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 연구에서 선구자로 손꼽히는 사이먼 배런코언(Simon Baron-Cohen)에 따르면, 사람의 성향 파악에 이용할 수 있는 스펙트럼(차원)에는 사실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바로 공감 능력과 체계화 능력이다. 공감 능력이란 "상대방이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가졌는지 알아내고 나아가 거기에 적절한 감정으로 반응하려는 힘"을 말한다." 만일 여러분이 논픽션보다 픽션을 더 좋아하고, 모르는 사람과도 즐겁게 얘기를 나누는 경우가 많다면, 아마도 여러분은 공감 능력이 평균 이상인 사람일 것이다." 한편 체계화 능력은 "체계 안에 들어 있는 변수를 분석해내려는 힘, 나아가 어떤 체계에서 행동이 나타날 때 그것을 지배하는 숨은 규칙을 분석해내려는 힘"을 말한다. - P223
나는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다양한 덕의 목록부터 분석해나가기시작했다. 덕이라는 것은 사회가 만들어낸다. 전사 문화에 사느냐, 농경문화에 사느냐, 혹은 현대의 산업화 문화에 사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배우는 덕은 다르다. 물론 이런 덕들 중에도 겹치는 부분이 늘 나타나기 마련이지만, 그런 경우라도 그 의미를 따져보면 뉘앙스가다르다. 부처• 예수• 마호메트 모두 자비를 이야기했어도, 그것들이다 같은 자비는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호의 · 공평성·충성심 같은 덕목들이 대부분의 문화에 나타나는 양상을 살피다 보면어느새 우리에게는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어쩌면 인간은 (미각수용체와 유사한) 저차원의 사회적 수용체를 누구나 몇 개씩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으로 특정한 사회적 사건을 다른 사건보다 더잘 알아채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를 미각에 비유해 설명하면 이렇다. 대부분 문화에는 그곳의 구성원들이 많이 마시는 단맛 음료가 한 가지 이상은 있다. 이런 음료는 보통 그 지방의 토종 과일로 만들어지는데, 산업화 국가의 경우설탕에 몇 가지 향을 섞으면 끝이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낸 망고주스, 사과 주스, 코카콜라, 환타 같은 음료에 저마다 수용체가 따로있다고 가정한다면 그건 터무니없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때 작용하는 주된 수용체는 한 가지 (단맛 수용체)이고, 그것을 자극하기 위해각 문화에서 다양한 방법을 발명해낸 것이라고 생각해야 옳다." 이 대목에서 혹시 인류학자들은 에스키모에게는 그런 단맛 음료가 없다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에스키모에게 단맛 수용체가 없다는 뜻은 되지 않는다. 그저 에스키모는 최근까지만 해도 과일을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요리에서 단맛 수용체를 거의 활용하지 않은 것뿐이다. 한편 영장류 동물학자들은 침팬지와 보노보 역시과일을 무엇보다 좋아하고, 또 코카콜라를 한 모금 마시려고 실험실 과제를 열심히 수행한다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맛수용체가 선천적으로 존재한다는 주장에 한층 힘을 실어줄 뿐이다. - P232
진화한 인지 모듈은, 예를 들어 뱀 감지 장치나 얼굴 인식 ••••••그종種의 조상 대에 역경 혹은 기회를 동반했던 일련의 현상에 대한 적응이다. 이 인지 모듈은 주어지는 유형의 자극이나 입력값, 예를 들면 뱀 혹은얼굴에 대한 정보를 처리한다.
