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어떤 위계질서 안에서 사람들이 그 질서를부정하거나 전복하려고 하면, 우리는 행여 거기서 직접적 피해를 입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을 곧바로 알아차리는 경향이 있다. 권위는질서유지와 혼란 방지를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할 수있다. 만일 그렇다고 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이해(利害)를 위헤어느 정도는 이미 형성된 질서를 지탱하고, 나아가 중요한 직위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하는 사람들을 지지하지 않을 수가 없다.
따라서 권위/전복 기반의 통용적 동인으로는, 정당한 권위를 가졌다고 여겨지는 사람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복종·불복종 · 존경·불신·공손함. 반항을 표하는 행위 모두가 포함된다. 또 갖가지 전통.제도·가치 등 사회를 안정시켜주는 것들을 전복하려는 행위 역시 권위/전복 기반의 통용적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권위 기반은 정치에서는 좌파보다 우파에 의해 훨씬 손쉽게 이용될 수 있는 도덕성기반이다. 좌파의 경우 위계질서·불평등· 권력에 맞서는 것을 자신들 본연의 특성으로 삼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 P271

• 배려/피해 기반이 발달하게 된 것은, 무력한 아이들을 돌봐야하는 적응 도전 과제에 임하면서였다. 이 기반 때문에 우리는 고통과 필요의 신호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또 이 기반이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잔혹함을 경멸하는 경향을 보이고, 나아가고통 받는 이들을 돌봐주려는 마음을 갖는다.
• 공평성/부정 기반이 발달하게 된 것은, 협동으로 보상을 얻되착취는 당하지 말아야 하는 적응 도전 과제에 임하면서였다. 이기반 때문에 우리는 누가 협동과 호혜적 이타주의에 훌륭한(흑은 나쁜) 파트너다 싶으면 그 신호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우리가 사기꾼이나 부정행위자와 관계를 끊거나 그에게 벌을 주고 싶어 하는 것도 이 기반 때문이다.
• 충성심/배신 기반이 발달하게 된 것은, 연합을 구성하고 유지해야 하는 적응 도전 과제에 임하면서였다. 이 기반 때문에 우리는누가 훌륭한 팀플레이어인지에(혹은 그렇지 않은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이 기반 때문에 우리는 그런 사람에게는 신뢰와 보상을 주고 싶어 하고, 반대로 나 혹은 우리 집단을 배반하는 사람에게는 위해, 추방, 심지어 살인으로 응징하고 싶어 한다.
• 권위/전복 기반이 발달하게 된 것은, 사회적 위계 서열 내에서인간관계를 잘 구축하여 모종의 이득을 거두어야 하는 적응도전 과제에 임하면서였다. 이 기반 때문에 우리는 서열이나 지위의 표시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며, 타인이 자신의 주어진 지위에 맞게 잘 행동하고 있는지도(혹은 그렇지 않은지도) 민감하게 살핀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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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쟁 이후로 우리 가문의 사업은 역사상 가장 큰 도전 의식을불러일으키는 시기를 마주했다. 클래런스는 극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는 가문의 면화, 담배, 설탕 사업을 처분했다. 가격이 떨어졌다거나 전쟁 때문에 농장이 망가졌다거나 연방 정부가 농장을 압류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그는 아버지의 가르침에 따른 셈이었다. 그 가르침에 따르면, 개인의 이득은 국가의 선과 일체를 이루어야 했다. 그런 다음 클래런스는 자리에서 물러나 자신의 아들, 그러니까 나의 아버지에게 횃불을 넘겨주었다. - P167

