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 속의 사람들 보신 적 있어요?"
"아니." 할머니는 여전히 사진을 살펴보면서 대답하셨지만, 곁눈질로 볼 뿐이었다.
"이 사진 속의 사람들 보신 적이 있어요?"
"아니." 할머니는 더 큰 소리로 다시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셨다.
"이 사진 속의 사람들 보신 적이 있어요?"
"아니."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아니야." 할머니의 흰 치마로 떨어지는 눈물을 보았다. 그 눈물도 말라붙어 자국만 남겠지.
"이 사진 속의 사람들 보신 적이 있어요?" 질문을 던지면서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끔찍한 인간처럼 느껴졌지만,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아니."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본 적 없다. 다들 낯선 얼굴처럼보이는걸."
나는 최후의 도박을 감행했다.
"이 사진 속의 누구라도 할머니를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이 또 한 방울 떨어졌다.
"당신을 아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차를 가리켰다. "우린 트라킴브로드를 찾고 있어요."
"아" 할머니가 탄식하시더니 강물처럼 눈물을 쏟아 내셨다. "당신이 왔구려. 저예요."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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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내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상황의 개별 요소들을 눈앞에 생생히 나열하다 보면 우리는 감정과 바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삶의 역사에 서 있는 위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는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도 변화를 가져옵니다. 내적으로 일어나는 드라마가 개념적으로 투명하고 명확하게 변화하여 삶의 역사를 잘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경험과 의지를 더 이상 덮어두지 않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수 있게 되니까요. 그렇게 되면 새로운 추진력이 발휘될 수 있고,
그 추진력이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의 다른 영역들과 연결되어 우리가 그것을 행위의 새로운 패턴으로 삼을 수 있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경직된 구조를 허물고 새로운 경험과 의지의 형태를 가능하게 만드는 정신적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여기서도 새로운 인식이 기존에 인식된 것에 개입하면서 자기 인식이 자기 결정으로 거듭납니다.
- P52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뜻입니다. 여기 들어 있는 개념을 설명하자면,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이 별달리 자기 인식을 상실하지 않고도 억제할수 있는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내 표현의 징표들이 삶의 방식과 그 방식 안의 개별성을 인식하게 해주는 소중하고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 P55

타인의 요구를 배려하고 존중하려는 동기, 그리고 그들도 나에게똑같이 하리라는 기대에서 비롯된 도덕적 친밀성에 따라 그들과 살아가는 것은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타인의 욕구로 말미암아 내가 어떤 행위를 하거나 어떤 것을 허용한다는 것이 도덕적관점의 핵심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이런 개념을 전혀 모른다면 사람은 잔인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타인을 나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수단이자 도구로만 보는 것이지요. 타인을 존중하고 그들의 욕구를 배려하려면 그들을 타자로서 인식해야 하고, 그러기위해서는 자신이 누군지 아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합니다. 도덕적 존중은 종종 우리 자신에 대한 맹목적 생각 앞에서 좌절되곤합니다. 이것 또한 잔인함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요. 자기 자신이하는 행동의 동기에 대한 이해가 적을수록 잔인함으로 치우칠 위험은 높아집니다. 우리의 시기와 미움, 드러나지 않는 질투심, 비록 겉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숨겨져 있는 증오 같은 것들을 알지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잔인한 폭력이 많습니다.
- P69

문화적 공간 속에서 우리는 자기 결정, 존엄성, 도덕적 경험 등에 대해 많은 것들을 듣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그들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자기 안의 것들을 스스로도 느낄 수있을 만큼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비록 풍부한 지식은 있을지 몰라도 아직 교양의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입니다. 문화가 가진 종교적 요소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그들과 정면으로 마주보고 내적 입장을 표명한다는 심정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교양을 쌓는다는 것, 그것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 P96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능력과 투명성이 확대될수록 내적 자유도 확대되어 맹목적으로 각인되었던 틀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양과 깨어남의 과정에는 끝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문화적 정체성은 고정되거나 최종적인 것이 아닙니다. 문화적 존재에 있어 특별한 점은 그 자신이 항상 새롭게 화두가 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올바르게 이해된 교양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복잡한 과정입니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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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켈이 동물 생리학에 관한 책을 사다 주었을 때는 그의 앞에 그림을 펴들고 이런 말을 했다. 아빠, 우리가 어떻게 이런 것들을 먹는지 이상하지않아요?
난 그림은 먹어 본 적이 없는데,
동물 말이에요. 이상하지 않아요? 전에는 이상하다는 것을 알지도 못했다니 믿기지가 않아요. 꼭 자기 이름 같잖아요, 내내 신경 안 쓰고 살다가갑자기 의식하게 되면 자꾸 자꾸 불러 보지 않을 수 없고, 자기가 그런 이름을 갖고 있고 모두가 평생 동안 그 이름으로 자기를 부른다니 얼마나 이상한지 왜 한번도 생각 안 해 봤을까 궁금하고 그렇잖아요.
양켈, 양켈, 양켈. 난 전혀 이상한 줄 모르겠는데,
이젠 동물을 먹지 않을래요, 적어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들게 될 때까지는요..
브로드는 누구나 받아들이는 것, 아무에게도 도전받지 않고 누구도 도전하지 않는 일에조차 일일이 다 반항했다.
- P117

