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낼 때 나는 탐욕스러워진다. 자갈,
조개껍질, 모래와 그 속에 사는 작은 생물들까지 전부 소유하고싶다. 해변이 내 뇌의 화학작용에 엄청나게 강력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그곳의 모든 것을 모아서 앞으로다가올 힘든 날을 위한 부적으로 집에 가져가고 싶다. 지난 11월 동네 숲에서 자두나무와 산사나무 가지에 달린 열매와 화사한 잎을 보며 느꼈던 식물학적 소유욕의 더욱 강력한 버전이라고할까. 준보석이나 부드러운 털실 뭉치를 볼 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욕망, 바닷가 채집 활동에 따른 도파민이다. 이 자갈들을 가져다가 오두막집 안에 늘어놓고 싶다. 곱게 배열해서 조각보를 만들고 자갈 드레스를 지어 입고서 돌아다니고 싶다. 내 모습은 울퉁불퉁한 아르마딜로처럼 보이겠지.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옷차림이 될 거야. 하지만 나는 자갈 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한다.
- P226

애니와 나는 집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의 마지막 굽이를 돌아간다. 오른쪽에서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 산울타리 너머에 나란히 뻗은 전화선 위로 제비들이 오선지에 그려진 음표처럼 앉아있다. 다가올 긴 여행길을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다. 몇 주만 지나면 그들도 내년을 기약하며 떠나게 되리라.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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