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독이 되는 탄수화물 - 스웨덴 국민의 23%가 실천하는 당질제한식의 모든 것!, 개정판
에베 고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너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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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알고 있는 나쁜 음식은 삼겹살, 튀긴 음식, 버터 같은 고지방 음식이다.

좋아하는 빵, 케잌류도 당기는 대로 먹지는 않는다. 대신 고구마, 밤, 호박 같은 건강한 간식을 택한다.

그리고 소식을 위해서 견과류가 많이 들어간 플레이크도 자주 먹는다. 나름 나쁜 음식은 적게 먹고 과식은 피한다. 하지만 이 책<내 몸에 독이 되는 탄수화물>을 읽고 내 식단이 완전히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식사를 통해 섭취해야 하는 당질(탄수화물)의 최소 필요량은? '0'

당질은 인체에 필수영양소가 아니다.

책은 당질 과다의 심각한 위험성을 밝히고 있다.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 정신질환, 당뇨병. 이 모든 질병의 주요 원인은 바로 당질 과다 섭취라고 저자는 확신한다.

탄수화물을 과다 섭취하면 혈당치가 오르고 높은 인슐린 상태가 되며 이는 만병의 근원입니다.

당질을 제한하면 혈당치가 안정되고 혈액순환이 좋아지며 인슐린 분비가 억제되어 대사가 안정됩니다. 이러한 당질제한식은 현대인을 괴롭히는 갖가지 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습니다.

당질제한식은 단순히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고치기 힘든 환자들만을 위한 식이요법이 아닙니다.

p.222

아직 질병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 없다. "지나친 당질은 모든 사람에게 위험하다."

위에 질병만으로도 충격적인데 혈액순환, 노화, 역류성 식도염, 알레르기, 알츠하이머 등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질병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다.

얼마 전 '저탄고지'에 관한 방송을 봤을 때보다 더 놀랍다. 그리고 고맙다. 이제라도 알고 줄여나갈 수 있어서.

지방질은 많이 먹어도 암에 걸릴 위험은 크지 않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당질을 많이 먹으면 암에 걸릴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단백질로 암이 생길 위험은 지방질과 당질의 중간 정도입니다.

p.24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치료법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당질제한식'이다.

저자는 탄수화물(당질)을 효과적으로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질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단언한다.

당질제한식은 쌀, 밀, 감자 등에 많이 함유된 당질을 가능한 한 섭취하지 않는 식이요법이다.

쉽게 말해 밥, 빵, 면류 등의 주식 대신 단백질과 지방직을 많이 포함한 부식을 충분히 먹는 식사다.

저자는 당질이 많은 일부 식품을 기억해 두었다가 그 식품만 피하면 되므로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겐 너무 어렵다! 거의 모든 식사를 탄수화물과 적당한 단백질로 해왔는데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하다.

가능한 한 주식을 줄이고 감자, 고구마 같은 전분류와 설탕처럼 당질이 많은 식품을 되도록이면 피해야 합니다. 육류와 생선은 마음껏 먹어도 됩니다. 볶거나 튀긴 음식도 괜찮습니다. 극단적인 과식만 아니라면 실컷 먹어도 좋습니다.

p.201

부록으로 식품별 당질의 양과 먹어도 좋은 식품, 피해야 할 식품들도 정리되어 있다.

주식을 먹더라도 가급적 현미나 통밀가루 혹은 도정을 거치지 않는 메밀 같은 곡류를 선택하고 가급적 저녁에 주식을 먹지 말라고 권한다. 밤 시간대에는 포도당을 소비하는 운동이 적고 잠자리에 들면 상승한 혈당치를 떨어뜨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식후 30분 산책도 고혈당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고 한다.

아직은 막막하지만 이제라도 탄수화물이 '독'인줄 알게됐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건강해질 수 있고, 예뻐질 수 있고 오래 살 수 있는데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물론 한 번에 식생활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하나씩 바꿔 나간다는 각오로 긴 호흡으로 시작해보자.