이것이야말로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들어 있을 도덕적 ‘미각 수용체‘의 모습을 완벽하게 설명해주었다. 사회생활 속에서 오랜 시간 위협과 기회를 접하며 거기에 적응한 결과가 아마 도덕적 미각수용체일 것이었다. 이것들로 인해 사람들은 특정 종류의 사건(잔혹한 행동이나 무례한 행동)에 관심을 돌리게 되고, 나아가 그것들이 순간의 직관적 반응, 어쩌면 특정 종류의 감정(동정심이나 분노)까지 일으키는 것일 터였다. 이런 접근법은 우리가 문화적 학습과 문화적 다양성을 설명하는데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스페르베와 허슈펠드에 따르면, 모들을 자극하는 동인은 본래적(original) 동인과 통용적(current) 동인 두가지이다. 본래적 동인은 모듈이 설계될 당시의 목표물을 가리킨다(즉, 뱀 감지 모듈의 경우 뱀의 전체 집합이 본래적 동인이다). 한편 통용적동인은 우연하게라도 모듈을 자극하게 되는 이 세상 모든 사물을 말한다(따라서 실제 뱀을 비롯해 장난감 뱀, 구부러진 막대기, 두꺼운 밧줄 등 잔디에 서 눈에 띄면 우리를 놀랠 수 있는 모든 사물이 여기에 속한다). 모듈은 실수 없이 정확하지는 않아서, 다른 동물이 실수하는 점을 이용해 속임수를 발달시키는 동물도 많다. 예를 들면, 꽃등에라는 곤충은 몸통에 노란색과 검은색의 줄무늬를 발달시켰는데, 이 때문에 언뜻 보면 말벌과 비슷하다. 그래서 말벌 피하기 모듈이 있는 일부 새들은 꽃등에는 피하고 잘 잡아먹지 않는다. 이렇게 어떤 모듈을 자극하는 통용적 동인은 문화에 따라 줄어들기도 하고 늘어나기도 하는데, 그 사실을 알면 도덕성이 왜 문화에따라 차이가 나는지도 일부 설명된다. 예를 들면, 지난 50년간 서구사회 사람들은 동물들이 갖가지 고통을 당할 때 동정심을 느끼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진 반면, 성적 행위에 대해서는 구토감을 덜 느끼는 경향을 갖게 되었다. 이런 통용적 동인은 단 30년 만에도 변화를 보일 수 있다. 물론 유전자 진화를 통해 모듈의 설계 자체가 바뀌어 그 본래적 동인까지 바뀌는 데는 수많은 세월이 흘러야겠지만말이다. - P235
• 도덕성은 여러 가지 면에서 미각과 비슷하다(일찍이 홈과 맹자도 그런 비유를 한 바 있다). • 의무론과 공리주의는 ‘한 가지 수용체‘를 지닌 도덕으로, 이것이 무엇보다 강력히 와 닿는 사람들은 체계화 능력은 높고 공감능력은 낮을 가능성이 크다. •도덕에 대한 흄의 접근법은 다원주의적이고 감성주의적이고 자연주의적인 것으로, 현대 도덕심리학에는 공리주의나 의무론보다 이런 접근법이 더 훌륭한 지침이 될 수 있다. 흄의 구상을 복원하려는 첫걸음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른 마음이 지니고있는 다섯 가지 미각 수용체부터 찾아내는 것이다. • 우리는 모듈성 개념을 통해 선천적 수용체에 대한 사고를 전개할 수 있다. 더불어 이 선천적 수용체가 일으키는 초기의 다양한 인식, 그리고 그것이 문화 속에서 다양하게 발전하는 양상도 살펴볼 수 있다. • 바른 마음의 미각 수용체가 될 좋은 후보로는 배려, 공평성, 충성심, 권위, 고귀함의 다섯 가지가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론이 별로 값어치가 없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하나쯤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발전이 일어나는 순간은그런 이론들이 경험적 증거를 통해 검증되고, 뒷받침되고, 수정될 때이며, 특히 그 이론이 쓸모 있다고 판명이 날 경우 발전은 더욱 의미있어진다. 이를테면 같은 나라 사람들이 양편으로 갈려 서로 다른도덕 세계에 사는 것처럼 상대편을 보다가 어떤 이론을 통해 서로를이해하게 되었다면, 그 이론은 꽤 쓸모 있다고 할 수 있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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