브로드의 삶은 세상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이유가 뭐든 간에 자신이 결코 행복한 동시에 솔직할 수는 없으리라는 사실을 천천히 깨달아 가는 과정이었다. 그녀는 늘 자기 안에 더 많은 사랑을 만들어 내고 쌓아 놓아서 넘칠 듯 찰랑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쏟아 낼 곳이 없었다. 식탁, 코끼리 상아 부적, 무지개, 양파, 머리 손질, 연체동물, 샤보스, 폭력, 손톱 뿌리의 얇은 피부, 통속극, 도랑, 꿀, 도일리레이스 분양이 들어간 그릇받침....... 그중 어느것도 그녀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자신의 세계와 솔직하게 대면하여 자기 안의 크나큰 사랑을 받을 가치가 있는 것을 찾아보았지만, 그때마다 이렇게 말해야만 했다. 너를 사랑하지 않아, 밤갈색 울타리 기둥아. 너를 사랑하지 않아. 너무 긴 시야. 너를 사랑하지 않아. 그릇에 담긴 점심밥아...실제 모습 이상의 무언가로 다가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 P122

4: 812--- 브로드와 함께 영원히 사는 꿈, 매일 밤 이런 꿈을 꾼다. 다음 날 그 꿈을 기억할 수 없을 때조차도, 애인이 떠난 후 옆의 베개에 남은 머리 자국처럼 그곳에 있음을 안다. 브로드와 함께 나이 들어 가는꿈이 아니라, 우리 둘 다 결코 나이를 먹지 않는 꿈을 꾼다. 브로드는 절대 나를 떠나지 않고, 나도 그 애를 떠나지 않는다. 정말이지, 죽는 것이두렵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나의 부재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며, 더 나쁜 것은 어떤 자연의 힘이 삶을 계속해서 말고 가리라는 것이다. 이기적인 생각인가? 난 나의 죽음과 더불어세상도 끝나기를 꿈꾸는 나쁜 인간인가? 나에게만 세상이 끝나지 않고,
모든 이가 나와 함께 일제히 눈을 감기를 바란다. 때로는 브로드와 함께 영원히 사는 꿈이 우리가 함께 죽는 꿈이기도 하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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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기를 원합니다. 누구라도 열렬하게 공감할 이 이야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두 가지 중요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요. 바로 존엄성, 그리고 행복입니다. 그런데 언뜻 익숙해 보이는 이 두 개념은 과연 무엇을 뜻할까요? 내가 내 삶을 정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결정이라는말, 그리고 독립성이라는 말은 어떤 개념일까요? 이 개념들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며 또 거기서 어떤 현상들을 보게 될까요?
- P9

 나의 내면세계가 외부와 아무리 밀접하게 얽혀 있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세계와 또 다른 하나의 세계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합니다. 하나는 자신의 사고와 감정과 소망을 주관하여 말 그대로 삶의 작가요. 그의 주체가 되는 삶이고, 다른 하나는 어떤 사건을 단순히 맞닥뜨리거나 당하여 그 일로 인한 경험에 그저 속수무책으로 압도될 수밖에 없는, 그래서 주체가 되는 대신에 단순히 경험이 펼쳐지는 무대가 될 수밖에 없는 삶을 가리킵니다. 자기 결정을 이해하는 것은 바로 이런 차이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 P13

