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는 누구를 위해서 이 비밀을 밝히고자 하겠는가? 그 아버지를 위해서? 아이 어머니 때문에 그에게는 별로 득이 될 게 없을 거라고 나는 생각하네, 그럼 그 어머니를 위해서? 만약 그녀가 그런 행위를 저지른 사람이라면 그녀는 현재 상태 그대로 있는 것이 더 안전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네, 그럼 그 딸을 위해서? 그녀의 출생 비밀을 밝혀 남편에게 알림으로써 20년 동안 피해 왔고 또 앞으로도 평생 안전하게 피할 수 있을 수치를 당하게 하는 것은 그 딸에게도 도움될 리 없다고 나는 생각하네, 하지만 핍, 여기에다 자네가 그녀를 사랑해 왔으며, 그래서 그녀를 자네의 그 ‘가련한 환상‘, -그런데 그런 환상을 머릿속에 한두 번씩 품어 본 남자는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네. - 의 대상으로 삼아 왔다는 가정을 한번 덧붙여 보게. 그렇다면 나는 말하건대, 자네는 그렇게 비밀을 밝히느니 차라리 붕대를 감은 자네의 그 왼손을, 붕대를 감은 자네의 그 오른손으로 꽉 찍어서 잘라 낸 다음 그 도끼를 웨믹에게 주고는 남은 오른손마저 잘라내 버리라고 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네, 그리고 자네는 아마 잘 생각해 보고 나면 정말로 주저 없이 그렇게 할 것이네."
나는 위믹을 바라보았다. 마우 엄숙한 얼굴로 있던 그는 자기입술에 집게손가락을 엄숙하게 갖다 댔다. 나는 똑같이 그렇게했다. 재거스 씨도 똑같이 그렇게 했다. "자, 웨믹." 재거스 씨는 이제 평소의 태도를 다시 취하며 말했다. "핍 군이 들어왔을 때 어떤 항목을 하던 중이었지?"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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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뿐만 아니라 기린을 잡은 사람은 고기를 남들에게 나눠줘야하므로, 영리한 사람이라면 집 안에 틀어박혀 공익 정신이 강한누군가가 베이컨을 나눠준다는 희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짐승이 클수록 잡은 사람이 차지하는 비율은 적어지는데도 하드자족은 거의 전부를 이웃에게 나눠줘버릴 큰 짐승의사냥에 집착하는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너그러운 자선가가 되게 하는가?
호크스의 공동 연구자인 닉 블러던존스 Nick Blurton-Jones의 개념을 빌리자면, 그녀는 음식나누기를 일종의 <공인된 도둑질>이라고 믿고 있다. 기린을 잡은 사람이 먼저 자기가 가져갈 수 있는 최대량만큼 고기를 베어내고 나면, 그에게는 다른 사람이 고기를 가져가는 것을 막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고기를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짓궂은 심술일 뿐이다. 음식나누기가 인류의 진화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의 기원은 짐승 세계에서도 관찰되는 공인된 도둑질이라는 이 생각... - P157

이와 마찬가지로 사냥을 잘 하는 하드자족 남성은 적지 않은 사회적 보상을 받는다. 훌륭한 사냥 능력은 다른 남성들의 부러움뿐만 아니라 더 중요한 여성들의 존경을 가져다 준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훌륭한 사냥꾼은 더 많은 혼외 관계를 갖는다. 이것은하드자족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에이크족이나 야노마모족 그리고 남아메리카의 다른 종족들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아주 보편적 현상이며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인간이 덩치 큰 짐승 사냥에 집착하는 이유에 관한 열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포획률이 더 높은 작은 짐승을 포기하고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큰 짐승을 쫓아다니는 것이 전세계 인간 남성의 뚜렷한 공통점이다. 사냥꾼의 입장에 서서 이 문제를 검토해보자. 뿔닭 한 마리를 잡으면 그의 아내와 아이들이 먹는다. 작은영양 한 마리를 잡으면 일부를 떼어 과거에 빚을 진 적이 있는 이웃에게 나눠준다. 그러나 기린을 잡으면 고기가 너무 많기 때문에 좋은 부위를 떼어 이웃집 여자에게 몰래 건넨다 해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 P159

