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잠에서 깬 이노 세이지는 침대에서 몸을 뒤척였다. 얼굴을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내고 천장을 쳐다본다.
취침등이 켜진 상들리에에 처음 보는 스위치용 체인이 매달려있다. 아 참, 가즈미가 얘길 했었지, 조명을 바꿨다고..…... 체인끝에는 원추형 손잡이가 달려 있다. 그것도 뾰족한 끝 부분이아래로 향한 채.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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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아버지는 우리가 학교에 가는 것을 알아도 화를 내지는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따가 학교에서 돌아와도 특별히 그 얘기를 꺼내거나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정은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방해도 하지 않는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표 나지 않게 처리해나가는 건 인간관계의 지혜이다.
- P158

사흘 뒤, 우리 집은 어떻게 되는 걸까. 혼자 고민해봤자 뾰족한수도 없어서 지로도 춤을 추었다. 춤을 추다보니 이게 또 무지하게 즐거웠다.
국가는 없어도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 P221

아버지 뱃속에는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벌레가 있어서 그게 날뛰기 시작하면 비위짱이 틀어져서 내가 나가 아니게 돼.
한마디로 바보야, 바보."
•••••
뱃속의 벌레… 아버지의 말이 귓가에 남아 있었다.
아버지는 이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칼날을 벼리고 저항에 나섰다. 이번에야말로 체포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 P246

"지로, 전에도 말했지만 아버지를 따라하지 마라. 아버지는 약간 극단적이거든. 하지만 비겁한 어른은 되지 마. 제 이익으로만살아가는 그런 사람은 되지 말라고."
"응, 알았어…….
1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철저히 싸워, 져도 좋으니까 싸워,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해해주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 - P288

아카하치는 누구보다 자유를 사랑하였습니다. 힘으로 인간을 억압하는 것을 끝까지 허락하지 않은 영혼이 지금도 저 먼남쪽에서 바람을 보내오고 있습니다.

낭독을 마치고 지로는 차임벨을 눌렀다. 창문을 열자 정말로 남풍이 불어왔다.
아버지가 일으킨 바람일까나…. 지로는 그 바람을 가슴 가득 들이마셨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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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용병의 원칙은 높은 언덕에 있는 적을 향해 싸우지 말고,
언덕을 등지고 있는 적은 맞이해 싸우지 말아야 한다. 거짓으로 패한 척하는 적은 추격하지 말고, 날카로운 병사가 있는 적을 공격하지 말아야 하며, 미끼를 던지는 부대는 공격하지 말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부대는 가로막지 말며, 적을 포위할 때는 한쪽을 터주어야하고, 궁지에 몰린 적은 추격하지 말아야 하니, 이것은 용병의 원칙이다.
- P206

적이 오지 않으리라 믿지 말고 자신을 강하게 하라

이런 까닭으로 지혜로운 자의 생각은 반드시 이해관계를 함께 고려해야만 한다. [해로움을 생각할 이로움을 함께 고려하면 더욱 믿을 수 있는 방향[전투 임무를 완성하는 것]으로 힘쓸 수 있으며, [이로움을 생각할 때] 해로움을 함께 고려하면 실로 근심을 풀 수 있다. 이런 까닭으로 [적국의] 제후를 굴복시킬 수 있는 것은 해로움을 보여줌으로써 그것을 알게 하기 때문이고, 적국의 군주를 부리는 것은 [그로 하여금 쓸데없는 일에] 힘을 쓰게 하기 때문이며, [적국의] 제후를 달려오게 하는 것은 이로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용병의 원칙은 적이 공격해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지 않고 아군이 대적할 방책을 믿으며, 적이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지 않고 적이 나를 공격할 수 없게 하는 것을 믿는 것이다.
- P224

그러므로 장수에게는 다섯 가지의 위험한 일이 있으니, [장수가 용맹이 지나쳐] 반드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면] 죽을 수 있고, 반드시 살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사로잡히게 되며, 분을 이기지 못해 성급하게 행동하면 모욕을 당할 수 있고, 성품이 지나치게 깨끗하면 치욕을 당할 수 있으며, 백성들을 지나치게 사랑하면 번민을 하게 된다.
무릇 이 다섯 가지는 장수의 허물이며, 용병의 재앙이다. 군대를 파멸시키고 장수를 죽게 하는 것은 반드시 다섯 가지 위험에서 비롯되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 P227