나는 사업에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모든 투자에는 수많은 구체적 세부 사항에 대한 심오한 지식이 필요하다. 사업적 모험에 성공하려는 사람은 그 모든 측면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하루아침에 그렇게 되어야 할 때도 있다. 나는 내 진짜 일이 장이 마감된 후에, 산업 관련 기록과 세계의 시사에 관한 자세한 요약문. 최근의기술적 발전에 대한 보고서를 몇 권씩 읽어나가며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늘 해왔다. 나의 학창 시절은 이런 식의 규율된 호기심에 단단한 토대가 되어주었다.
이번 장에서는 교육만큼 높은 배당금을 낳는 투자는 없음을 보여줄 것이다. 나는 지금도 이 기준에 따라 살고 있으며, 나 자신을영원한 학생이라고 여긴다. 또한 밀드레드와 나는 다른 이들도 내가 누렸던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여러 해에 걸쳐 지치지 않고 노력해왔다. - P174

모든 인생은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거나 삐걱거리다 멈추게 하는 소수의 사건을 중심으로 정리된다. 다음번의 강력한 순간이 찾아오기 전까지, 우리는 그런 사건들의 결과로 혜택을 보거나 괴로워하며 그 사건들 사이의 세월을 보낸다. 한 사람의 가치는 자신이 직접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이처럼 결정적인 상황의 수에 따라 정해진다. 늘 성공을 거둘 필요는 없다. 패배에도 위대한 영광이 있을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서사시든 비극이든 결정적인 장면의 주연이어야 한다. - P201

이처럼 고립된 위치가 아버지의 고집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기도하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버지는 인생의 몇 단계에 걸쳐 스스로 주변부로 추방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아버지의 직업이이 점을 매우 선명하게 드러냈다. 아버지는 자기가 가진 기술이 낡은 것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아버지는 새로운 자동화 시스템을 불쾌하다고 여기는 수작업 식자공이었다. 아버지는 인간의손길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라이노타이프를 비롯한 모든 기계가 책장에서 영혼을 몰아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지휘자처럼 두 손을내저으며 모든 행이 작품처럼 구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행이 음악적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구성 compose‘이라는 단어를 쓴게식자를 음악에 비유한 것임을 듣는 사람이 놓칠까봐 어김없이 그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새 기술에는 어떤 재능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글자와 단어를 키보드에 입력하기만 하면 됐다. 아버지는 이런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던 당시에 쉽게 그 기술을 익힐 수 있을 만큼 젊은 나이였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인간이 기계의 기계가 된 상황에 반격할 생각이었으니까.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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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70년대 이래 뇌에 대한 이해가 훨씬 나아진 만큼, 이제우리는 어떤 특징이 인간 안에 내장되거나 보편적이지 않아도 선천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신경학자 게리 마커스(GaryMarcus)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가 자연에서 받은뇌는 이미 상당히 복잡한 상태이지만, 그 안에 이미 다 갖춰져 있어고정불변하다고는 볼 수 없다. 그보다 채 갖춰지지 않아 융통성이 있고 또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 제일 좋다."
마커스는 종전의 내장 설계도를 대신해 한결 나은 비유를 제시한다. 즉, 인간의 뇌는 한 권의 책과 같고, 엄마의 배 속에 있는 동안 유전자가 그 초고를 쓴다는 것이다. 따라서 태어날 당시 책에는 어느장도 완성되어 있지 않으며, 일부는 아예 개요만 대략 정해져 있어서 아동기를 거치며 그 내용을 채워야 한다. 그러나 각 장(성욕. 언어, 음식 취향, 도덕성에 관한 내용이라고 하자)은 또한 완전히 빈 여백은 아니어서 사회가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써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음과 같이 이어지는 마커스의 비유는 내가 이제까지 접한 선천성의 정의 중 제일 훌륭하다.

