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무엇보다 사람을 만나는 인문학입니다.
수천 년 동안의 사람 이야기가 역사 속에 녹아 있어요.
그중에 가슴 뛰는 삶을 살았던 사람을 만나 그들의 고민, 선택, 행동의 의미를 짚다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의 삶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게 바로 역사의 힘입니다.

1장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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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저한테 그래서 열심히 살았느냐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것 같은데, 어쩌다. 나, 이런 사람이 됐는지 모르겠어요. 요즘 저는, 밤에 잠자리에 누울 때마다 이상한 소리를 들어요..
휙휙- 차들이 바람을 찢고 지나갈 때 내는 그런 소리를요.
마치 제가 8차선 도로 한가운데에 서 있는 느낌이에요. 왜 오락의 고수들 있잖아요. 걔네들은 정신없이 쏟아지는 총알이아주 커다래 보인다던데. 다가오는 모양도 영화 속 슬로모션처럼 느껴진다 하고요. 저도 그랬으면 싶어요. 지금 선 자리가 위태롭고 아찔해도, 징검다리 사이의 간격이 너무 멀어도,
한 발 한 발 제가 발 디딜 자리가 미사일처럼 커다랗게 보였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언젠가 이 시절을 바르게 건너간 뒤 사람들에게 그리고 제 자신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나, 좀늦었어도 잘했지. 사실 나는 이걸 잘한다니까 하고 말이에요.
하지만 당장 제 앞을 가르는 물의 세기는 가파르고, 돌다리 사이의 간격은 너무 멀어 눈에 보이지조차 않네요. 그래서 이렇게 제 손바닥 위에 놓인 오래된 물음표 하나만 응시하고 있어요. 정말 중요한 ‘돈‘과 역시 중요한 ‘시간‘을 헤아리며, 초조해질 때마다. 한 손으로 짚어왔고, 지금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그것,
‘어찌해야 하나.‘
- P316

 언니, 저를 기억해주어 고마워요. 그리고 제게 고맙다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전 그런 얘기를 들을 만한 사람이 아닌데… 그럴 자격이 없는데.. 제가 오늘 언니에게 무얼 받았는지 전하기 위해 이 편지를 써요. 언니는 그게 뭔지 이미 알고 있을 테지만.
언니가 준 것과 내가 받은 것은 다를 수도 있으니까요. 잘 지내요, 언니. 언니가 정말 잘 지내주었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된다면, 만일 그럴 수 있다면, 또 쓸게요, 언니.
- P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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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점이 우리가 사는 곳이고
저 점이 우리의 집이며
저 점이 바로 우리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들, 
지금까지 존재해온 모든 사람들이 바로 저곳에 살았습니다.
모든 기쁨과 슬픔,
확신에 가득 찬 수천 개의 종교,
이념, 경제체제,
모든 문명의 창시자와 파괴자,
모든 왕과 농부,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
모든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스승과, 모든 부패한 정치인,
모든 성인과 죄인이 바로 저 곳,
햇빛에 떠다니는 티끌 위에 살았던 것입니다.
지구는 우주라는 거대한 극장의아주 조그마한 무대입니다.
그 모든 군인과 황제들이,
승리와 영광 속에서 흘렸던 피의 강들을 생각해보세요.
저 작은 점의 한 부분을 아주 잠시 동안지배하기 위해 흘렸던 피를.. 저 픽셀의 한 귀퉁이에 살던 사람들이구별하기도 어려운 또 다른 귀퉁이에 사는 사람들을 침략해 저지른 악랄한 행위들을 생각해보세요.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구가 생명을 품은 유일한 곳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 인류가 이주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인간의 자만심이 어리석다는 것을 아주 잘 보여주는 것은,
멀리서 찍은 이 사진만 한 게 없을 것입니다.

- P154

여성의 월경이 멎는 시기가 자식 세대의 번식 시기와 비슷하다는 사실과 그들의 수명은 또 자식 세대가 낳은 손주가 앞가림을 할 수 있는 성인이 되는 시기와 비슷하다는 사실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유전자의 입장에서는 여성의 수명은 더욱 늘어날 필요가 있었다.
그들은 오래 살며 끝까지 해야 할 임무가 있었던 셈이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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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아니라 ‘손의 세부를 만져주는 손길, 엷은 졸음이 몰려오며 어느 순간 ‘나는 케어받고 싶다. 나는 관리받고 싶다. 누군가 나를 이렇게 영원히 보살펴주었으면 좋겠다, 어린아이처럼‘ 하고 고해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누군가 나를 오랫동안 정성스럽게 만져주고 꾸며주고 아껴주자 나는 아주 조그마해지는 것 같았고, 그렇게 안락한 세계에서 바싹 오그라든 채 잠들고 싶어졌다. 그리고 모든과정이 끝났을 때 불가사리 같은 손을 쫙 펴 보이며 속으로 환하게 외쳤다.
아! 손톱이 사탕 같아졌다!‘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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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낼 때 나는 탐욕스러워진다. 자갈,
조개껍질, 모래와 그 속에 사는 작은 생물들까지 전부 소유하고싶다. 해변이 내 뇌의 화학작용에 엄청나게 강력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그곳의 모든 것을 모아서 앞으로다가올 힘든 날을 위한 부적으로 집에 가져가고 싶다. 지난 11월 동네 숲에서 자두나무와 산사나무 가지에 달린 열매와 화사한 잎을 보며 느꼈던 식물학적 소유욕의 더욱 강력한 버전이라고할까. 준보석이나 부드러운 털실 뭉치를 볼 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욕망, 바닷가 채집 활동에 따른 도파민이다. 이 자갈들을 가져다가 오두막집 안에 늘어놓고 싶다. 곱게 배열해서 조각보를 만들고 자갈 드레스를 지어 입고서 돌아다니고 싶다. 내 모습은 울퉁불퉁한 아르마딜로처럼 보이겠지.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옷차림이 될 거야. 하지만 나는 자갈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한다.
- P226

애니와 나는 집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의 마지막 굽이를 돌아간다. 오른쪽에서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산울타리 너머에 나란히 뻗은 전화선 위로 제비들이 오선지에 그려진 음표처럼 앉아있다. 다가올 긴 여행길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다. 몇 주만 지나면 그들도 내년을 기약하며 떠나게 되리라.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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