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바보가 아니에요. 할아버지께서 절대 금전을 갚지 못하실 것을 알아요. 이 말은 나와 꼬마 이고르가 미국으로 이사할 수 없게 된다는 뜻이포, 우리의 꿈이 동시에 존재할 수는 없어요. 난 아직 젊지만 할아버지는들으셨죠. 어느 쪽으로 보는 우리는 둘 다 꿈을 이루어야 마땅한 사람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룰 수 있다는 건 아니죠.
당신이 무슨 말을 할지 잘 알아요. 이렇게 말하겠죠. "내가 금전을 좋보내 주겠어요." 또 이런 말도 하겠죠. "금전이 생기면 그때 갚으면 돼요. 영영 못 갈을 수도 있겠죠. 그럼 그 얘기는 다시 하지 말자고요." 당신이 좋은 사람인 걸 아니까 이렇게 말하리라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그건 받아들일 수 없어요. 할아버지가 나를 여행에 데려갈 수 없는 것과 똑같은 이유에서 당신 금전을 받을 수 없어요. 이건 선택에 관한 문제예요. 이해하겠어요? 부디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도 해 주세요. 내가 귀띔만 해도 이해했던 사람은 오로지 당신뿐이었어요. 당신의 속내까지도 이해했던 사람도 나뿐이었다고 생각해요..
- P324

"난 나쁜 사람이 아니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나쁜 시대에살았던 착한 사람이지."
"저도 알아요." 나는 이렇게 말했다. (설령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이었다 해도, 전 여전히 좋은 분이라는 걸 알아요.)
"내가 너한테 하는 이야기를 저 녀석한테 전부 그대로 알려 줘야한다." 할아버지의 말씀에 나는 퍽 놀랐지만, 이유도, 다른 아무것도묻지 않았다. 그저 할아버지 명령대로 했다. 조너선은 수첩을 펴고적기 시작했다. 그는 자기가 들은 것을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다적었다. 여기서부터는 그가 적은 내용이다.
"내가 했던 모든 일은,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했다."
"할아버지가 하셨던 모든 일은,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셨대요." 내가 통역했다.
"난 영웅이 아니야. 사실이 그렇지."
"할아버지는 영웅이 아니에요."
"하지만 나쁜 놈도 아니다."
"나쁜 놈도 아니래요."
"사진 속의 여자는 네 할머니다. 네 아비를 안고 있지. 내 옆에 서있는 남자는 가장 친한 친구, 허셸이고."
"사진 속의 여자는 우리 할머니예요. 우리 아버지를 안고 있죠.
할아버지 옆에 서 있는 남자는 할아버지의 제일 친한 친구 허셸이고요."
"허셸은 유대인이라서 사진 속에서 테두리 없는 모자를 쓰고 있단다."
"허셸은 유대인이었대요."
"또 나와 가장 친한 친구였지."
"할아버지의 가장 절친한 친구였고요."
"그리고 내가 그를 죽였다."
- P338

 집시 소녀는 자신의다른 세계로부터 그녀를 숨기고, 비밀 통로로만 통하는 밀실에 유폐해 놓고, 벽 뒤에 감추어 두려는 그의 노력을 알고 있었다. 그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 P345

그러나 해시계의 유리 눈알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았을 때는 전날 아침과 또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어떤 자연의 흐름에 따라 더 나이를 먹은 것이 아니라, 생후 1일밖에 안 된 사랑의 희생물로서늙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여전히 소년이면서 더 이상 소년이아니었다. 남자였지만 아직은 남자가 아니었다. 그는 어머니의 마지막 키스와 자기 아이에게 해 줄 첫 키스 사이, 일어난 전쟁과 일어날 전쟁 사이 어딘가쯤에 갇혀 있었다.
- P385

그들은 잊은 것이 아니라 적응했다. 기억이 공포의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그렇게 열심히 기억해 내려고 애쓰던 것이 무엇이었나를기억하려고 노력을 기울여야만 간신히 전쟁의 공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출생, 유년 시절, 청년기의 기억들은 폭발하는포탄 소리보다 더 우렁차게 울려 퍼졌다.
그랬기에 아무 일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않았다. 짐을 꾸린 이도, 집을 비우고 떠난 이도 없었다. 참호를 파거나 건물의 방어 공사를 하지도 않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 그들은바보처럼 기다리고, 바보처럼 무력하게 앉아 있었고, 바보처럼 시몬 D가 서양자두로 재미있는 장난을 했을 때 이야기를 했다. 모두한참을 웃을 수 있었지만, 제대로 기억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P387