자연이 초고를 주면, 경험이 그것에 수정을 가한다. •••••• ‘내장‘이라는 말은 변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저 경험 이전에 구조화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 P246

진화론 자체로만 보면 여러분이 우리 아들 맥스나 머나먼 타국에서 굶주리는 아이나 새끼 바다표범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가 전혀 설명되지 않는다. 하지만 진화론에 그런 내용이 없는 까닭은 우리가 현실에서 흘리는 개별적인 눈물을 다윈이 일일이 다 설명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설명해내야 했던 것은 무엇보다 우리에게 눈물샘이 존재하는 이유, 나아가 그 눈물샘이 더러 자신이 고통 받지 않는 때에도 활성화되는 이유였다. 다윈은 각 모듈의 본래적 동인만을 설명해내야 했던 것이다. 통용적 동인은 짧은 시일 안에도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일례로, 폭력에 희생당하는 계층은 우리주위에 항상 있었으나, 우리 조부모 때에만 해도 관심을 받는 계층의 폭이 좁았던 반면 오늘날에는 그 폭이 훨씬 넓어졌다. - P252

 미국을 비롯한 여타 지역에서는 진보주의자의 도덕 매트릭스가 보수주의자에 비해 배려 기반에 의지하는 경향이 훨씬 강한데, 이 운전자는 차량에 스티커를 세 개나 붙여가며 무고한 희생자들을 보호해줄 것을 사람들에게 촉구하고 있다." 이 운전자는 다르푸르의 희생자들과 어떤 연고도 없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는 스티커를 통해 다르푸르 분쟁 및 육식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배려 기반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직관과 연결시키려 하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의 경우에는 동정심과 관련된 범퍼 스티커를 찾아보기 힘든 편이지만, "상이용사" 스티커가 이런 사례에 해당할 수 있다. 이 운전자 역시 사람들에게 배려를 요청하고 있지만, 보수주의자의 배려는 진보주의자의 배려와는 차원이 약간 다르다. 그들의 배려는 동물이나 타국의 국민보다는 집단을 위해 희생한 이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배려는 모든 곳이 아닌 자신이 사는 지역에 더 한정되고, 또 충성심과도 뒤섞이는 경향이 있다. - P254

진화 이론가의 이야기를 들으면 종종 유전자를 ‘이기적‘이라고 말할 때가 많은데, 그 말은 유전자는 오로지 자기 복제에 도움이 될 때만 동물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그러나 도덕성 기원과 관련해 무엇보다 중요한 통찰은, 이 ‘이기적‘ 유전자로부터 관용을 지넌 존재가 만들어져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들은 누구에게나 관용을 보이기보다 상대를 골라서 관용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인간이 왜 친족 집단에 이타주의를 보이는가는 전혀 골치 아플 일 없는문제이다. 그러나 인간이 왜 친족 이외의 집단에까지 이타주의를 보이는가는 진화론적 사고가 전개되는 동안 가장 오래도록 학자들의골치를 썩여온 문제이다." 이 문제가 해결될 돌파구가 마련된 것은 1971년 로버트 트리버스(Robert Trivers)가 호혜적 이타주의 (reciprocalaltruism)라는 이론을 펴내면서였다."
트리버스는 진화를 통해 이타주의자가 만들어질 수 있는 종(種)은 따로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런 종의 개체들은 다른 개체와의 예전 상호작용을 기억할 수 있고, 그 기억에 따라 나중에 자신에게 보답할 가능성이 높은 개체에게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특징이 있었다. 우리 인간이 이런 종에 해당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트리버스가 내놓은 의견에 따르면, 인간은 진화를 통해 일련의 도덕적 감정을 발달시켰고, 그런 감정들을 가지고 되갚기 (tit-for-tat) 게임을 한다. 사람을 처음 만나면 우리는 보통 누구에게든 호의를 보이지만, 그렇게 첫 만남이 지나고부터는 사람을 고르게 되어 있다. 나에게 잘해준 사람과는 힘을 합치고, 나를 이용한 사람은 멀리하는 것이다. - P255

