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프랭클린이 미국에서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맬서스는 인구가25년마다 2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인구는 그가 예상한것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맬서스는 좀 더 급진적인 사례를 인용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온건한 쪽을 선택했다. 프랭클린은 15년 만에 인구가 2배로 증가한 마을도 있다고 보고했다! 비록 프랭클린이 제공한 자료에는 식량 공급에 관한 자료는 들어있지 않았지만, 맬서스는 식량 생산이 결코 인구 증가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어렵지 않게 내렸다. 맬서스는 인구가 억제되지 않을 경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할 뿐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기하급수니 산술급수니 하는 말은 무엇을 뜻할까? 기하급수geometrical ratio (또는 등비급수exponential rate)는 어떤 하나의 수에 같은수를 곱해 계속 배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하급수는 계속해서 ㅎ배로 증가한다. 산술급수arithmetic ratio는 어떤 하나의 수에 상수를 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맬서스는 다음과 같은 훌륭한 예를 들었다. 그는 현재 인구가 10억 명이라고 할 경우, 인구는 1, 2, 4, 8, 16, 32, 64, 128, 256의 속도로 증가하는 반면, 식량 생산은 1, 2, 3, 4, 5, 6, 7, 8, 9의 속도로 증가한다고 했다. 이것을 좀 더 쉽게 설명해보자. 10억은 너무 큰 수니 현재 인구가 1명이고, 인구가 25년마다 배로 증가하며, 그리고 처음에 한 사람이 쌀 1가마니씩을 가진다고 가정하자. 맬서스의 계산대로라면, 100년 뒤에 인구는 16배, 200년 뒤에는 256배 증가한다. 반면 식량 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기때문에 100년 뒤에 5가마니, 200년 뒤에는 9가마니 밖에 생산되지 않는다. 즉, 200년 뒤에 인구 256명이 쌀가마니를 나누어 가져야 하는 계산이 나온다. 그리고 또 다시 100년 뒤에 인구는 4,096배로 증가하고, 쌀은13 가마니 밖에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 P111
그 전에 실제로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다음 두 가지 억제 요인이 인구 증가를 저지한다. 하나는 ‘적극적positive‘ 억제이고, 다른 하나는 ‘예방적preventative‘ 억제다. 맬서스에게 적극적 억제는 낙관적인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에게 억제 개념checks은 사망률을 높이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기하급수적인 인구 증가에 따른 위기에서 우리를 ‘구해줄 수 있는 적극적인 힘들 positive forces 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전쟁, 기아, 그리고 역병이다. 흑사병은 이미 도처에서 우리를 구하기 위해 기회가 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유아 사망률은 과잉 인구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킨다. 그리고 기근은 항상 물귀신처럼 우리를 졸졸 따라다닌다. 맬서스는 이렇게 말했다.
기근은 자연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마지막이자 가장 치명적인 수단처럼 보인다. 인구 성장률은 지구상의 인구를 부양하는 데필요한 식량을 생산하는 지력(地力), 즉 생산력을 뛰어넘기 때문에 인류는 어떤 식으로 든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자체적으로 인구를 조절할 수 없는 인류의 결함이 인구를 감소시키는 최적의 수단이 된다. 그것은 인구 감소의 특명을 받은 대규모 학살 부대의 선봉장이며, 자체적으로 이런 무시무시한 임무를 완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다음으로 유행병, 페스트, 그리고 역병 등지원 부대가 맹렬한 속도로 진격해 수천수만의 목숨을 일순간에 앗아간다. 이것으로도 임무가 완수되지 않을 경우, 대규모 기근이 불가피하게 뒤따라 일어나고, 따라서 인구는 단번에 식량 생산량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 P116
출산율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예방적 억제는 적극적 억제에 비해 엄격하지 않고, 따라서 성과도 그렇게 높지 않다. 만약 사람들이 성적 욕구를 억제하고 결혼을 늦춘다면, 결국 그들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것이라고 맬서스는 주장했다. 즉, 맬서스가 보기에 아이를 많이 갖는다는 것은 가족의 생계 수준을 낮추는 것밖에 되기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맬서스는 이것에 별다른 기대를 걸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그 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자신의 책을 읽은 중간 계급과 상류 계급은 자신의 논의를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양 자녀수가 많을수록 빈민구제수당을 더 많이 받는 이때 하층 계급에게 결혼을 늦추라거나 아니면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는 적게 낳거나 늦게 낳으라고어떻게 설득할 수 있단 말인가? 맬서스는 자연의 엄격한 견제에 의해 통제되는 인구 성장이 임금을 최저 생계 수준으로 유지시킬 것이라는 예견했다. 만일 임금이 상승하면, 노동자들은 더 많은 아이를 낳을 것이고 그 결과 식량 부족이 뒤따르면서 생계 수준이 자연적으로 하락할것이다. 물론 임금도 다시 최저 생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는 이 악순환이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P117