집안 사람들은 나만 빼고 다들 잠자리에 들었다오. 난 텔레비전에서나오는 빛으로 이 편지를 쓰는 중이고, 사샤야, 읽기가 힘들다면 정말 미안하다. 손이 너무 떨리는구나. 네가 잠들어 있을 때 욕실로 향하는 건 나약함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란다. 견딜 수 없어서도 아니고, 이해하겠니?
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야. 할아비를 이해하겠냐? 나는 소리 죽여 걸어갈 거고, 어둠 속에서 문을 열 것이고, 난 할 거다, 난 - P407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조사의 배 속에서 발길질이 점점 더 제발 제발 아기는 이렇게 죽기를 거부했다 제발 폭탄이 굉음과 연기를 올리며 떨어졌고 나의 사프란은 간신히 군중 속을 빠져나와 작은 폭포를 타고 하류로 떠내려가서 더 깨끗한 강으로 흘러갔다 조사는 끌려 들어가며 제발 아기는 이렇게 죽기를 거부했다 엄마의 몸 밖으로 빠져나왔다. 아기주위의 물이 붉은색으로 바뀌고 아기는 거품처럼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빛을 산소를 생명을 생명을 으아아아앙 아기는 울음을 터뜨렸다ㅁ 완벽하게 건강했다 엄마에게로 아기를 도로 끌고 들어간 탯줄만 아니었으면 살았을 것이었다. 엄마는 거의 정신을 잃은 상태였지만 탯줄만은 의식하고 손으로 끊으려 애쓰다가 이빨로 물어뜯었지만 할 수 없었다 아무리 해도 끊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완벽하게 건강한 이름 없는 아기를 팔에 안고 같이 죽었다 아기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군중은 폭격이 몇은 후에도 오랫동안 서로를 서로에게 끌어당겼다. 넋이 나간 겁에 질린 필사적인 아기들 어린아이들 청소년들 성인들 노인들 무리는 모두 살겠다고 서로를 잡아당겼으나 서로를 내게로 잡아당겨 서로 익사시키고 서로 죽였다 시체들이 한 번에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시퍼레진 피부에 허연 눈을 크게 뜬 시체들로 덮여 내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그들밑에서 내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는 짐승의 사체였다. 그들은 허연 눈에 시퍼레진 피부의 나비들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한 일이다 우리는 우리 아기들을 구하려고 죽였다
- P40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래 시대에 필요한 모든 것을 판매합니다."
최근 동네에 새로 생긴 상점의 광고 문구였다.
과연 저 3층짜리 큰 건물 속에서 무엇을 팔고 있을까? 다른 상점에서도 흔히 파는 물건을 훨씬 싸게팔고 있을까? 아니면 한 번도 보지 못한 신기한 물건이 있을까? 상점 앞을 지나갈 때마다 항상 궁금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따라 사람이 많은 것 같아보인다.
이참에 상점에 들어가서 세 층을 모두 둘러보고 나오는 것도 좋겠다. 나는 1층 입구, 상점 문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 P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지만 그보다도, 꼬마 이고르한테 거짓말을 했어요. 그 애가 멋진 형, 훗날 자기도 닮고 싶은 그런 형이 있다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꼬마 이고르가 친구들한테 형 자랑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공공 장소에서 형이랑 같이 있는 모습을 남들이 봐 주기를 바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당신을 위해 글 쓰는 것이 재미있나 봐요. 실제 내 모습이 아니라. 꼬마 이고르가 봐 주었으면 하는 모습이 될 수 있으니까요. 어떻게 하면 우스울까 곰곰이 생각할 시간이 있으니까 재미있게 할 수도 있고, 실수했을 때는 고칠 수도 있고, 우울한 식으로만이 아니라 재미있는 식으로 우울한 사람이 될 수도 있지요. 글을 쓸 때는 기회가 한 번 더 있어요. 우리 대장정 첫날 저녁에 내가 당신이 작가가 되기 위해 태어났을지도 모른디고 했을 때당신이 말했죠. 끔찍하다고, 하지만 당신이 그 말을 했을 때 당신이 말한것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묘, 당신은 글쓰기를 좋아하는지, 이 세상과 정확히 닮지는 않은 세상 혹은 이 세상과 꼭 같은 세상을 상상하는 일이 당신에게 재미있는지 이야기해야 할 참이었어요. 틀림없어요. 내 장담하는데, 당신이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책을 쓸 테지만 작가가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당신이 아니라 나예요.
- P217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우시는 모습을 보게 될까 봐 집에 들어오지 않으세요. 이건 내 생각이에요. "배가 아프신가 보다." 지난주에 텔레비전방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들리자 아버지가 저한테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배가 아프신 게야."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건 저도 알고, 아버지도 알아요.. (그래서 제가 아버지를 용서하기로 한 거예요. 전 아버지를 사랑하지 않아요. 미워해요. 하지만 전부 다 용서해요.) 되플이해 말하는데, 할아버지는 나쁜 분이 아니에요. 조너선, 누구나 나쁜 짓을 하지요. 저도 해요. 아버지도 하고요. 당신도 그래요. 나쁜 사람은 나쁜 행동을 하고도 슬퍼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할아버지는 지금 자신의 나쁜 행동 때문에 죽어가고 있어요, 우리를 용서해 달라고, 우리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애원할게요. 우리가 착한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 P219