공평성 모듈의 통용적 동인에는 실로 많은 것이 포함될 수 있는데, 이것들은 문화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호혜성 및 부정不正의 역학과 관련이 있다. 좌파의 경우 그들의 공평성 기반은 평등과 사회정의에 대한 관심사에 의해 일부 형성된다. 좌파에서 부유층이나 권력층을 비난하고 나서는 이유도, 그들이 ‘공평하게 내야 할‘ 세금은 내지 않으면서 사회 최하층을 착취하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을 골자로 내세운 것이 최근 일어난 ‘월가 점령 시위 (Occupy Wall Streetmovement)‘로, 2011년 10월 나도 그 현장에 갔었다. (<도표 7-5) 참조). "
한편 우파에서 진행하는 티파티 운동(Tea Party movement : 보스턴 차 사건에서 명칭이 유래된 운동으로 2009년부터 미국의 여러 길거리에서 시작된 보수주의 시위를 말함 옮긴이) 역시 공평성에 관심이 매우 높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눈에는 민주당원들이 ‘사회주의자‘나 다름없다. 열심히 일한 미국인들의 돈을 가져다 게으른 사람(복지 혜택과 실업수당을 받는 이들이 여기에 포함된다)과 불법 이민자(무상 건강보험과 무상교육의 형태로)에게 주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평성에 관심을 가지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공평성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좌파의 공평성은 평등의 의미를 함축할 때가 많은 반면, 우파의 공평성은 비례의 원칙을 의미한다. 즉, 우파에서는 사람들이 자기가 기여한 만큼 그에 따르는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보며, 그로 인해 불가피하게 불평등한 결과가 발생해도 어쩔 수 없다고 여긴다. - P258

충성스러운 팀원이 사람들에게서 큰 사랑을 받는 만큼, 그 반대 존재인 반역자들은 보통 적보다 훨씬 악독한 존재로 여겨져 사람들에게서 엄청난 증오를 받는다. 예를 들어, 《코란》에는 타 집단 사람들(특히 유대교도)의 표리부동함을 경계하는 내용이 가득한데, 그럼에도이 유대교도를 죽이라는 명령은 찾아볼 수 없다. 《코란》에서 유대교도보다 훨씬 나쁘게 보는 것은 바로 배교자, 즉 이슬람 신앙을 배신하거나 아무 이유 없이 버리는 사람이다. 《코란》에서는 이 배교자를이슬람교도가 죽여야 한다고 명령을 내리며, 알라신이 자신의 입으로 직접 배교자를 처단할 것을 약속하기도 한다. "그런 자들은 반드시 지옥 불에 떨어뜨려 바싹 구워버릴 것이다. 몇 번이고 불에 집어넣어 피부가 하나도 안 남도록 타버리면 다시 피부를 돋게 하여 진정한 형벌이 무엇인지 그 맛을 보여줄 것이다. 분명 신은 전능하시고, 또 전지하실지니.25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서도 배반의 죄를저지른 자는 지옥의 가장 밑바닥에 떨어져 가장 무시무시한 고통을겪게 되어 있다. 욕정, 폭식, 폭력, 이단보다도 자신의 가족, 팀, 나라에 대한 배신이 훨씬 더 나쁘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듯 충성심 기반은 사랑과 증오의 감정과 단단히 얽혀 있으니, 그것이 정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좌파 정치인들은 애국주의를 지양하고 세계시민주의를 지향하는 경향이 있어." 충성심 기반을 중시하는 유권자들에게서 표심을 못 얻을 때가 많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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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은 경건하고도 조심스럽게 침대로 다가갔다. 헬렌은 벽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이 가쁘게 약간은 너무 빠르게 오르내렸다. 벤저민은 일부러 타일에 신발을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자기가 왔다는 걸 알리려 했다. 헬렌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적막한 폐허와도 같았다. 무언가 망가지고 버려졌다. 존재가 소진되었다. 그녀의 눈은 벤저민을 보지 않았다. 그저 벤저민이 안쪽의 잔해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벤저민은 허리를 숙이고 그녀의 그을린 이마에 입을 맞춘 뒤 그녀가 무척 용감했다고, 잘해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미소 짓고있는 것이기를 바랐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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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 연구에서 선구자로 손꼽히는 사이먼 배런코언(Simon Baron-Cohen)에 따르면, 사람의 성향 파악에 이용할 수 있는 스펙트럼(차원)에는 사실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바로 공감 능력과 체계화 능력이다. 공감 능력이란 "상대방이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가졌는지 알아내고 나아가 거기에 적절한 감정으로 반응하려는 힘"을 말한다." 만일 여러분이 논픽션보다 픽션을 더 좋아하고, 모르는 사람과도 즐겁게 얘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면, 아마도 여러분은 공감 능력이 평균 이상인 사람일 것이다." 한편 체계화 능력은 "체계 안에 들어 있는 변수를 분석해내려는 힘, 나아가 어떤 체계에서 행동이 나타날 때 그것을 지배하는 숨은 규칙을 분석해내려는 힘"을 말한다. - P223