피트 수상은 빈민구제법이 오히려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자녀를 갖도록 조장함으로써 인구를 증가시키기 때문에 얼마 안 있어 인구 감소를 위해 ‘예방적 억제책‘을 도입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하층 계급은 재차 황폐화되고 빈민구제법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맬서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사실, 지나가며 하는 말이지만, 하층 계급에게 빈민구제수당을 지급하는 대신 일자리 창출이나 노동 의욕을 고취시켜 자체적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빈민 또는 빈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이상의 내용으로 맬서스를 하층 계급을 멸시하거나 증오하는 사람으로 보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맬서스의 《인구론>은 예방적인 억제가 실패해 적극적인 억제, 즉 전쟁이 일어나고, 기근이 난무하며, 역병이 창궐할 경우 가장 큰 피해와 고통을 입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그들에 대한 온정어린 시선으로 가득하다. 후일 케인스가 주장한 것처럼, 맬서스가 인구 성장에 대해 비관적인 결론을 내린 것은 사실 그의 진리에 대한 사랑과 인류애 때문이다. - P118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그의 예측은 빗나갔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않았다. 산술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던식량 생산 및 공급은 예상과 달리 바닥을 기지도 않았다. 가난한 사람들이 여전히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맬서스가 제시했던 이유 때문은 아니다. 반대로, 맬서스가 관심을 두었던 영국과 유럽대륙에서 사람들은 더 잘 먹고, 더 잘 살고, 더 오래 살았으며, 맬서스자신이 기대했던 것보다 더 높은 ‘도덕적 자제력‘을 보였다. 맬서스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몇 가지 흐름을 놓쳤을 뿐만 아니라 몇가지 분명한 통계학적 실수를 범했다. 사소한 실수이기는 하지만, 맬서스는 벤저민 프랭클린이 제공한 인구통계조사 자료에서 미국의 인구 증가율이 해외에서 유입되는 이민자 수와 본토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수를 구분한 것인지 사전에 확인하지 않았다. 다른 말로, 맬서스는 이 둘을 분명하게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뭉뚱그려 계산함으로써 이미 미국 본토에 정착한 영국의 어머니들이 뉴욕 항을 통해 입국하는 네덜란드계 이민자들의 자식까지 낳고 있는 치명적인 계산상의 실수를 범했다. 자신이 범한 이런 통계학적 실수는 까마득히 모른 채, 프랭클린이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미국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영국 어머니들이 엄청난 속도로 아이들을 낳고 있다고 간주했던 것이다. 아마 그는 영국 어머니들이 다른 일은 하지 않은 채 별다른 고통 없이 평생 아이만 낳는 기계 장치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보다 더 결정적인 실수는 맬서스가 의학의 발전, 농업 혁명, 그리고 산업혁명의 시작을간과했다는 것이다. 이런 실수는 그를 족집게 예언가에서 거짓말쟁이 점쟁이로 추락시켜버렸다. - P125
그렇다면 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 않았을까? 경제학자들은 ‘인구 변천demographic transition‘ (또는 인구학적 추이)에 네 가지 단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첫 번째 단계인 전(前)산업 사회에서는 높은 사망률이 높은 출산율을 상쇄함으로써 인구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했다. 두 번째 단계, 즉 초기 산업 사회에서는 보건 위생의 발전으로 사망률이 감소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출산율이 높아졌으며, 그 결과 인구가 빠르게 증가했다. 맬서스가 바로 이 시기에 인구 자료를 수집했고, 그것을 토대로 인구 변화를 예측했기 때문에 잘못된 예측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도시화와 교육이 출산율을 낮추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했다. 이렇게 사망률도 계속 떨어지고 출산율도 떨어지면서 인구는 완만한 성장 곡선을 그렸다. 마지막으로 사회가 완숙 단계에 이른 네 번째 단계에서는 성공적인 산아제한과 맞벌이 부부의 등장으로 자녀를 많이 두려고 하지 않으면서 인구가 안정된 수준을 유지한다. 마르크스는 역사라는 기차가 굽은길을 돌때마다 모든 지식인들이 차장 밖으로 튕겨져 나간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맬서스는 첫 번째 단계와 두 번째 단계는 직접 목격했지만, 세 번째 단계와 네 번째 단계는 보지 못했다. 그가 그려 놓은 인구 예측 도표에서 수치가 떨어졌을 때, 그는 벌써 기차 밖으로 튕겨져 나온 상태였다. - P127