 "할머니는 자제분이 있으세요?" 내가 물었다. 할아버지가 내게 입 다물라는 뜻의표정을 지어 보이셨다. "꼭 대답하지 않아도 돼요."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내키지 않는다면." "어린 딸이 있다우." 이것이 대화의 끝임을 알았다.
- P2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사진 속의 사람들 보신 적 있어요?"
"아니." 할머니는 여전히 사진을 살펴보면서 대답하셨지만, 곁눈질로 볼 뿐이었다.
"이 사진 속의 사람들 보신 적이 있어요?"
"아니." 할머니는 더 큰 소리로 다시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셨다.
"이 사진 속의 사람들 보신 적이 있어요?"
"아니."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아니야." 할머니의 흰 치마로 떨어지는 눈물을 보았다. 그 눈물도 말라붙어 자국만 남겠지.
"이 사진 속의 사람들 보신 적이 있어요?" 질문을 던지면서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끔찍한 인간처럼 느껴졌지만,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아니."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본 적 없다. 다들 낯선 얼굴처럼보이는걸."
나는 최후의 도박을 감행했다.
"이 사진 속의 누구라도 할머니를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이 또 한 방울 떨어졌다.
"당신을 아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차를 가리켰다. "우린 트라킴브로드를 찾고 있어요."
"아" 할머니가 탄식하시더니 강물처럼 눈물을 쏟아 내셨다. "당신이 왔구려. 저예요."
- P17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내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상황의 개별 요소들을 눈앞에 생생히 나열하다 보면 우리는 감정과 바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삶의 역사에 서 있는 위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는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도 변화를 가져옵니다. 내적으로 일어나는 드라마가 개념적으로 투명하고 명확하게 변화하여 삶의 역사를 잘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경험과 의지를 더 이상 덮어두지 않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수 있게 되니까요. 그렇게 되면 새로운 추진력이 발휘될 수 있고,
그 추진력이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의 다른 영역들과 연결되어 우리가 그것을 행위의 새로운 패턴으로 삼을 수 있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경직된 구조를 허물고 새로운 경험과 의지의 형태를 가능하게 만드는 정신적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여기서도 새로운 인식이 기존에 인식된 것에 개입하면서 자기 인식이 자기 결정으로 거듭납니다.
- P52

 자신이 누구인지 표현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뜻입니다. 여기 들어 있는 개념을 설명하자면,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이 별달리 자기 인식을 상실하지 않고도 억제할수 있는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내 표현의 징표들이 삶의 방식과 그 방식 안의 개별성을 인식하게 해주는 소중하고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 P55

타인의 요구를 배려하고 존중하려는 동기, 그리고 그들도 나에게똑같이 하리라는 기대에서 비롯된 도덕적 친밀성에 따라 그들과 살아가는 것은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타인의 욕구로 말미암아 내가 어떤 행위를 하거나 어떤 것을 허용한다는 것이 도덕적관점의 핵심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이런 개념을 전혀 모른다면 사람은 잔인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타인을 나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수단이자 도구로만 보는 것이지요. 타인을 존중하고 그들의 욕구를 배려하려면 그들을 타자로서 인식해야 하고, 그러기위해서는 자신이 누군지 아는 것이 먼저 선행되어야 합니다. 도덕적 존중은 종종 우리 자신에 대한 맹목적 생각 앞에서 좌절되곤합니다. 이것 또한 잔인함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요. 자기 자신이하는 행동의 동기에 대한 이해가 적을수록 잔인함으로 치우칠 위험은 높아집니다. 우리의 시기와 미움, 드러나지 않는 질투심, 비록 겉으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숨겨져 있는 증오 같은 것들을 알지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잔인한 폭력이 많습니다.
- P69

문화적 공간 속에서 우리는 자기 결정, 존엄성, 도덕적 경험 등에 대해 많은 것들을 듣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그들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자기 안의 것들을 스스로도 느낄 수있을 만큼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비록 풍부한 지식은 있을지 몰라도 아직 교양의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입니다. 문화가 가진 종교적 요소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그들과 정면으로 마주보고 내적 입장을 표명한다는 심정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교양을 쌓는다는 것, 그것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 P96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능력과 투명성이 확대될수록 내적 자유도 확대되어 맹목적으로 각인되었던 틀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양과 깨어남의 과정에는 끝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문화적 정체성은 고정되거나 최종적인 것이 아닙니다. 문화적 존재에 있어 특별한 점은 그 자신이 항상 새롭게 화두가 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올바르게 이해된 교양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복잡한 과정입니다.
- P9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