확실하다고 믿어오던 것들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증거를 찾아가는 동안 나는 그 확신들이 변화할 수 있는 내적 과정의 문을 열게 됩니다. 이 과정이 충분히 반복되면 내 의견의 총합이 완전히 탈바꿈하여 결과적으로 생각의 정체성이 변화하게 됩니다. 때문에 중요한 일을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명백히 밝히는 과정이 자기 결정의 한 행위인 것이지요. 특정한 정당을 선택하거나 하나의 종교에 귀의하거나 낙태 반대 시위에 참가하는 등의 이유가 집안 대대로 그렇게 해왔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사고의 들러리로 살아온 것이지요. 그러다가 비판적 물음을 통해서 익숙하던 생각의 패턴에서 한 발짝 거리를 두고 검증 과정을 통해 생각의 주인 자리를 찾게 됩니다.
이것은 자신이 지녀온 언어적 습관과 거리를 두는 것과도 큰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또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많은 것들이 모국어를 그대로 따라 함으로써 생겨나기 때문이지요.
어떤 것을 다들 그렇게 부르니까 나도 그냥 그렇게 부르는 것이에요. 사고에 있어서 성숙해지고 자립적이 된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무엇을 생각한다고 믿게끔 속이는 맹목적인 언어 습관에 대해 잠들어 있던 촉을 세우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 P19

문학적 글쓰기는 말에게 그것이 가진 원래의 의미와 시적 힘을 되돌려주려는 노력입니다. 이런 것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언어를 다시 한 번 새롭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말이 자신에게 맞거나 맞지 않는가 하는 물음과 지속적으로 부딪히게 되지요. 이것은 개별적 단어 하나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문장의 리듬과 단락 전체,
즉 말의 음악이라는 큰 틀에서 이루어집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기가 쓴 글이 어떤 울림을 가지는지 알아내는 과정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발견하고자 합니다. 이 울림을 통해서 자신이 얼마나순수한지 아니면 냉소적인지, 얼마나 감상적인지, 실망스러운지 아니면 분노해 있는지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멀리 떨어져서 뭔가를 발견하는, 그냥 그뿐으로 그치는 행위가 아닙니다. 자신의 목소리와 자신의 울림을 발견하는 것은 우리를 변화시키는 사건이지요. 즉 우리 안에서 잘못된 울림을 내는 것을 추방하고 새로운 말과 새로운 리듬을 시도해보는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하나의 소설을 끝내고 난 작가는 전과는 다른 사람입니다.
- P30

 자기 결정적으로 발전해나가는 일은 타인의 시선을 맞닥뜨리고 그에 맞설 때만이 가능합니다. 여기서 가장 쉬운 방법은, 외부로부터의 모든 시선을 독립적인 정신적 정체성으로 되받아치는 것입니다. 그러나 타인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생겨나거나 작용하는 정체성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타인의 시선과의 대결이 자기결정적인 성질을 띠려면 자기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묻고 또 묻지 않으면 안 됩니다. - P36

좀 더 복잡한 형태의 자기 결정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기, 각자 차별화된 자아상 만들어가기, 그 자아상을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이 새롭게 고쳐나가며 발전시키기, 자기 인식을 넓혀가기,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과 기억을 갈고닦기, 소리 없이 이루어지는 타자의 조종을 명료히 꿰뚫어 보고방어하기, 그리고 자기 목소리 찾기. 이 모든 것들은 지극히 당연하고 언제나 지켜져야 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성공과 실패, 승리와 패배, 경쟁과 순위의 논리가 너무도 시끄럽게세계를 뒤덮고 있지요. 그것도 전혀 울리지 말아야 할 곳에서 울리고 있어요. 제가 원하는 문화는 조금 더 잔잔한 소리가 지배하는 문화,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모든 사람이 도움을 받는 고요함의 문화입니다. 오직 그것이 최우선이며 다른 모든 것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그런 문화 말이에요.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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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학기술 발달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중요한 문제입니다. 새로운 과학기술이 계속 등장함에도 왜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않고 오히려 내리막길을 걷는 듯 보일까요? 대답하기 전에 먼저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고든 Robert J.
Gordon 의 견해를 소개할까 합니다.
1870~1970년에 인류는 놀라운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1870년 이전만 해도 사람들은 시골에 살면서 말을 타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그 100년 동안 전기가 보급되고 라디오, 영화가 등장했으며 자동차, 비행기가 다니고 항생제가 사용되었죠. 변화의 물결이 성난 파도처럼 밀려와 모든 것을 통째로 바꿨습니다.
그에 비해 최근의 새로운 과학기술,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보면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사람과 대화하거나 하는 일상적인 일들을 합니다만 그것이 과거에 비해 실생활 전반에 대대적 혁신을 일으켰다고 보기 힘들다고 고든은 말합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오늘날 경제성장이 신통치 않은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5년마다 신차로 갈아타면서 새로운 기술을 만끽할 수는 있지만,
19세기 초 고도 성장기의 혁신의 강도와 규모를 생각해보면 지금의 신기술들은 감탄 내지 경탄할 정도의 혁신은 아닙니다.
- P146

과학기술이 격차를 초래한다.

