들에게 이러한 이치를 명심시켰다.

지난번에 너를 보니 옷깃을 여미고 무릎 꿇고 앉으려 하지 않아, 단정하고 엄숙한 빛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는 나의 병통이 한 번 옮겨가서 너의 못된 버릇이 된 것이니, 성인이 ‘먼저 외모로부터 수습해나가야 바야흐로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가르친 이치를 모르는 것이다. 세상에 비스듬히 눕고 삐딱하게 서서 큰소리로 지껄이고 어지러이 보면서 공경하게 마음을 지킬 수 있는 (주경존심主敬在心) 자는 없다. 그러므로 ‘몸을 움직이는 것(동용모 前容貌)‘, ‘말을 하는 것(출사기出辭氣)", "얼굴빛을 바르게 하는 것(정안색正顔色)‘이 학문을 하는 데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니, 이 세 가지에 힘쓰지 못한다면 아무리 하늘을 꿰뚫는 재주와 남보다 뛰어난 식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끝내 발을 땅에 붙이고 바로 설 수 없다.
- P129

無用之辯不信之察棄而不治무용지번 물급지찰 기이불치
쓸데없는 말과 급하지 않은 일은 버려두고 신경 쓰지 마라.
<<순자>>, <천론>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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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사람은 집에 들어와서는 어버이를 섬기고, 집밖으로 나가서는 어른을 공경하며, 말과 행동을 삼가고 신의를 지키며, 널리 사람을 사랑하고 인한 사람과 친하게 지내되, 이런 몸가짐을 행하고도 남은 힘이 있으면 그때 학문을 닦아라(제자입측효 출즉제 근이신 범애중이친인 행유여력 즉이학문弟子入則孝,出則悌,誰而信,汎愛眾而親仁,行有餘力,則以學文)." - P68

자유는 자하가 너무 기초적인 일에 치우쳐 정작 높은 차원의 도를 제자들에게 가르지지 않는 것을 탓했다. 그래서야 언제 수양과 학문의 진전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자하의 생각은 달랐다. 군자의 도는 일상의 일에서부터 높은 도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미치지 않는 것이 없어야 한다고 봤다. 학문의 처음에서부터 높은 차원의 도까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성인밖에 없으니, 제자들은 자기 수준에 맞게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높은 도에 이르기까지 합당한 배움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 P87

궁리窮理 (사물의 이치를 깊이 연구함)란 현묘하고 심오한 이치를 탐색하며 만 가지변화를 두루 섭렵하는 일을 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날마다 행하는 도리(人倫)를 마땅히 다 헤아려 말없이 마음속에서 나누어 살피는 것(分辯)이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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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 봐도 신기한 사실은,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는 심오한 비밀을 간직한 수수께기 같은 존재라는 점이다. 밤에 대도시에 갈 때면, 어둠 속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집마다 비밀을 간직하고 있으리라는 엄숙한 생각이 든다. 그뿐인가. 집 안의 방마다 비밀이 있으며, 그 방에 살고 있는 수천 수백 명의 가슴속에서 고동치는 심장은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도 상상하지 못할 비밀을 품고 있다. 그런 면에서 두려운 어떤 것, 심지어 죽음도 비슷하지 않을까. 이제 나는 애지중지하는 책을 펼칠 수도 없고 끝까지 읽겠다는 희망도 품지 않는다. 섬광이 비치면 깊은 물속으로 보물과 가라앉은 다른 물건 들도 더는 보이지 않는다. 한쪽밖에 읽지 못하고 확 덮어버린 스프링으로 제본한 책도 영원히 그렇게 덮여 있을 것이다. 햇빛이 아무리 수면을 희롱해도 물은 빙판 아래 영원히 갇혀 있었고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물가에서 있었다. 내 친구도 죽고, 내 이웃도 죽고, 내가 목숨 바쳐 사랑한 연인도 죽는다. 죽음은 저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비밀을 변함없이 공고화하고 영속화한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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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무지개는 완벽한 원의 형태를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눈에 반원의 무지개만 보이는 이유는그 아래쪽 절반이 땅에 가리기 때문이다. 무지개를 통째로 보려면 아주 높은 빌딩이나 절벽 가장자리처럼 위쪽에서 보아야 한다.  - P57

하늘의 미소smile in the sky‘라고 불리기도 하는 천정호 circum-zerithoul arc는 거꾸로 뒤집은 무지개처럼 보이는 광학효과다. 사실 이것은 일종의 무리lhalo 현상이다. 빗방울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구름의 얼음 결정을 통과하면서 햇빛이 굴절되어 만들어지는 현상이라는 말이다. 천정호의 색은 무지개의 색보다 더 밝고 강렬하다. 이처럼 눈에 확 띄는 광학효과를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할지도 모르겠다. 이유 중 하나는 이것이 생기는 위치 때문이다. 지평선 근지 낮은 곳에 생기는 무지개와 달리 천정호는 머리 위 높은 곳에 나타난다. 천정점zenlity 주변으로 생기는 원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광학현상을 못 보고 지나치는 것이다. 물론 구름추적자의 눈은 피할 수 없겠지만!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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