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은 경건하고도 조심스럽게 침대로 다가갔다. 헬렌은 벽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이 가쁘게 약간은 너무 빠르게 오르내렸다. 벤저민은 일부러 타일에 신발을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자기가 왔다는 걸 알리려 했다. 헬렌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적막한 폐허와도 같았다. 무언가 망가지고 버려졌다. 존재가 소진되었다. 그녀의 눈은 벤저민을 보지 않았다. 그저 벤저민이 안쪽의 잔해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벤저민은 허리를 숙이고 그녀의 그을린 이마에 입을 맞춘 뒤 그녀가 무척 용감했다고, 잘해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미소 짓고있는 것이기를 바랐다. - P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