여기서 ‘반제 半濟‘라는 말의 의미를 잘 알아야 한다.
이 말은 먼저 건너간 병사들은 뒤의 병사들을 돌보지 않고, 뒤에서 강을 건너는 병사들 중 반쯤 건넌 병사들은 먼저 건너간 병사들을 부러워할 뿐 뒤에 처진 병사들은 돌보지 않는다. 따라서 뒤에 있는 병사들 역시 앞선 병사들을 원망하며 전쟁을 쉽게 포기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 군대가 이렇게 나뉘면 전의를 상실하게 되니 이때 공격하는 것이 이롭다는 의미이다.
손자는 어떤 경우에도 적에게 인의를 베푸는 것에 찬성하지 않았다. 적군이 전열을 가다듬지 않았을 때 가차 없이 공격해 승리를쟁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이기지 않으면자신이 죽게 되는 것이 바로 전쟁의 속성이라고 보았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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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띠를 두른 아름다운 소녀가 수풀 사이에서 손짓을 한다.
컬러풀한 민속의상 차림이었다. 얼굴은 삿사를 닮았는데 훨씬 더 윤곽이 또렷했다. 눈은 상큼하고 입술은 도톰하고, 무엇보다 가슴이 불룩했다. "이쪽이야, 이쪽………." 하얀 이가 내보였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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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를 가쓰의 부하라고 생각한 채 이리오모테 섬인지 어딘지로 가버리는 건 진짜 신경질 나는 일이거든. 그래서 지로 네가 직접 보는 앞에서 가쓰와 결투를 해주려는 거야. 가쓰는 오른팔이 부러졌지? 이건 녀석과 똑같은 조건을 만들려는 거."
구로키가 묶어놓은 제 오른팔을 탁탁 쳤다. 거무스레한 얼굴에서 하얀 이가 내보였다.
"그런 거라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어야지!" 지로가 고함을내질렀다. 마음이 훌떡 바뀌어 새로운 감정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신바람이 뭉클뭉클 피어오른 것이다.
"자, 가자!"
구로키의 재촉에 자전거에 올랐다. 구로키는 뒤에 타더니 지로에게 몸을 딱 붙여왔다. 헤어 무스 냄새가 났다. 이 망할 녀석,
이라고 생각했다. 지로는 자전거를 힘껏 밟아댔다.
- P387

"야, 제발 그만 좀 해." 가쓰가 불쑥 내뱉었다. "너희들, 정말 끈질기다. 끈질겨, 초딩들이 왜 이래, 진짜? 중학생이 큰소리를치면 좀 숙여주는 맛이 있어야지. 이건 뭐, 대들고 또 대들고, 어휴."
 "네가 먼저 만 엔을 가져오라, 자전거로 모시러 와라, 그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니까 그렇지."
"야, 그까짓 만 엔, 다른 애들은 대개 군소리 없이 내주더라. 그러면 나도 잘 봐줬을 거라고."
"우리가 왜 그런 돈을 내줘?"
"그러니까 빨랑 꺼지라잖아! 너희 같은 놈들, 꼴도 보기 싫어."
가쓰는 얼굴이 시뻘게져 있었다. 컴컴한 어둠 속이었지만 눈에 핏발이 선 것까지 보였다. 굴욕감을 필사적으로 견디는 듯한눈치였다.
"그럼 내 농구 공 돌려줘." 뒤에서 준이 말했다.
가쓰가 눈을 치뜨고 발걸음을 돌렸다. 제 방으로 돌아가더니주의 농구공을 창문 밖으로 던져주었다. 자갈 위를 통통 튀어 공이 준 앞에까지 굴러왔다. 창문이 닫히고 커튼도 닫혔다.
- P393

따스한 기분이 되었다. 이별은 쓸쓸한 것이 아니다. 서로 만나함께 어울리다가 와 닿게 된 결승점이다.
- P396

지로는 도쿄의 밤하늘을 향해 키를 쭈욱 늘였다. 팔이 쭉쭉 늘어나 별에 닿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내일은 오키나와다.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는 것이다.
- P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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