잘 찾아보면 내게 맞는 당질제한식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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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그림 책 한 권 퇴근 후 시리즈 3
윤정선 지음 / 리얼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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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들숨과 날숨에 천천히 집중하다 보면,

평소 자신이 숨을 빠르고도 얕게 쉬고 있었다는 걸 발견하게 되지요.

그래서 마음이 불안할 때, 눈을 감고 의식적으로 천천히 숨을 쉬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다시 힘을 찾아가는 느낌이 듭니다.

생각하고 느끼는 속도를 늦출수록 나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마도 그것은 삶의 중심을 다시 단단하게 잡아가는 일이겠지요. p.125


'어른이에게도 때때로 그림책이 필요하다.'

심오한 주제도 좋고 밀도 높은 지식이 가득한 책도 좋지만 마음을 말랑말랑해주는 책이 끌리는 때가 있다.

특히 생각이 많아질 때, 무수한 감정들에 휘둘릴 때 따뜻한 글과 그림은 나에게 위로와 치유를 선사해준다.

짧은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이 책<퇴근 후 그림책 한 권>은 '내 안의 나'를 만나 좋은 친구로 지낼 수 있게 이끌어주는 책이다. 그리고 오랫동안 패턴화된 감정 습관들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14권의 그림책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고민해보고, 마음이 안녕한지 들여다보며, 내 나름대로의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정으로 잊어버린 나를 찾는 방법, 다치고 지친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 행복을 찾는 방법을 차례로 안내한다.

상처받기 싫어 묻어둔 감정들은 무의식에 고스란히 살아남아 비슷한 상황이 오면 되살아납니다.

그래서 바닥까지 가라앉은 감정들은, 종종 내 안의 근원적인 상처를 들여다보라고 말해주는 신호입니다. 우울은 내가 들여다보지 않았던, 어두운 감정들의 비명이니까요.

그리고 그 비명은 이제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이제는 자신을 위로해주라고 말하는 소리입니다.

p.60

"바라보는 것에는 힘이 있다."

우울을 주제로 소개한 <빨간나무>는 환상통을 앓고 있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 깊은 우울에 빠져 외로워하지만 언제나 빨간 나무는 아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났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과 거리를 두는 것은, 깨어있는 마음으로 내 마음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래야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된다.

"내가 날 바라볼 수 있을 때 마침내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게 된다."

빨간 나무는 내 안에서 항상 나를 바라보고 있다. 책을 통해 나를 진정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 자신'임을 상기시킨다.

우리가 그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스스로에게 힘을 줄 수 있다. 그래서 힘들 때마다 내 안의 감정, 내 안의 나를 위로해줘야 한다. '이제까지 많이 힘들었겠다고, 여기까지 온 것만도 대단하다고.'

세상의 속도에 떠밀리지 않고, 생기와 열정을 간직할 수 있는 비밀은 삶의 경이를 지속시키는 능력에 있다고 믿습니다. 어린 시절 하찮은 사금 파리 조각에도 빛을 발견했던 눈을 잃어버리지 않는.

이는 곧 삶을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방법이기도 하겠죠?

p.144

"치유는 마음을 들여다보며, 스스로와 나누는 대화다"

그림책들을 소개받을 수 있다는 점 만으로도 매력적인데 책을 읽어나갈수록 저자의 공감과 치유의 글들에 빠져들었다. 저자의 문장들은 하나 하나에 단정하게 진심을 담아내어 나 나름의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치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조용히 내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감정을 발견하고 공감해주는 것. 그것이 치유다. 다른 것에서 찾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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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부터는 인생관을 바꿔야 산다 - 이제 자존심, 꿈, 사람은 버리고 오직 나를 위해서만! 50의 서재 1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 센시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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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이란 그 사람이 살아온 역사, 인생 그 자체다.

