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은 심장발작 이후로 사람들 앞에서 죽게 될까봐 걱정했다. 지난번 발작은 부엌에서 일어났지만 사람들 앞에서 쓰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몹시 불안했다. 수년 전에, 그런일을 목격했다. 한 남자가 노상에서 죽은 것이다. 구급 의료진이 남자의 웃옷을 찢었는데, 조금만 집중해서 생각하면 지금도 그녀를 울게 만들 광경이었다. 배가 드러난 사내의 활짝 벌린 팔이 축 늘어져 있던 것, 아무것도 모르고 천연덕스럽게 누운 모습.
죽어서 누워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애잔하고 가련한 일인가, 제인은 생각했다.
- P231

드뷔시의 곡이 연주되는 동안 그는 팔짱을 끼고 잠이 들었다.
남편을 보며, 제인은 음악으로 가슴이 충만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곁에 앉은 이 남자, 평생 어린 시절의 고통을 떨치지 못했던 이 늙은(!) 남자에 대한 애정으로 가슴이 벅찼다. 그의 어머니는 언제나, 언제나 밥에게 화를 냈다. 지금 이 순간도 제인은 그의 얼굴에서 의뭉스럽고, 늘 겁에 질린 어린 소년이 보이는것 같았다. 잠들어 있는 이 순간마저도, 그의 얼굴에는 불안으로 긴장한 표정이 감돌았다. 행운이야. 제인은 손모아장갑을 낀 손을 가볍게 그의 다리에 얹으며 다시 한번 생각했다. 누군가를 수십 년 동안 알고 살 수 있다는 것은,
- P235

"사람마다 대응하는 방법이 다르겠지요." 데이지가 예의 그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애는 상냥한 목소리밖에 가진 게 없어,
올리브는 생각했다. 데이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상냥한 사람, 제길, 전부 엿 먹으라고 해, 올리브는 개가 기다린다며 아직 가득찬 찻잔을 그대로 두고 일어섰다.
이런 식이었다. 올리브는 아무도 참아낼 수가 없었다. 며칠마다 우체국에 갔는데, 그것도 견딜 수 없었다. "어떻게 지내세요?" 에밀리 벅은 매번 그렇게 물었고 올리브는 짜증이 났다.
"그럭저럭 지내."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헨리 앞으로 오는 게 태반인 우편물을 받는 게 정말 싫었다. 게다가 청구서는 왜 그리 많은지! 청구서를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어떤 것들은 아예 납득이 가지 않았다. 광고 우편물은 또 왜 그리 많은지! 올리브는 커다란 회색 쓰레기통 곁에 서서 광고 우편물을 죄다 버렸는데,
가끔 청구서가 쓰레기통에 섞여 들어가면 에밀리가 카운터 안쪽에서 계속 지켜보는 가운데 몸을 숙이고 쓰레기통을 뒤져 찾아야 했다.
카드 몇 개가 날아왔다. "마음이 아프네요. 정말 슬픕니다."
"...… 소식에 마음이 아프네요." 올리브는 카드마다 답장을 했다. "마음 아파하지 말아요." 이렇게 썼다. "이런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라는 거 다 아는 처지에 마음 아플 게 뭐가 있어요." 자기가 제정신이 아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라도 든 것은 한두 번밖에 없었다.
- P2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롤로그

이 책은 진화생물학, 역사학, 경제학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세계 석학들과 다가올 세상에 관해 나눈 대담을 엮은 것이다.
여러 나라를 오가며 해안이 있는 거장들을 취재한 결과, 그들이 향후 미래를 결정짓는 요인으로 주목한 것은 ‘인공지능‘과 ‘격차‘였다.
- P5

인간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눈에 보이는 것이 현실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인지 구별하는 능력을 잃었습니다. 그 결과 무수한 사람이 국가나 사회, 그리고 신이라는 상상의 산물을 위해 전장에 나가거나 수백만 명을 마구잡이로 학살했습니다. 이런 사태에 이르지 않으려면 우선 눈앞에 보이는 것이 현실인지 허구인지 구별하고, 이를 이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 P17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자신이 만들어낸 허구에 의해 우리가 고통을 느끼는 일이 어리석게 보입니다. 인간 사회가 잘 작동하려면 허구가 필요하지만, 허구를 도구로 보지 않고 그것을 목적이나 의미로 받아들이는 순간 초래될 고통은 실존하는 우리들의 몫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 P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아이는 필연적으로 자기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를 수도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다. 어린아이들은 학교에서 시를 암송할 때도 자기가 말하는 단어의 의미를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잦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정확한 의미를 조심스럽게 따져 보지 않고 단어와 문구를 말하는 습관을 들인다.
이런 좋지 않은 습관에는 아주 어릴 때부터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아이는 자신이 쓰는 단어의 의미를 계속 물어야 한다. 어른은 아이에게 단어의 의미를 물으며 올바른 정신 자세를 가지도록 독려해야 한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전을 이용하도록 엄격하게 이끌고, 단어나 문구를 우둔하게사용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도록 교육 목표를 세워야 한다.
의미도 모르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모든 나쁜 습관 중에서도 최악에 속한다.