나는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덕의 목록부터 분석해나가기시작했다. 덕이라는 것은 사회가 만들어낸다. 전사 문화에 사느냐, 농경문화에 사느냐, 혹은 현대의 산업화 문화에 사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배우는 덕은 다르다. 물론 이런 덕들 중에도 겹치는 부분이 늘 나타나기 마련이지만, 그런 경우라도 그 의미를 따져보면 뉘앙스가다르다. 부처• 예수• 마호메트 모두 자비를 이야기했어도, 그것들이다 같은 자비는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호의 · 공평성·충성심 같은 덕목들이 대부분의 문화에 나타나는 양상을 살피다 보면어느새 우리에게는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어쩌면 인간은 (미각수용체와 유사한) 저차원의 사회적 수용체를 누구나 몇 개씩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으로 특정한 사회적 사건을 다른 사건보다 더잘 알아채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를 미각에 비유해 설명하면 이렇다. 대부분 문화에는 그곳의 구성원들이 많이 마시는 단맛 음료가 한 가지 이상은 있다. 이런 음료는 보통 그 지방의 토종 과일로 만들어지는데, 산업화 국가의 경우설탕에 몇 가지 향을 섞으면 끝이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낸 망고주스, 사과 주스, 코카콜라, 환타 같은 음료에 저마다 수용체가 따로있다고 가정한다면 그건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때 작용하는 주된 수용체는 한 가지 (단맛 수용체)이고, 그것을 자극하기 위해각 문화에서 다양한 방법을 발명해낸 것이라고 생각해야 옳다." 이 대목에서 혹시 인류학자들은 에스키모에게는 그런 단맛 음료가 없다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에스키모에게 단맛 수용체가 없다는 뜻은 되지 않는다. 그저 에스키모는 최근까지만 해도 과일을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요리에서 단맛 수용체를 거의 활용하지 않은 것뿐이다. 한편 영장류 동물학자들은 침팬지와 보노보 역시과일을 무엇보다 좋아하고, 또 코카콜라를 한 모금 마시려고 실험실 과제를 열심히 수행한다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맛수용체가 선천적으로 존재한다는 주장에 한층 힘을 실어줄 뿐이다. - P232

진화한 인지 모듈은, 예를 들어 뱀 감지 장치나 얼굴 인식 ••••••그종種의 조상 대에 역경 혹은 기회를 동반했던 일련의 현상에 대한 적응이다. 이 인지 모듈은 주어지는 유형의 자극이나 입력값, 예를 들면 뱀 혹은얼굴에 대한 정보를 처리한다.

