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코르를 노린 첫 번째 살해 시도
1996

1996년 3월 27일, 나의 언니 소냐 홀레이더르와 언니의 남편 코르판 하우트는 유치원에서 아들 리히를 데려왔다. 코르는 차를 되를로거리에 있는 집 앞에 세웠고, 두 사람은 리히가 뒷좌석에서 둘 사이로 몸을 기울이고 가장 좋아하는 노래인 안드레아 보첼리의 <푸니쿨리푸니쿨라>를 따라 부르는 걸 들으며 차에 앉아 웃고 있었다. - P9

우리는 아빠가 엄마와 우리를 대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서로를대했다. 우리 중 누군가가 아빠의 분노를 북돋우면 절대로 동정심을 바라서는 안 된다. 그 사람 때문에 우리까지 함께 비참해지는 거니까.
"네 잘못이야!"
아빠의 행동이 완전히 무작위적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우리는 그렇게 소리를 지르곤 했다. 아빠의 폭력은 우리 가족의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어 우리를 완전히 적셨다. 아빠에게 화를 낸다는 건 선택지에 없었기 때문에 절망적인상황을 서로의 탓으로 돌리고 서로 싸워댔다. 우리는 신경이 날카로운 아이들이었고, 집에서 겪는 계속된 위협 탓에 관용이나 상호 이해같은 걸 베풀 여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공격성과 폭력성이 의사소통전략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다른 방법을 몰랐다.
그래서 폭력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졌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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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하라는 청원이 빗발쳤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2018년 12월 18일, 심신미약을 인정받으면 형을 감경한다‘는 형법 제10조 1항이 ‘감경할 수 있다‘로 드디어 바뀌었다. 단어 하나 차이인 듯 보이지만 이러한 변화는 알코올중독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심신장애 상태를 판단할때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개정 전에 이 조항은 심신미약인 경우 반드시 꼭 형을 감경해야 한다는 의미이지만 개정 후에는 상황에 따라 감경할 수도 있고, 감경하지 않을 수도 있다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대개 자발적 음주에 의한 범죄는 스스로 자초한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책임은 당사자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범죄가 성립하려면 ‘자발적 의지‘와 ‘악의‘가 필수조건이다. 그런 관점에서 자발적 음주를 한 경우, 특히 예전부터 술을 마신 뒤 여러 행동 문제와 법적 문제를 일으켰던 경우, 술을 마셨을 때 문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본인이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또 술을 마신 것이기에 스스로의 의지로 상황을 야기한 것으로 봐야 옳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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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욕망에 굴복해 모든 사람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면 사회가 엉망이 될 것이기 때문에 양심이라는 것이 작동해 스스로를 감시하고 조절한다. 이것을 정신과에서는 초자아(superego)라고 부르는데, 본능을 조절하는 일종의 ‘감시자‘다. 하지만 양심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을 때
‘양심에 구멍이 났다‘라고 말하는데, 실제 사이코패스를 분석할때 ‘초자아 공백 상태(superego lacuna)‘라는 표현을 쓴다. 초자아가 스스로를 감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사회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규칙을 지키려 노력하고 자신의 이익뿐 아니라 타인의 이익도 고려하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사이코패스는 자신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고 사회 규칙이나 타인의 이익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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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법정신의학에서는 ‘정신질환이 범죄를 일으킨 결정적인 원인인지‘, ‘정신질환으로 인해 자기 행동의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에 관한 논란이 많았다. 정신이상 행동을 보일 때 구금보다는 정신과 치료를 하는 것이 반드시 치료받아야 하는 사람을 돕는 일이긴 하지만, 모든 정신이상 행동에 면죄부를 씌워주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민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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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가지 미묘하지만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잠이 지금껏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지적이라는 점이었다. 20세기와 21세기에 했던 가정들과 달리, 잠은 낮에 배운 모든 정보를 전체적으로 무차별적으로 (따라서 너저분하게) 보존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에잠은 기억 증진에 훨씬 더 식별력을 제공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강화하거나 그렇지 않을 정보를 추리고 고를 수 있다. 잠은 초기 학습때 기억 항목들에 붙여졌거나, 아니면 아마도 자는동안 파악했을 의미 있는 꼬리표를 이용하여 이 일을 해낸다. 그 뒤로 낮잠과 온전한 밤잠 양쪽을 대상으로 비슷하게 지적인 수면 의존적 기억 선택이 이루어진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나왔다.
낮잠을 잔 참가자들의 수면 기록을 분석했을 때, 우리는 또 한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프랜시스 크릭의 예측과 반대로, 앞서 학습한 단어들을 죽 훑어서 남길 것과 버릴 것을 나누는 일을 렘수면이 맡고있지 않았다. 기억할 것과 잊을 것을 나누는 데 기여한 쪽은 비렘수면, 특히 가장 빠르게 솟구치는 수면 방추였다. 잠자는 동안 수면 방추가 더 많이 생성된 참가자일수록, 기억할 것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항목의 기억을 강화하고 잊을 것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항목을 적극적으로 제거한 효율이 더 높았다. - P179