내 친구 하나가 저학년 지리 수업을 평가해 달라는 부탁을받고 어느 학교를 방문했다. 그 친구는 책을 훑어보고는 이렇게 물었다.
"여러분이 땅에 구멍을 파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수백 피트나 파야 해요. 다 파고 내려갔을 때 맨 밑바닥은 꼭대기 보다.
따뜻할까요, 추울까요?"
아무도 대답하는 학생이 없었다. 그러자 선생이 대신 입을열었다.
"학생들은 확실히 답을 알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선생님이 질문을 잘못하신 것 같아요. 제가 한번 물어볼게요."
선생은 교과서를 들더니 이렇게 물었다.
"지구 내부는 어떤 상태죠?"
학생 절반가량이 즉시 대답했다.
"지구 내부는 화성융합火成融合(ligneous fusion) 상태입니다!"
- P61

사물 또는 사실을 분명하게 정의하지 않으면 그것들에 관해 현명하게 추론할 수 없다. 모호한 개념은 대상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도록 방해할 뿐만 아니라 대상에 관한 모든 추론을 헛되게 만들어 버린다.  - P64

PI: 운동선수답지 못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P2: 그의 행동은 운동선수답지 못했다.
Q: 그러므로 그 선수는 그렇게 행동하지 말았어야 했다.

이것은 좋은 추론이라고 할 수 없다. "운동선수답지 못한" 이라는 표현의 의미 자체가 단순히 ‘운동선수가 하지 말았어야 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 논증의 결론 Q는 단순히 두 번째 전제 P2를 반복했을뿐이다. 이 결론을 주장하기 위해 정말 증명해야 할 것은 그선수의 행동이 운동선수답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어떤 점에서, 어떤 이유로 운동선수답지 못했는지 보여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 P93

때때로 책을 덮고 머릿속으로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 검토해 본다.
체계적인 분류는 대단히 중요하다.
학생들의 머릿속은 대체로 정돈되지 않은 도서관과도 같다. 어딘가에 책이 있긴 한데 필요할 때 찾아서 꺼내 쓸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 지식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머릿속에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지식을 넘쳐나도록 지니고 그것들을 짐칸에 마구 뒤섞어서 실어 나르는 일과 똑같은 양의 지식을 즉시 전달하고 배달하기 쉽도록 알맞은 상자에 넣고 분류하여 실어 나르는 일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 조지 호레이스 로리머 - P1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교육과 훈련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양한 종류의 능력이제대로 발전하도록 돕는 것이다."
- 리처드 멀캐스터

교육이란 단지 기회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 교육이 성공이나 행복, 만족 또는 부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교육은 도덕성이나 실용성의 문제가 아니다. 많이 배운 악당이 무식한 악당보다 위험하다. 교육이 세상에 더 큰 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단순하고 실용적이면서도 고결한 이상을 지닌 훌륭한 인격자가 교육을 받는다면 세상에 큰 공헌을 할 수 있으며, 진정한 의미에서 성공적인 삶을 누릴 수 있다. 학생이 교육을 기피하는것은 대개 지식을 무작정 주입하기 때문이다. 학생은 지식으로 가득 채워야 하는 빈 통이 아니다. 교육을 통해 제대로작동하도록 도와야 하는 복잡하고 정교한 ‘기계‘ 이다.
교육의 목적은 순수하게 실용주의적인 것으로서, ‘힘‘이라는 말로 가장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 삶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게 하고, 잠재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 P15

"지식을 탐구할 때 반드시 피해야 할 두 가지 잘못이 있다.
하나는 모르는 것을 안다고 믿고, 그것을 너무 성급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마땅히 그래야 하듯)이런 잘못에서 벗어나려면, 생각해야 할 주제에 대해 시간을 들여 숙고해야 한다. 또 다른 잘못은 이해하기 어렵고 모호하면서 별 쓸모도 없는 주제에 지나치게 열정을 불태우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 키케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지만 그는 아이가 많았으면 했다. 손자들이 넘쳐나길 바랐다. 항상 여드름에 하키 스틱, 야구 방망이의 세월이었고, 쇄골이 부러지고 스케이트를 잃어버리고 온통 교과서가 널려 있는가하면 항상 말다툼에 집 안이 시끄러웠으며, 숨결에서 맥주 냄새가 풍기면 걱정이 되고, 한밤중까지 차 들어오는 소리가 기다려지고, 여자친구가 있어도 걱정, 두 녀석은 없어서 걱정이었던 세월이 수십 년이었는데도, 이 모든 일 때문에 하먼과 보니는 마치집 안에 늘 어딘가 새는 곳이 있어 수리해야 하는 것처럼 언제나, 언제나 정신이 없었고, 하먼은 수없이 아, 그냥 애들이 훌쩍커버렸으면, 생각한 적도 많았다.
- P1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