세 번째, 비관주의자들은 희소자원을 대신할 대체 자원 개발을 고려하지 못했다. 현재 알루미늄, 철강, 플라스틱 등을 제조 생산하는 기업들은 자동차 산업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있다. 즉, 그들은 기존의 철강을 대체할 새로운 소재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1967년에 개봉한 마이크 니콜스 Mike Nichols 감독의 영화〈졸업The Graduate>을 보면, 한 중년의 신사가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는주인공 벤저민 역의 더스틴 호프만Dustin Hoffman에게 ‘플라스틱 산업‘이 투자가치가 있는 유망한 사업이라고 귀띔한다. 실제로 플라스틱 산업은 당시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발전했고, 지금은 일상생활 곳곳에서 플라스틱이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 석기시대가 역사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더 이상 사용할 돌덩이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역으로 인류가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않게 될 경우, 그것을 화석 연료가 고갈되었기 때문이라고 가정할 수는없다. 인류는 지금도 화석 연료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 개발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고 있다. 종말 모델은 기술 개발이 자원의 수요를 앞지를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가정에 기초해 있다. 기술 technology 이 고대 그리스 희극에 자주 등장하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나 할리우드의 서부극에나오는 자주 나오는 기병대(騎兵隊) 같은 것은 아니지만, 이 둘을 깔보거나 업신여길 수는 없다. - P134
원래 이런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은 것은 멕시코 국영방송사인 텔레비사Televisa의 부사장을 역임한 미구엘 사비도Miguel Sabido였다. 사비도는 텔레비전 시리즈가 다양한 사회적이슈들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과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함께 갑시다‘의 뜻을 가진 아콤파넴므Acompéneme>라는 제목의 시리즈에서 피임 문제를 정면으로다룬다. 이 시리즈에는 가난한 한 젊은 부부가 나오는데 성적인 문제로 항상 불화를 겪는다. 아내는 자신을 위해 자식을 셋까지만 낳고 그만 낳고 싶지만, 남편은 별다른 생각이없다. 오히려 생리 주기를 따지며 잠자리에 드는 부인에게 불만이 많다. 이 시리즈는 회를거듭하면서 가족의 규모나 가정 내 여성의 역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시리즈가 방영되고 10년이 지난 뒤에 멕시코의 출산율은 34퍼센트나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후에 이런 식의 노력은 중국, 인도, 브라질,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등으로 널리 보급됐다. - P137
다인종과 다문화로 구성된 미국 같은 사회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던 ‘용광로melting pot‘는 ‘샐러드 그릇salad bowl‘으로 바뀌면서 찬장 한구석으로 처박혀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은 지 오래됐다. 샐러드 그릇이란서로 문화적 통합성을 이루기보다는 각각의 인종 집단이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서로에 대해 동화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을 뜻한다. 같은동족들 사이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는 가르치라는 압력을 받기도 하지만, 중국의 젊은이들조차 그들이 미국 문화에 너무 빠르게 동화되면 서로 ‘바나나banana‘(원래는 미친놈)이란 뜻의 속어지만, 여기에서는 겉은 중국인이지만, 속은 백인처럼 생각한다는 뜻에서)라며 놀려댄다. 경제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문제에 더 많은 우려를 표시한다. 즉,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새롭게 몰려오는 이민자들의 소득수준이, 아일랜드인, 독일인, 이탈리아인, 폴란드인, 그리고 유대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토착민들의 소득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는가, 아니면 그것에 미치기는커녕 공적 부조public assistance에 의존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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