트로브리안드의 감자 사건에 관한 말리노프스키의 기록은 인간사회의 선물을 둘러싸고 있는 전혀 이타주의적이지 않은 분위기를 잘 포착하고 있다. 또다른 기록에서 그는 해안 지대의 어업 마을과 내륙의 감자 재배 마을의 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어촌 사람들은 진주잡이를 시작했는데, 곧 그것이 고소득을 보장해 준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진주만 채집해도 감자와 생선을 충분히 살 수있었다. 그러나 내륙 마을의 사람들이 그들에게 계속 감자를 선물야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어촌 사람들은 감자 재배 마을에 보낼 생선을 잡기 위해 진주잡이를 포기해야 했다. 선물은 이처럼 의무를 창출하기 때문에 하나의 무기가 된다. 그러나 선물은 의무감이 전제되었을 때에만 무기가 될 수 있다.
선물 주고받기와 경쟁적인 호의가 우리의 본능 이전에 존재했던것은 아니다. 그것은 우리에게 이미 존재하는 본능, 즉 호의에 대한 존경과 함께 나누지 않으려는 자에 대한 경멸의 본능을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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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소유물 중에 음식먼큼 기꺼운 마음으로 남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 몇 가지나 될까? 우리는 여기에서 인간 본성의 이상할 정도로 관대한 측면, 즉 다른 소유물에 대해서는 보이지 않는 지나친 호의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에 관한 단서를 우연히 찾아냈다. 나눔의 이득, 즉 노동의 분화와 협동적 시너지를 획득하기 위한 투쟁의 과정에서 인간에게 최초로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 것은바로 육류 사냥이었다.
음식나누기가 인간의 보편적 관습이고 그중에서 육류 배분이 특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류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 이유는 육류의 일회 획득 단위가 어떤 식량보다도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 P128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유혹의 도구였던 남성의 사냥 행위가 아내와의 거래 도구가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남성이 여성을 유혹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부양하기 위해 사냥을 하게 된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어떤 학자들에 따르면 노동의 성적분화는 인류 그 자체의 등장을 가능하게 한 핵심적 사건이다. 노동의 성적 분화 없이는 인류의 자연 서식지였던 메마른 초원에서 생존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수렵만으로 생존하기에는 사냥에 너무 서투르며, 채집에서 얻는 식량은 기후에 따라 채집량의 변동이 너무 심하고 우리의 큰 덩치와 잡식성 위장에 필수적인 단백질을 공급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 두 가지를 합치면뛰어난 생존 능력이 획득된다. 여기에 날로 먹으면 위장이 튼튼해지는 것 외에는 득될 것이 없는 거친 푸성귀의 예비 소화 과정, 즉조리 기술을 추가함으로써 비로소 우리는 덩치 큰 군집성 사바나원숭이의 생태적 지위를 획득한 것이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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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은 어린이 자신보다 어른에 의해 만들어지는 부분이 많은 구간이다.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치지만 수정할수도, 지어낼 수도, 마음대로 잊을 수도 없다. 어린 시절의어떤 부분은 어른이 되고서도 한참 뒤에야 그 의미를 알게된다. 시차는 추억을 더 애틋하게 만들고 상처를 더 치명적인 것으로 만든다.  - P252

내가 이렇게 큰소리치는 것도 다 어린이 때문이다. 어린이가 그림을 망쳤을 때 "다 소용없는 일이란다. 구겨 버리렴"이라고 말할 사람은 없다. 고칠 수 있는지 보고, 안 되면새 종이를 주고, 다음에는 더 잘 그리도록 격려할 것이다. 우리 자신에게도 똑같이 말해야 한다. 실제로 어린이라면 어떻게 할까? 내가 새 종이를 주며 이런저런 미사여구를 늘어놓기도 전에 어린이는 종이를 뒤집어 뒷면에 새로운 그림을시작한다. 냉소주의는 감히 얼씬도 못 한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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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가 성장 과정에서 겪은 일을 범행을 정당화하는 데 소비하는 것은 학대 피해 생존자들을 모욕하는 일이다. ‘학대 대물림‘은 범죄자의 변명에 확성기를 대 주는 낡은 프레임이다. 힘껏 새로운 삶을 꾸려 가는 피해자들을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예비 범죄자‘로 보게 하는 나쁜 언어다. 가정에서 아이를 학대해선 안 되는 이유는 아이를 아프게 하고, 존엄을 무너뜨리고,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이유는 충분하다. 가해자의 잔인한 범행을 나는 ‘악‘ 이라는 개념 말고 다른 것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악행의 기승전결은 전혀 알고 싶지 않고, 합당한 벌을 받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그러니까 칼국수를 먹다가, 빨래를널다가,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가 갑자기 생각하는 것은, 다섯 살 어린이의 삶이다.

- P162

 의외로 반말을 쓸 때보다 대화의 분위기도 훨씬 부드러워진다. 어린이를 존중한다는 의지가 명확히 표현되는 순간, 어른의 여유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진짜 권위라고 해도 좋지 않을까. 서로 존댓말을 쓰는 사회적인 대화를 어린이도 사양하지 않는다. 존댓말을 들은 어린이는 살짝 긴장하면서도 더욱 예의 바르게 대답하려고 노력한다. 마치 그런 대화가 몸에 밴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것 같다. 어떤 어린이는 내인사에 야구 모자를 살짝 들어 올리며 "네, 안녕하세요."라고답하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저절로 얼굴이 분홍색이되고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럴 때 조심해야 한다. 절대로 귀여워하는 표정을 지으면 안 된다. 매번 대단한 자제력을 요구하는 일이지만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른이니까.
- P194

부끄럽지만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 한 가지 더 있었다. 그동안 나는 불편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격차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 세상에 그런 영역이 얼마나많을까? 어린이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민 등 여러 소수자들에 대해 내가 얼마나 무지하고 둔감했는지 깨닫게 된다. 어린이는 자라서 어른이 되기 때문에 소수자라기보다는 과도기에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나 자신을 노인이 될 과도기에 있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처럼, 어린이도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 맞다. 또 어린이가 청소년이 되고 어른이 되는 사이에 늘 새로운 어린이가 온다. 달리 표현하면 세상에는 늘 어린이가 있다. 어린이 문제는 한때 지나가는 이슈가 아니다. 오히려 누구나 거쳐 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는 일이다.
- P202

언제나 절망이 더 쉽다. 절망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얻을수 있고, 무엇을 맡겨도 기꺼이 받아 준다. 희망은 그 반대다. 갖기로 마음먹는 순간부터 요구하는 것이 많다. 바라는게 있으면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외면하면 안 된다고, 심지어 절망할 각오도 해야 한다고 우리를 혼낸다. 희망은 늘 절망보다 가차 없다. 그래서 우리를 걷게 한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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