'나는 어떤 사람이다'라고 확실히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면

50세의 위기가 찾아와도 흔들리지 않는다. p.99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았던 40. 멋모르고 맞이해서였을까 진저리 나게 힘들었다.

이제 조금 안정을 찾나 싶어 고개를 드니 50이 저만치에서 오고 있다.

또다시 허우적 대지 않으려면 겁내고 두려워하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맞이할 수 있도록.

사이토 다카시의 신작인 이 책은 폭탄 터지듯 위기가 한꺼번에 찾아오는 50대를 준비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실질적인 조언을 담아냈다.

1장에서는 50이 되었을 때 마주하는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

2장에서는 저자가 겪었던 어려움을 되돌아보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털어놓는다.

3장에서는 50이라는 나이가 인생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어떤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지

4장에서는 인생의 후반을 충실하게 보낼 방법을,

5장에서는 절대 피해 갈 수 없는, 이별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50! 인생관을 확 바꿀때가 왔다"


중년이 되고 한 해 한 해 많은 것들이 달라지고 있다. 잠도 자주 설치고 눈도 침침하고 인간관계도 점점 줄어

든다. 좋은 점도 있다. 특히 질투심이 그렇다. 경쟁이라는 단어가 예전만큼 크게 와닿지 않는다.

경쟁을 내려놓으면 확실히 마음이 편해진다. 물론 발전하려는 마음은 필요하지만 그것은 '어제의 나보다'이니 한결 마음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 저자는 시샘하고 부정적인 마음의 싹을 잘라내려면 남을 칭찬하라고 그러면 남아있는 질투심마저 사라질 거라고 조언한다.

이제 많은 부분에서 힘을 빼고 내려놓아야 한다. 예전같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시간의 치유력에 의지하자"

어릴 때 어른들을 보면 높은 산처럼 크고 강해보였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보니 그렇지가 않다. 더 작아지고 약해지는 것만 같다. 우울, 불안한 마음들 그리고 마음의 상처들.. 회복이 쉽지 않다.

책에 따르면 이럴 때는 '시간의 치유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일정을 최대한 촘촘하게 짜는 방법이다.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나면, 그전에 일어난 일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이 흐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 감정의 큰 파도가 지나갔기에 그 이전의 일이 멀게 느껴지고 현실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전에 한 가지 따져봐야 할 게 있다. "내 일인지, 남 일인지"

나처럼 예민한 사람은 쉽게 타인의 문제에 공감하고 마치 내 일인 양 힘들어한다. 특히 부모의 문제에서 분리되지 못한다. 저자는 아들러의 말을 인용한다. "그것은 그 사람의 과제이지, 나 자신의 과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겐 도움 되는 말이다. 실제로 이렇게 선을 그어 마음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나씩 사고를 바꿔 나가는거다!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저자는 인생 후반전에는 '이것만 있으면 사는 데 별 문제 없다", "다른 것은 아무것도 필요치 않다" 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만의 '모티브'를 찾아서 거기에 마음을 쏟아부으면 지루함은 사라지고 사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수석과 독서에서 즐거움을 찾았다.

나도 요즘 책 읽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무엇보다 하루가 지루할 틈이 없다. 쓸데없는 생각 속에 사로잡혀 있지 않아서도 좋다. 좀 더 다양한 세계도 추구해보고 싶다.

"이제 자존심, 꿈, 사람은 버리고 오직 나를 위해서만!"

"아름다운 인생은 계속된다!"

저자의 현실적이고 솔직한 조언에 살짝 당황하기도 공감하기도 하며 책을 읽었다.

50. 분명 변화와 위기가 찾아오겠지만 잘 헤쳐 나갈 수 있다. 힘 빼고 가볍게 받아들이면 된다. 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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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미술관 - 그림으로 보는 8가지 사회문제
이만열(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고산 지음 / 앤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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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그림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요량으로 선택한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꺼내놓는다.