이것이야말로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들어 있을 도덕적 ‘미각 수용체‘의 모습을 완벽하게 설명해주었다. 사회생활 속에서 오랜 시간 위협과 기회를 접하며 거기에 적응한 결과가 아마 도덕적 미각수용체일 것이었다. 이것들로 인해 사람들은 특정 종류의 사건(잔혹한 행동이나 무례한 행동)에 관심을 돌리게 되고, 나아가 그것들이 순간의 직관적 반응, 어쩌면 특정 종류의 감정(동정심이나 분노)까지 일으키는 것일 터였다.
이런 접근법은 우리가 문화적 학습과 문화적 다양성을 설명하는데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스페르베와 허슈펠드에 따르면, 모들을 자극하는 동인은 본래적(original) 동인과 통용적(current) 동인 두가지이다. 본래적 동인은 모듈이 설계될 당시의 목표물을 가리킨다(즉, 뱀 감지 모듈의 경우 뱀의 전체 집합이 본래적 동인이다). 한편 통용적동인은 우연하게라도 모듈을 자극하게 되는 이 세상 모든 사물을 말한다(따라서 실제 뱀을 비롯해 장난감 뱀, 구부러진 막대기, 두꺼운 밧줄 등 잔디에 서 눈에 띄면 우리를 놀랠 수 있는 모든 사물이 여기에 속한다). 모듈은 실수 없이 정확하지는 않아서, 다른 동물이 실수하는 점을 이용해 속임수를 발달시키는 동물도 많다. 예를 들면, 꽃등에라는 곤충은 몸통에 노란색과 검은색의 줄무늬를 발달시켰는데, 이 때문에 언뜻 보면 말벌과 비슷하다. 그래서 말벌 피하기 모듈이 있는 일부 새들은 꽃등에는 피하고 잘 잡아먹지 않는다.
이렇게 어떤 모듈을 자극하는 통용적 동인은 문화에 따라 줄어들기도 하고 늘어나기도 하는데, 그 사실을 알면 도덕성이 왜 문화에따라 차이가 나는지도 일부 설명된다. 예를 들면, 지난 50년간 서구사회 사람들은 동물들이 갖가지 고통을 당할 때 동정심을 느끼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진 반면, 성적 행위에 대해서는 구토감을 덜 느끼는 경향을 갖게 되었다. 이런 통용적 동인은 단 30년 만에도 변화를 보일 수 있다. 물론 유전자 진화를 통해 모듈의 설계 자체가 바뀌어 그 본래적 동인까지 바뀌는 데는 수많은 세월이 흘러야겠지만말이다. - P235

• 도덕성은 여러 가지 면에서 미각과 비슷하다(일찍이 홈과 맹자도 그런 비유를 한 바 있다).
• 의무론과 공리주의는 ‘한 가지 수용체‘를 지닌 도덕으로, 이것이 무엇보다 강력히 와 닿는 사람들은 체계화 능력은 높고 공감능력은 낮을 가능성이 크다.
•도덕에 대한 흄의 접근법은 다원주의적이고 감성주의적이고 자연주의적인 것으로, 현대 도덕심리학에는 공리주의나 의무론보다 이런 접근법이 더 훌륭한 지침이 될 수 있다. 흄의 구상을 복원하려는 첫걸음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른 마음이 지니고있는 다섯 가지 미각 수용체부터 찾아내는 것이다.
• 우리는 모듈성 개념을 통해 선천적 수용체에 대한 사고를 전개할 수 있다. 더불어 이 선천적 수용체가 일으키는 초기의 다양한 인식, 그리고 그것이 문화 속에서 다양하게 발전하는 양상도 살펴볼 수 있다.
• 바른 마음의 미각 수용체가 될 좋은 후보로는 배려, 공평성, 충성심, 권위, 고귀함의 다섯 가지가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론이 별로 값어치가 없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하나쯤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발전이 일어나는 순간은그런 이론들이 경험적 증거를 통해 검증되고, 뒷받침되고, 수정될 때이며, 특히 그 이론이 쓸모 있다고 판명이 날 경우 발전은 더욱 의미있어진다. 이를테면 같은 나라 사람들이 양편으로 갈려 서로 다른도덕 세계에 사는 것처럼 상대편을 보다가 어떤 이론을 통해 서로를이해하게 되었다면, 그 이론은 꽤 쓸모 있다고 할 수 있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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