나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잠과 성취도의 관계를 조사한 750건이 넘는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사례로 든다. 그중 상당수는 직업 선수와 엘리트 선수를 연구한 것들이다. 밤잠이 여덟 시간 미만일때, 특히 여섯 시간 미만일 때는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몸이 지치는 시간이 10~30퍼센트 더 빨라지고, 호흡량도 상당히 줄어든다.
팔다리를 뻗는 힘과 제자리에서 뛰는 높이도 마찬가지로 줄어들며,근육 강도의 최댓값과 유지 시간도 줄어든다. 게다가 허파가 내뱉을수 있는 공기의 양이 줄어드는 탓도 있고 해서 젖산이 쌓이는 속도가 빨라지고, 혈액 산소포화도가 줄어들고, 혈액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는 등 심혈관, 대사, 호흡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잠을 덜 잔몸에 지장을 준다. 운동할 때 땀을 흘림으로써 몸을 식히는 능력-최고 기량을 발휘하는데 중요하다-도 수면이 부족할때 떨어진다.
그리고 다칠 위험도 있다. 모든 경기에 나서는 운동선수와 그 코치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부상이다. 프로 팀을 운영하는 관리자들도 그 점을 걱정한다. 선수에게 거금을 투자하니 말이다. 부상이라는 맥락에서 볼 때, 잠이야말로 이런 투자 대상에 닥칠 위험을줄여줄 최고의 보험 정책이다. 2014년에 뛰어난 젊은 운동선수들을연구한 한 논문을 보면, 경기 시즌에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 부상 위험을 엄청나게 높인다고 예측함을 알아볼 수 있다(그림 10).
스포츠팀은 최고의 선수에게 엄청난 연봉을 지불하며, 그 인간상품의 재능을 함양하기 위해 의료와 영양 방면으로도 아낌없이 지원을 한다. 하지만 팀이 거의 우선순위에 올리지 않는 요인 하나 때문에 그 선수의 장점이 몇 배나 희석된다. 바로 선수의 잠이다.
경기 전의 수면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는 팀이라고 해도 경기를한 뒤 며칠 동안의 수면도 설령 더하지는 않더라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말하면 놀라곤 한다. 경기 뒤의 잠은 전반적인 염증으로부터 몸이 더 빨리 회복되도록 하고, 근육 수선을 자극하고, 포도당과 글리코겐 형태의 세포 에너지를 다시 채우는 데 도움을 준다. - P189

 이제 우리는 뇌졸중 환자들의 운동 기능이 날이 갈수록 서서히 회복되는 것이 어느정도는 잠이 밤마다 열심히 일하기 때문임을 알고 있다. 뇌졸중이 일어난 뒤, 뇌는 남아 있는 신경 연결을 재구성하기 시작하며, 손상된 영역 주위로 새로운 연결을 형성한다. 이 유연한 재편과 새로운 연결 형성이 운동 기능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 기본 이유다. 지금 우리는 잠이 이 신경 회복 노력을 돕는 한가지 중요한 요소임을 알고있다. 숙면이 계속된다면 운동 기능이 서서히 돌아오리라고 예측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많은 운동 기술을 다시 배울지 여부도 결정된다.‘ 그런 발견이 계속 나오고 있으므로, 뇌손상을 입은 환자들에게 수면을 치료 보조수단으로 쓰는, 아니 더 나아가 앞서 말한 수면 자극법을 적용하는 노력이 더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현재의 의학이 할수 없는 많은 일을 잠은 할수있다. 과학적 증거가 뒷받침하는 한, 우리는 잠이 환자들의 회복을 위해 제시하는 강력한 건강 도구들을 활용해야 한다. - P192

일시적으로 집중력을 상실하는 미세수면microsleep이라는 상태에 빠지는 것이다. 이 상태는 겨우 몇초동안 지속되는데, 이때 눈꺼풀이 일부 또는 완전히 감기게 된다. 대개 하루 수면 시간이 일곱 시간 이내인 만성 부족인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미세 수면 때 우리 뇌는 잠시 바깥 세계와 단절된다. 시각뿐 아니라, 모든 지각 영역이 다 그렇다. 그 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거의 지각하지 못한다. 더욱 문제는 운전대를 돌리거나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야 하는 등 운동기능의 확고한 통제가 일시적으로 멈춘다는것이다. 따라서 운전하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데 10~15초까지 걸릴이유가 없다. 2초면 충분하다. 도로가 굽은 곳에서 시속 50킬로미터로 달리다가 2초 동안 미세 수면에 빠지면, 자동차가 옆 차선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결과가 빚어질 수 있다. 넘어간 곳이 반대편 차선일수도 있다.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릴 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당신이 마지막으로 겪는 미세 수면이 될 수도 있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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