책은 지금 우리 사회가 여전히 공방하는 사회적 논쟁의 핵심을 꿰뚫는다.

사회문제와 연결 짓는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날카롭고 깊은 지식과 논조가 숨어 있을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기대 이상이다.

책은 8가지 사회 문제(차별, 혐오, 불평등, 위선, 중독, 탐욕, 반지성, 환경오염)에 대해 그림과 연결해 설명한다. 비평적 논조가 담겨 있어 딱딱할 거라 예상했지만 아니다. 재미있고 술술 읽힌다.

처음 등장하는 '메두사'에 대한 이야기부터 흥미롭다.

머리칼이 뱀으로 변한 신화 속 괴물 메두사. 하지만 원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반해 결국 그의 연인이 되고, 어느 날 아테나의 신전에서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본 아테나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뱀으로 만들어버리고 외딴섬에 가두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페르세우스도 등장한다. 메두사의 목을 베어 오라는 임무를 맞고, 메두사는 두 신들과의 관계 속에서 처참한 죽음을 맞는다.

저자는 이 신화에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다른 신화에 따르면 그녀는 포세이돈에 성폭행을 당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두 경우 다 포세이돈에게는 어떤 벌도 내려지지 않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피해자인 메두사에게 남성의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이른바 '꽃뱀 프레임'을 씌운 것이다. 아니면 '피해자 다움'이 없으니 '암묵적 동의'라고도 한다. 이는 분명 '동의'가 아니다. 저자는 이런 상황들 모두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함이라 말한다.

지금 우리 사회와 다르지 않다. 미투 운동에서 보면 가해자들은 자신의 부도덕함을 고백하지 않고 오히려 '술 때문에', '자신을 좋아하는 것 같아서'등의 변명만 늘어놓는다. 괴물은 메두사가 아닌 가해자여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전히 피해 여성들은 메두사가 되고, 꽃뱀이 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혐오'받지 않는 대상이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편견은 혐오를 부르고 SNS, 미디어는 그 혐오를 확산시킨다.

P.62

책은 그림을 통해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고 질문하고, 고민하고, 답을 찾아보도록 이끈다.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보면서 나이 드는 모습을 거부하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묻고, 틴토레토의 그림 <수산나와 원로들>을 통해 몰래카메라 범죄를 환기하고 비판한다. 그리고 눈, 코, 입이 명확하지 않은 오노레 도미에의 그림을 보며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를 떠올린다.

초상화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유전병으로 주걱턱을 가졌던 합스부르크 가문을 통해 위선과 거짓으로 뭉친 사회를 비판한다.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김밥과 피자를 먹는 폭식 투쟁을 돌이켜 보면서 빈센트 반 고흐의 <감자를 먹는 사람들>을 보자고 말한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통해 젊음과 아름다움의 유한성을 들여다보고, 마네의 <올랭피아>로 위선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인 목격자로 자신을 찾도록 만든다.

우리는 냉장고 뒤에서 나오는 바퀴벌레를 밟아 죽일 수는 있다.

하지만 냉장고 뒤의 썩은 음식물을 치우지 않는 한 바퀴벌레는 계속 나온다.

우리가 진정 이 세상이 바뀌기를 원한다면 이 사회의 부패에 맞서 싸우는 것 못지않게

그 근본적인 원인의 제거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진짜 이 세상을 구하는 길이다.

/ 피터 조셉 <시대정신>

"얼마나 진실과 대면할 수 있을까?"

세상이 혼란스럽다. 저속한 물질주의, 편견, 부도덕한 권위, 붕괴된 지성.. 이를 바꾸려면 진실을 들여다볼 눈이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당연시 여기는 세상 속에서 중심을 잡고 균형감각을 익혀 실체적 진실과 진정한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이기심과 합리화라는 욕망 때문에 진실은 언제든 왜곡될 수 있다. 늘 스스로를 의심해봐야 하는 이유다.

