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옴 씨의 벌레
La bère a maître Belhomme

르아브르의 승합마차가 크리크토를 떠나려는 참이었다. 말랑댕이 운영하는 코메르스 호텔 마당 안에서 여행객들이 자기 이름이 불리기를기다렸다.
승합마차는 노란색이었다. 예전에는 바퀴도 노란색이었지만 진흙이쌓여 이제는 거의 잿빛이 되었다. 앞바퀴들은 아주 작았고, 뒷바퀴들은 높고 홀쭉했다. 그 마차에는 짐승의 배처럼 흉하게 부풀어 오른 트렁크가 실려 있었다. 첫눈에 봐도 눈에 띄는, 머리가 커다랗고 무릎이 둥글게 튀어나온 늙은 백마 세 마리가 강철 손잡이에 매인 채 구조와 외양이 괴상한 그 마차를 끌 예정이었다. 말들은 그 괴상한 마차 앞에서 벌써 잠들어 버린 것 같았다. - P618

마드무아젤 페를
Mademoiselle Perle

1
그날 저녁 내가 페를 양을 여왕으로 뽑을 생각을 한 것은 정말이지 희한한 일이었다.
나는 매년 오랜 친구인 샹탈 씨 집에 왕 뽑기 놀이를 하러 간다. 샹탈 씨는 내 아버지의 가장 친한 친구이고, 나는 어릴 때부터 그 집에 드나들었다. 나는 과거에 그 집에 다닌 것처럼 내가 살아 있는 한, 그리고 이 세상에 샹탈 씨라는 사람이 존재하는 한 계속 그 집에 다닐 것이다.
상탈 집안에는 특이한 면이 있었다. 파리에 살지만 그라스, 이브로 혹은 퐁타무송에 사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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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문해 보았다. ‘내가 잘못한 걸까, 잘한 걸까?‘ 그들은 아문 상처 속에 탄알이 남아 있는 것처럼 마음속에 고통을 감추고 살았었다. 그러니 이제 두 사람은 더 행복해진 게 아닐까? 사랑의 고통을 다시 경험하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감동 어린 마음으로 기억해 낼 시간은 아직있는 것이 아닐까?
어느 봄날 저녁 무렵 두 사람이 함께 나무 밑을 지나다가, 그들 발밑에 쏟아지는 달빛에 동요되어 서로 껴안고 손을 맞잡으며 그동안 억눌러 온 잔인한 고통을 생각해 낼지도 모른다. 그 짧은 포옹은 그들이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했을 약간의 전율을 그들의 혈관 속에 전하고, 순식간에 되살아난 민첩하고 숭고한 황홀감을 그들에게 던져 줄 것이다. 그 황홀감은 다른 사람들이 평생을 살아도 맛보지 못할 행복감을 그 연인들에게 안겨 줄 것이다. - P630

산장
L‘auberge 

우호슈바렌바흐 산장은 하얀 산봉우리들을 이어 주는 바위투성이의 헐벗은 협곡과 빙하들 밑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곳은 오트잘프 지방의 모든 목조 숙박시설들과 마찬가지로 젬미 통행로를 따라 여행하는 여행자들의 안식처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 산장은 장 오제 가족이 사는 여섯 달 동안은 문을 열었다. 하지만 작은 골짜기가 눈으로 메워져 로에슈로 가는 내리막길을 이용할 수 없는 시기에는 문을 닫았다. 올해도 그 시기가 오면, 오제 가족은 떠나고 늙은 안내인 가스파르 아리와 젊은 안내인 울리히 쿤지, 그리고 덩치 큰 산악견 샘만 남기로 했다. - P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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