특히 저는 새로운 과학기술이 인간의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과학기술만으로 경제성장을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새로운 과학기술이 오히려 일자리를 빼앗아버리는 측면이 강합니다.
미국에서 그렇게 격차가 심하게 벌어지고 있는 이유 또한 새로운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이 극히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과학기술은 기업 경영자나 투자자에게 이로움을 주는 반면 비서와 같은 단순 사무직을 대체해버리며 대다수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합니다. 물론 노인을 간호하는 일과 같이 ‘인간 대 인간‘
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은 과학기술이 넘보지 못할 테니 그 쪽 종사자라면 덜 위협적으로 느끼겠지만요.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많은 과학기술은 소수의 생산성만 향상시켜줍니다. 거기서 배제된 대다수는 아무 이익을 받지못하므로 결국 격차는 심해질 것입니다.  - P148

1980년대 미국을 위협하는 경제 대국으로 급성장한 일본이었지만 이후 금융 위기가 찾아오고 거품경제가 무너졌지요. 이때 일본이 차세대 리더가 될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봅니다. 단지 일본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
일본이 다른 선진국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이민자의 결여입니다. 여타 선진국에서는 이민자들이 세계 각지로부터 들어와 기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지요.
한편으로 보면 일본은 세계 최고령국입니다. 그렇기에 노동력부족을 메우기 위해 로봇을 활용하는 분야에 있어서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죠. 미래에 노동력을 대신할 로봇 기술에 관해서라면 일본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앞설 것입니다.
- P158

교수님은 책에서 로봇이나 인공지능 때문에 고용의 47퍼센트가 위협받는다고 썼는데요. 인간의 필요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커즈와일에게 보내는 답변으로 이해해도 좋습니다만, 인간이 컴퓨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에 비해 인간의 상대적인 이점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스나 바둑 등 명확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로봇이나 컴퓨터가 우리 인간보다 훨씬 효과적일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우리가 일하는 이유는 단순히 특정 목적을 달성하는 데있지 않습니다.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 자체로 최종 완제품end product 입니다. 그래서 목표가 명확하지 않고 모호할 때는 인간이 필요합니다.
- P162

젠체하며 돌아다니고 거드름을 피우며 독설을 내뱉는 트럼프의 골목대장 같은 행태는 지금껏 정치에 소외된 사람들을 매료시켰습니다. 트럼프는 그들의 일상 언어로 소통하며 인간의 원초적본능을 자극했죠. 반면 민주당은 미래의 청사진을 보여주며 유권자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기에 트럼프에 졌습니다. 민주당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P178

한국 전쟁은 휴전으로 종식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한반도에서전쟁은 공식적으로 끝나지 않았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아직 진행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또한 대북 문제에 포함되는 사안입니다. 그 시기에 형성된 어떤 합의에서는 상호 간 적대 관계 종식을 포함했어야 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1999년에 시도한 제안에는 그런 내용이 명기되어있었습니다. 공식적으로 한국 전쟁을 끝내기로 합의하고 대표를 평양에 보내 미국 대사관을 설치한다는 것이었는데요. 그 합의가 공식적으로 성사되어 단계적으로 이행되었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것은 북한이 주변국을 위협하지 않고 정상적인 국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어요.
- P216

어느 나라의 지도자도 다른 나라에 핵전쟁을 일으킬 의도는 없겠으나, 어떤 이유로든 우발적으로 핵전쟁이 발발할 위험은 존재합니다. 우발적 핵전쟁의 여러 시나리오 중 오보에 민감하게 대처한 결과로 전쟁이 발발할 개연성이 가장 높습니다.
우리의 국방 시스템은 오보를 내지 않게끔 설계되어 있습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시스템이지만, 반드시 100퍼센트 정확하게 작동한다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 P219

보통 우리는 하루하루 눈앞의 일에 쫓기다 보니 미래에 관해깊이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앞날에 대한 고민은 인간만의 권리이자 능력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실제로 미래를 완성해가는 과정이 곧 미래를 위한 사고이며 이 사고로부터 탄생하는 의지 자체가 곧 미래라고 할 수 있다. 독자 여러분이 다가올 미래를 생각할 때 이책이 작은 길잡이가 되기를 소망한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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