책의 끝부분에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가 전하는 말이 있다.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태어난다!"

우리가 현실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일상처럼 비극을 받아들이면서 무기력해질수록 괴물은 더 크게 자란다는 말이다. 이렇게 고야는 현실에 체념하는 태도가 가져올 비극을 알리고 있다. 그 해답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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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람들 - Novel Engine POP
무레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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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레 요코의 글을 좋아한다.

'카모메 식당', '그렇게 중년이 된다',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삶을 바라보는 그녀의 담담한 시선이 담긴 글들에는 치유의 능력이 숨어 있다. 복잡했던 생각들이 사라지고 여유를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이번 신작<이웃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웃사람들과 주인공 마사미의 가족 이야기를 소소하게 담아낸 연작 단편집이다. 일본판 '응답하라 1988'라고 해도 좋을 만큼 평범한 듯 별난 이웃들 모습 그대로다.

동네 정보통 야마카와 씨, 밉상 긴지로, 사각 얼굴인 동네 친구 오사무, 새하얀 얼굴 센다 씨,

인도인 이웃 쿠마루 씨 가족, 이상한 신을 모시는 쎄토 씨, 그리고 동네의 멋진 센도 씨 부부 ..

'정말 왜 저래?'싶다가도 '그럴 수 있지'하며 공감하게 되는, 읽다 보면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부모가 내는 일상의 짜증 나는 소리가 싫어 집을 나가야겠다고 결심하던 주인공 마사미는

어쩌다 보니 마흔이 되어서도 계속 본가에 눌러 살고 있다.

마사미 가족을 보면 우리 집을 보는 것 같다. 부모에 대한 푸념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어 전부 자신 안에서 처리하는 마사미, 특별히 사이가 좋다고는 생각되지는 않는 부모님들이지만 그렇다고 폭언이나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고, 아버지와는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않고 살아왔지만 마음속으로는 밉지 않은. 늘 불만을 토로하지만 할 일은 다 해내는 엄마.

마사미는 어떻게든 가족과 떨어져 살고 싶어 하면서도 그 속에서 투닥거리며 잘 살아간다. 나처럼.

이웃 사람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특히 새하얀 얼굴 센다 씨가 그렇다.

센다 씨는 엄마들보다 열두 살 정도 많고, 혼자 살고 있다. 반상회 모임이나 경조사에도 일절 참여하지 않아서

이웃 사람들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모른다. 전통 인형 같은 단발머리에 진한 화장을 한, 마치 가면 같은 얼굴을 한 사람이란 것 밖엔. 동네엔 이런저런 이야기들만 무성하다. 의심이 많아 재산을 뺏길까 거리를 둔다고도 하지만 그녀의 속내는 알 길이 없다.

센다 씨는 사회적인 연결 고리가 하나도 없다.

엄마도 말했지만 그 새하얀 화장도, 달리 할 게 없어서 자신의 얼굴에 열심히 그리다 보니

어느새 저렇게 되고 만 것일지도 모른다, 친구라도 있으면.

p.103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새하얀 얼굴로 웃으며 과자를 나누어 준다. 말도 걸고 머리도 쓰다듬기도 한다.

아이를 대할 때의 태도와는 전혀 다르게 어른들에게는 차갑게 "됐어요" 하고는 바로 문을 닫아버린다.

무슨 까닭인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혼자만의 세상에서 산다. 사람들을 철저하게 거부하면서. 마사미처럼 나도 그녀에게 묻고 싶다. '그렇게 완고하게, 행복한 매일을 보냈나요?'

사실 '우리네 이웃 같은'이란 표현은 틀렸다. 아파트에 살면서 알고 지내는 이웃이 많지도 않거니와 그들의 삶을 속속들이 알지도 못한다. 겨우 가볍게 인사나 하는 정도다.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이 더 반갑고 애틋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따뜻하면서도 우리 삶을 돌아볼 수 있는. 무레 요코의 작품은 언제라도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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